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흩날리는 밤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김미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맥주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구도같은 바텐더가 있는 맥주바라면, 나도 충분히 단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쩌다보니 세 권 나온 중 두번째 나온 '벚꽃 흩날리는 밤'을 마지막으로 읽게 되었다. 


세 권 모두 비슷하게 재미있었지만, 이 책에 나온 에피소드들에 가장 애착이 가지 않나 싶다. 


작가가 소설을 구상하고 쓸 때 그 때의 분위기라던가, 상황이나 마음이 반영된다면, 이 에피소드들이 가장 복잡하고 다크하다. 

'개의 통보'와 같은 트릭과 결말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둡고 꼬인 부분을 인정하며(이해x) 넘어갈 수 있었고, '15 주년' 의 결말은 귀엽고 훈훈하다. 


'벚꽃 흩날리는 밤'에 나오는 연두색 벚꽃과 사연을 가지고 온 남자의 이야기, '나그네의 진실'은 '사랑'에 관한 미스터리이다. 

마지막에 나온 '약속'에는 '15 주년'의 등장인물들이 다시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만으로도 이 두번째 권이 확 다크해진다. 


요즘 먹는 예능을 많이 봐서 그런지, 구도의 음식들도 왠지 더 생생하게 그려지고, 착하고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로만 생각했던 가나리아바 시리즈의 다크한 면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작가의 요절로 몇 권 안 될텐데, 피니스 아프리카에에서 뚝심있게 다 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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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오 2015-05-24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카나리야 시리즈는 이제 한 권 남았어요. 아마 하이드님 포스팅 보고 1권을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것 같아요. 분위기가 맘에 들어 읽는 걸 멈추고 이번에 여행 갔을 때 문고본를 사갖고 왔어요. 소소한 코지 미스테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맥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심야식당]보다 [카나리야]가 더 맘에 들다니 ㅎㅎ

하이드 2015-05-24 12:5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아쉽다. 아직 한 권 남은거도 기대해봅니다. ^^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회피성애착장애의 탄생부터 치료까지를 각장에 걸쳐 서술한다. 일기장을 보는듯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상황과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불안성/회피성 애착장애를 가지게 되는데, 현대사회의 양육과 후천적 경험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싶다. 늘어가는 회피성 애착장애의 결말은 인류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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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5-05-2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멸망이라는 결론이 무척 바람직해 보입니다:0

moonnight 2015-05-2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멸망ㅠㅠ; 뭔가 찔린다는-_-;;;;;;;;

하이드 2015-05-2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조금 덧붙이면, 이 책의 원제가 `회피성애착장애`로 애착을 가지지 못하고, 회피하는, 혼자가 더 편하고, 책임지기 싫어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해서 시도를 하지 않는 등의 장애를 말합니다. 장애까지는 아니라도 제가 `회피성향`이라는건 분명해요. 이게 심해져 증상이 될 경우 심하면 히키코모리가 되는거죠.

이런 회피성향은 안전지대safe base 가 없어 애착할 곳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데 포유류(인간도 포유류) 가 처음 새끼를 낳으면 손에서 놓지 않고 키우는 것에 비해 신생아실로 떨어트려 놓고, 어린이집 보내고 뭐 그러면서 안정적인 안전지대도 없고, 그게 계속 영향을 미친다. 뭐 이런 이야기에요.

그러다보니 연애,결혼,출산,양육등을 부담스러워하는 회피성향의 사람들이 늘어가면 종국에는 인류멸망
 
채소의 신 - 행복해지기 위한 40가지 레시피
카노 유미코 지음, 임윤정 옮김 / 그책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내 맘에 쏙 들었지만, 추천하기는 좀 애매하다. 

'채소의 신'이라는 제목은 대단히 적절하다. 저자 카노 유미코는 채소교의 교주라 할 수 있겠다. 

내가 딱히 채소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좋아하기는 커녕, 귀찮아서 안 먹지만 먹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거. 라고 생각하고 있고, 요리책은 수학책 읽는 것 만큼이나 '재미있게' 읽는터라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첫 문장부터 당근님에게 바치는 시인 것인가. 


이름도 없는 당근이 도마 위에 누워 있다.


