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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철학 - 소크라테스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까지 SF 영화로 본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조동섭.한선희 외 옮김, 신정근 감수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목차를 보라. 프랑켄슈타인,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블레이드 러너로 끝난다. 굉장히 만만한 영화들의 퍼레이드다. 대충 다 메가히트를 기록했던 영화들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하여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는 이렇게 말했다. ' 쇼펜하우어, 플라톤, 흄, 그리고 니체의 초인이 모두 여기에 있다!' 고. 근데, 그네들 말고, 데카르트,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아리스토텔레스 등등도 다 있더라. 이 책은 뒷편의 글로서리 포함해서 284페이지다. 얇고 작은 책이다. 중간중간 흑백이긴 하지만 영화장면 사진도 들어가 있으므로, 밥먹으면서 휘딱 혹은 지하철에서 휘딱 끝낼 수 있는 책이여야했다. 아, 잠깐, 글로서리? 글로서리라고 하면, 용어설명쯤 되겠는데, 글로서리에 어떤 용어들이 나와있는지 잠깐 볼까?ㄱ,ㄴ,ㄷ 순이다. 결과론Consequentialism, 결정론 Determinism, 경험론 Empiricism , 공리주의 Utilitarianism, 관념론 Idealism, 기게스 Gyges, 기억이론 Memory Theory.....
그러나 저자는 좋은 SF작품들이 아닌 대중적인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 그렇다고 영화가 문학작품에 비해 하위라는건 아니고) 서문에서 말한다.' 철학은 관념적이고 관념적인 것은 어렵다. 하지만 영화가 시각적 장면들로써 구체화시킨 추상적인 이슈나 논쟁거리에 포커스를 맞추면 철학이라는 것이 훨씬 쉽게 이해된다' 고. 그리고 또 말한다. ' 힘든 일과를 마친 뒤 소파에 누워 맥주와 땅콩 먹으면서' 책 술렁술렁 읽으라고. ( 물론 술렁술렁 이라고는 말 안 했지만, 소파에 누워, 맥주와 땅콩 먹으며, 라고 하면 당연히 술렁술렁 읽혀야하는거 아니야?라고 혼자 생각했다.)
철학판에 있는 사람들( 이렇게 바운더리로 나눠버려서 미안하지만) 이 아닌 나로서는 그가 아무리 쉽게쉽게! 라고 이야기해도 머리에 쥐나는걸 느끼며, 한챕터 읽고 다른 책 한권 읽고 한챕터 읽고 다른 책 한권 읽으며, 인내하며, 책을 째려보아야했다. 지금 리뷰 쓰면서 서문 다시 보니 내가 미처 못 봤던 글이 있네. '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잘 소화해낸 독자라면 아마 대부분의 대학에 개설된 철학 입문 과정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두둥!
잡설이 길었다. ( 왠지 잡설만으로 끝나게 될 리뷰가 될 예감이 강하게 들지만)
위와 같은 골치아픔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을 준 것은 그나마 마지막으로 갈수록 알아먹을 소리들이 나왔고( 이 '알아먹는' 건 내가 독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공감도 갔고, 심지어 웃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만만한 SF 영화 얘기는 10- 15% 나머지는 다 철학얘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나마 10-15%의 이야기가 왜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는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서도.
마지막에 나온 '스타워즈' (비교적 최근에 본) 에서는 '선과 악의 문제' 그리고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별 망설임없이 꼽는 '블레이드 러너' 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 에가 가장 인상깊었다. 심지어 재미있어서, 앞에부터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까지 들지경이다.
'스타워즈'에서는 니체의 초인이론이 나오는데, 어두운 욕망을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데 있어서 다스 베이더가 그 어두운 욕망을 글쓰기나 그림으로 승화시켰으면 어떨까? (깔깔깔) 내지는 혹시 행성 폭파시키는 건 다스베이더 나름의 예술행위였던가?(푸하하) 말한다. 물론 간간히 웃기는 이런 말들( 꽤 많이 나오지만) 이 내가 이 책을 끝내게 해줬다. 나는 한 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꼭 끝까지 읽고 싶더라. 간만에 끈질기게 독서에 매달렸다.
'블레이드러너' 는 요즘 내가 죽음에 대한 책을 끝내서 그런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마지막 문장도 결정적이고, 리플리컨트가 비맞고 죽으면서 한 대사에서는 움찔움찔 거리면서 봤다.
'나는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보았다. 오리온의 어깨에 불을 댕긴 전토선에도 들어갔지. 탄하우저 게이트 근처에 바다의 물빛이 춤추는 것도 보았지. 이제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에 사라질 거다.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다.'
이 책을 선물해주신 고마우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은 2005년 들어 나의100 번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