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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곡 2
차미언 허시 지음, 크리스토퍼 크럼프 그림, 김시현 옮김 / 평사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2권에서 랜즈버리홀의 미스터리는 풀린다. 그리고 1권의 많은 복선들이 퍼즐의 조각을 맞추어 간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랜즈버리 홀의 거대한 정문


                                                                           할아버지의 일기장

2권에서는 할아버지의 일기장 속의 탐험기들이 더욱 더 흥미진진해진다.
그 일기장 속으로 스티븐소년과 함께 빠져들어야 한다. 가슴아프고 슬픈 일도 있고, 즐겁고 기쁜 일도 있다.
많은 의성,의태어가 들어가 있어서 읽는내내 노래하는 기분이다.

                                               아라라 앵무새는 '아라라,아라라 우나요?'


미스터리가 풀리고 나서도 페이지가 많이 남아있다.
해피앤딩에 해피앤딩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까지 다 읽어내고 나니
아쉬워 죽겠다.


                                                           시계꽃( passionflowers) 라고 합니다.

스티븐소년은 식물과 동물을 사랑한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스티븐소년, 그리고 스티븐소년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친구 B, 그리고 그들의 친구가 되는 인디언들까지 다들 식물과 동물을 사랑하고 아낀다. 그 사랑하고 열광하는 따뜻하고 신선한 마음이 책을 읽는내내 느껴진다.


             덩굴로 둘러쌓인 책장 변호사 포슬웨이트씨의 사무실입니다.

바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를 놓지 않는 간만에 보기 드문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함께 읽는 '동화' 이다.
아, 그리고 이 책, 미스테리 맞습니다.


                       책 읽는 내내 나오는 '피쉬앤칩스' 나도 먹고 싶어요 ㅜ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
1권의 첫페이지부터 정신없이 등장하는 꽃이름, 동물이름
원래 이름이 궁금했는데, 2권 뒷쪽에 몇장에 걸쳐 이렇게 잘 정리해 놓았다.

 



                                    표지의 제목은 빤짝빤짝

이렇게 재미있고 잘 만든 긴! 동화를 볼 때, 아, 아직 나는 동심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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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20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펜화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 역시 사야하는군요 -_-;;; 동심의 하이드님 ^^

페일레스 2006-02-21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심 뽐뿌질 매니아 하이드님! 얼쑤~ 나도 질러야지 ㅠ0ㅠ

여기,지금 2007-04-2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쉬&칩쓰는요 별로 맛 없는뎅요 ㅠ.ㅠ 그냥 굵게 썰어서 튀긴 감자와 대구 튀김... 저 지금 영국에 살고 있거든요. 떡볶이와 통닭이 어찌나 먹고 싶은지...
 
비밀의 계곡 1
차미언 허시 지음, 크리스토퍼 크럼프 그림, 김시현 옮김 / 평사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읽는내내 나의 오감이 피곤할 정도로 공격당한다.
흥미로운 저자소개만 보고 덥썩 집었던 책인데, 기대 이상이다.

고아소년 스티븐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언장을 받고 랜즈버리가로 들어간다.
콘월 마을에 있는 랜즈버리가는 세기에 걸쳐 마을의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곳이다.
아무도 없는, 아니 항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랜즈버리가의 영지에서 스티브는 아름다운 저택과 계곡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점점점점 흥미로워진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 자꾸 일어나고, 그 비밀을 풀기 위해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펼치게 된다.
할아버지와 B라는 친구가 아마존을 탐험하는 이야기이다.
아, 이 스티븐소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못 어울리는 내성적인 아이였지만, 동물학, 식물학 등에 관심이 많아서 알 수 없는 식물들과 책에서만 보던 동물들, 때로는 책에도 안 나온 듣도보도 못한 동,식물! 을 만나게 되는 저택탐험자로서 안성맞춤이다.

스티븐소년과 함께 탐험하는 것은 즐겁고 동시에 질투나는 일이다.
때되면 배고픈 스티븐소년이 묘사하는 그 단순한 영국음식들에 읽는내내 침이 고이고,
그가 묘사하는 식물의 푸르름과 생생함. 동물들의 느낌은 그 동안의 독서에서 접하지 못한 자연을 이 허약한 도시의 독자에게 과도하게 퍼붓는다.

