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글.그림, 이은화 옮김 / 케이유니버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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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아이들의 책하고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색색으로 굵게 테두리를 두른 그림과 강렬한 색체, 마치 어른의 그것과 닮은 불화산같은 폭발을 보고 가슴 속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저 작은 아이인데 하며 아이의 반응을 엄마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했던 날들이 스쳐지나갔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얼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아이는 자기마음을 표현해 준 듯 읽어 줄 때 옆에서 씩씩(?)거리며 분위기를 잡는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삐죽삐죽 붉은 색의 테두리가 조금씩 부드럽고 보라색, 푸른색으로 변해간다. 커다란 밤나무 위로 올라간 쏘피는 산들바람을 느끼게 되고 바다와 파도도 바라보며 위로를 받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데서부터는 테두리가 따뜻한 오렌지빛으로 달라진다. 웃으며 돌아와 엄마 아빠에게 안기고 또 가족에겐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좋다. 아이에게도 화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겠다. 아이의 가슴 속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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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벨 이마주 4
이언 포크너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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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그림에 새초롬한 돼지 아가씨 그림만 보고 발레리나 얘긴 줄 알았는데 발레그림을 좋아하는 에너지 넘치는 올리비아의 이야기다. 요즘 날마다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우리 아들과 너무나 닮아 '너랑 똑 같다. 그치~?'하니 한 술 더 뜬다. 자기는 별거별거 다 한 줄 안다나 뭐라나... 얘는 망치로 못만 박는데 자기는 펜치도 가지고 놀고 드릴로 나사도 뺄 줄 알고 공구놀이를 좋아하는 걸 다 얘기한다. 또 블록놀이도 하고 등등등...... 이 책을 읽어줄 땐 눈이 더 말똥말똥 해지는 것 같다. 자기랑 참 많이도 닮은 이야기라 흥미진진한 표정이다.

화려하고 시선 집중시키는데 그만인 하얗고 빨갛고 까만색으로만 그려진 그림은 시선을 사로 잡는다. 더구나 돼지에게서 이런 표정이 나오리라 상상할 수 없는 깨물고 싶을 만큼 귀여운 멋쟁이 올리비아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낮잠 한 번 재우려면 결국은 내가 자던지 포기하던지 마음 편하게 먹는 게 더 난데 책에서 보는 올리비아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책을 보다보면 아이와 씨름하던 긴장과 피로를 풀어준다고 할까 서로 마주보며 웃게 해준다. 하루종일 씨름하다 자러 갈 준비하면서 또 힘들게 해서 기분이 나빠진 저와 아이의 책읽기 협상을 벌이는 장면까지 똑같다. 책을 보며 뜨끔하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아이와 책 조금 읽어준다고 줄다리기를 했다니... 마음을 다스리고 책을 읽어줘야겠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이 말을 해주면 아이는 사랑스런 천사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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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윌리 웅진 세계그림책 25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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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철학적이든 재미로든 나름의 해석이 가능하리라 본다. 그런데 어린 유아들에게는 명화의 원작을 접하기 전이라면 보여주기가 망설여지는 책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처음 접하게 되는 경로가 중요하고 아마도 그 느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앤서니 브라운의 팬이라서 벼르던 책이었는데 이 책은 멀찌감치 숨겨 놓았다. 예전에 유아잡지에 끼워있던 명화그림을 아이의 눈높이에 걸어두고 보여 주면서도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는다. 자기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느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작을 충분히 알고 있거나 초등학생 이상에게 적합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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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뱅이 무당벌레 웅진 세계그림책 37
이소벨 핀 지음, 잭 티클 그림, 강무홍 옮김 / 웅진주니어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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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복잡하지 않으면서 재미도 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흥미를 주는군요. 어린 유아가 보아도 좋겠네요. 그림이 별 다른 꾸밈도 없이 단순하며 책도 큰 편이라 보기에도 좋습니다. 무당벌레가 폴짝 뛰어 오르는 경로를 점선으로 표시한 걸 보더니 아이가 '이 책 참 잘 만들었네~!'하고 웃습니다. 아이의 눈 높이에 맞나 봅니다. 글자배열이 동물들의 움직임을 나타낼 때는 춤을 추듯 물결을 타고 있어 읽어 줄 때도 목소리에 리듬감이 생깁니다.

잠만 자는 게으름뱅이 무당벌레가 캥거루, 호랑이, 악어, 원숭이, 곰, 거북이, 코끼리에 차례로 올라타며 잠을 자려 합니다. 동물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여대는 통에 잠을 잘 수 없다는 얘기를 각 동물의 특징적인 동작으로 방해받는 상황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는 호랑이가 '어흥!'하는 소리를 보고 '무서워서 못 자겠네!' 하는군요. 책에는 시끄러워서 못 자겠다로 나옵니다. 곰이 몸을 긁어대는 걸 보고 무당벌레 때문에 간지러워서 그러냐고 물어 봅니다. 마침내 코끼리 코에 앉아 한 숨 돌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코끼리가 재채기를 합니다. 그 장면에서 페이지가 옆으로 길게 늘어 납니다.'에 에 에 에 - 에 취 ... 가엾은 게으름뱅이 무당벌레는'까지 읽고 페이지를 넘기며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머리 속으로 그리다가 잠시 머칫하게 되더니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별수없이 포로롱 날아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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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13
제니퍼 이처스 그림, 샘 맥브래트니 글, 김서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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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미안해' 하는 게 쉽지가 않다. 아이들일지라도... 친구를 좋아하고 같이 놀고 싶어 다가가면서도 금방 티격태격 하는 아이들이란... 사진처럼 보일 정도로 부드럽고 꼼꼼한 세밀화가 아이들의 표정 뿐아니라 보들보들 피부의 촉감까지 손으로 만지면 느껴질 것 같다. 특별할 건 없지만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일상이 아이들의 심리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더 마음에 닿는지도 모르겠다.

날마다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잘 모르다가 혼자가 되어 외로움이 커지니 친구가 그리워진다. 썰렁한 그네만큼이나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는 듯한 표정으로 서있는 아이 뒤로 개도 힘없이 웅크리고 있다. 상황이 빨리 달라졌음 좋겠지만 친구가 먼저 다가와 '미안해'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꾸밈이라곤 없는 아이들의 모습이라 더욱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 그림을 보면 거기서부터 또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아이들이 웃으며 장난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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