읽으면서 혼자 또 빵 터진 빵 이야기.
전광석화의 의미는 이렇게 쓰이는구나.
아서는 누나들 눈치 보다가 빵에 버터를 발라 얼른 꿀꺽!!
ㅋㅋㅋㅋ
그리고 진한 녹차를 저녁에 마시면 5 분도 안되어
오른쪽 사지가 마비되는 현상?
병자놀음 맞네, 맞어!

오스틴 작가가 <샌디턴> 이 중편은 병마와 싸우느라
결국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 소설이라는데,
처음 읽을 때는 건강 관련 이야기들이 많아서 소재가 독특하다고 여겼었는데, 병마와 싸우는 중에 쓴 소설이라고 하니, 왜 이런 소재가 자주 등장했는지 알 듯 하다.
그래서 마냥 웃을 대목이 아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따를 때 보니 그 옅은 코코아라는 것이 실제로는 매우 짙은 색 진짜 코코아였다. 그 순간 누나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아! 아서, 코코아가 점점 더 진해지는구나!" 그러자 아서가 겸연쩍은 듯이 대답했다. "오늘 밤에는 생각보다 짙어졌네." 이 광경을 보고 샬럿은 확신했다. 아시는 누나들이 원하는것과는 달리, 혹은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배곯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에 틀림없었다. 그는 누나들의 얘기를 더 이상 듣지 않으려고 말머리를 돌려 토스트 얘기를 했다.
"이 토스트 좀 드세요. 저는 토스트 전문가입니다. 절대로 태우지 않죠. 무엇보다 너무 바싹 불에 대지 않습니다. 그래도 보시다시피 한 군데도 제대로 안 구워진 곳이 없어요. 아가씨께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 빵 토스트를 좋아하시면 좋겠는데요."
"버터를 적당히 바른 건 좋아해요. 하지만 다른 건 별로………."
"저도 그렇습니다." 그가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이 점에서 우린 생각이 같네요. 맨 빵 토스트는 건강에 좋기는 커녕 오히려 위장에 나빠요. 버터를 발라 말랑하게 해주지 않으면 위벽을 긁죠. 확실해요. 먼저 아가씨 빵에 발라드리고, 제 것에도바르겠습니다. 위벽에 매우 안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후추 빻는 기계처럼 위벽을 자극하는데 말이죠."
그가 버터를 바르려고 하자 누나들은 너무 많이 먹는다는둥, 믿을 수가 없다는 둥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자 그는 자기는 - P263

보통 때도 순전히 위벽보호용으로 소량만 먹으며, 게다가 지금은 헤이우드 양의 빵에 발라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핑계에는 누나들도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버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먼저 그는 헤이우드 양의 빵 위에 소량의 버터를 바르면서 자신의 자제력에 기꺼워했다. 그녀의 토스트가 완성된 다음, 그가 자기 토스트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던 샬럿은 놀랍고 어이가 없었다. 누나들을 의식한 그는 빵에 버터를 발랐다가 거의 전부 싹싹 벗겨냈다. 그런 다음, 잠시 눈치를 보다가 갑자기 버터를 듬뿍 찍어 전광석화처럼 빵에 바른후, 꿀꺽 삼켜버렸다. 아서 파커씨의 병자놀음은 누나들과는 매우 다른 것이 분명했다. 승화되지 못한 육체적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샬럿은 그가 병자 놀음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게으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따뜻한 방과 좋은 음식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육체적 장애 이상의 어떠한 병도 않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샬럿은 곧 적어도 한 가지는 누나들이 그에게 전염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가 말했다. "하루 저녁에 진한 녹차를 두 잔이나 마셔요? 강철같이 튼튼한 신경을 갖고 계신가 봐요.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한 잔만 마셔도.………………혹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시겠습니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시겠죠." 샬럿이 대답했다. 통 크게선수를 침으로써 그를 깜짝 놀라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아!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가 부르짖듯 말했다. - P264

