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증인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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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마이클 코넬리의 신간이고, 더 오랜만에 나온 미키 할러이다. 

코넬리의 책은 해리 보슈 시리즈가 더 많이 나왔고, 더 인기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키 할러 시리즈도 쌓여 가면서 점점 더 존재감과 무게감을 쌓아가고 있다. 보슈 아마존 드라마보다 매튜 매커너히가 나온 영화가 더 인상 깊기도 했고. 


미키 할러가 악당들의 변호사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제대로 법정물인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흥미진진한 법정스릴러다. 

마이클 코넬리는 일단 기본적으로 책이 두껍고, 이야기가 재미있고, 캐릭터가 멋있음. 가장 별로인 책도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있으니, 읽어 후회 없는 작가인데, 그 중에서도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만나면, 신이 난다. 


이번 책의 미키 할러의 활약을 보면서 내내 김연아의 광고를 떠올렸다. 불안한 마음들을 연습으로 하나씩 지워나가 완벽만 남기는 것. 변호사 업무에 대한 효율적이고, 과감하고, 능력 있는 미키 할러의 일처리를 보면, 일 잘하는 사람 보며 생기는 평온함이 생기게 되고, 중간 중간 빛나는 일에 대한 그만의 도덕감과 인간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불경기가 되어 범죄자들이 변호사도 못 쓰게 되고, 미키 할러는 가난해져서 민사에 손을 대게 된다. 가장 핫한 부동산 압류에 뛰어들게 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한 중간의 이야기이다. 사회성 있는 소재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져 사회파 소설이 된 건 아니지만, 읽는 내내 나쁜놈들과 더 나쁜 놈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키 할러, 그냥 죽지 않는다. 형사 소송만 하던 그가, 돈 안 되는 민사에 뛰어들면서, 대상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싫고, 변호사 백화점에서 신참 변호사도 구한다. 일의 다른 어떤 가치보다 '실질적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형사 변호때와 같다. 


하지만, 그가 맡은 부동산 가압류 사건 중 하나가 형사 소송이 되어 버리는데.. 

교사였던 리사가 은행 부지점장을 살해 했다고 기소되게 되고, 사건의 핫함을 감지한 미키 할러는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에 대한 저작권을 계약함으로써 수임료를 받고, 이익을 챙기고자 한다. 


리사가 너무나 진상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마저 일의 일부이니깐, 그의 팀과 재판 전략을 세워 나가고, 검사측과 싸우는 모습들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이 책의 메인 스토리로 나오는데, 굉장히 재미있다! 


책이 정말 무겁고, 페이지수도 많지만, 지루한 구석 한 군데도 없고, 결말도 그럭저럭 맘에 든다. 

다만, 책 마지막에 '변하겠다' 며 (지금도 좋은데!) 새로이 한 결심으로 다음 편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오는건가 싶고, 사실, 그 모습이 별 기대가 안 되어서, 다음 권 벌써 재미없긴하다. 하지만 재미있겠지. 


이전편 안 읽어도 상관없다. 

시리즈 물이니깐, 읽으면 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미키 할러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캐릭터의 성장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캐릭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진행고리가 좀 약한 면이 없지 않아, 그냥 읽고 싶은 편은 읽어도 별 지장 없다. 

 

여름 휴가 때 들고 가 후회하지 않을 보험같은 책이 여기 있다네. (짐은 좀 무거워 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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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1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겠어요 ㅎㅎ

하이드 2017-07-19 15:10   좋아요 0 | URL
사십쇼. 근데 엄청 무거워요
 
고양이처럼 생각하기 - 행동학에서 본 고양이 양육 대백과
팸 존슨 베넷 지음, 최세민 옮김, 신남식 감수 / 페티앙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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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책들 나오면 대충 다 읽어보는 편인데, 딱 이거다 싶은 책들은 많지 않다. 이 책에서는 이런 점은 좋지. 정도? 

