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로망 산뽀 - 한국인이 찾아내서 일본인도 놀란 도쿄의 문화 아지트 30군데
유종국 지음, 이미라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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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에 '매니아'라고 한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일본에서 카페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발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일본인들의 집요함에 있다. 카페뿐만 아니라 옷가게도 그러하고 '라멘'가게도 그러하다. 하나의 취미나 취향에 '집요함'과 '열성'을 보이면 우리나라에선 종종 '마니아'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며 이때의 이미지는 뭔가 칙칙하고 음습한 것을 의미한다. 친한 미국인 친구가 '미국은 1억가지 마니아의 잡단'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를 흡수, 수용하는 사회는 마니아들이 서로 색안경을 끼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가 아닐까 싶다. 결코 미국이나 일본이 이상적인 나라, 또는 사회라는 뜻이 아니라 남과는 다른 취미나 성향이 폭 넓게 존재하고 이를 인정하는 점은 분명 배울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107pg)

자.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의 매니아.라면 이 책이 재미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척이나 지루할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영화, 책, 잡지, 음악, 까페, 인테리어, 종이, 전통, 고전, etc.

책을 좋아하는 내가 때로는 책 얘기에 지루했다고 하면, 이 책이 얼마나 마니아. 적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을 잘 지은 덕분에 많이 팔리나?
그렇다면 다행이다.
왜냐면, 이 책은 정말 가볍고 얄팍한 편집에 비해,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주관적인 것이다.
책의 내용은 그다지 두껍지 않다. 두껍지 않다.는 것이 깊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은 12년간 도쿄에서 살아온, 그것도 홍보업무를 하고, 지금은 문화기획을 담당하는 지은이.의 안목을 볼 때 결코 녹녹치가 않다.

차라리 얇게 내던가, 저자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던가( 저자는 도쿄에 대해 충분히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가지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했더라면, 정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명저.가 되었을꺼라는 아쉬움이 있다.

할 얘기는 많아 죽겠는데, 지면은 짧은 조급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다시 한 번.
당신이 마니아가 아니라면,
글쎄, 이 책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당신이 마니아.라면, 이 가벼운 편집.에도 불구하고, ' 아, 이런 책도 나오는구나!' 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줄 책.

나? 나는 어땠냐고?
별점을 보시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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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6-10-22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페이퍼보고는 바로 보관함에 담았는데, 하이드님 리뷰 읽으니 망설여지는디요? 암만봐도 저는 매니아,적 기질이 없잖수? ;;;

하이드 2006-10-22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둥지를 틀고 있는 분들.은 다 매니아.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요.^^

에이프릴 2006-10-2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서만 보면 여행가고싶은 병에걸려 몇날며칠을 끙끙앓게되는데 ㅠ_ㅠ 우 ...
사고싶게 만드네요 ~

하이드 2006-10-2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대로 지루할 수도 있긴한데, 인테리어.나 예쁜 카페. 등은 아주 땡길껄? ^^
난 여기서 찾은 부띠끄 호텔. 내일 당장 예약 가능한가 알아봐야겠다구. 흐흐

에이프릴 2006-10-22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니의 기동력 ^^b
전 오늘 Bar & Dining 이라는 잡지 정기구독 신청했는데 -
여행,맛집,라이프스타일등등 다룬잡지던데 표지가 예뻐서 으하하.
근데 괜찮을것도 같고 ^^ 여행가고싶다.~

기인 2006-10-22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동경. 입대 전에 꼭 가봐야지 가봐야지 했는데, 역시 물건너 갔네요. 2년후에나 기대해 봅니다 :)
 
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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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69년 고등학생이었던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일부 기록한 것이다.
1969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지금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런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어주길 바란다. 이 책은 정말 즐거운 소설이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박치기]를 보고 이 책을 읽어야지 했더랬다. 그 전까지만해도 무라카미 류의 이 소설을 제목만 보고 야한 소설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박치기의 배경인 일본의 1968년. 그리고 무라카미 류의 이 소설 제목 sixty nine69은 체위의 하나가 아니라, 1969년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였던 것이다.

[박치기]는 이 책에 비해 최근 영화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무척이나 잘 보여주는 영화였기에, 이 책을 읽는 내내 박치기의 장면들이 생각났다. 여자와 자는 것이 최고의 지상목표이고, 이리저리 사회적으로 들썩거리던 그 시절. 의 고삐리들( 왠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안 되고 고삐리.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항상 어떤 메세지.를 기대하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나 내용이 없다면, 시간이 좀 아깝긴하다.
뭐, 작가가 즐겁게 썼다니, 그걸로 된건가?