"제게 그것은 독약과 같아요. 복용 후 5분이 채 안 되어서 오른쪽 사지가 완전히 마비되거든요. 안 믿기시겠지만 정말입니다.
벌써 여러 번 그랬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몇 시간 동안 몸 오른쪽을 전혀 쓸 수 없게 됩니다."
"정말로 이상하네요." 샬럿이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신체의 오른쪽 부분과 녹차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들은 그걸 매우 쉽게 증명할 수 있겠지요. 그 둘의 상호작용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말이죠."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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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여 편의 시를 쓴 에밀리 디킨슨.
정작 살아있을 때는 출판되지 않았지만,
사후에 파시클에 보관된 그녀의 시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기존에 쓰여지지 않은, 일반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고 압축된 시어로 풀어 낸 그녀의 시는 사랑, 자연, 죽음, 불멸이 주된 주제이다. 집에서 오랜시간 바깥 출입을 제한하고, 흰옷을 입고 머물러 있었다 하여, 은둔자, 우울증 환자 취급한 비평가들이 많았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폄하될 시인이 아니었다.

정원을 가꾸는 것에 있어 거의 전문가적 손길을 가지고 있어, 정원을 손질하며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제법 보인다.
연애도 못하고 죽은 노처녀 취급하지만 디킨슨은 남자와도 썸을 두 번이나 탔으며, 아픔과 시련도 시로 승화시킨 참 시인이다.
시를 읽어보면 디킨슨 시인은 의지가 강하고,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다. 내겐 통통 튀는 디킨슨 시인이라 더없이 참 좋다.

디킨슨의 시는 쉬우면 쉬운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그냥 읽는다.
그러라고 시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 288 난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시오?


난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시오?
당신도-무명인-이오?
그렇다면 우리는 한 쌍이군요?
말하지 마시오! 사람들이 떠들어댈 테니-잘 아시잖소!

유명인이 되는 게 - 얼마나 처량한지! - P44

시 318. 해가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내가 말해주지

해가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내가 말해주지 -
"처음엔 리본 모양이었어 -
첨탑은 자수정 속에서 헤엄쳤고ㅡ
소식은 다람쥐처럼 -
보닛 모자를 풀어놓은 산을 달렸고-쌀먹이 새들은 하루를 시작했지
그래서 나는 혼자 속삭였어-
"저건 일출임에 틀림없어!"
하지만 해가 어떻게 지는지 - 난 알 수가 없어-노란 옷을 입은 꼬마 소년 소녀들이
- P49

보랏빛으로 된 울타리의 밟고 넘어가는 계단을
내내 기어 올라왔고ㅡ
이윽고 울타리 반대편 계단에 이르자
회색 옷을 입은 목자가-
저녁 빗장을 살그머니 건 뒤-
양 떼를 몰고 가는 것 같았으니까. - P50

시 510. 그것은 죽음은 아니었네

그것은 죽음은 아니었네, 왜냐하면 죽은 자들은
모두 누워 있는데, 나는 서 있었으니까-그것은 밤은 아니었네, 왜냐하면 모든 종들이
정오를 알리느라 혀를 내두르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서리는 아니었네, 왜냐하면 내 살에
시로코 열풍이 - 기어가는 것을 느꼈으니까-불도 아니었네ㅡ왜냐하면 대리석 같은 내 발이
교회의 성단소라도 냉각시켰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그 모든 것들처럼 느껴졌다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매장을 위해 잘 손질된 유해에 대한 기억이
나의 매장을 상기시켰네-

마치 내 생명이 대패질되어
관에 맞추어 들어감으로써, - P65

열쇠 없이는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았네.
그것은 여느, 자정 같았네-

째깍거리던 모든 것이 - 멈추고 -
공간이 사방을 응시하거나-아니면, 초가을 아침에 소름 끼치는 서리가,
고동치는 대지를 고동치지 못하게 하는 그런 때 같았다네ㅡ

아니, 차라리, 어떤 가망성도 없고, 구원의 돛배도 없는ㅡ
육지가 보인다는 소식도 없는-
단지, 절망을 정당화하는--
춥고-망망한-혼돈의 바다 같았다네. - P66

시 528. 하얀 선택의 권리에 따른 내 사랑!


하얀 선택의 권리에 따른- 내 사랑!
왕의 옥새로 증명된- 내 사랑!
법의 창살로도-막을 수 없는
주홍빛 감옥의 옥새로 인증받은- 내 사랑!


