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이야기 - 1992년 제3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작
가노 도모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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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일상 미스터리인 것 같다. 아닌가, 바로 전에 <사신의 술래잡기>를 읽었어서, 이 책의 '일상'이 더 극적으로? 느껴졌다. 제목대로 일곱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고, 마지막 챕터의 제목이 '일곱가지 이야기' 이기도 하다.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연결되는 이야기도 있는 연작집이기도 하다. 결말도 있다.

 

이리에 고마코는 표지 그림이 왠지 끌리는 책을 발견한다. 그 책의 제목이 <일곱가지 이야기>

 

[[[표지에는 밀짚모자를 쓴 소년이 서 있다. 조금 지저분한 러닝셔츠는 소년의 마른 어깨에 흘러내릴 듯 걸쳐 있고,끝자락은 반바지 밖으로 조금 삐져나와 있다. 손에 든 하얀 잠자리채는 꽤나 오래 사용했는지 뚫린 부분을 묶은 매듭이 있다. 발은 맨발이다.

그 묘한 분위기의 소년은 어딘가 먼 곳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멍하니 시선을 헤매고 있는 것도 같았다. 살짝 투명감이 감도는 그 눈은 화가 나 있는 같았고, 울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리고 등 뒤에는 연푸른 색조로 통일된 한가로운 전원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

표지를 묘사한 글을 길게 옮겨 본 것은 이 책 표지랑 비교해 보려고.

그리고, 표지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있다. 표지 중요.

 

책을 읽고, 작가인 사에키 아야노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각 에피소드들은 고마코가 일상에서 겪은 수수께끼, '일곱가지이야기'의 책 이야기, 그리고, 고마코가 보낸 편지와 작가의 답장으로 이루어진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 치고는 꽤나 복잡한 구조이다.

 

어떤 반전이나 대단한 감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소소한 수수께끼 풀이 이야기는 재미있다.

 

[[[대체 언제부터 의문을 갖지 않게 되었을까요? 언제부터 주어진 것에 납득하고, 상황에 납득하고, 여러 가지 모든 것에 납득하게 되어 버린 걸까요? 언제고 어디서고 수수께끼는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스핑크스의 심원한 수수께끼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예컨데 사과는 왜 떨어지는지 까마귀는 왜 우는지 같은, 사소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수수께끼는 일상에 넘쳐 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대답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피니스 아프리카에는 이제 출판사 이름만 보고 살 수 있는 그런 출판사가 된 것 같다. 계속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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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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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스 뵈의 기존 작품들, 해리 홀레 시리즈나 그 외의 작품들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분량이 엄청엄청 적다는 것과 별개로 당황스러울 것이다. 누아르 분위기의 중편, 딱 떠오르는 작품은 데니스 루헤인의 '더 드롭' 이다. ('더 드롭'이 훨씬 낫지만)

 

술술 잘 넘어가고, 미스터리/스릴러/누아르를 좋아한다면, 나름의 장점도 찾으며 읽을 수 있겠지만, 요 네스뵈의 팬이 굳이 찾아 읽을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난독증이 있는 킬러 올라브는 의뢰인/보스로 부터 보스의 아내를 죽여줄 것을 의뢰 받는다. 그 시점에서 계산을 시작한다. 그리고, 보스의 아내를 보는 순간 계획은 바뀐다.

 

감각이 뛰어나고,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다 하드보일드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요네스 뵈의 엄청나게 과한 분량의 기존의 책들은 정말 좋았어도 다시 읽을 엄두가 안나곤 했는데, 그런 '요네스 뵈' 이름 보고 주문한거라 얼떨떨하다.

 

분위기도 좋고, 인물 캐릭터들도 나쁘지 않다. 돌이켜볼수록 나쁘지 않아 별 세개에서 다시 별 한개를 더해 별 네개를 달아둔다.

다만, '요네스 뵈'의 이름은 지우고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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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8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익숙한 새벽 세시
오지은 지음 / 이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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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책들의 할 말 많은 리뷰를 뒤로 넘기다보니, 미루다가 아예 안 쓰게 되어 버린다. 이 책도 그 중 하나.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지만, 저자가 마음을 다해 내놓고, 고치고, 또 고친 이야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건 나처럼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독자에게도 와닿기 마련이다.

 

'익숙한 새벽 세시' 는 가수 오지은의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거리를 걷고, 또 친구를 만나고, 많이 웃는 하루를 보내도

오늘도 나는 잠 못드는 이미 익숙한 새벽3시 ]]]

 

내게도 익숙한 새벽 세시여서, 새벽 세시에 리뷰를 써볼까도 했으나 (그럴리가)

저자에겐 잠 못드는 새벽3시인데, 나에게는 좀 일찍 열두시 즈음 잠들면 깨어나는 시간이 새벽 3시이다.

3시를 기점으로 2시 55분에 일어나더라도 아, 더 자야하는데 싶고, 3시 1분에 일어나더라도 아, 잘잤다 싶은 그런 기점이 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내게 익숙한 새벽 3시.

 

아, 물론 이 책은 새벽 3시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노래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 싱어송 라이터 오지은이 짐을 싸서 일상을 탈출하고(라고 쓰면 뭔가 되게 흔해보이지만, 흔한 이야기 맞다) 자신을 돌아보고, 기록하고, 책을 읽을 독자, 그녀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그런 책으로 보면 될까.