이 책 처음 나왔을 때 대충 목차만 훑어보고 말았는데, 이제야 제대로 읽어봤다.  아, 이거 나와 고양이들의 인생묘생 고양이 책이었다.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는 완전히 다르다고 한다. 개는 맹목적이고, 고양이는 독립적이라고. 개는 혼자 두면 우울증 걸리고,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에 반박해, 아니다, 고양이도 우울해 한다. 사람과 함께 있는 것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의 만능대답인 '개묘차'가 있지요. 고양이마다 다르지요. 가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고양이를 숭배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기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책에도 나온다. 고양이 보호자들에게 필요한건 딱 두가지라고. '사랑'과 '인내심'. 대부분의 보호자가 전자는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후자는 부족하다고. 


개사람과 고양이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수의사들도 마찬가지이다. 동네 동물병원 원장님은 누가 봐도 개사람이고, 본인 스스로도 개파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 행동학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해주신다. 고양이도 병원에도 자주 가고, 밖에도 나가보고 해서 사회화되어야 한다고. 그 때는 개사람이라서 사회화에 관심 많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시간 지나면서 보니, '사회화'는 생명에 직결된 중요한 것이다. 


말로는 4개월령까지 부모묘, 형제묘들과 함께 자랐고, 나에게 왔다. 보통 2-3개월 정도면 데려오는데, 한 달이나 더 있다 데려온 셈이고, 페르시안의 성격이 느긋한 점도 있겠지만, 안정적인 새끼냥 시절을 보내서 별 탈 없이 건강하고 무난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리처는 4개월령에 버려진건지, 구조된건지, 내가 다니는 동물병원에 오게 되었고, 동물병원에서 임보하며 분양하고 있었는데, 입질이 너무 심해서, 혹은 병원에서 분양 조건으로 중성화, 혈청검사 등등을 달아 두어서? 혹은 검은 고양이여서? 여튼, 특이한 폴드 믹스에 올검에 호박색 눈임에도 불구하고, 몇 달이나 입양되지 않다가, 내가 동생 제주 가자마자 머릿수 하나 줄었다고, 냉큼 데려 온 케이스로, 병원에 4개월 정도 있었기에, 병원 당연히 익숙하고, 사람들에도 익숙하다. 말로도 리처도 어디 데려다 놓아도 지 자리 찾아서 느긋하게 드러눕는 녀석들이고, 낯선 사람 따위 겁내지 않는 덕분에, 무심한 집사지만, 무던하게 아이 둘과 지낼 수 있었다. 


집사 10년차인 나에게도, 초보 집사에게도 필요한 내용들이 빼곡히 나와 있는데, 서양권 고양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상황에 좀 안 맞는 이야기들도 많지 않고, 저자가 명확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 '산책냥은 위험함', '발톱 제거 수술은 학대'(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라서), '중성화 수술 해야 함', '아프면 동물병원' 등이 내가 생각하는 부분과 잘 맞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의 선택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사례 들어 이야기해 준다. 굉장히 디테일하게 모든 부분을 커버하면서도, 같은 볼륨의 비슷한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사전적 나열이라 지루하지 않고, 고양이 정말 좋아하고, 오래 키운 수의사 친구가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같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의 모든 부분을 읽고 또 읽어 내 것으로 만들 것이지만, 내가 즉각적으로 반성한 것, 해야 겠다고 생각 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고양이 놀이와 이름 부르기. 고양이 이름 불러서 오게 하기를 가장 중요한 훈련이라고 했는데, 고양이는 부른다고 오는 동물 아니잖아? 그리고, 그걸 또 매력처럼 소화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훈련에 대한 방법들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모든 훈련의 방법은 같은 원리 이므로, 책을 보면 '인내심'을 가지고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훈련은 훈육이나 강압이 아니다. 보호자와의 유대감을 높이고, 안전하고, 몸의 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것. 이름 부르면 오기. 를 훈련 시키면, 위험한 상황에서, 고양이가 집을 나갔을 때, 이름 불러서 오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양이를 데리고 나가야 할 재해 상황은 흔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불러도 안 오는 고양이.라면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다. 집 나가는 고양이는 매일 매일 너무 많이 보고 있고.. 