이 세상에서는 금지된 - 환상인-내 사랑!
무덤 폐지령을 받은-
작위를 부여받은- 승인을 받은-
황홀한 특허장인 - 내 사랑!
흐르는 세월만큼 오래갈- 내 사랑! - P71

시 633. 종소리가 멈추고 교회가 시작될 때

종소리가 멈추고-교회가 시작될 때-
그건 바로, 종소리의 궁극.
톱니바퀴가 멈추고-원이 될 때 -
그건 바로, 바퀴의 궁극. - P80

시 754. 장전된 한 자루의 총인 나의 생명이

장전된 한 자루의 총인-나의 생명이
모퉁이에 서 있었네 - 주인이 지나가다
내 존재를 알아보고-나를 데리고 나가는 그날까지-

이제 우리는 장엄한 숲 속을 헤매고 다닌다네 -이제 우리는 암사슴을 사냥한다네-
내가 그를 대변할 때마다-
산이 곧장 맞받아 대답을 한다네-

아주 따스한 햇살이 계곡에 반짝일 정도로
나는 미소 짓는다네-
그 미소는 베수비오 화산이
만면에 기쁨을 분출했을 때와 같다네-

우리의 멋진 낮이 끝나고-밤이 되면
나는 내 주인의 머리맡에서 경비를 선다네- - P96

함께했던 낮 시절이
푹신한 오리털 베개보다 더 좋다네 -

주인의 적에게 나는 치명적인 적이라네-
내 노란 눈알을-
아니, 내 힘찬 엄지 낙점을 받으면ㅡ
다시 꿈틀거릴 자가 없기에ㅡ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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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2-13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다 똑같이 살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다르게 살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사람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기도 하잖아요 그 사람 나름대로 즐겁게 살기도 하겠지요 에밀리 디킨슨도 밖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고 자연과 함께 사랑도 잊지 않고 살았을 것 같습니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2-12-13 07:56   좋아요 1 | URL
디킨슨은 은둔자였다곤 하지만 부러 은둔한 것이 아니고, 그저 집순이 스타일이었지 싶어요.
집순이들은 집에 있어도 할 일이 너무 많잖아요?^^
정원도 가꾸고, 베이커리도 하고, 시도 쓰고...넘 바빴을 것 같아요.
아직 디킨슨의 책을 다 읽진 못했는데 디킨슨 관련 책을 읽으니 재밌네요.

stella.K 2022-12-13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1800편...?! 대단하네요.
살아있을 땐 빛을 보지 못하고. 왜 그랬을까요?
디킨슨이 요즘에 살았더라면 SNS에 시 막 올리고
얼굴없는 시인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시대를 잘못 태어난 탓도 있을 것 같네요.
역시 책나무님을 비롯한 몇몇 알라디더 덕분으로 디킨슨의 시가
다시 주목을 받는 건 좋은 일이네요.^^

책읽는나무 2022-12-13 17:52   좋아요 2 | URL
대단하죠?
1800편이면 거의 매일 시를 썼다고 봐야겠죠??^^
시가 제법 당차고, 절대 기 죽지 않는 당당함이 느껴지던데 제 느낌적 느낌인 건지?
한 번 페이퍼로 정리해본다는 게 계속 미루다 보니 읽은 시들은 다 까먹고~ㅜㅜ
그렇네요^^;;;;
 

에밀리 브론테의 시 몇 편을 옮겨둔다.

에밀리 브론테는 영국 중북부 지역에서 살았다.
그리하여 그 속에서 시의 재료들을 찾았다고 한다.
히스의 거칠면서 성긴 날카로움, 그 위를 불어대는 나지막하면서도 강렬한 바람 소리, 누군가의 손길에 흩뿌려지는 듯 사방에 짙게 드리우다 어느새 사라지는 안개와 구름, 그 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다 사그라지는 풀들과 나무들 등등이 그녀의 작품 속에 곧잘 등장했다고 한다(175쪽)
그리고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두 언니를 잃어 일찍부터 죽음이란 것에 밀접하게 고민하는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에는 매서운 자연풍광과 죽음에 대한 서늘한 쓸쓸함이 깃들어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마냥 우울하지 않은 느낌이다.
에밀리 브론테는 시적 재능과 소설가적 재능 두 가지를 모두 타고난 글 쓰는 여성작가였다.



상상력에게

긴 하루의 근심과 아픔에서 아픔으로세상 변하는 것에 지쳤을 때,
길을 잃어 절망에 빠지려 할 때,
그대의 다정한 음성이 나를 다시 부른다.
오 나의 진실한 친구여,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그대가 그런 어조로 말할 수 있는 한!

