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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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리 퀸으로 추리소설을 시작했고, 고전 추리소설이나 일본의 신본격 들을 읽고 있기는 하지만, 내 취향은 하드보일드나 괴담, 스릴러에 가까워서 본격류의 추리소설에는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는 제목부터 대놓고 애거서 크리스티 오마주라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하고, 결말 또한 신박하여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애거서 크리스티의 또 다른 유명한 소설 하나를 오마주 했는데, ( 여기서 잠깐, 이 책을 이 리뷰로 알게 되었다면, 책소개나 다른 리뷰는 보지 말고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 설정도 기가막히게 잘 맞아떨어지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작보다 더 속 시원한(?) 인과응보의 카타르시스도 있으며, 그러면서도 결말이 담담하고 현실적이라 끝까지 맘에 든다. 


섬이라는 고립된 장소에 초대 받아 마더 구스의 노래처럼 한 명씩 죽어나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는 재벌가에서 각각의 그럴듯한 이유로 호화 요트 크루징에 초대받은 다섯 명의 손님들. 그리고, 선장과 승무원이 한 명씩 있어 일곱의 멤버를 이룬다.'인디언 인형'은 각 인물의 십이지 인형으로 대치되는데, 이 부분도 귀여운 부분. 


한명씩 죽어 나간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적 결말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예상밖으로 결말로 갈수록 엄청 스릴있다. 특히 마지막의 대결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00여페이지 되는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로 보나, 시작과 결말을 보나, 중간의 스릴과 바다 위 호화요트라는 배경,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 오마주라는 리본까지. 좋은 임팩트의 좋은 소설이다. 


앨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시리즈 나오자마자부터 계속 습관처럼 사서 읽기는 했지만, 눈여겨 보고 드디어 신뢰하게 되는 계기가 있다면, 그 동안 쌓여온 것에 더해 바로 이 책부터라고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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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가 있다면 돌런갱어 시리즈 3
V. C. 앤드루스 지음, 문은실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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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별이 점점 줄어드는... 건, 점점 복장이 터지기 때문. 


1권에서 캐시, 크리스, 캐리, 코리는 아빠가 갑자기 죽고, 엄마와 있는 줄도 몰랐던 외가, 폭스워스 저택으로 들어가게 된다. 할아버지를 피한다는 구실로 다락방에 갇히게 되고,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다락방에서의 생활은 3년가까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엄마는 그들을 버리고, 할머니에게 학대받으며, 코리를 잃고, 아픈 캐리를 데리고, 다락방을 탈출한다. 

2권에서는 캐시의 방황. 그러니깐, 1권에서 코린(네남매의 엄마)과 할머니가 절대악이었다면, 2권에서는 캐시 때문에 복장이 터진다. 아빠뻘 되는 그들의 구세주 폴을 유혹하고, 크리스를 여전히 사랑하며 놓지 않고, 홧김에 줄리언과 결혼을 해 버리고, 학대 당하다가 줄리언이 사고를 당하자 사실은 그를 사랑했어. 그러고, 여전히 크리스를 놓지 않고, 그러다 엄마한테 복수한다고 엄마의 남편인 바트를 유혹하고, 애를 가지고, 크리스 계속 사랑하고, 사실 바트도 사랑하게 되었어. 그러고, 코린한테 복수하고, 코린이 바트를 죽음으로 몰아 넣고, 그제야 정신 차리고(?) 심장마비 와서 아픈 폴과 결혼하고(?), 여전히 크리스를 사랑하고 .. 아 놔... 

3권에서는 줄리언과의 사이에서 낳은 조리, 그리고, 바트와의 사이에서 낳은 바트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캐리를 생각하며 캐리를 똑 닮은 신디를 입양한다. 여기에서는 바트가 암덩어리다. 아, 이 책이 3권이지. 

사이코패스에 악마의 자식 같은 바트는 어른들에 의해 조종당한다. 크리스는 결국 캐시와 함께 아빠,엄마 놀이(?)하며 살게 되고, 조야는 망나니같은 줄리언과는 달리 크리스처럼 참하게 자란다. 근데, 바트는... 

옆집 저택에 이사 온 검은 옷을 입고 베일을 쓴 의문의 여자는 코린이었다. 코린과 캐시, 크리스의 비밀을 알고 있는 미친 영감 존도 집사로 함께 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끼는 바트는 몰래 코린을 찾아가기 시작하면서 존에게 세뇌를 당하고, 이 모든 악의 근원인 '말콤' 캐시네 외할아버지, 의 다이어리를 보며, 말콤의 광신도적인 생각을 주입받게 된다. 