나도 파란만장한 고등학교 시절 보냈는데, 김일성도 죽었지, 삼풍백화점도 무너졌지, 성수대교도 뚝 끊어졌지, 그리고 어느 날은 대기가 온통 붉은빛이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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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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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의 자전적인 중편소설 '첫사랑', 그리고 장편소설 '귀족의 보금자리'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단편 '무무'

세편의 각기 다른 개성의 장편,중편,단편이 종합선물세트.같이 묶여 있는 책이다.
러시아작가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러시아적'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러시아인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랑타령 소설을 읽을때, 그것은 거의 대부분 희극. 혹은 비극. 으로 클라이막스에서 끝이 난다.
소설 자체로는 클라이막스 바로 다음이 결말이겠지만, 인생에서야 뒈지지 않는 이상 어디 그런가?

사랑과 연애의 클라이막스 후에도 인생의 시계는 또깍또딱 흘러가고, 지구는 자전을 멈추지 않으며, 해도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에서 진다.

'첫사랑'
손님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자정이 넘어 한 방에 남게 된 주인을 포함한 세사람. '첫사랑'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말주변이 없는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는 다음번에 올때 수첩에 적어오겠다고 약속하고, 2주후 그들은 한 자리에 모인다. 블라지미르 페트로비치의 수첩에 적혀 있는 그의 첫사랑 이야기.

시작부터 보면, 자정이 넘었고, 파티는 끝났고, 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램프블이 어른거리는 방의 오래된 소파에 앉아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먹다 남은 밤참은 치워지기만을 기다린다. 라는 분위기에서 소설은 시작한다.
파티를 끝내고 난 후 약간의 충만감과 피곤함과 허무를 잘 버무린 자정을 넘긴 시간. 첫사랑의 달콤함과는 다른 시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블라지미르의 열여섯 여름에 있었던 그의 온 몸과 정신을 쥐게 될 여신, 천사, 악마와의 만남으로.

투르게네프의 자전적인 소설이자,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소년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질풍노도시기의 주인공은 연상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 연상의 여인은 주변의 남자들에게 여왕처럼 떠받들어지는 도도한 존재다. 그러나 그 닿을 수 없는 천상 혹은 지옥의 여주인같은 그 여인은 그의 아버지와 사랑에 빠졌다.

"내 아들아, 여인의 사랑을 두려워해라. 그 행복, 그 독을 두려워해라...."

앞에 장황하게 말했듯이 사랑의 독에 열병을 앓고 난 후에도 인생은 흘러간다.
가슴 속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채 흘러가는 인생은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보다 더욱 더 잔인해 보인다.

 귀족의 보금자리
이 소설의 첫 장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화창한 봄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조그만 장밋빛 구름이 맑은 하늘에 높이 떠 있는데,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감청 빛 심연 속으로 잠겨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1842년에 있었던 일이다. 도청 소재지인 O시 변두리에 있는 아름다운 집의 활짝 열린 창문 앞에 여자 둘이 앉아 있었다. 한 여자는 쉰 살쯤 되어 보였고, 다른 여자는 벌써 칠순의 노파였다.'

게제오놉스키가 방문하여 '라브레츠키 표도르 이바느이치'가 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야기는 드디어 시작된다. 아주 한참 후에야 깨달았지만(온 가족사가 다 나오는 서사적인 이야기다) , 이 이야기는 라브레츠키.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서사적이고 짜증나게 도덕적인 등장인물들, 짜증나게 수다스럽고 경망한 등장인물들, 짜증나게 우유부단한 등장인물들, 짜증나게 교활한 동시에 멍청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정말 힘겹게 힘겹게 읽어내고 나면, 내가 생각하는 그 러시아 특유의 차가운 에필로그.가 나온다. 이 책에 등장하는 투르게네프의 소설들이 다 그렇긴 하지만, 특히나 이 소설에서는 가족사, 사랑, 도덕, 말고도 더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토론에 진하게 묻어나는 당시 러시아의 상황인데, 소설은 '농노제 하의 러시아 인텔리겐치아의 정신적 발달의 역사적 단계(볼테르주의, 영국 숭배, 낭만적 환멸,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 등) 와 직,간접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 작품 뒤의 작품 해설을 읽고 나서 다시 읽는 에필로그.는 사랑, 인생, 허무, 역사, 러시아, 사람, 그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내가 본 최고의 에필로그이다.

'죽을 때까지 농노 제도의 폐지를 위해 투쟁하고 농노 제도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투르게네프의 이른바 '한니발의 맹세'는 투르게네프 창작의 주요한 특징인 휴머니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고 했다. ( 왜 한니발의 맹세인지는 못 찾았다)

가장 슬프고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무무'. '무무'과 '사냥꾼의 수기.는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 제도의 폐지.를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이야기까지 있으니. 소설의 힘은 놀랍다.