그 없는 세상은 그토록 희망이 없다니.
그 안의 세상을 나는 두 배로 소중히 여긴다.
속임수, 증오, 의심, 그리고 차가운의혹이 결코 일어나지 않는 세상.
그대와 내가, 그리고 자유가반박할 수 없는 권위를 지니는 곳.

무슨 문제가 되리, 사방에
위험과 죄와 어둠이 있고,
그저 우리 가슴속에
밝고 고요한 하늘을 지녀,
겨울이라고는 전혀 알지 못하는태양의 수만 빛으로 따뜻하기만 하다면?

물론 이성은 자연의 슬픈 현실에 - P39

종종 불평하기도 하겠지.
그리고 아픈 가슴을 향해 말하기도 하겠지
소중한 꿈들은 늘 분명 헛되어져 버린다고.
그리고 진리는 이제 막 피어난 환상의 꽃들을
무례하게도 짓밟아 버릴 수도 있어.

그러나, 그대는 늘 그곳에 있어,
서성이는 환상을 되가져 오고,
엉망이 되어 버린 봄 너머 새로운 영광을 숨쉬며,
죽음에서 아름다운 생명을 불러,
성스러운 목소리로, 그대의 세상처럼 빛나는
현실의 세상에 대해 속삭이지.

나는 그대의 유령 같은 축복을 믿지 않으나,
그러나 저녁 고요한 시간,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고마움으로
그대, 인자한 힘을 환영한다네.
인간 근심의 확실한 위무자,
희망이 절망일 때, 더 다정한 희망! - P41

휴식의 땅은 멀리 있구나

휴식의 땅은 멀리 있구나
폭풍우 물마루 이는 많은 산들과
초록이라곤 전혀 없는 드넓은 사막 사이
수천 마일이 펼쳐지네

맥없이 피곤한 나그네
마음은 어둡고 눈은 흐릿하여
희망도 위로해 주는 이도 없이
기진맥진 쓰러져 곧 죽을 듯하네

그는 종종 무자비한 하늘을 올려다보고
종종 따분한 길을 건너다보며
종종 드러누워인생의 피곤한 짐을 내버리고 싶어 하네

그러나 기진맥진하나 슬프지는 않은 사람
그대의 햇살 없는 길을 시작한 이래
뒤에 무리들이 잇달아 오니
그러니 노역이 다할 때까지 계속 가네

그대 여전히 절망을 통제하고 있다면
그대 가슴속 그 속삭임을 잠재우라
그대는 마지막 목표에 닿을 것이네
휴식의 땅을 얻을 것이네. - P71

잠은 내게 기쁨을 주지 않아

잠은 내게 기쁨을 주지 않아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절망에 내준 내 영혼
한숨 속에 살고 있어


잠은 내게 휴식을 주지 않아
나의 깨어 있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죽은 자들의 그림자가
내 침대 주변을 감싸고 있어

잠은 내게 희망을 주지 않아
그들은 곤한 잠을 잘 때 와서
구슬픈 모습으로
어둠을 깊게 하지

잠은 내게 힘을 용감하게
새로워지는 힘을 주지 않아
나는 그저 거친 바다를
어두운 물결 위를 항해할 따름이야

잠은 내게 친구를 주지 않아
위로하고 견디도록 도와주는 - P75

그들 모두, 아, 어찌나 경멸적으로 바라보는지
그래서 나는 절망하네

잠은 내 상처 입은 마음을
잘 짜맞추려는 소망도 주지 않아
내 유일한 소망은 죽음의 잠 속에서
잊어버리는 거야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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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2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나온 이 시집시리즈 좋은 것 같더라구요.
이 책은 아니고 전에 황무지를 샀었어요.
구하기 힘들어서 한참 검색했었는데, 몇 년 뒤에 이 시리즈가 나와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잘읽었습니다. 책읽는나무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13 07:52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민음사 시선집을 눈여겨보게 되었어요. 그동안은 본 듯 만 듯 하고 지나쳤는데 이젠 좀 눈에 들어옵니다.
황무지는 누구의 시선집인가요? 제목은 들어본 듯도 한데...
암튼 요즘은 몰랐던 시인을 많이 알게 되었네요^^

희선 2022-12-13 0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밀리 브론테가 쓴 시도 있었군요 소설 한권밖에 못 봤지만... 소설도 그렇고 시에도 히스의 자연풍광이 나오는군요 히스 잘 모르지만...


