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1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1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테스 게리첸은 마이클 파머보다, 아니 로빈 쿡보다 소설을 잘 쓴다. 그녀는 메디컬 스릴러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다." - 스티븐 킹

아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마이클 파머나 로빈 쿡이 뇌출혈이나 심장마비라도 일으켰단 말인가. 아니면 스티븐 킹이??

내가 읽는 몇몇 스릴러의 작가들은 그들의 전직을 십분 활용하여 독자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패트리샤 콘웰이라던가 존 그리샴, 혹은 마이클 크라이튼? 로빈쿡도 물론.
그러나, 전직 의사라는 테스 게리첸? 권말에 실린 그녀의 사진이 비호감이라는건 차치하고( 이거, 인신공격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렌스 블록은 좋아한단말이다!) 가뜩이나 소설의 소재가 자극적이어서 마이너스 점수 주고 들어가긴 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거기서 멈춰버린 상상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여자를 기절시키고, 옷 벗겨서 나체인 상태로 덕트테이프로 여자를 침대에 꼼짝도 못하게 묶고,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장준혁솜씨로 배를 갈라 자궁을 꺼낸다. 그때까지도 여자는 살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자의 목을 갈라 경동맥을 끊는데, 끊고 나서도 여자를 살아 있게 하는게 관건이다.

외과의사라는 별명이 붙은 연쇄살인범을 잡는 얘기다. 경찰측 등장인물들은 그나마 덜지루하다. '성토마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침착한 토마스 무어 형사와 마초적인 분위기에서 더욱 마초적이고자 하는 유일한 여자 형사 제인 리졸리. 둘 다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해는 가는 캐릭터.

외과의사가 집착하는 것은 2년전 같은 수법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다 죽은 앤드루 캐프라를 죽인 그의 마지막 희생자인 역시 의사인 캐서린 코델이다.

사건의 진행과 살인자의 독백이 한챕터씩 겹쳐지며 진행되는데, 독백에서 살인자가 덜컥 자신을 드러내버리니, 설마, 아닐꺼야 하며 읽는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황당함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소설을 메디컬 스릴러라고 하는 것은 좀 안 맞는다. '의학'이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용어로 독자를 지루하게 하며 '나 의사였어' 하는 작가는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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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7-03-1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외모가 비호감. 이란 말씀, 공감하게 되는. ^^;; 교보에 서서 좀 넘겨보다가 그냥 내려놨어요. 하이드님 리뷰를 읽으니 안 사길 잘했다 싶구만요. 홍홍.
 
핑퐁 2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권의 주인공은 '차이나'(웬거)다. 아, 주인공들이 다 별명 있으니, 왠지 나도 그럴듯한 별명이 하나 가지고 싶어졌다. '싸가지' (하이드) 뭐 이런거.

별 생각없이 읽기 시작했던 '핑퐁' 읽을 수록 대단하단 생각이 들고, 이런 것이 진정 소장용 만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몰랐는데, 가격도 왠만한 책값이구나!

1권에 이어서 2권 역시 앞에 몇장은 컬러와 흑백이 조화된 + 채색과 무채색, 질감과 라인이 기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이 퀄러티를(가격을) 형성하는 것이겠지)

1권에서의 심드렁한 소년 스마일이 왕오버 버터플라이 조를 찾아가는 것으로 2권은 시작한다.
(많이 발전했는 걸, 스마일!)

'아쉽네,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했는데'
'죄송합니다. 남의 집에서 밥 먹는건 영 불편해서요'
'그래, 넌 그래보이는구나'
'힘들겠다. 너도. 이상한 노인이 졸졸 따라다녀서.'
'네. 정말 민폐죠.'
(그러나 까칠한 성격은 여전해주신다. 근데, 점점 여기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멋져. 정말.

인터하이 예선이다.
2권에서는 페코는 1권에서 페코가 대판 깨지고 울었던( 탁구 지면 막 화내고 운다. 쿠보츠카 요스케가 페코 역을 맡아 영화를 했다니, 얼마나 귀여울까) 중국 유학생( 국가대표 떨어지고 온 중국 탑클래스) 차이나(웬거)가 돋보인다.