고양이와의 상호작용 놀이에 대해서도 반성하고, 놀아주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이 되었지만, 야생성이 남아 있는 고양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놀이는 보호자와의 유대감은 물론, 고양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집고양이인 경우, 움직이게 하여, 몸건강, 정신건강에 모두 좋다. 단 5분이라도 꾸준히 매일 놀아 주는 것이 좋은데, 하루에 두 번에서 세 번. 아침에 출근 전에 놀아주면, 고양이들은 사냥(놀이)의 만족감에 하루 종일 자다 깨다 하면서 보호자를 기다린다. 집에 와서 또 놀아주고, 매우 활발한 고양이가 있다면, 밤, 새벽 우다다를 방지하기 위해 자기 전에 놀아주는 것도 좋다. 


앞으로 해야겠다 생각한 것들도 많지만, 고양이 CPR 배워두고, 말로가 더 나이 들기 전에 정착할 수 있는 집을 찾아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며칠 전에 나는 굉장히 불안한 정신상태였고, 나쁜 생각이 들었지만, 집에 있는 두 고양이 생각하며, 속상해 했고, 급기야, 말로랑 리처 나이 들어 죽으면, 나도 그 때 죽어야지. 까지 갔지만, 이십년은 더 살테니, 의미 없어져서 그냥 그렇게 마음 가라앉혔다는.. 4개월부터 매일을 함께 해 온 말로는 이제 열 살이고, 나는 십년의 방황을 했고, 앞으로는 이 아이가 나와 함께 하는 동안 행복하고, 편안할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제목이 이 책의 주제이다. '고양이처럼 생각하기' 나는 그렇게나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도,  말로 입장에서, 리처 입장에서 뭔가를 생각하려고 노력조차 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고양이 행동학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는 책 한 권 읽고, 어렴풋한 정도이지만,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 새로운 관점을 주는 책이었고, 그건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하다. 


누가 고양이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이제 일단 이 책 읽어보시라 추천해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과 보호자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기를. 일단 나와 내고양이들 챙겨야지. 


내가 요 며칠 캣시터 하는데, 캣시터 하는 집의 냥님들과도 상호작용놀이를 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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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책방
기타다 히로미쓰 지음, 문희언 옮김 / 여름의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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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책계의 이런 기획들은 놀랍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기획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그 내용이 알차서 성공하는데에 토양이 될 일본의 책문화가 정말 부럽다. 


이 책은 워크북 형식으로 네가지 과제를 가지고 '책방의 방식'을 생각해보는 책이다. 

1장인 '정의하다'에서는 책방의 정의를 생각한다. "책을 파는 것만이 책방의 일이 아니라는 전제"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 했다. 2장인 '공상하다'에서는 이런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상이으로 '앞으로의 책방' 을 위한 힌트를 찾는다. 3장 '기획하다' 에서는 새로운 책을 파는 방법으로 과거 기획했던 기획 사례들로 독자에게 책을 전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여기 나온 기획들 중에 낯익은 기획들 있는데, 이 책에서, 그러니깐, 일본 서점계 이벤트에서 가져온거구나 싶다. 하지만, 서점계 주도 이벤트와 출판사 주도 이벤트의 차이는 작지 않다. 일본의 책소비자와 우리나라의 책소비자도..  4장 '독립하다' 에서는 서점 근무 경험을 살려 독립한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 있다. 


책방의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 이 책을 통해서 '책방'이라는 삶의 방식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깊어지고 또한, '앞으로의 책방'의 본연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길 바랍니다


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책방'이라는 삶의 방식이라는 말이 너무 멋져서 몇 번이나 되뇌었다. 책방이라는 삶의 방식.이라니. 