 

그녀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이다 상처 받고 다시 겉으로 웃으며 쓴 글을 다 뒤엎고, 다시 상처를 받더라도 속을 내보이는 글을 마음을 다해 쓰겠다고 다짐하고 쓴 글들이다. 어떤 글을 쓰던지간에 자기검열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특히나 책으로 내보이는 글은 더욱 그럴텐데, 이 예민한 아티스트가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괜찮아, 그런데, 안 괜찮아. 아니, 괜찮아. 괜찮지 않은가. 하는 그런 불안함의 줄타기를 지켜본다.

 

두번째 책이라고 하는데, 세번째 책이 기대된다.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이고, 좋은 글을 써낸 저자라는건 알았다. 세번째 책에서는 독자로서도 더 그녀의  글쓰기에 익숙해지고 (저자가 그런걸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가 이상한건 아는데, 본업 가수의 글을 읽는다는 것의 편견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아서, 그런거 없이 순수하게 글로 더 즐기고 싶은 마음)

 

[[[샤워를 하고 좋아하는 향기의 로션을 천천히 바르고

요즘 제일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 나아질까 ]]]

이 책을 읽는 중에 애인하고 다툰 일..은 아닌데, 애인이 혼자 찔려서 고백 메일을 보낸적이 있다. 답장에 이 책에 있던 구절을 옮겨 주었더랬다. 북플에는 인용 표시고, 색깔이고 안 나오니깐 인용은 앞으로 [[[   ]]] 를 사용할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열기 싫은 상자를 계속 열어나가는

고통의 반복일지도 모르겠다.

 

상자를 열었다.

지금까지 해온 실수가 나왔다.

못난이가 나왔다.

 

그래도 계속 열어나가면

무리하지 않는

단정하고 확실한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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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 2016-05-02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지은 2집의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해서 자주 들었는데 같은 제목으로 책이 나왔군요. 뮤지션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글 읽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 지 걱정되긴 하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하이드 2016-05-03 10:34   좋아요 2 | URL
좋아요. 오래오래 고민하고, 솔직하게 짜내고, 덜어낸 이야기라는게 느껴졌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하나 지음 / 김영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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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뭔가 맘에 안 들어서 뭐가 맘에 안들까를 계속 생각하며 읽다보면, 이건 괜찮네 싶은 것들도 한번씩 나오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글을 위한 글같은 느낌 (많은 인용구와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는데, 그게 썼다. 는 느낌이 아니라 '채웠다'는 느낌이라서) 과 다양한 주제들을 너무 가볍게 소비하고 있는 느낌. (감옥, 꼭 한 번 가볼만한 곳.에서 신영복 선생님이나 빅터 프랑클의 이야기를 너무나 얄팍하게 가져다 쓰고 있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마나 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온다. 90년대 '아침 편지' 같은 느낌. 길지 않은 챕터에 많은 예시들을 들려고 이것저것 다 갖다 넣고 있는데, 어수선하다. '맛있는 팥빙수의 비법'에서는 네루다의 시구로 시작해서 팥빙수, 홍대앞 미카에, 팥빙수 만드는 순서, 익숙한 순서를 바꾸는 영화 '박하사탕', 영화 '메멘토',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먼, 이명박, 영국사람들의 밀크티 만드는 순서( 조지 오웰, 왕립과학협회, 왕립물리학협회) 라면 먹을때 스프 먼저,재킷이나 코트 위에조끼 입는 스타일 .. 이것이 두 장에 나온다. 잘 버무린 글들이 아니라, 피로감을 주는 그냥 가져다 놓은 글들.

 

츤데레를 둘이 있을때만 잘해주는, 혹은 나중에 잘해주는 캐릭터라고 적어두었는데, 그거 아냐. 이런식으로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글로 쓰면, 와닿지 않을 수 밖에.

 

카피라이터인 저자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는 좋았다. 이건 아마 본인 분야라 잘 알고, 고민해온 이야기여서 좋았겠지. 아, 그리고, '엉덩이 의자'라는 것을 발견해서 제주에서 풀 뽑느라 정신없는 엄마에게 추천해줄 수 있었다.

 

옛날 이어령 칼럼 읽는 기분의 뭐뭐 해라. 뭐뭐 해야 할 것이다. 정도는 아니지만, 미묘하게 뭐뭐해라. 는 느낌을 읽는 동안 받아서 그닥 상쾌하지 않았다. (취해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취해라. 정신승리해라. 인생은 달리기도 속도도 아니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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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4-1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0
 
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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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고양이, 제목은 후와후와

글은 무라카미 하루키, 그림은 안자이 미즈마루

 

뭐, 다른 리뷰가 필요할까 싶다.

 

나는 온 세상 고양이를 다 좋아하지만

지상에 사는 모든 종류의 고양이 중에서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가장 좋아한다

 

고양이를 예찬하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책이다.

고양이의 온기, 고양이의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털,

고양이의 숨결, 고양이의 시간

 

고양이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느낄법한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시처럼 말하고 있다.

 

맺는 말도

 

그런 이유로 지금도 나는

세상에 사는 모든 고양이 중에서,

누가 뭐라 해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가장 좋아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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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1 10: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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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pb9502 2016-04-1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신청할께요. 방법을 알려주세요~

2016-04-11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pb9502 2016-04-11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연서초등학교 1학년 4반 박지영

으로 보내주세요.

6만원 입금할께요. 기대 됩니다~

2016-04-11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11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4-11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편의 시처럼 느껴졌습니다^^

pb9502 2016-04-1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시 연제구 연산동 연서초등학교 1학년 4반 박지영

01047078640

교실로 보내주세요.

이번 주 마감은 지나버렸네요. 다음주 것은 받을 수 있게 6만원 입금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4-12 1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