지금은 서른이 훌쩍 넘은 아들 니콜라스가 여섯살때 TV에서 아마존 파괴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고 무척 화가 났었다고 한다. 11살에서 12살에 걸쳐 환상의 동물들, 아마존에서 대피해온 동물들, 그리고 아마존의 대변인으로 열대우림을 구하기 위해 모금을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소설을 썼다고 한다. 20년이 다되도록 다락방에서 잠자고 있던 소설의 스토리를 가져다가 18개월에 걸쳐 첫 데뷔작을 썼다.

아가사 크리스티를 만나고 소설을 써야겠다 마음 먹은 것도, 탑모델 출신의 옥스포드에서 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터키산 사냥개 카라바쉬의 고대혈통연구자인 것도 흥미롭지만,

그걸 다 떠나서, 소설 그 자체는 '자연'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힘을 품고 있어서,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불어 넣어준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콘월에 살면서 농사 지으며, 후속작을 쓰고 있는 차미언 허시.

 

아, 각 장에는 크리스토퍼 크럼프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펜화가 수록되어 있다.
자연세밀화를 주로 그려왔다고 하는데, 각장의 예고격의 펜화다. 아름답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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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6-02-19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 사고 싶어 못 견디게 만드는 리뷰를 또 올리셨군요. 찜 들어갑니다.
참아야 하느니라아-

moonnight 2006-02-1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벌써 다 읽으시다닛. +_+;; 저도 근질근질. 너무 재미있겠잖아요. ;;;;

mong 2006-02-2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이거 사야되요? 'ㅡ'
(알면서 확인해 보고자 하는 마음)

하이드 2006-02-2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몽님, 죄송해요. 사야되요.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내 딴지 걸으며 읽었다.
질질 처지는 문체하며, 짜증나게 길어지는 문장들.그리고 별 개연성 없어 보이는 사건의 전개.

‘정오가 가까워질즈음에 거울 앞에서 면도를 했다. 내가 한낮에 수염을 깎는 이유를 얘기하려면, 우선 전전날 밤의 통화 내용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식의 말이 계속 나온다. ‘...를 얘기하려면,...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지지부진하게 반복되고, 되풀이되는 말들은 심지어 돈 드릴로의 ‘화이트 노이즈’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쓴 리뷰에 어떤 식인지 나온다)


주인공이 ‘호라이 클럽’을 조사하게 되는 것도, 갑작스럽다.
헬스클럽에서 알게 된 후배가 ‘ 선배,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평생에 단 한번뿐인 부탁이에요’ 한다고, 덥썩 조사를 하게 되고,이와 같은 별 개연성 없어 보이는 사건의 전개가 소설을 읽는 내내 전체 스토리를 삐거덕거리게 한다. 읽으면서 내내 ‘이게 뭐야’ 하게 되는거.

시애틀즈 베스트에서 공짜커피 먹는 방법이 한 장에 걸쳐 설명되어 있는걸 봤을때는 500페이지가 넘는 양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거야? 그런식으로 500페이지 넘기는거야?

 

노인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단계클럽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사회의식이 있는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얘기는 그냥, 줄줄줄 이야기해버리고, 성적인 묘사와 로맨스는 꽤나 자세하고, 선정적으로 해 놓은 것도 '사회파' 추리소설을 기대한 것에 많이 못 미쳤다. 선입관을 깨는 반전을 제외하곤 별로 건질 것이 없는 소설이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잘 짜여져 있다. 다들 말하듯 반전도 훌륭하고.
읽는 동안 사건이 튀는 방향이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꽤 자주 드는걸 제외하곤,

결말이 내맘대로 ‘정치적으로 올바르’기에, 별 하나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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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18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에 대한 서평 많이 올라오네요. 나도 보관함에 넣어봐야지.

2006-02-18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 2006-02-1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어떤 결말이길래 'PC'한 결말이라고 하시는 건지 궁금한데요~

Koni 2006-02-18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그 두꺼운 책이군요. 제목만 봤을 땐 추리소설인 줄 몰랐어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특별판)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 로멩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 '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알듯 모를듯 미소를 지어야했다.
이 책의 리뷰들을 보고, 또 웃음이 났다. 굉장히 호오가 분명한 책임은 분명하다.
내게 있어서는 분명 '호好' 였고, 아니, 그걸로는 약하다. '프랑스의 보르헤스' 라는 리뷰의 제목은 내가 할 수 있는 단편 소설을 향한 최고의 찬사이다.