책과 책방에 대해 맘적으로 친구, 가족, 애인, 스승, 멘토, 테라피스트, 등등 모든 역할을 다 맡기고 있는지라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감정이입해서 읽게 되는데, 잘 쓴 전문가의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책, 책방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 일에 대해서도 쉽게 대입되어 교훈과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생각하기 전에 움직여라'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사실 저도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자주 생각에 빠지거나 몰두하는데, 생각하느 ㄴ시간을 첫발을 내딛는 데 사용하면 뜻밖에도 길은 열립니다. 무리라고 생각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각오는 중요합니다. 물론 따끔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경험으로 여기고 다음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생각만 많아서 뭔가 하면 될 것 같은 나를 위한 따끔한 일침 되시겠다.


편리함만이 가치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서점계도 아마존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갈리는 것 같은데, 끊임없이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주문하고 다음 날 바로 도착하는 편리함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무언가가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파는 것보다, 책과 사람의 만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라고 말하는데, 


이부분이 좀 신기하다. 출판계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 다들 책 읽는 것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 아니면, 내가 아는 출판계 사람들만 그런 것일까?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파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저자만 하더라도 '책과 사람의 만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 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지 않는가.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긴 해야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원하는 건 '책방의 현장에서 무엇을 하기 보다 책방에 가지 않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 그런 기획들이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책에 흥미를 갖게 할 것인가, 책 마니아을 많이 늘리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고 하는데, 중요하다. 중요한 부분이다. 일회성 이벤트건 꾸준한 이벤트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벤트로 책을 더 사게 하는 것도 좋지만, 책 마니아를 늘리는 것이 물론 당연히 중요하고, 이건 책방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 출판사, 서점, 도매, 도서관 등등 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로 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한국 SF 시장의 고정 고객은 3천명이고, 이 3천명이 책 나올때마다 사니깐, 그럭저럭 SF 시장이 돌아간다고 들었다. 근데, 이 SF 마니아 두 명이 결혼을 한거라. 결혼해서 책장을 합치고, 책 두 권 사던거 한 권만 사게 되고, 그래서 2,999권만 팔리게 되어 한국 SF 시장이 망했다더라. 라는 우스개 소리가 우스개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사라는 법 있나,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특정 책을 한 권만 사는데 (나처럼 똑같은 책 산지 모르고 두 권, 세 권 사람도 극히 일부 있겠으나) 선물로의 책은 똑같은 책도 몇 번이나 같은 책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선물용으로의 책 관련 기획들도 눈에 띈다. 책선물이 어렵다. 책선물 하지 않는다. 라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건, 선물하기 얼마나 좋은데. 나 완전 잘할 수 있는데. 


책과 잡화를 함께 파는 경향도 강한데, 이건 요즘 우리나라 서점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일본처럼 자리잡으려면,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책 추천, 책 액자, 책 처방, 생일 책 등등 기발한 기획들이 많다. 아까 우리나라 출판사들에서 몇가지 시도했었다고 했는데, 성공했...는지는 얘기 안 할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Title 책방주인 쓰지야마는 말한다. 

"리틀 프레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평 일을 드문드문 받고 싶다든가, 카페에 책을 골라주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가만히만 있으면 힘들다고 생각하니까 책과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쓰고 만들고, 다른 장소에서 하고, 그 정도밖에는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이 책 읽으면서 딱 하나 거슬렸던 것은 인터뷰한 사람들이 효율성이 없는, 돈보다 중요한, 즐거운, 천천히 하고 싶은, 등등의 생활감 없는 말들을 많이 했던 것이다. 심지어 투잡인 경우도 많음. 하고 싶은대로 하면, 네, 좋겠지요. 하지만, 월세는 어떻게 내지요? 월급은 어떻게 주지요? 생활비는요.. 하고 나 혼자 묻고 있더라는.


