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을 저지하라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9
스프레이그 드 캠프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불새의 책의 만듦새가 2% 부족한건 안타깝지만, 이 책은 끝내주게 재미나다. 

로마 이야기, 전쟁,전략 이야기, 대체역사물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타임슬립 이야기는 지겹다고? 오리지널의 아우라가 있다. 대체역사 


... 잠깐 딴 얘기, 리뷰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가 오늘 아침 드디어 맘 먹고 쓰려고 하는데, 

불새출판사는 진짜 독자의 참을성의 한계를 얼마나 시험할껀가. 내가 또 빡쳐서 뭐라뭐라하면, 대표님 송구해할테니깐, 진짜 꾹꾹 눌러가면서 쓰는데, 삼십분전부터 리뷰 쓰려고 검색하면서 미간 찌푸려진게 펴지지가 않는다. 짜증나서. 

책이 재미있다. 재미있어. 만듦새가 쭈글쭈글한건, 뭐 읽다보니, 그래, 그럴수도 있지. 사정이 있다니깐. 하겠어. 아니, 그 전에 가격이 2만원인 것부터 흠칫 하지만, 난 책값 가지고 왈왈거리지 않으니깐, 비싸구나. 하고 넘어갔어. 근데,책소개... 내가 지금 리뷰 쓰려고 앞에 두 줄 쓰고, 구글링만 삼십분째야. 책소개에서 건질꺼가 진짜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레드썬하고 싶은 그거 외에 작가 이름만 덜렁 있어. 한글로는 검색해도 뭐 나오는 것도 없어서 영문으로 대체역사물의 조건 사전 찾아가며 위키 보고 있으려니깐, 진짜 열받네. 대체역사물이나 이 소설 줄거리나 소설이 나온해, 원제 등등 '돈 안 드는거'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것'들 있잖아요. 이게 너무 허접하게 나와 있으니, 알라딘에서 빼먹은건가 헷갈리기도 한데, 어쨌든 수정하든 뭐하든 그건 출판사 일이니깐. 


내가 진짜 리뷰에 책 이야기 말고 쓰는거 질색하는데, 불새출판사의 SF 시리즈는 진짜 할 이야기가 너무 많으네. 재미있는 책, 국내에서 보기 힘든 책들 소개해주니 '의리독서'까지는 아니지만, 응원하는 의미에서 구매하고 있는데, 그리고, 앞으로도 구매할꺼긴 한데, 센스없는건 타고나는거라 치고, 돈 없는데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거 보이니깐 보탬이 되고 싶긴 한데, 진짜 부글부글한다. 


그러니깐, 대체역사물에 대해 찾아보면 SF 하위장르라고 나와 있는데, 필립 K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를 최초의 대체역사물.이라고 위키피디아 한글판에 나와 있긴 한데, 이건 60년대에 나온거고, '암흑을 저지하라'는 1939년에 나온 작품으로 초기 대체역사물의 가장 훌륭한 작품들 중 하나로 여겨진다. 고 영문 위키에 나와 있다. SF물에 관해서는 한글 위키 정보가 영 시원찮아서 일단 영문 위키에서 보이는 정보로 적어본다. 


우리의 주인공 마틴 패드웨이는 로마 방문중 바닥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더니 동고트족의 지배를 받던 6세기(535)의 로마로 타임슬립을 하게 된다. 이십년전 세계사 책에서 동고트,서고트, 나오던 걸 어렴풋이 기억해내며, 패드웨이가 떨어진 시대, 패드웨이가 구워삶게 되는 왕이 동고트 3대 왕인 테오다하드이다. 


제목 '암흑을 저지하라'는 패드웨이가 떨어진 그 시대가 바로 '암흑시대'를 앞두고 있고, 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패드웨이가 자신의 편안한 앞날을 위하여 역사를 바꾸는 사람이 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내가 라이트한 SF팬인데, 재미있다고 느낄 정도의 재미와 마니아적인 부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가장 좋아하는 로마 이야기이다. 


패드웨이는 일단 먹고 살기 위해 고리대금업자 토마수스를 찾아간다. 