'무무'는 거인의 이야기이다. 키는 1m95에 네사람분의 일을 혼자 하는 벙어리 귀머거리 거인의 이야기이다. '무무'는 거인이 죽을뻔한 어린것을 구해내고 애착을 가지고 키우게 된 강아지 이름이다. 러시아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하는 이 단편.은 동화 같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심장에 한꺼풀 내려 앉는 것 같기도 하고,

러시아 작가들의 책을 읽을때마다 오는 이 허탈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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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5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7-1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시절, [첫사랑]을 읽고 같이 마음이 아팠지요. 그 책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위의 책에 같이 포함된 작품은 못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고의 에필로그와 착한 거인과 강아지 이야기...저기 그런데 전 강아지가 죽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류는 절대 못읽는데 혹여 그런게 아닌가요? 그럼 못읽는데...ㅠ..ㅜ

반딧불이 2009-05-30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뒤져도 책이 없어 다시사려고요. 오래되긴 했지만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내용이 새롭네요. 아무튼 thanks to~

하이드 2009-05-3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번에 이사오면서 민음 세계문학이 1-2십권도 아닌데, 뭉터기로 안 보여요 -_-;;; 읽은 책은 거진 팔고, 안 읽은 책만 남았는데, 그나저나 저도 리뷰 읽으니 새롭네요. 대단히 감탄했던 '귀족의 보금자리' 에필로그는 궁금해지기까지 하네요, ^^;
 
지푸라기 여자 동서 미스터리 북스 56
까뜨리느 아를레이 지음, 이가림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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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나 당신의 허수아비 노릇을 할 것 같아요?"

까뜨리느 아를레이의 '지푸라기 여자'는  추리소설에서 보기 드문 결말을 그럭저럭 훌륭하게 써냈다는 점에서 읽어볼만한 소설이긴하지만, 개인적으로 멍청한 희생자.보다는 똑똑한 범인.이야기를 좋아하기에, 그리고 그 희생자나 범인이 여자.일때 그 반감과 열광은 더해지기에 이 책은 나에게 그닥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이 책에는 '지푸라기 여자'와 '눈에는 눈'  두 개의 평균 이상의 퀄러티의 중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지푸라기 여자'에서 함부르크 출신의 히르데갈데는 전쟁의 폭격으로 모든 것을 잃고, 번역 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몰두하는 것은 신문의 '구혼광고'이다. 부자 남편을 만나서 팔자를 고쳐보려는 그녀의 눈에 띈 막대한 재산을 가진 갑부의 구혼광고. 치밀한 계산 끝에 쓴 편지로 인해 그녀는 최종 인터뷰를 하기 위해 프랑스로 가서 갑부의 비서인 안톤을 만난다.

안톤은 그녀와 손잡고 갑부와 결혼시켜 죽으면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될 세계에서 손꼽히는 괴팍한 갑부의 재산을 가로채고자 한다. 오래도록 갑부를 보아와 그 복잡한 인간을 그 자신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안톤의 시나리오와 히르데갈데의 재치로 히르데갈데는 갑부의 맘을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결말을 제외하고는 평이한 전개의 평범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소설이다. 흠 좀 잡더라도, 박력있고 재미있고 개성있는 소설이 내 취향인지라, 이 책은 뭐랄까. 읽을만은 하고, 평균이상이다. 라는 말 정도밖에 못하겠다.

'눈에는 눈' 은 주요등장인물인 네 명이 돌아가면서 사건을 서술하는 작품으로
아기 같은( 그러니깐, 잠자리 날개 찢어죽이며 노는 나이브한 아기) 아가트.의 성격과 동생을 보호하고자 하는 시한부 인생의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의사 마르트. 두 강한 개성의 여자들의 대결구도가 재미있다.
결말도, 범인도, 등장인물들도 흥미로운 중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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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0-1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지푸라기 하면 얼마전에 봤던 "지푸라기 개"라는 영화가 종종 생각난답니다..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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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얼마나 관심이 가는가?
시대는 19세기 빅토리안.이다. 찰스 디킨스의 시대. 작품의 첫 장면은 올리버 트위스트 연극이고,
박력있는 등장인물들은 찰스 디킨스의 등장인물에 빚을 졌다.
배경은 런던의 뒷골목 도둑 소굴, 정신병원, 외설 소설서점, 음산한 시골 대저택
 
호오를 떠나서,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독자를 달라지게 하는 책.이 있다.
다자이 오사무가 그랬고,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가 그랬다.
 
내가 지금부터 당장 19세기 빅토리안 레즈비언 미스테리( 라고 해봤자, 사라 워터스 말고 또 어떤 작가를 찾아봐야할지 깜깜하지만)의 광팬.이 되겠다는게 아니라, '나는 19세기 빅토리안 레즈비언 미스테리'를 읽었다. ' 라는 명제가 섰다.는 것이다.
 