희선

책읽는나무 2022-12-13 07:53   좋아요 0 | URL
소설보다 시를 먼저 썼더군요.
시도 잘 쓰는 작가였더군요.
소설은 폭풍의 언덕 한 권만 낸 것 같구요.
저도 빨리 소설을 읽어봐야 히스의 폭풍같은 바람을 느껴볼텐데 말이죠^^
 

제인 오스틴은 유머도 있으시네?
그 시절에도 이런 생각을?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다 깨달을 수 있구나!^^


"나이 든 여자가 재혼을 할 때는 신중해야지." 에드워드 씨가 말했다.
"나이든 여자가 재혼할 때만 조심성이나 신중함이 필요한게 아니에요." 그의 아내가 이렇게 덧붙였다. "젊은 아가씨들이 배우자를 처음 선택할 때도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오히려 더 신중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려, 여보."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젊은 여성은 자신의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더 오랜 세월 감당해야 할 테니까. 나이 많은 여성이라면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고 해도, 자연의 순리로 볼 때 그리 오래 고통을 받지는 않지."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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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2-10 0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읽다가 중간에 한번씩 빵빵 터질때가 있던걸요.

책읽는나무 2022-12-10 07:35   좋아요 1 | URL
정말 고전 소설 읽을 때 빵빵 터지네요ㅋㅋ
고전이라 마냥 무거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어요.
전 <나는 고백한다>에서도 혼자 빵 터지구요. <빌레뜨>도 은근...근데 오스틴은 살짝 하이 코미디? 웃긴 걸 웃기지 않게 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풍자소설 전문이라 그렇겠죠?ㅋㅋㅋ

얄라알라 2022-12-10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자연의 순리로 볼 때....˝ ㅋ

저렇게 고상하게 대화하는 부부가 실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읽는 나무님 말씀처럼 제인 오스틴, 유머가 있으시군요.

책읽는나무 2022-12-11 21:26   좋아요 1 | URL
고전 읽다 보니 의외로 빵빵 터지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처음엔 그것에 익숙치 않아 그저 심각하게만 읽었었거든요. 고전이니까? 하면서 엄숙한 내용처럼 여겼었는데, 이젠 뭐 옆집 언니가 썼구나! 생각하면서 읽으니...ㅋㅋㅋ

scott 2022-12-10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국식 유머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오스틴 작품 속에 나오는 조연급들 ㅎㅎㅎ

영드 보면 눈에 화악 들어와여 ^^

책읽는나무 2022-12-11 21:28   좋아요 2 | URL
영드도 보고 해야 하는데 정말 시간이 허락칠 않네요^^
아직까진 한드 위주로 보고 있어요ㅋㅋ
내년부터는 한드 다 끝내고 영드 미드 좀 봐볼까? 생각은 좀 해보고 있네요.
아직까진 영화만 겨우 보고 있어요^^
 

희망에 부푼 루시.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물을 건너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난 루시.
하지만 루시는 곧 외롭고 고독하다.
고독함을 타고난 사람이다.
그러다 존 선생을 만나 기적같은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빌레뜨에도 샬럿 브론테는 루시가 누워 있는 방을 해저 동굴이라고 표현한 페이지(284 쪽)가 인상적이다.
감금된 방, 감금된 동굴.
여성에게 치명적인 장소일 수 있는데
해저 동굴이라 묘사하며 신비감을 나타낸다.
그래서인가? 85 페이지의 시가 다시 읽힌다.
일부러 이렇게 적은 것인가?
문득 작가가 동굴을 긍정적으로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읽힌다.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
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돌벽이 있다고 감옥이 되는 건 아니고
철창이 있다고 새장이 되는 것은 아니라네.