이 책을 읽어내기 위해, 취향도 좌우할 것이고, 읽는 때도 분명 좌우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처음 읽게 된 것이 더 어렸을때라거나, 더 나이가 들어서라면, 난 지금과는 다른 기분으로 이 책을 읽어냈을지도 모르겠다.

워낙에 벼르다가 집은 책이라 들어가는 말이 길었다.
각설하고, 이 책의 단편들은 술술 넘어간다. 그림책을 넘기는 기분이었다.
글을 읽고 있지만, 그림들이 휙휙 넘어갔다.  각각 단편에 맞는 그림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어냈다.
단편의 묘미는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반전'이 중요한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 책의 단편들에는 기가막힌 반전들이 있지만, 그 반전은 수명이 긴 반전들이다. 반전을 알고 또 읽고, 또 읽어도, 이미 알고 있는 반전에 대한 기대의 쾌감이 압도적이라는 얘기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간들은, 허영에 차 있거나, 고독하거나, 변절하거나, 아무 생각 없거나, 지나치게 열정적이거나, 잔인하거나, 순진하거나, 다양한 모습들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실패하고, 울부짖는다.
글의 마지막 문장. 마지막 장면의 잔상은 꽤나 오래도록 남아 망막 어딘가에서 흔들거린다. 그 잔상이 나쁘지만은 않다. 해피앤딩은 아니지만, 상황에 대한, 체념과는 다른 수긍. 인정. 지독한 위트에 어쨌든 쓴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들.

원서를 못 읽는게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들은 아름답고 생생해서 읽는것 자체로도 욕구가 충족된다.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냐고?
몰라. 하지만, 뭔가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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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1 2006-02-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냐라는 질문에..갑자기 든 생각....그 동네가 워낙 기니까...끝까지 가다가 기운 딸려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하하..

페일레스 2006-02-1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역시 뽐뿌질의 제왕이십니다. -ㅅ- 제가 읽은 가리씨 책은 [유럽의 교육]이랑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지만)인데 [자기 앞의 생] 쪽이 더 맘에 들었습니다.

하이드 2006-02-1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머지 두권 읽어보려구요.
모1님, 글쎄요. ^^ 이유가 있겠지요...

moonnight 2006-02-15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런 찬사를 ^^ <중요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라는 제목에 혹해서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지도 모르고 읽었었어요. 지금은 <유럽의 교육>으로 나오더군요. <자기앞의 생>도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어쩐 일인지 못 읽었네요. 이런 리뷰를 읽고서 안 읽어볼 수가 없지요. 역시 지름여신!!! ^^

하이드 2006-02-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다른 리뷰들 읽어보시면 생각이 바뀌실지도 모르겠어요 ^^; 혹평도 많더라구요. 암튼, 전 너무 좋았습니다. 음 역시, 나머지 두 권도 어여 읽어봐야겠어요
 
유령인명구조대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재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13계단'이라는 걸출한 작품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 독특하고, 아름답고, 낯익고,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사회를 꼬집고, 내 안의 약한 모습을 꼬집는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인테리어, 분위기, 맛, 가격, 서비스에 심지어 교통편까지 좋은 맘에 쏙 드는 식당에서 맘에 쏙 드는 메뉴를 시식한 느낌과 같다고나 할까.

내용은 간단하다.
자살한 네명이 '신'에게 받은 미션은 49일동안 100명의 자살자들을 구하는 것이다. 구하면 천당으로 갈것이오, 구하지 못하면, 계속 허허벌판에서 떠돌게 될 것이다.

자. 이 간단한 내용에 어떤 재미있는 요소들이 끼워져 있느냐 하면,

이제 막 목을 매 자살한 유이치는 왠지 모르게 절벽을 오르고 있다. '세계사 연표를 외우면서'
'1789년 프랑스혁명 발발, 1792년 프랑스 제 1공화정, 179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로제타스톤의 발견...' 중얼중얼중얼 도대체 이 절벽의 끝은 어디일까?
19세기로 넘어가서 중얼중얼, 드디어 21세기. 2001년 미국의 9.11 테러에 이르러 드디어 정상 도착.
정상에서 만난 인물들은 노인, 젊은 여자, 중년 남자.