'이런 놈들과 칠 바에야 인간으로 태어나지 말 걸 그랬어'
라는 대사를 (중국어로) 거침없이 날리는 차이나

작가의 말을 빌리면 '취재 때 중국에서 일본으로 온 유학생을 보고, 드라마에 색을 더하기 위해 이런 인물을 등장시켜보고 싶어졌습니다. ..(중략) ... 제 나름대로는 무지무지 멋있게 그려봤습니다. 핸섬하고( 정말?) 말투도 쿨한( 싸가지와 쿨의 혼동이...) '얻어맞는 역이지만 대단한 선수' 로 만들고 싶었습니다.'라고 한다. ( 괄호 안은 하이드멘트)

1권에서의 심드렁하던 스마일은
뭔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1권 마지막에 버터플라이 조에 의해 각성했거나( 환타지냐;)
아니면 스포츠만화에 꼭 등장하는 주인공한테 마지막에 깨지는(마지막에 깨질지 어떨지 모르니깐, 스포일러 아니다. 그냥 보통 그렇다는 얘기다) 최강자인 카자마에게 도발당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뭔가 차이나에 의해 의욕이 솟은 걸지도 모른다.

'이기고 싶은 것뿐이에요, 선생님. 안 되나요?'

오, 이제 드디어 스포츠만화 주인공 다와지는거냐?

코치로부터 새라켓을 받아들고( 스포츠만화에 익숙한 나는 그것 역시 스마일을 훈련시키기 위한 것임을 안다. 흠흠) 차이나와 시합 전 '나, 강하거든' 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스마일.

하지만 역시 마츠모토 타이요의 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상한 애야.'
로 결론 나버리는 스마일.

책 뒷표지의 멋진 말. 2권의 이상한 스마일을 제외하고 멋진 등장인물의 대사다.


'자궁에서 머리를 내밀던 날 이래 가장 큰 충격이야.
무시무시하고 처참한 고독이 날 휘감고 있어. 코치.'

보통 스포츠만화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2권에서 새로이 배우고, 이 만화와 작가에 열광하게 된 것은
권말에 실린 도하와 성수( 우리나라 만화간갑다) 의 TALK이다.
'자아, 이번 권에선 스토리보단 이미지를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볼까.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을 처음 접한 독자들은 손맛 물씬 나는 펜 터치와, 블랙과 화이트의 극단적인 배합과 조율, 사물을 뒤틀고 왜곡하는 어안과 넓은 시각을 프레임 안에 잡아 가두는 광각렌즈의 사용을 인상 깊다고 생각하지. 한편에선 남용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깃털만큼 가벼운 2.5그램 정도의 작은 공과, 팔과 다리를 뻗어 아우를 수 있는 좁은 테이블에서 벌이는 드라마를 화면에 드러내기 위해선 그 카메라 워킹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봐. 손과 라켓에서 떨어지고 부딪히는 공, 그리고 그 공에서 시선을 놓지 않는 선수들의 눈과 거친 숨과 땀 등은 보통의 렌즈로는 담아내지 못할 뿐더러 카메라 워킹과,(..하략)'
'바로 그거지! 초 접사 앵글도 마찬 가지야. 스마일과 콩 웬거가 벌이는 경기 장면 중에 카메라는 러버에서부터 스마일의 콧노래에 흥에 겨워 춤을 추는 핌플까지 쫘악 밀어붙여! 바로 그 순간, 끔찍하게 아름다운 리듬이 부여되지.'