고고학자 직업으로 역사와'라틴어'를 알아 버벅거리며 의사소통하는 설정이다. 게다가 소심한 성격까지 있어 패드웨이의 '로마 6세기에서 살아남기' 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돈을 빌려 그 시대에 가장 먼저 만들어 뿌리는 것은 '브랜디'이다. 와인 정도의 술만 있던 시대에 훨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만들어 돈을 벌기 시작한다. 당시의 기준에서 엄청난 저리로 빌리면서 계산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아.. 당시에는 곱셈, 나눗셈도 나오지 않았던 시대구나 


브랜디로 돈을 벌어 앞가림을 하게 되지만, 그게 다가 아님을 알게 되고, 살기 위해 '현대의 지식' 을 활용하다보니, 그시대으 트러블 메이커로 손색이 없다. 


그는 지금 서구의 고전 문명이 꺼져가는 황혼기에살고 있었다. 신앙의 시대 아니 '암흑의 시대'라고 불리는 시대가 곧 다가오고 있었다. 유럽은 과학과 기술 측면에서 보자면 거의 천 년의 시간을 암흑 속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패드웨이가 가진 선입견에 비춰볼 때 암흑은 비록 유일한 것은 아니더라도 가장 중요한 중세의 속성이었다. (...)과연 한 인간이 암흑의 공백기를 막을 정도로 역사의 경로를 바꾸는 일이 가능할까. 


어떻게 암흑의 시댁 도래하는 것을 막을 것인가?

만약 통신 기반만 제대로 갖췄다면 로마제국은 더 오래 존속했을 수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로마제국은 아니 적어도 서로마제국은 자신들이 설치한 야만인 '용병대'의 거친 힘 아래에 굴복해, 아무런 희망도 없이이탈리아와 갈리아, 그리고 스페인으로 산산이 나눠졌다. 그러니 해답은 '신속한 통신체계와 대량 기록'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쇄술이다. 

 

뒤로 갈수록 전쟁 이야기 나오는데, 이 부분도 재미있다. 내가 이 시대의 역사를 조금만 더 알고 있어도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싶어서 '로마인 이야기'나 '에드워드 기븐의 책이라도 다시 읽어볼까 한다. 패드웨이 정도 되니깐 6세기에 떨어져도 잘 살아남았지 나처럼 역사무지렁이는 현대에서 온 메리트 따위는 없을듯 하다. 


로마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는거였지. 새삼 느끼며 로마사 읽어야지. 라고 엄청난 책타래를 남겨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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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2-21 0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야기도 재미있고, 조금만 찾아봐도 재미있는 할 이야기 진짜 많은데, 진짜 진짜 많은데, 진짜 한숨한숨. 잘 만들고 재미있고, 마케팅도 빵빵하게 해도 잘 안 팔리는 책이 수두룩빽빽인데, 이 책은 이야기거리도 많고, 진짜 내가 이렇게 욕하고 또 욕하는 걸로 노이즈 마케팅으로 궁금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오, 진짜, 책소개는 잘..까지는 아니라도 기본적인 거라도 채워 넣을 수 있잖아.

아타락시아 2015-02-2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임슬립과 로마 이야기라니.. 내가 좋아하는 두가지 주제가 만났는데, 쉽사리 구매를 못하네요. 전 전자책을 안 좋아하는데, 책이라는 것이 내용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표지, 활자, 제본 등의 여러가지가 모여서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심히 땡기네요.^^

하이드 2015-02-21 10:24   좋아요 0 | URL
그럼 보셔야해요. 저도 진짜 열딱지 나서 죽겠는데요, 동인지 보는 기분으로 읽으시면, 내준거에 감사하고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저도 정말 만듦새 중요하게 생각하고,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다.고 안 읽으면 그만. 이라고 말하는 편인데, 이 주제의 책들은, 게다가 재미도 있는!, 거의 없습니다.

대표가 덕후인데, `최후의 성`, `암흑을 저지하라` 읽어보니, 어떤 취향의 덕후인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분명한건 한 번 읽어 재미있고, 두 번, 세 번 읽어도 재미있을 책이라는 거. 이거 저한테는 안 흔한 일이거든요.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돌런갱어 시리즈 2
V. C. 앤드루스 지음, 문은실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다락방의 꽃들'의 마지막에 마침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로 다락방을 탈출한 세 남매는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점점 악몽에서 멀어져 미지의 세계로 가던 중, 코리의 비소중독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그들에게 부모 대신 제 2의 인생을 주게 될 천사의 인도로 중간에 내리게 된다. 