바트 꼬맹이 자식이 너무나 사악하게 굴고, 캐시가 미쳐가는 것을 보는 것은 멘탈을 잘 다듬으며 읽어야 할 것이다. 

이십년 전에 이 시리즈를 읽었을 때는 아빠 바트와 캐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조야와 크리스가 좋다. 
시리즈의 가장 극과 극인 성격들이니 이 부분이 내가 변한걸까 싶다. 

이야기는, 그러니깐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이 책을 읽고, 다른 책을 읽으면, 이 책에서 읽었던 '사건', 혹은 '에피소드'가 정상적인(?) 버전으로, 혹은 다른 결말로 나오는 경우가 계속 생기고 있다. 

사랑을 못 받은 모든 아이가 바트처럼 되는 건 아닐꺼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다락방에서 학대 받던 네 남매. 캐시는 확실히 여주인공의 캐릭터이다. 코린이 아무리 더 많은 남자를 홀리고, 예쁘고, 더 악한짓을 하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책은 여주인공 원탑 시리즈였구나! 

이건 로맨스 소설도 아니고, 공포 소설도 아니고, 스릴러도 아니고. 어떤 장르로 넣어야 할까. 
길티'플레저'는 얼어죽을. 굳이 말하자면, 크라임crime . 크리미널 마인드와 핑거 스미스의 드라마가 떠오르는 장르. 

이십여년만의 복습으로 이제 이 책의 내용은 세세한 부분까지 절대 안 잊혀질 것 같다.
읽고 리뷰까지 쓴 책도 까먹고 사고 싶다. 고 생각할 때 있는데, 이 얼마나 존재감 충만한 책이란 말인가. 

네 개 주기 뭐해서 세 개 줬지만, 이 책 .. 좋다고는 말 못하겠는데, 좋다. 아,이런거 길티 플레저와는 다르지만, 같은 맥락이구나. 싫은데, 좋아. 라던가, 좋은데, 싫어. 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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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 마지막 입맞춤 - 슬픔의 색깔로 그린 그림 일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황근하 옮김 / 세미콜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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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슬픔의 색깔로 그린 그림일기' 이다. 책을 다 읽고, 지금에야 본 부제인데, 꼭 맞는 부제이다. 마음이 아프다.

대니얼 그레고리의 책은 다 읽어왔다.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감성으로 나는 참 좋아서 그 동안 신간이 나오면 꼭 샀었는데, 부인 이야기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책이 부인이 죽고 그것을 애도하면서 그리고 쓴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부인, 패티가 사고를 당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는 거, 그렇게 십오년간 생활하다 죽었다는 것을 보니, 작가의 전작들과 시기가 어떻게 겹치는 줄은 모르겠으나,  지난 독서들이 새삼 다시 의미를 가지고 다가온다. 





책표지 안쪽에는 이러헤 아내의 사진들이 들어있다. 




첫페이지부터 왠지 찡하다. 고 하는데, 수채화 그림이 정말 '슬픔'으로 그렸다는 느낌이 든다. 

간혹, '그분'이 왔다 가신듯한 책들을 작가들이 쓰곤 하는데, 이 책이 그렇지 않을까. 

글도,그림도,보고 있으면 한없이 슬픈 마음이 들어버린다 




가끔 이런 웃기는 우연이 생기는데, 이 책 읽기 직전에, 다락방의 꽃들 시리즈 마지막을 읽었다. 발레 파트너이자, 인생의 파트너인 조리가 사고를 당해 절망하자 조리의 아내이자 파트너, 조리의 아이를 가지고 있는 멜로디는 있는대로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조리를 피하고 막장짓을 한다. 이 막장가족의 이야기를 멘탈 잘 보듬어 가며 읽고 나서 바로 다음에 펼쳐든책이 이 책


전차 사고로 다리를 못쓰게 된 패티. 함께 살아야 하는사랑하는 반려인의 장애라는 건 경험해보지 않은 이상 뭐라 말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장애의 정도에 따라서도 다 다를테고, 모든 가족은 다 그들만의 사정이라는 것도 있을테니깐. 


이 가족은 제법 잘 적응한다. 가족이 패티에게도 적응하겠지만, 패티가 세상을 여전히 '파티'로 여기고 살아나가기에 그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작가의 글과 그림이 너무 진짜라 무슨 말을 써도 다 거짓 같아 계속 쓰기 힘들지만.





핑크를 좋아하는 패티.

장례식의 드레스코드는 '핑크'이고, 그들은 그렇게 패티를 보내며 파티를 한다. 

