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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지음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좋았던 책들의 할 말 많은 리뷰를 뒤로 넘기다보니, 미루다가 아예 안 쓰게 되어 버린다. 이 책도 그 중 하나.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저자가 마음을 다해 내놓고, 고치고, 또 고친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건 나처럼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독자에게도 와닿기 마련이다.
'익숙한 새벽 세시' 는 가수 오지은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거리를 걷고, 또 친구를 만나고, 많이 웃는 하루를 보내도
오늘도 나는 잠 못드는 이미 익숙한 새벽3시 ]]]
내게도 익숙한 새벽 세시여서, 새벽 세시에 리뷰를 써볼까도 했으나 (그럴리가)
저자에겐 잠 못드는 새벽3시인데, 나에게는 좀 일찍 열두시 즈음 잠들면 깨어나는 시간이 새벽 3시이다.
3시를 기점으로 2시 55분에 일어나더라도 아, 더 자야하는데 싶고, 3시 1분에 일어나더라도 아, 잘잤다 싶은 그런 기점이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내게 익숙한 새벽 3시.
아, 물론 이 책은 새벽 3시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 라이터 오지은이 짐을 싸서 일상을 탈출하고(라고 쓰면 뭔가 되게 흔해보이지만, 흔한 이야기 맞다)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하고, 책을 읽을 독자, 그녀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그런 책으로 보면 될까.
그녀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이다 상처 받고 다시 겉으로 웃으며 쓴 글을 다 뒤엎고, 다시 상처를 받더라도 속을 내보이는 글을 마음을 다해 쓰겠다고 다짐하고 쓴 글들이다. 어떤 글을 쓰던지간에 자기검열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특히나 책으로 내보이는 글은 더욱 그럴텐데, 이 예민한 아티스트가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괜찮아, 그런데, 안 괜찮아. 아니, 괜찮아. 괜찮지 않은가. 하는 그런 불안함의 줄타기를 지켜본다.
두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세번째 책이 기대된다.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이고, 좋은 글을 써낸 저자라는건 알았다. 세번째 책에서는 독자로서도 더 그녀의 글쓰기에 익숙해지고 (저자가 그런걸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이상한건 아는데, 본업 가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의 편견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서, 그런거 없이 순수하게 글로 더 즐기고 싶은 마음)
[[[샤워를 하고 좋아하는 향기의 로션을 천천히 바르고
요즘 제일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 나아질까 ]]]
이 책을 읽는 중에 애인하고 다툰 일..은 아닌데, 애인이 혼자 찔려서 고백 메일을 보낸적이 있다. 답장에 이 책에 있던 구절을 옮겨 주었더랬다. 북플에는 인용 표시고, 색깔이고 안 나오니깐 인용은 앞으로 [[[ ]]] 를 사용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열기 싫은 상자를 계속 열어나가는
고통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상자를 열었다.
지금까지 해온 실수가 나왔다.
못난이가 나왔다.
그래도 계속 열어나가면
무리하지 않는
단정하고 확실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