그 자신의 상처로 괴로워하고 있는 의사 폴을 만나게 되고, 폴은 그들 세 남매의 후원자가 된다. 캐시는 발레를 시작하고, 크리스는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 캐리는 비소중독에 영양과 햇빛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자라지 못하는 아이'로 남는다. 


2권에서 기억하고 있었던 부분은 엄마인 코린의 젊은 남편 바트.인데, 다시 읽어보니, 캐시는 발정난 고양이처럼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결핍과 복수심을 모두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남자들에게 푼다. 뒤에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니, V.C. 앤드류스의 다른 소설들 '오도리나' ,'헤븐' 등이 낯익고, 앤드류스가 죽은 후 유령작가에 의해 나오게 되는 프리퀄 격인 '그늘진 화원'도 낯익다. '그늘진 화원'의 작가는 후에 '데블스 애드버킷'의 작가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를 고딕로맨스 소설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고 공포,호러 소설로 본다면, 그건 김전일마냥 죽음을 끌고 다니는 캐시때문이 아닐까. 감금되는건 남매들뿐만이 아니고, 많은 여자들이 미쳐서 감금된다.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거나 감금을 당하고, 

아동학대는 아주 오래오래전부터, 네남매의 할머니가 그 엄마로부터 학대를 당했었고, 할머니는 네 남매의 엄마인 코린을 학대하고, 코린 또한 그들을 학대하게 된다.2권의 마지막에 보이는 캐시의 모습은 공포소설의 모습이다. 


내용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는데, 2권 이후에는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시 읽으면 그제야 기억날 것 같다. 5권까지인데, 그들에게 무슨 일이 더 남아 있는건지. 


처음 이 소설이 나왔을때 전세계적으로 4천만부가팔릴 정도로 베스트셀러였다고 하고, 이번에 새로 나오니, 역시, 읽어본 사람들이 많고, 아마, 새로 나온 것은 이 시리즈가 드라마로 나오고 있어서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드라마도 궁금하다. 


뭔가 오래전에 몰래 읽었던 것. 의 두근거림.은 시시해지기보다는 다른 방향이었던 것이다. 로맨스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공포소설이었어. 그러니깐, '제인에어' 같은 느낌. 바트, 줄리앙, 폴, 크리스에게서 로체스터 백작의 모습이 보인달까. 


쓰다보니 어렴풋이 생각나는데, 이 뒷이야기는 캐시의 아이들 이야기였던 것 같다. 조야와 바트의 이야기. 1,2권보다는 재미없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어떤 새로운 감상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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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의 꽃들 돌런갱어 시리즈 1
V. C. 앤드루스 지음, 문은실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십여년만에 만난 책이다. 표지도 훨씬 화려해졌고, 이전에 삭제되었던 부분도 포함된 완역본이라고 한다. 다른 거보다 이 책의 독자였던 내가 이십살을 더 먹었다. 끄어어어억 


이십년 전에 그 나이의 감수성을 풀가동해서 읽었던 책들이라면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와 영웅문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영웅문은 그 동안 몇번이나 더 읽었지만, 이 책들은 다시 읽을 기회가 없다가 이십여년만에 만나는 거라는 감상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가 이만큼 변했으니, 분명 이 책이 다르게 느껴질꺼라고, 시시하게 느껴질꺼고, 그건 서글플거라고 지레 겁먹었던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내 생각은 틀렸다. 

이 책은 여전히 재미있고,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 지만, 이 책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그 당시에는 의식하지 못했을 장치들이 눈에 들어오고, 빠른 전개로 여러가지 일이 폭주전차처럼 일어나는데, 그 에피 하나하나가 다 생생하게 기억나고, 그 운명의 기차가 비극의 종점을 향해 달려간다는 것을 알기에 ( 읽으면서 생각나는 중이라 2,3,4,5권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아직 가물가물하다) 가슴 죄며 읽었다. 