역시, 일본도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보람과 즐거운 일에 대한 신념이 굳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런 기획에서 굳이 생활감을 드러내며 공감을 살 필요는 없었겠구나 싶긴 하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인터뷰를 옮겨 본다. 책방 프리랜서?!인 구레씨의 인터뷰다. (북카페나 책방에 책 어레인지해주고, 교육해주는 그런 일을 한다) 


책방에 간다는 체험이 그 사람에게 있어서 일상에서 조금씩 멀어져 자신의 시간을 갖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느낌의 고독감이라고 할까, 독립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조용한 책방'을 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도 나온다. 2만여 장서를 가진 사람, 책방을 하는건 아니지만, 책방만큼 책을 가지고 있고, 책 위주로 살고 있으면 그것 또한 책방 아니겠냐고. 2만권까지는 택도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만으로도 충분히 나만의 책방을 만들고, 내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조용한 책방인 셈이다. 내 책방에는 고양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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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네의 끝에서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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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부터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이 나올때마다 깊이 공감하고, 그것이 그 시절의 인생의 화두가 되었다. 

'듄'이 나왔을 때 분인이 그랬고, 이번 '마티네의 끝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다. 


연애 소설이다. 세계적인 감독의 딸이자 기자인 요코와 천재 기타리스트 마키노의 사랑 이야기. 

첫 눈에 반했을 때 이미 요코에게는 대학때부터 알아 온 리차드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요코는 파리에 살고, 마키노는 도쿄에 산다.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만난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과 맞는 서로를 만났음을 예감하지만, 그들의 현재는 사랑하거나, 주저하거나, 흘려버리거나, 담아두거나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보다 센 것은 마음이라 충분히 센 마음은 그 둘이 서로를 위한 하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사랑한다고 해서, 그 들이 마흔의 나이까지 달려온 레일이 순식간에 합쳐지거나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자신이 깔아온 레일이 지나는 역들을 지나쳐야만 한다. 요코는 이라크에 파견 나가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고 PTSD를 겪게 되고, 마키노는 천재의 삶을 살아오다 슬럼프를 맞게 된다. 자신 인생의 돌부리, 아니, 돌부리라기엔 더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되지만, 서로와 함께인 것이 마냥 좋고, 서로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그것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그들의 서로를 향한 인생의 방향이 크게 엇갈리게 되었을 때, 책을 읽다가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되는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인생이 거기서 책 덮듯이 멈춰지는 것이 아니다. 지지부진하게 각자의 삶으로 흘러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서로를 몰랐던 때의 삶에서, 이제 어딘가에 자신을 더 이상 고독하게 만들지 않을 인생의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일 것이다. 알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요코씨를 사랑해 버린 것도 내 인생의 현실이죠. 

요코 씨를 사랑하지 않는 나는 이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이에요.


사랑하는 것이 현실이고, 사랑하지 않는 나는 비현실이다.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서, 그래.. 여기까지는 잘 됐네. 잘 됐어.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크게 타격을 주었던 그것은, 그들의 사랑을 허비하게 만든 걸까, 그들을 성장시킨 걸까. 


"인간은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이라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미래가 과거를 바꾸고 있습니다. 바꿀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고, 바뀌어버린다고도 말할 수 있죠. 과거는 그만큼 섬세하고 감지하기 쉬운 것이 아닌가요?" 


그들의 미래는 그들의 과거를 바꾼다. 내가 지금부터 할 일들, 즉, 미래가 나의 과거들을 바꿀 수 있다. 

거칠게 말하면, 성공한 사람이 고생스러웠던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고생스러웠던 과거를 지금의 성공을 위해 필요했던, 지금의 성공을 만들어 낸 무언가로 바꾸어 버리는 것. 


과거는 선택적으로 기억된다. 즐거웠던 순간을 '박제' 한다고 하지만,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수 없는만큼, 어떤 것을 액자에 담을지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의 내가 하게 되고, 미래의 내가 바꿀 수 있다. 사랑하는 나로.. 