절벽 위의 생각지도 못한 허허벌판에서 만난 각기 다른 세대의 자살자들이다.
너는 죽었니, 어쩌니, 증거를 대보라는니, 하늘에 태양이 없잖니, 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동안 등장.


신( GOD)!
'짙은 빨간색 낙하산이 상공 15미터까지 접근해 왔다. 헬멧과 고글을 착용하고, 순백의 낙하복을 몸에 두른 다이버의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다이버를 마중하려던 넷은 상대의 낙하속도가 의외로 빠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착지 때 밟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좌로 우로 피해 다녔다.'
유이치를 포함한 네 명이 우르르 달려가자 ' 장신의 호리호리한 다이버가 고글을 올리고 헬멧을 벗었다. 나타난 얼굴은 의외로 백발의 노인이었다. 지혜와 자비, 거기에 교활함까지 엿보이는 풍모는 마법사를 연상시켰다.'

자살자들 중 야기가 묻는다. ' 너는 누구냐?'
노인은 미소를 머금은 채 네 사람을 쳐다 보며 말한다. ' 나는 신이다'

그들의 당혹감과 그들이 신에게 받은 미션과 신이 그들을 허허벌판에서 멀고먼 우주로 밀어떨어뜨려, 지구, 일본, 도쿄, 신주쿠로 떨어질때까지의 시트콤은 보너스.  이 책 '슬픈 코미디' 로 불리운다지 않은가.
'슬픈 코미디'  는 '웃긴 비극' 만큼이나 당혹스럽다.

 쉽게 버린 목숨에 대한 변상으로 천당에 가는데, 왜 100명이나?라고 묻는 그들에게
'이자라는 것이 있지.' 신은 악덕사채업자처럼 말했다. 신은 악덕사채업자처럼 말했단다.
처음과 끝에만 등장하는 카리스마 장난아닌 '신' 이시다.

신주쿠에 떨어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코 세련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주황색 구조복에 등판에는 'RESCUE' 라고 써 있고, 허리쌕에는 각종 장비( 래봤자, 고글, 메가폰, 계산기 따위) 가 들어 있다.

각각 다른 년도에 다른 이유로 자살한 너무나 다른 네명.  야쿠자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젊은 여자 미하루, 중견기업 간부, 그리고 도쿄대 재수생인 유이치까지

그들 네명은 자살자들을 구하게 된다.
장비 : 고글( 나이트비젼) -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흔들려 보인다. 정도에 따라 청, 황, 적으로 나뉨
메가폰- 자살자들을 응원하거나, 자살자들을 막는 조력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쓰인다.
그러니깐, 유령 주제에, 순간이동도 못하고, 문 닫으면 못 들어가는 제약 많은 유령들인 것이다.

이들이 자살자의 마음을 구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나이트비젼 쓰고, '옐로우' 이상의 신호를 보이는 사람을 쫓아다니면서 메가폰 들고 소리치며 열나게 응원하는 거다. ' 힘 내' , ' 죽지 마' 서부터 시작해서 ' 너는 아무 잘못 없어' , ' 이대로도 괜찮아'

100명을 구한다고 했다. 100가지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다양한 자살자들의 이야기들이 있다. 점점 자살자들을 구하는데 도가 트는 네 명. 그리고, 자살자들을 구하면서, 자신을 자살로 몰 수 밖에 없었던 상처입은 마음 역시 달래주는 책이다. 그러면서, 자살자들의 어려움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우울증' 에 걸린 사람들을 도우면서, 사회의 '정신병' 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과로하는 것이 충성하는 것이고, 충성하는 것은 당연하고 옳은 일이라는 회사에 몸바쳐 죽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라는 분위기에 대한 비판. 그리고  '빚에 몰려 자살하는 사람' 들에게는 '개인회생' 카운셀링까지 한다. 은행의 공적자금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우리나라와 너무 비슷하여, 읽으면서 새삼 울컥했다.