패티가 살아있었을 때 모두에게 어떤 존재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패티라면 절대 좋아하지 않았을 기성품 유골함을 마다하고, 자신과 아들 잭을 '곰'이라고 불렀던 것을 떠올림 집에 있던 사탕 담아두는 사기 곰그릇의 사탕을 비우고 장례식장에 가져가 패티의 유골을 담는다.



패티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남아 있는 자들의 애도를 통해 절실히 느낀다. 







작가가 이 책을 쓰며 패티를 애도한건 분명하다.



이 작가의 책이 늘 손글씨로 쓰여져있는데, 

아마 원서의 글에 자연스레 그의 마음이 나타나듯, 한글로 옮길때도 나타난건지 궁금하다. 내 눈에는 나타나 보였는데 말이다. 글씨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캘리하시는 분께서 썼던가, 아님, 이런 폰트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전자일 것 같다. 전자이길 바란다. 




이 책을 기억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한건,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하기 때문이다. 잃는 것이 두려운 무언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별을 시뮬레이션해보곤 한다.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그건 천 번의 상상과도 다르겠지. 그래서.. 애도하는 글과 그림을 보며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다진다. 나중에 꺼내볼 수 있도록.





패티가 죽고나서 패티가 심었던 튤립 구근에서 튤립이 나왔다. 

패티는 튤립에 물을 주려다 추락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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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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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기라서 더 눈에 가고 좋기는 한데, 너무 복잡하다. 시간과 시점이 각각 세가지인데, 세 여자의 시점은 그렇다치고, 세 시간을 오가는건 잘 드러나지 않아 300여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데, 끝까지 헷갈렸다. 


시점과 시간을 오가는 경우, 그 시점과 이야기가 다 합쳐지며 카타르시스 결말, 짜잔 - 해야 하는데, 이건 결말도 썩 개운치 않다. 주인공이라할 수 있는 세 여자의 억울함이 너무 급하게 풀리고, 결국 얍삽한 놈은 승승장구 잘 살고, 당한 바보는 가난하고, 아프고, 힘들다. 대단히 현실적인 이야기도 아니면서 그러니 좀 짜증. 


책을 읽던 중에 드라마가 있는 걸 알고, 드라마의 호화캐스팅(엄청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부터 요즘 가장 핫한 배우들까지) 에 기대되어 책을 후딱 읽었는데, 드라마는 더 실망스럽다. 그나마 책에서 드러난 배우들의 매력이 모두 하락. 미유키와 가자와 커플의 순수한 미유키 캐릭터와 정말 멋진 가자와 캐릭터가 배우아우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고 못나졌다 여기서 망가지면, 나머지 사쓰키와 리카까지 무너지는데, 안타깝다. 


뭔가 강렬한 캐릭터가 책이건 드라마건 없다보니,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그저 꽃 이야기 나오는 부분만 좋아라 하며 읽었다. 용담, 성주풀(뭔가 했더니 금낭화다. 우리나라 야생화중 성주풀이 있는데, 드라마도 보고, 책도 보니 애기금낭화가 맞다.) 코스모스가 계속 나온다. 


가장 인상 깊은건 K가 사쓰키에게 보낸 꽃다발이 그 시절에 8만엔. 이라니.. 그러, 요즘 돈으로는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백만원 가까이 꽃다발을 만들어 보냈다는 건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저 8만엔 꽃다발 말고도 잔잔하니 기억에 남는 좋은 장면들도 없지는 않다. 


리카는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그리고, 할머니의 수술비를 위해 매년 10월에 꽃다발을 보내주고,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경제적 후원도 제안해주었던 의문의 K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이 아이의 당당함만이 이 소설에서 가장 위안되는 부분이다. 


드라마에서는 토다 에리카가 좀 찐따같이 나왔지만, 등산 장면들도 좋아하는 장면들이다.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사쓰키는 꽃그림 그리는 강사인데, 사쓰키의 고민과 사쓰키를 이끌어주는 남자와의 이야기도 멋지다. 


억울함은 미유키의 몫인데, 그 억울함이 사쓰키로, 리카로 전달전달 되는 부분이 참으로 안타깝다. 


미술관 장면도 상상되어 좋았다. 


그러니깐, 이 이야기는 좋은 장면들과 억울한 주인공들의 이야기인건가.


책에서 중요한 장치로 나오는 '용담' 무언가를 결심하고 결심의 의미로 주인공은 꽃을 산다.아,꽃이 그런 의미도 있구나. 응원하고, 위로하고, 기분을 전환하고, 새로운 마음을 먹게 하고, 축하하고, 그런 살아가는 의미들을 담은 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새로운 결심을 하고, 각오의 꽃.이라니, 좋은 기합 들어가는 것 같아 기쁘다.  