사라 워터스의 19세기 빅토리안 레즈비언 미스테리 3부작. 두둥 - 티핑더 벨벳( 여성구강성교의 19세기 은어), 여자 감옥과 강신술을 소재로 한 고딕스타일의 Affinity(끌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핑거스미스( 19세기 소매치기를 가리키는 은어) 이 작품을 끝으로 작가는 2006년 나이트워치에서 1940년대 배경의 스펙타클한 작품을 발표해 작가의 역량이 한 시대와 소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잡설이 길었다.
워낙에 처음 접해 보는 종류의 소설이었는지라.
열린책들의 빡빡한 편집으로 700페이지를 넘는 짧지 않은 분량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 시절, 내 이름은 수전 트린더였다. 사람들은 날 <수>라고 불렀다.' 로 시작하는 이 대단원을 시작하면, 중간에 손을 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712페이지.의 긴 소설의 첫줄에 등장하는 주인공. 수전 트린더. 즉 수.는 고아이다.
위탁모인 석스비 부인이 어머니 같은 존재이고, 자물쇠점을 하는 장물아비 입스씨는 아버지역이다.
석스비 부인이 맡은 갓난아기들과 수 또래의 존과 데인티와 함께 렌트 스트릿에 살고 있다.
 
어느 음산한 밤. <똑- 똑-똑>  불청객의 노크 소리. 그리고,  젠틀먼.으로 불리우는 남자.의 등장.으로 이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골의 대저택에 특정 종류의 책을 광적으로 모으는 삼촌과 함께 사는 릴리 모드.는 결혼함과 동시에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 그러나 악당과도 같은 삼촌은 절대로 릴리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젠틀먼은 수잔에게 릴리의 하녀로 들어가 자신이 수잔과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결혼하자마자 릴리 모드를 정신병원에 넣을 것이고, 수잔에게는 평생 가도 구경도 못할 돈을 나누어 주기로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책에서 만나는 첫번째 음모이다.
양파껍데기 벗겨져나가듯, 하나씩 벗겨지는 음모와 비밀들은
꽉짜인 플롯안에서 어느 한 문장 버릴 수 없는 촘촘한 이야기의 그물들 안에 그렇게 얽혀 있다.
두 명의 고아 소녀.
수잔 트린더와 릴리 모드.
각각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비슷하게 전개되는 다른 어떤 소설과도 다르다.
그 흡입력.은 '1인칭 시점 소설'의 위대함과 박력을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오늘날 살아 있는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한 명인 사라 워터스의 19세기 빅토리언 레즈비언 미스터리.
오. 오. 오.

 
 
작가는 이 작품을 읽을 독자를 상상하며 웃음 지었다고 한다. 역자도 역시,
그리고 이 작품을 읽은 나도 역시, 이 작품을 읽으며 놀랄 독자를 생각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어본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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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6-10-08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굉장히 기대하고 주문했는데, 하이드님이 재밌게 보셨다니 어쩐지 잘산것같다는 느낌이 팍팍..^^ 책이나 좀 빨리 왔음변...ㅠ ㅠ흐흑...

BRINY 2006-10-08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 읽지, 언제 읽지. 지금 읽는 거 다 읽으면 이걸 손대봐?

비로그인 2006-10-08 15: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bbc 삼부작 드라마로 먼저 접했는데 미스 모드가 너무 예뻤어요.

하이드 2006-10-08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굉장히 복잡한 캐릭터이고, 섬하고 예쁜 외모에요. 책 보고 드라마 봤는데, 재밌더군요. ^^ 믈론, 책이 훨씬 더 박력있긴 합니다만.
브라이니님, 이 책 페이지수가 만만치 않지만, 시도해보시길 ^^
애플님, 좋아하실꺼에요. 멋진 책입니다.

바람돌이 2006-10-09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또 관심이 가는데.... 일단 찜만 해두고요. ^^

moonnight 2006-10-09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이 녀석이군요. 하이드님께 강추의 영광을 받은 녀석이 ^^ 와, 일단 712페이지에서 한번 버닝해주시고, 바로 보관함으로 날아갑니다. 음. 못 읽고 쌓아둔 책들은 또 한 번 모른 척 -_-;;;; 멋진 리뷰입니다. 제대로 질러주시는. 추천!!! ^^

비로그인 2006-10-09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맘에 드셨군요. 그런데 시골저택에서 삼촌은 어떤 특정 종류의 책을 광적으로 모으는걸까?? ^^
저는 Night watch도 봤지요~~~ 캐릭터에의 몰입은 덜합니다만 구성이 너무너무 멋져서 두고두고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