이 책에서 박수치고 싶은 부분중 하나는 작가가 지적하는 '자살'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이다.
'사람들은 생명을 버리는 행위에 숭고함을 느낀다. 할복한 무사나 전쟁 중의 가미카제 일화가 무슨 미담이라도 되는 듯 되풀이해서 얘기되는 일본은 더욱 그렇다. 마치 무슨 일이 생겨도 죽음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듯한 위험한 풍조가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그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할복이나 자폭 공격에 사람들을 몰아넣어온 역사를 반성해야만 하는데, 왜 자살 행위만은 영웅시되는 걸까, 침략 전쟁이라는 목적을 국가 수호라고 강변한 까닭에 젊은 목숨을 버려야 했던 사람들은 그저 나라에 속고, 세뇌당했던 것은 아닐까,.. (중략).. 살아남으면 영웅이 될 수 없다. 사람들의 눈물을 끌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물의 시비를 그저 정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은 정 속에 자신들의 목숨을 가볍게 내던진다, 라고 유이치는 생각했다. 비록 역사에 이름 같은 건 남기지 못했어도 끝까지 살아 낸 사람이 더 숭고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자살' 은 기본적으로 '마음' 에 크게 좌우되지만,
그들을 '자살'로 내모는 사회제도들, '자살'에 이르는 병들을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 시선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내 '마음'이 흔들릴때 나타날 수호유령들에 대한 보험 같은 든든한 상상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서바이벌 북이다.

'살아가는 것'은 마음먹기 나름. 힘이 들때 내 옆에 오렌지색 rescue 구조복 입고, 메가폰을 들고 악 써주는 유령이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든든할까.

힘내라 히이이이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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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2-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노 가즈아키가 또 끌리네요. 최근 <13계단>이란 책 리뷰도 많이 올라오고. 험. 재밌을듯. 하이드님이 재밌다면 다 재밌어요.

아영엄마 2006-02-1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요즘은 구입자제모드라 애써 참고 있는지라.. 제 대신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니(^^:) 추천하고 갑니다. 헤헤

mong 2006-02-1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도 긴장이 되는 리뷰여요
ㅡㅡ;;;

돌바람 2006-02-14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겠당. 땡스투! 누르긴 누를 건데, 지가 카드 정지 먹어서 결재가 안 된답니당. 이게 거의 경고 같아요. 어느날 주문을 눌렀는데 '일시정지'라니. 퍽퍽! 그런데도 내 옆에서 힘내라 힘~~ 그러는 유령 있음 잡아서 때려주고 싶어질 것 같아용. 그래도 며칠만 잘 버티면 그 유령 목발 짚고 눌러라 땡스! 그럴 것 같은데요. 아, 하이드님표 리뷰가 절정에 달했구만요. 내가 말이 길어지는 걸 보니. 오랜만이라는 소인도 붙이고^^*

돌바람 2006-02-14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안 사실. 보관함으로 누르면 추천이 안 되는 거네요. 장바구니는 자동 추천인데. 으아아 유령이 진짜 있나보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게요? 히히히~~

부리 2006-02-1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13계단 샀는데 그거 읽고나서 이것도 사야겠네요

하이드 2006-02-14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네, 둘 다 재밌어요.
돌바람님, 정말,정말 오랜만이에요. 유쾌한 님의 댓글 보니, 기분이 좋네요. 헤헤. 어떻게 하셨을까나! 유령하나 보내드릴까요, 메가폰 들고 옆에서 소리지를꺼에요. ' 사요! 사요!'
몽님, 이 책이 얼마나, 얼마나, 재밌냐면요! ^^
아영엄마님, 감사합니다. 님덕분에 알게 된 작가였어요.
아프락사스님, 취향에 맞으실런지 어떨런지, 한번 읽어보시라구요. ^^

페일레스 2006-02-1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지름은 역시... 무섭습니다 -ㅅ- 바로 보관함으로;; 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 달린 제 댓글은 보셨나요?

하이드 2006-02-14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그럼요. 너무 부럽습니다. 흑. 저도 올해는 일어공부 할테야요.

페일레스 2006-02-1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하이드님 일어까지 배우시면 어떡해욧! 그럼 저는 영어공부를 할테야요 -_-;; 라고 해도 하이드님 수준이 되려면 100년 정도 걸리겠지만... 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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