라며. 40가지 레시피라고 했는데, 친절한 레시피는 아니다. 우리나라에 없는 재료와 음식도 나오고, 사진도 없고, 정확한 분량 같은 것도 없다. 재료를 참조할 수 있고, 저자의 말처럼 오래오래 채소를 해 먹으면서 각 채소의 최고를 뽑아내는 경험을 길러라. 뭐 이런식?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물론 '채소' 관련 이야기이다. 이건 채소교 교리서니깐) 되게 자연스럽게 뜬금없이 레시피가 튀어나온다. 그 리듬이 자이로드랍 뺨치는데 40가지 이야기와 레시피를 읽어나가며 그 리듬에 익숙해진다. 


채소를 사랑하는 이야기는 그간 읽고 보았던 '채식 예찬'들이랑은 결을 달리 한다. 차라리 대체치료라던가 삶의 방식. 음식을 통한 철학.에 가까울까. 괜히 내가 채소교, 채소교 하는게 아니라니깐.


진심으로, 아마 진심인 것 같은데, 남편이 자신의 채소 요리를 안 좋아하고 고기류를 좋아해서 괴로워하다 이혼했다는 이야기라던가 죽기 전에 먹는 마지막 물같은 거. 달빛에 몇 시간 놔두고 뭐 그런거. 는 과학과 종교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난 이 책을 좋아하기로 마음 먹었고, 그녀가 신봉하는 것이 과학이건, 종교건, 철학이건 나도 그거 좋다. 나는 그렇게 못 살고 있지만, 이책을 읽고, 채소를 좀 더 유심히 눈 빛내며 보게 된 것 같긴 하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 채소는 나에게 와서 당근, 청경채, 연근, 양배추, ... 되었다. 


오늘 점심은 꽃시장 다녀오면서 작업실 앞 야채가게에서 두부 한 모 천원, 청경채 천원 주고 사와서 청경채는 올리브유와 소금간에 굴소스 약간 넣어 볶았고, 두부는 생으로 청경채와 함께 먹었다. 


며칠이나 가겠나 싶지만, 맛있었고, 배부르고, 싸고, 먹고난 후의 죄책감( 배부르고, 돈 썼고, 살 쪘어) 도 전혀 없다. 늘 사먹는게 해먹는거보다 비싸다고 투덜거렸지만, 그건 내가 인스턴트,가공식품만 사서 그랬던건가. 이천원에 이렇게 맛있고 배부르게 한 끼 먹고 (청경채는 심지어 남았다!) 좋구나. 청경채 꼭지는 남겨뒀다. 내일은 양배추를 볶아 먹어야지. 두부랑. 당근을 사서 간식으로 먹고 남은 두부,당근,청경채 넣고 야채 수프를 끓여야지.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저자다. 저자의 요리철학을 내 몸과 마음에 담아 내 꽃철학에도 끼얹어본다.  


나는 형태로 남는 것에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사라지고 말더라도 가치가 느껴지는 것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일류라고 불리는 것을 체험하면 술통의 와인처럼 내 안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숙성되어 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단편적으로 느껴지다가 안에 있는 예술성을 갈고 닦으면 조각들이 하나로 모인다. 

요리는 세상에 남지 않는 예술품이라고 생각한다. 레시피를 기록하는 일은가능하지만, 요리 자체를 남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먹으면 흔적도 엇이 사라지고 마니까. 악기나 그림의 재료처럼 보관이 가능한 소리나 색이 있을리도 만무하고, 같은 재료라도 조금씩 차이가 생겨 평생 그 요리를 단 한 번밖에 만날 수 없다. 당연히 같은 이름의 요리라도 매번 미묘하게 다른맛을 낸다. 요리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는 남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바위나 금속을 사용한 것은 유적으로 남지만, 이 지구에는 형태를 남기지 않은 예술이나 문명이 분명 더 많았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역사로 인식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DNA에 새겨지고 후세에 전해져 지구의 기억으로써 확실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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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자 밀리언셀러 클럽 137
가노 료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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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노 료이치의 책을 단숨에 읽기는 쉽지 않다. '제물의 야회'는 소리소문 없더니 연말 일본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한 저력을 보인 작품이기도 했다. '환상의 여자'라는 제목에서 이미 코넬 울리치의 '환상의 여인'을 떠올리며 700여페이지에 가까운 묵직한 하드보일드 장편이 나왔을때 기대하지 않은 일본미스터리 마니아는 아마 없을 것이다. 