행복이란, 매일매일 경험하는 이 세계의 표면에 관해 함께 이야기할 사람의 얼굴이 또렷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으로 내준 1엔짜리 동전이 돌돌 말린 영수증에 튕겨 날아가도, 평소보다 더 심하게 이어지는 시차병 때문에 새벽에 산책하러 나가 불타는 듯한 오렌지 빛으로 물든 지평선을 목도해도 마키노는 그것을 요코에게 얘기하고 싶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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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군 2017-06-18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 인줄 알았네요 ㅎ
 
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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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배경인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뒤르 시리즈를 워낙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냐면 작가 이름이랑 주인공 이름을 외울 정도로! 미스터리 팬들에게 워낙 평이 좋은 시리즈이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정말 오래간만에 나온 <저체온증>의 평이 유독 좋았던 것은 시리즈에 대한 애정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다 읽고 나니 알겠다. 


기존 작품들이 전자책으로라도 나와주면 좋겠지만, 이 작품만 읽어도 무리 없이 좋은 작품이다. 

에를렌뒤르에 대해 내가 쌓아 온 애정은 지금 이 책에서 최고점을 찍긴 했지만, 이 작품으로 에를렌뒤르를 접한다고 해도 좋은 작품이라는 말이다. 


몇 가지 이야기가 에를렌뒤르를 중심으로 동시에 진행 되는데, 하나는 에를렌뒤르 본인의 가족 이야기. 이혼하고 십년이 넘게 보지 않았던 전부인과 딸과 아들, 부인이 아이들을 못 보게 했고, 이 전시리즈 어디에선가 딸도 아들도 알콜 중독에 마약 중독으로 사건이 나왔고, 여기에선 회복중이지만, 여전히 불행한 걸로 나온다. 자식을 돌보지 못한 죄책감과 아이들, 그 중에서도 큰 딸의 회복을 바라는 마음에 용서를 구하고, 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실종된 아들에 대한 단서가 있냐며, 에를렌뒤르를 꾸준히 찾아오는 노인, 그런 그에게 늘 똑같은 답밖에 못 주지만, 성실히 노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노인이 폐병으로 이제 죽을 날을 받아놨다며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다. 전혀 단서 없이 실종된 아들의 미결 파일을 꺼내서 보던 중, 그 시기에 전혀 흔적 없이 사라진 다른 실종자가 있음을 알게 되고, 오래된 사건을 재조사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중심되는 이야기는 마리아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호수에서 마리아와 엄마가 보는 중에 빠져서 사망하고, 엄마와 강한 애착관계로 지내다 엄마마저 암으로 죽게 되고, 마리아 마저 자살하게 된다.(이것이 작품의 시작) 누가 봐도 자살인 현장을 마무리 했는데,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가 에를렌뒤르를 찾아와 마리아의 자살에 의문이 있다고 하며 그녀가 영매를 찾아갔던 테이프를 넘기게 된다. 


나쁜 일은 잔뜩이지만, 범죄자는 적고, 그 범죄자의 악랄함 보다는 희생자의 가련함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침울하고 침잠하는 성격의 에를렌뒤르가 가슴에 담은 유령의 정체를 알게 되어 더 이상 침울하고 침잠한 캐릭터로만 볼 수 없게 된다. 


너무나 오래 엉켜 있어서 자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것 같았던 사건, 단순한 올가미 매듭 같지만, 복잡했던 사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아이슬란드 깊은 산 속에 묻혀 버린 사건까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과 현재 진행형 마무리까지 여운이 깊고 길다. 


누구나 자신만의 유령을 떠안고 있다. 그 유령과 함께 가는 것도, 그 유령을 놓아 주는 것도 선택이다. 선택할 수 없는 선택일까? 그럴지도.. 다음 작품이 나와주면 정말 좋겠는데, 몇 년이라도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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