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수전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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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 장편은 늘 너무나 재미있고, 여운 또한 길다. 등장인물은 악역이고 조연이고 다 흥미진진하며, 심지어 `괴수` 가 나오는데, 그마저 매력적인 것. 670페이지를 그야말로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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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강
차이쥔 지음, 허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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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늘도 잿빛이고

길도 잿빛이다

집도 잿빛이고

비도 잿빛이다.

 

죽음이 잿빛 속에서

두 아이가 지나간다

하나는 선홍생

하나는 연녹색

 

중국 현대시인 몽롱시파 구청의 시로 시작해 구청의 시로 끝난다. 구청을 찾아보니 이 사람 인생이 또 한 편 추리소설(뉴질랜드 이민 가서 아내를 도끼로 죽이고 자살)같다.  

 

중국 추리소설의 붐으로 번역된 책이 아닌가 싶었는데, 굉장히 다양한 문학 레퍼토리들이 들어 있어서 재미있고, 아쉬웠다. 아는 만큼 본다고, 중국 문학에 대한 레퍼런스가 거의 제로였던지라.

 

이 책을 읽을 즈음 대만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책 속에 ' 저기가 장애령의 생가야' 라는 문장이 한 줄 나오는데, 그 날 들은 수업에 대만 여성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중국의 여성 문학가 장애령 이야기가 나왔다. 주인공이 듣는 장국영의 노래 '나'의 가사들 보며 익숙한 이름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대만과 홍콩,중국을 각각 다른 나라로 생각했는데, 대만 역사에 대한 수업을 겉핡기로라도 듣고 보니,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에 따른 감정과 지역에 대한 희노애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사회파 추리소설로 진지하게 주제를 잡아 비판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디테일하게 나와 있다.

추리소설적인 면도 나쁘지 않은데 (640여페이지도 만만찮은 분량) 독특한 소재인 '환생'을 되게 평범하게 있을법한 이야기처럼 그리고 있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들.

 

사람이 죽으면 귀문관을 지나 황천길로 가는데 그곳에 망천수가 흐른다. 망천수 위 나하교를 건날 때 맹파라는 노파가 주는 탕을 마시면 전생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다. 만약 맹파탕을 마시지 않고 인간 세상에 환생하게 되면...

 

대단한 집안의 약혼자로 인해 미래가 승승장구인 똑똑하고 잘생긴 젊은 교사 선밍이 불륜관계로 소문이 난 여학생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고 모든 것을 잃는다. 모든 것을 잃은 선밍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죽이고, 학교 근처 '마녀구역'으로 이름난 폐허에서 그 역시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선밍이 죽을 즈음 태어난 쓰왕이라는 소년.

 

사랑과 복수, 야망과 욕심이 전생에서 현생으로 얽히고 얽힌다.

 

여러모로 꼭꼭 씹어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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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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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흰 것은 고양이, 고양이 말로, 안 흰고양이의 하얀 양말, 흰 종이, 눈, 흰 칼라꽃, 흰 셔츠, 흰 그릇, 글을 쓸 목록 거리로는 재미 없다. 작가 한 강의 흰 것드은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처음 읽어보는 한 강의 책이다. 아직 다른 책들은 대기중이지만,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머지 책들을 읽으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예쁘고 섬세한 문장들을 쓰는 작가구나 싶다. 차미혜 작가의 희거나 덜 희거나 희지 않은 사진들이 함께 한다. 잘 어울리는 콜라보이다.

 

짐을 정리한 다음날 흰 페인트 한 통과 큼직한 평붓을 샀다. 도배를 하지 않은 부엌과 방의 벽에 크고 작은 얼룩들이 보였다. 특히 전기 스위치들의 주변이 까맸다. 혹여 페인트가 튀더라도 눈에 띄지 않도록 연회색 트레이닝복에 낡은 흰 스웨터를 걸치고 칠을 시작했다. 깔끔하게 마무리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얼룩이 지더라도, 흰 얼룩이 더러운 얼룩보단 낫겠지. 그렇게 무심한 자마음으로 더러운 자리만 골라 붓질을 했다.

 

앞서 만들었던 목록대로 차근차근 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쌓아간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내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 태어난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아기. '달떡처럼 얼굴의 힌 여자아이'

언니가 되었을 수도 있고, 아기가 죽어 내가 태어났을 수도 있는 얼굴이 달떡처럼 흰 아이.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희어 보인다.

어렴풋한 빛이 어둠 속에서 새어들어올 때, 그리 희지 않던 것들까지도 창백하게 빛을 발한다.

 

어둠 속에서 흰 몸 위에서 유독 까매 보이는 애인의 손을 떠올린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는 늘 흰 몸과 까만 손이 신기하다.