'제물의 야회'에서도 변호사의 역할이 돋보였고, '환상의 여자'에서도 그렇다. 줘 터져도 굴하지 않는 본인도 독자도 나쁜놈도 대체 왜? 이제그만. 싶을 정도로 굴하지 않은 불독같은 면모를 보이는 유약해 보이는 변호사가 '환상의 여자'를 찾는 주인공이다. 


하드보일드의 빠지지 않는 주제는 '실종된 여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당연히 앞서 말했듯 코넬 울리치의 '환상의 여인'을 떠올리기도 하고,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 둘과는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어조이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른 층에서 보는 정도의 다름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시선의 차이가 작가의 스타일이자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일 것이다. 


단숨에 읽히지 않는 것은 분량 때문만은 아니다. 가노 료이치의 작품은 분명 페이지 터너는 아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쌓아가는 사건들과 펼쳐 보이는 단서들은 견고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건조하지만 단단한 문장들도. 그렇게 단숨에 못 읽고, 며칠을 붙잡고 지냈더니 주인공과 함께 환상의 여자를 찾아 한참을 헤매이다 돌아온 것만 같다.  


5년만에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불륜의 상대였던 그녀. 어느 날 말도 없이 사라졌던 그녀를 우연히 만났고, 그녀는 다시 사라진다. 이번에는 '죽음'으로 영원히. 그녀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변호사 스모토는 그녀의 죽음을 조사하며, 그녀가 5년전에 왜 떠났는지도 알고 싶어 한다. 


반전이나 스릴보다는 스모토의 그녀를 찾기 위한 노력과 고난이 이 책의 재미일 것이다. 란 것은 이 책의 마지막장까지를 보기 위해 노력과 고난으로 읽어나가야 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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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루조당 파효 서루조당 시리즈
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교고쿠 나츠히코의 책은 나올때마다 열과 성을 다해 구매해서 읽었다. 가장 좋아하는건 역시 처음에 읽었던 '우부메의 여름'이나 '망량의 상자' 였다고 생각하지만, '서루조당 파효'는 교고쿠도를 읽은지 십여년만에 단번에 나의 베스트로 올라왔다. 

'서루조당' 시리즈라고 하니 뒤에 나올 책들이 엄청 기대된다. 서루조당은 '책방'의 이름이다. 겉에서 보면 등대같이(?) 보이는, 바로 앞을 지나가도 여기에 책방이 있다고 인지하기 힘든 그런 위치의 그런 모양의 책방인 것이다. 


화자인 다카토는 몸이 안 좋아 요양차 집을 얻어 홀로 지내다가 몸이 나은 후에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고 홀로 지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자학하며 책이나 읽으러 다닌다. 


여섯챕터로 이루어져서 각각의 챕터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등장하여 그 사람만의 한 권의 책을 권해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첫번째 책은 임종, 두번째 탐서는 발심, 세번째는 방편, 네번째는 속죄, 다섯번째는 궐여, 마지막으로 '미완' 의 책을 추천 받는다. 인물들에 대한 지식이 좀 더 있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이름만 얼핏 들어본 수준이라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시대상도 재미있다. 메이지 유신 후 근대화를 겪으며 고민하는 근대문학의 개척자들을 다룬다. 가장 좋아하는건 '근대 - 현대'이지만, 근대화를  겪어내는 걸출한 인물들, 그들에게 맞서(?) 한 권의 책을 찾아주는 책방 주인. 그사이에서 어쩔줄 모르는 다카토님. 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다. 


교고쿠 나츠히코 아니랄까봐, 모든 챕터에 '요괴' 이야기를 집어 넣었고, 그간 교고쿠 나츠히코의 장광설에서 어렵사리 볼 수 있었던 주제들을 걸출한 인물들을 통해 더 짧고 굵고 심오하게 풀어 놓고 있다. 


조당의 주인은 책은 무덤이고,사람에게 책을 파는 일은 책을 성불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독서가들의 꿈과 같은 '나만의 한 권' 이라는 것과 일생일대의 고민과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책'에서 답을 찾는다는 점에 있어 이 책의 컨셉트는 정말이지 책을 너무 좋아하는 책귀신들에게 그야말로 밀착형으로 딱 맞는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 전혀 힘들이지 않고 공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각각의 챕터는 길지 않고, 여섯개를 다 합해도 그간의 벽돌같은 저자의 책들에 비교해 볼 때 짤막짤막한 내용들이지만, 각각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생각할거리들을 남겨줘서 재미에도 불구하고 읽는 속도는 더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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