몸이 건강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 특히 자유의 날개를
빌릴 수 있고 희망의 별빛의 인도를 받는 한, 위험과 외로움과 불안한 미래는 우리를 짓누르는 악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 P85

내 마음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비참한 갈망으로 너무 혹사당하고 있었다. 9월의 그날들은 얼마나 길었던가! 얼마나 고요하고 얼마나 생기라곤 없었던가! 황량한 건물들은 얼마나 거대하고 공허해 보였던가! 버려진 정원, 여름이 지나간 도시의 먼지로 이제 회색빛을 띤 정원은 얼마나 음울했던가! 그 여덟주가 시작될 때 앞을 내다보니 어떻게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기분이 점점 가라앉고 있는데다, 이제 일이라는 버팀목이 무너지자더 빠른 속도로 우울해졌다. 앞날을 내다보아도 희망이 없었다. 출구 없는 미래는 아무런 위안도 주지 않았고, 아무런 약속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미래의 선에 의지해 현재의 악을 견딜만한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슬프게도 나의 존재에 대해 자주 무관심한 마음이들었고, 지상 모든 것의 종말에 일찌감치 도달하고 싶다는 절망적인 자포자기의 심정이 밀려왔다. 아, 아! 나 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인생을 바라볼 여유가 생기니 그것은 희망 없는 사막에 불과한 것이었다. 초록 들판도, 종려수도, 샘도 보이지 않는 황갈색 사막일 뿐이었다. 젊음에 꼭 필요하고 젊음을 지탱해주고 이끌어주는 희망이란 것을 나는 알지 못했고, 감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희망이 마음을 두드려도 퉁명스럽게 안에서 빗장을닫아걸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거절당한 희망은 뒤돌아서고 때때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손님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희망을 넘보는 연약함과 죄가 몹시 두려웠다. - P246

내 작은 방은 어찌 보면 해저동굴 같았다. 방은 거품이 이는 파도와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흰색과 연녹색을 제외하고는 색깔이랄 것이 없었다. 흰 베갯잇에는 조가비 모양의 장식이 있었고, 천장구석마다 돌고래 모양의 하얀 부조가 있었다. 유일하게 색깔이 있는 새턴 바늘겨레조차 붉은 것이 산호색과 비슷했고, 검게 빛나는거울은 인어라도 비출 것만 같았다. 눈을 감자,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듯이 강풍이 집 전면에 불어닥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침내 잠잠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물러가 멀리, 저 멀리 사라지는 소리는 천상의 해변에서 썰물이 빠지는 소리와도 같았다. 하지만 해변이 너무 높이 있다보니 바다 밑의 집에서는 중얼거리는 소리나 자장가처럼 잔잔하게만 들렸다.
이런 꿈을 꾸다보니 저녁이 되었고, 마사가 램프를 가지고 왔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나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었고, 아침보다는 기운이 나서 부축을 받지 않고 응접실로 내려갔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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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08 2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브로테 작품 중에서
빌레트를 좀 더 좋아합니다
제인에어는 읽을 때마다 로체스터에 대한 미움이 왕창 왕창 ㅎㅎㅎㅎ

브론테 실제 경험이 아주 많이 들어간 작품이죠 빌레트 ^^

책읽는나무 2022-12-09 00:16   좋아요 0 | URL
빌레뜨는 아직 1 권만 읽어서 2 권을 읽어봐야 총평가가 매겨질 것 같아요.
아직까진 저는 제인 에어가 좀 더 낫지 않나? 싶거든요.
근데 다른 분들도 그렇고, 스콧님처럼 빌레뜨를 더 쳐주기도 하고, 다들 재밌다고들 하시네요?
2 권에선 뭔가? 더 극적 재미가 있나 보다? 기대 중입니다^^
루시의 우울하면서 고독한 심경 변화가 브론테의 내면이랑 비슷한가? 싶은 맘도 드네요?

서니데이 2022-12-09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브론테 자매의 책들은 많이 알려진 책만 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제인에어라거나.^^;
잘읽었습니다.
내일은 따뜻한 날씨일 거라고 조금 전에 뉴스에서 나왔어요.
하지만 다음주에는 많이 추워질 거라고 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2-09 23:01   좋아요 1 | URL
간단하게 기록으로 남긴 감상이어 많이 부족합니다.
브론테 자매들의 소설을 다시 읽어볼 계획을 세웠네요.
폭풍의 언덕도 읽어야 하고, 아그네스 그레이도 읽어야 하고, 교수도 읽어야 합니다. 책들이 줄을 섰는데 어째 요즘은 읽는 속도가 자꾸 늦어집니다.
요며칠은 계속 따뜻해서 산책하기 참 좋았었는데 다음 주 추워진다니..ㅜㅜ
서니님도 건강 유의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