 

몇 년 전 대설주의보가 내렸을 때였다. 눈보라가 치는 서울의 언덕길을 그녀는 혼자서 걸어올라가고 있었다. 우산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었다. 얼굴로, 몸으로 세차게 휘몰아치는 눈송이들을 거슬러 그녀는 계속 걸었다.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었일까, 이 차갑고 적대적인 것은?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

 

가장 더운 여름이 예고 된 6월 중순의 초입, 웃통을 벗고, 까만고양이 한마리와 흰 고양이가 한 마리 자고 있는 고요한 일요일 오후, 흰 것에 대한 책을 두번째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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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서툴렀다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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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쇼와시대가 끝나갈 무렵, 난 도쿄 코엔지 어귀에 있는 2평 남짓 하는 방에 몸져 누워있었다.

아아,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그때 문득 옛날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오자키 호사이의 글귀가 떠올랐다. 

기침을 해도 나홀로.

그 글귀가 뼈에 사무쳤다. 그래서 병이 나은 뒤론 호사이를 모방한 글귀를 짓게 되었다.

그 글귀가 생각난 건 그날 새벽녘이었다. 그건 그 당시에 하던 광고 제작 업무를 통해 통감한 나 자신의 서툰 처세술과 요령이 없어 먼길만 돌아온 그때까지의 인생을 말로 표현한 것이었다.

날 때부터 서툴렀다.

 

이거 어디서 읽은 이야기들인데 싶었더니, 아베 야로의 <술친구 밥친구> 에 나왔던 가족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1권인걸 보니 더 나오나보다. <술친구 밥친구>가 만화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여서 서운했었다. 이 책은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만화여서 반갑나? 여튼, 만화가 재미있다. 아베 야로의 둥글둥글한 그림들 보는게 좋다고.

 

읽었던 이야기들이지만, 만화로 보는 것이 역시 좋다. 엄마 이야기가 제일 생각난다. 맨날 꽁나(꼴지)만 하는 무녀리(약골) 아베 야로. 운동회를 제일 싫어했는데, (이 맘 나도 너무 잘 알고)  엄마가 운동회에 함께 가서 달리기 하는 장면 되게 멋있었다. 아마, 우리 엄마도 운동회 와서 달리기 했으면 엄청 잘 달렸을텐데 싶다.(프로 선출이니)

 

일본 어린 꼬마 이야기를 최근에 어디서 읽었더라, 아, 사노 요코의 <자식이 뭐라고>에서. 화자도 다르고, 한쪽은 만화고, 한쪽은 에세이, 만화쪽에 더 다양한 가족들도 나오지만, 지금은 어른인 일본 남자 어린이 시절.을 그리고 있어서 익숙한 느낌이 든다.

 

꽁나에 무녀리. 부족함이 계급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철봉에서 거꾸로 돌기에 성공하는 걸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시절이었다. 지금 시대에 날 때부터 서투르다면, 옛날보다는 많이 힘들겠지. 하는 생각도 했다. 심야식당도 좋고, 귀파주는 이야기도 좋지만,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날 때부터 서툴렀다> 같은 좀 더 긴 이야기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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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6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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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심야식당>인 것 같다. 몰아 보는 것보다 오랜만에 보는 편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기 보다는 <심야식당>을 읽는 당시의 내 마음상태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뭔들.

 

수면사이클이 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애인말로는 내가 하기 싫은게 있으면 잠을 많이 자버린다고 한다. 그런가?

하기싫은게 있으면 잠을 안 자기도 하는데. 다음날이 되는것이 싫으니깐. 근데, 나는 그 단계를 넘어 버려서 깬 채로 다음날을 맞이하기 일쑤다.

 

밤에 안 자고 낮에 자는 타입도 아니고, 잘 수 있을 때 자고, 한 번에 오래 못 잔다. 여튼, 밤에는 깨 있는게 좋다.

낮에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지만, 밤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잠이 안 오면 안 자고, 잠이 오면 잔다. 하지만, 밤에 적당히 자야 건강하게 오래 사는데 좋겠지.

 

그런 밤에 사람들이 찾는 곳이 '심야식당'

 

밥을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심야식당에는 '밤'과 '밥을 주는 사람' 이 있다.

단골들, 뜨내기들 다 있는데, 음.. 나는 그냥 밥만 먹고 싶을 것 같다. 어느 밤은 뻘소리도 하고, 속에 있는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또 밥만 먹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는 것 같은데, 결국은 사랑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야기들. 거기서 외로움도 나오고, 그리움도 나오고 그런거.

예전에는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먹다 보면 먹고 싶은 것이 잔뜩이었는데, 요리는 별로 안 보게 된다. '매운 곤약 볶음' 은 좀 먹어보고 싶다. 곤약을 고추와 볶아서 찐다고 하는데, 양파,대파,고추,마늘,간장,물엿을 넣는 것인가? 네이버에는 고추장이 들어가는 레시피가 많이 나와 있지만, <심야식당>에 나온건 그런건 아닌 것 같았어. 아, 생각을 넣으면 일본풍.이라고 하는데, 생강 넣으면 비슷하려나.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냉동귤도 궁금하다. 이 시리겠지만. 여름이니깐, 오렌지라도 사서 얼려볼까.

아니, 나는 복숭아가 먹고 싶다.

 

처음 심야식당을 읽었을 때는 심야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다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고, 지금은 그냥 다 보통으로 여겨진다. 많은 것이 나빠지고 있지만, 좋아지는 것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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