아버지가 갑자기 죽으면서 천상 여자에 아버지에게 의지하기만 해왔던 예쁘기만한 엄마와 함께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할머니네 집으로 들어가 다락방에 갇히게 된 네 남매. 사촌과 결혼한 죄로 광신도에 가까웠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엄마인 코린을 내치지만, 할머니는 네남매를 숨기는 조건으로 그들을 다시 받아준다. 하루면 할아버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한달이 되고, 기약없이 그들은 갖혀지내게 된다. 


크리스와 나는 사과 껍질 길게 깎기 시합을 벌였다. 껍질이 길고 긴 줄로 고불고불하게 흘러내렸다. 오렌지를 까서 쌍둥이가 싫어하는 하얀 줄을 하나하나 전부 떼어내기도 했다. 치즈 크래커가 든 작은상자들이 있을때는 정확히 4분의 1로 나누었다. 


이십년전에 읽은 이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서 깜짝놀랐다. 이 책이 고딕로맨스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대저택, 감금, 아이들 등이 나와서라고 생각하는데, 갇혀 있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끔찍했지만, 이십년전의 나도, 지금의 나도 갇혀 있는다는 것에.. 뭐라고 말하기 힘든데, 갇혀있다고 막 마음이 파괴되고 그럴것 같지는 않다. 여튼, 그건 딴 얘기고. 캐시와 크리스가 캐리와 코리, 쌍둥이 동생들을 돌보며 성장해가는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그 금요일에 이상한 일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다가 그만 쪼그라들고 말았다. 그다음붙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놀이를 해도 책을 읽어도 즐겁지 않았고, 말없이 튤립과 데이지를 오리며 엄마가 다시 희망을 들고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어렸고, 희망이란 어리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 강한 뿌리가 꺾이지 않는 법이다. 희망은 발가락 끝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락방에 들어서서 자라가는 우리의 정원을 보았을 때 우리는 또 웃고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 세상에 우리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칙칙하고 추한 것에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550페이지가 넘는데,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전개가 휙휙 지나간다. 다음권이 엄청 기대된다. 

다락방 시리즈가 길티플레져라고 선전하고, 나도 아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왜 그런지 몰라버리게 되었다. 

코린이 아이 버리는 죄책감에 공감해서 길티플레져라고 느꼈을리는 없는데 말이다. 


이 시리즈하면 가장 기억에 남아 있던 캐시와 크리스, 그리고 캐시와 바트(->2권에 나오지 싶다) 하나를 꼽는다면, 캐시와 크리스의 이야기이겠는데, 소재 자체가 지금에 와서는 많이 나오는 소재이고, 여기서는 기억과는 달리 놀랄만큼 점잖게 순간적으로 지나가고, 작가가 굉장히 부드럽게 문장으로 갈등을 여며주어서 ( 물론 그 둘은 죄책감에 어쩔줄 모르는 현재진행형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살아나가야만 하는 더 큰 소명이 있다.) 이 부분이 이십년전과는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겠다. 



엄마가 다락방에서 내려오라고 크리스와 쌍둥이를 불러서 크리스에게 입을 맞추고, 그의 금발 고수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서로 놀리듯 노닥거리면서 쌍둥이는 거의 거들떠도 안 보는 것을 보자, 방금 전에 나누었던 친밀함이 곧바로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캐리와 코리는 엄마가 와 있는 것이 이제는 편하지 않은 듯했다. 그들은 내게 달려와 무릎에 기어올랐다. 내가 그들을 바짝 안았고, 그들은 엄마가 크리스를 쓰다듬고 그에게 키스와 애정을 퍼붓는 것을 지켜보았다. 엄마가 쌍둥이는 보고 싶지도 않다는 듯이 대하는 것을 보고 나는 무척이나 심정이 상했다. 크리스와 내가 사춘기로, 성인을 향해 가는 동안에 쌍둥이는 오갈 데 없이 정체되고 있었다.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희망으로 낚시질하는 코린. 이 정말로 끔찍해지기 시작한 부분이다. 약하고 무능력한 여자. 에서 자식을 죽이는 금수만도 못한 '엄마'가 되어 쌍둥이를 무시하게 되는 부분. 