아마, 만화를 보기 전에는 무슨 말인지 잘 안 와 닿을 거다. 맛뵈기를 보자면,
(사진이 좀 구리게 찍혔지만, 그림이 정말 강렬하고, 앵글과 시야가 '충격적' 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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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7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3-17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정말 구하기 힘든 책이라고 하던데. 예전책은 못 봐서 모르겠는데, 애니북스 책은 참 맘에 드네요. 다섯권 세트로 사서( 정말 사전 지식 없이, '핑퐁' 제목만 보고 샀거든요 - 그러나, 이 책 한권씩 나올때 올드핸드님 페이퍼에 댓글 단건 있더군요. 조류기억력이죠;;)
표지는 저도 별로에요. 종이 질은 훌륭하고, 마지막에 한페이지씩 그 권의 인물에 대해 작가가 말하는게, 간결깔쌈해요. 도화와 성수의 대담 보면서 얇은귀인 저는 점점 가파르게 더 열광하고 있지요. ^^

2007-03-17 2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3-18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헷갈렸어요. 윗 댓글에 쓰려다 말았는데, 2권 표지가 좀 별로. 다른건 맘에 들어요.
 
핑퐁 1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의 리뷰를 쓰는 일은 고민스럽다. 일단 권수가 많고, 그러다보면 질질 끈다. 한 권 내내 전투만 하다가 끝나는 만화도 있고 말이지. 핑퐁은 어떨까나. 1권은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로 꽉 차있어서 리뷰할 마음이 생겨버렸다.



별 생각 없이 탁구하는 엄마가 보면 재밌을까나 싶어 산 책이다.
1권을 쓰고 리뷰를 읽으러 들어와보니, 오- 전설의 명작이었던 것이다. 
마츠모토 타이요가 '하나다'와 '철근 콘크리트'의 작가. 라는 것도 페이퍼를 보고 알았다.

뭔가 '플라이 하이' 스러운 만화를 기대했었는데, 바보였다.

뒷편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면 '맨 처음 핑퐁이란 스토리엔 스마일밖에 없었습니다. 안경을 쓰고 머리는 7:3 가르마에, 그래도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 로 구상했다고 한다.

어릴적 친구인 탁구신동 페코(호시노)와 절대 웃지 않아 반대로 별명이 스마일(츠키모토)

'넌 왜 웃지도 않냐, 츠키모토?'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웃고, 화내고...그런 것들이... '

무심하고, 자기 안의 세계에 빠져 있는 츠키모토. 그에게는 탁구와 호시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다. 코치가. 그의 재주의 냄새를 맡은 자들 중 하나인 코이즈미

'시간 때우기죠.'
'뭐가?'
'탁구요. 영어 단어 외우는 것도...'
'어짜피 인생은 시간만 때우다 가는 거죠.'

2:8 가리마의 웃지 않는 스포츠 만화 주인공 소년 캐릭터가 이렇게나 무심하기도 힘들다.

코이즈미가 단단한 자기만의 껍질에 쌓인 스마일을 어떻게 끄집어내는지
그리고 코이즈미 자신의 과거의 비밀은 무엇인지가 책 후반부에 나온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에는 여백이 있다.
그리고 그 여백에는 딱 딱 딱 딱 탁구라켓이 탁구공을 때리는 소리와 선수들의 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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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3-1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넌 왜 웃지도 않냐, 츠키모토?'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웃고, 화내고...그런 것들이... '

아, 이건 어쩐지 너무나 맘에드는 대화네요. 흐음. 심드렁한것이..

플로라 2007-03-1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보즈카 요스케가 페코역을 맡고, 아라타라는 배우가 스마일을 맡은 영화 버전을 정말 재미나게 봤어요. 요즘보니 케이블에서도 가끔 해주던데, 이 영화 추천이에요.

2007-03-16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3-1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쿠보즈카 요스케가 페코에요? 오오 어울려욧 >.< 홍콩은 담주 화요일에 가요

DJ뽀스 2007-05-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일본영화제때 봤는데 원작이 만화군요. ㅋㅋ
왠지 성시경 닮은 아라타에게 반했었는데 ㅠ.ㅠ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상황을 보아하니 틀어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떡하시려고요?"
"혼자서라도 조사를 계속 해야죠. 그냥 둘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사라진 여자를 찾는 거죠?"
"그렇죠."
혼마는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둠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휩싸고 있었다. 이 캄캄한 어둠 속 어딘가에 사라진 쇼코가 있을 것이다. 이 순간에도 그녀의 호흡이 어둠을 하얗게 물들이고 그녀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귓전을 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이 지독히 내린 어느 겨울밤, 죽은 아내의 사촌이 사라진 약혼녀인 쇼코를 찾아달라며 혼마를 찾아온다.
형사생활중 입은 부상으로 휴직중인 혼마는 사촌의 케이스를 맡기로 한다. 쉽게 생각했던 실종사건은 쇼코에 관한 여러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발견되면서 미궁으로 빠져간다.