 

용담 사진과 금낭화 사진을 올려본다. 성주풀은 분홍색이지만, 일단 흰금낭화 사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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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3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5-02-23 21:43   좋아요 0 | URL
좋은거죠? ㅎㅎ잘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맏물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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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가 다정하고 따사로운건 아니지만,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모시치대장님이 다정하고 따땃하다.

주요 등장인물은 오갓피키 모시치 대장님,부하인 이십살 이토키치와 사십대의 곤조( 모시치 대장은 오십대),그리고 유부초밥집 주인장이다. 


모시치가 해결하는 사건들이 단편을 이루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인 것은 유부초밥 노점 주인장의 정체. 편집후기를 보니, 아마 앞으로도 안 밝혀지고 궁금해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요즘의 책 읽는 감성은 이팔청춘의 그것처럼 굉장히 충만한데, 그래서 그런지 미미여사의 잔잔한 이야기들도 그대로 다 마음에 와서 박힌다. 


강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같은 이토키치와는 정반대로, 급할 때에도 달리지 않고 느릿느릿 걷는다. 우당탕 소리를 내는 일은 없지만 너무나 둔중한 그 동작 때문에 '우시(소)'라는 별명이 붙은 사내다    


이토키치를 나뭇잎에 곤조를 소에 비유하는 것 같은 것도 눈에 더 들어온다.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다. 북스피어에서는 '먹거리'로 이 책을 마케팅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유독 더 눈에 들어온다. 벚나무라던가, 유채꽃이라던가.감나무라던가.. 그런거. 가다랑어, 뱅어, 연어 같은 것도 다 자연.


지금 보니 낭만적인 에도시대는 기실 편할리 없는데, 사람이 쉬이 죽어나가고, 먹고 살기 힘들고. 다들 힘든데, 그 힘든걸 보살피는 모시치가 다정하고, 근데, 왜 지금 이야기 같지. 싶기도 하고. 


'가게 일꾼의 생활도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닐세, 오세이.' 

몸뚱아리 하나만 믿고 일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행상꾼의 생활과 마찬가지다. 아니, 오캇피키도 비슷하다. 모두 똑같다네, 오세이. 


왜 모두 힘들어야 하나. 힘들자고 태어난건 아닌데.. 


이런 이야기도 지금의 이야기같다. 


세상에는 노점 주인이나 이토키치처럼 뱅어조차 작은 점 같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어린 아이를 다섯 명이나 죽여 놓고 본인은 태연한 얼굴로 밥을 먹거나 바느질을 배우거나 베개를 높이고 잠들거나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매일매일 뉴스를 보며 기가 막혀 하지만, 옛날에도, 지금에도, 그리고, 앞을도, 이런 사람들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는거다. 어쩔 수 없다. 정희진의 책에 나온 이야기도 이 비슷하게 위안이 되는데, 사람이 아니라 '악'이 있다고.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가 아니라, '악'이 있는거다. 

현대에 쓴 시대물이니 지금의 감성인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보 전진, 일보 후퇴하며 발전한다는데, 나쁜 사람은 나쁘고, 힘든사람은 계속 힘들다는 것에 체념,혹은 수긍하게 된다. 

관리인 모시치가 나쁜놈들의 정체를 밝힌다해도 돈이 많으면 그들을 어쩔 수 없고, 신분이 높으면 또 어쩔 수 없다. 그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할 수있는건 돈이라도 좀 뜯어내 준다던가. 하는 정도에 후련해 할 수밖에 없다. 

설날 연휴가 끝나고, 바로 주말이다. 

"이제 올해도 끝이군요." 주인이 말했다. "겨울바람이 옛날 일을 전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날려 보내고 새로운 해가 올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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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1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15-02-21 14:00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유독 지금 읽기에 와닿았던 것 같아요. 밋밋하지만 좋으셨다니 저랑 비슷 ^^
저 충전 끝내고 발동 걸렸어요. ㅎ 그렇더라도 일요일까지 계속 빈둥거리며 계획 짜서 월요일부터 쌩쌩 달리려구요.

아타락시아 2015-02-2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미야베 미유키의 미야베 월드 시리즈에 관심이 많은데, 반갑네요. 관심있는 책을 누군가는 읽고 있다는..^^

하이드 2015-02-21 14:01   좋아요 0 | URL
`외딴집`을 가장 좋아하고, 나머지는 다 비슷비슷하게 좋아하지만, 미미여사 에도 시리즈의 미덕이 있어요. 읽고 싶고,간직하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