이야기의 전개는 어리둥절할만큼 빠르고, 작가가 그리는 네 남매와 엄마, 할머니의 모습은 대단히 생생하고,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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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6 0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암흑을 저지하라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9
스프레이그 드 캠프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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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만원에 팔꺼면 만듦새라도 신경 좀 써라. 옆에 패여서 어디 반품된 책 같은걸 이 가격에 팔고 있냐. 2기 시작하고 세번째 샀는데(최후의 성 두번 삼), 죄다 우글쭈글. 이천원짜리 수첩도 이거보다는 잘 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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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2-04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달에 수십권 사는데, 이 책만 패여져 오고, 우굴쭈굴하게 오니 알라딘 문제라는 의심도 못 하겠다. (그렇더라도 패인건 보내지 말았어야지!) 독자들의 응원과 호의를 똥으로 만드는 이런 만듦새 지양하라고. 디자인도 편집도 다 꾹꾹참고 좋다 좋다 세뇌했는데, 진짜 참을 수가 없네. 이렇게 책 물결치게 만드는건 도대체 어디서 하는거야?? 던져주기만 하면, 가격이 얼마든, 책을 어떻게 만들건, `화이팅`,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그럴 줄 알은건가? 그리고, 알라딘, 이런 옆에 패인 책, 서점에서 반품들어온 책 같은거 무슨 생각으로 박스에 집어 넣어 보낸거야??

무해한모리군 2015-02-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늙었는지 편집에 문제가 있으면 신경쓰여서 잘 못읽겠더라구요. 부활한 불새도 역시 불평이 많이 들리네요.

하이드 2015-02-04 1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것까지도 다 넘어가려고 했는데, ㅡㅜ 왜 책이 책처럼 안 펴지고, 막 상채기나서 오냐구요. 어흑. 잭 펴면 우글거리는건 최후의 성도 그랬는데, 진짜 저를 자꾸 시험에 들게 하네요.

2015-02-04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4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4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엘리트 2015-02-0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댓글....이라...?? 요게 뭐죠?

2015-02-05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4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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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이 마주 앉아 있다. 흑과 백으로 구분되는 그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흑: 흑은 철장(교도소)에서 목사가 되었다. 

백: 백은 교수다.

흑: 흑은 말로 하기 힘든 나쁜짓을 많이 했고, 교도소 안에서 싸움이 붙어 이백팔십바늘을 꼬맸다. 그 와중에 하느님의말을 듣는다 

백: 백은 생일날 아침 선센리미티드(급행 기차) 로 뛰어든다. 

흑: 흑은 그런 백을 구해낸다. 


위에는 흑과 백을 설명하는 글을 썼지만, 실제는 '흑'과 '백'으로 핑퐁처럼 끝도 없이,아니 끝을 향해 이어지는 대화의 연속이다. 

자살하려는 백인 교수를 구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흑인은 백인을 자살하지 않도록 설득하려 한다. 두 명이 나오는 한 편의 연극장면 같은 이야기다보니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를 떠올리게 된다.


HBO의 드라마 영화에서는 토미 리 존스가 감독고 백인교수 역할을, 사무엘 잭슨이 흑인 역할을 했다고 하니, 글 못지 않게, 영화 또한 포스가 보통이 아니다.


모든 중요한 것은 약해지고, 결국 파멸하기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교수. 

교수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말을 찾지 못하는 흑인. 


미안합니다. 댁은 착한 분이지만, 나는 가야겠습니다. 나는 댁의 이야기를 다 들었고 댁은 내 이야기를 들었고 이제 더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댁의 하느님은 한때는 무한한 새벽의 가능성에 서 있었을 게 분명한데 그 하느님이 만듣어 놓은건 결국 이거네요. 그나마 이제 끝이 나고 있고요. 내가 하느님의 사랑을 원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습니다. 혹시 용서는 원할지도 모르겠지만 용서를 구할 상대가 없네요. 되돌아가는건 불가능합니다. 바로잡는 것도 불가능해요. 전에는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무()의 희망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 희망에 매달리고 있고요. 자 이제 문을 열어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를 잡을 수가 없다. 문을 열면 죽는데, 문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무의 희망에 매달리는 그에게 줄 수 있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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