쇼코가 사라지게 된 것은 그녀의 개인파산 기록이 우연히 발견되면서였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개인파산'의 절차를 밟게 되었던 쇼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그쳤다면 혼마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동정의 여지 없는 사람들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 책에서 묻는 것은 그것이 과연 개인의 책임만이냐는 것이다. 혼마의 부인을 죽게 만든 교통사고와 비교한다. 이틀을 꼬박 잠을 못잔 트럭운전수가 졸다가 중앙선을 넘어 서 사고를 냈을 때에 그 책임이 과연 트럭운전수에게만 있느냐? 고 묻고 있다.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은 행정, 트럭 운전수를 잠도 안 재우고 일터로 내보낸 회사, 도로가 좁은 것도 문제고, 도로를 넓히고 싶어도 넓히지 못하게 만든 엉망인 도시계획, 그리고 터무니 없이 오른 땅값까지.  어,어, 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두에게 트집을 잡을 것 까지야.

금융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학교에도 비난의 화살은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만 똑바로 했더라면. 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쇼코의 예를 들어 미야베 미유키는 '신용'이란 얄팍한 이름의 허구를 드러낸다. 2m도 안되는 키의 사람이 10m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고.

그러나 대출, 상환, 신용의 굴레에 빠진 것은 같지만, '그녀'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분명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 독자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녀를 쉽사리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 
사라지는 그녀를 막기 위해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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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이리스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같은 작가가 썼다고 믿고 싶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건 인터넷 기사에서였다. 소설의 한 부분이 인용되어 있고, 일본의 수상작가라는 이유로 변태적인 소설들이 소개되고 있고 어쩌고 하는 기사였는데,( 제목과 작가를 밝히지는 않았었다) 이 책을 처음 펼치자마자 아,  이 책이 그 책이구나. 알았다.

러시아어 번역가인 '그'는 호텔 아이리스에서 일하는 마리를 사랑하게 된다. 누가 먼저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둘은 사랑하게 된다. 그 둘만의 방식으로.

이 짧은 소설에는 강박이 있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호텔의 주인이고, 마리의 엄마인 그녀는 예쁜 마리의 머리에 강박이 있어서, 눈꼬리가 올라갈정도로
빗어 동백기름을 발라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게 만든다.
호텔에서 잡일을 하는 아줌마는 마리의 물건을 훔친다.
마리는 추악하고 고통스러운 것에 쾌감을 느끼고,
번역가는 고통을 주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결벽의 강박이 있다.

싸구려 기사에서 인용해 놓은 마리와 번역가의 이야기는 물론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러나 알라딘에도 그 부분이 인용되어 있기는 하다.

번역가는 그냥 번역가가 아니고, 러시아어 번역가이다. 그가 취미삼아 번역하는 소설의 주인공 또한 마리이다. 소설을 번역하는 것 외에 러시아어로 된 각종 설명서, 편지, 무역서류 등을 번역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는 아무 곳에나 사는 것이 아니고, '섬' 에 산다. F섬에 사는 그와 마리는 섬에서만 사랑을 나눈다. 그 외의 그의 모습은 한없이 깔끔하고, 배려심 있는 모습이다.

급박한 장면이라거나,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호텔 프론트에서 일하는 마리의 도돌이표 같은 일상과 섬에서의 파격적인 일탈이 점점 속도를 더하며 번갈아 보여지는 장면들은 꽤나 혼란스럽다.

어디선가 보았던듯한 상황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기시감은 이 소설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그 나름의 오리지낼러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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