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철학 - 소크라테스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까지 SF 영화로 본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조동섭.한선희 외 옮김, 신정근 감수 / Media2.0(미디어 2.0)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목차를 보라. 프랑켄슈타인,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블레이드 러너로 끝난다. 굉장히 만만한 영화들의 퍼레이드다. 대충 다 메가히트를 기록했던 영화들이기도 하다.

이 책에 대하여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는 이렇게 말했다. ' 쇼펜하우어, 플라톤, 흄, 그리고 니체의 초인이 모두 여기에 있다!' 고.  근데, 그네들 말고, 데카르트,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아리스토텔레스 등등도 다 있더라. 이 책은 뒷편의 글로서리 포함해서 284페이지다. 얇고 작은 책이다. 중간중간 흑백이긴 하지만 영화장면 사진도 들어가 있으므로, 밥먹으면서 휘딱 혹은 지하철에서 휘딱 끝낼 수 있는 책이여야했다. 아, 잠깐, 글로서리? 글로서리라고 하면, 용어설명쯤 되겠는데, 글로서리에 어떤 용어들이 나와있는지 잠깐 볼까?ㄱ,ㄴ,ㄷ 순이다. 결과론Consequentialism, 결정론 Determinism, 경험론 Empiricism , 공리주의 Utilitarianism, 관념론 Idealism, 기게스 Gyges, 기억이론 Memory Theory.....

그러나 저자는 좋은 SF작품들이 아닌 대중적인 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 ( 그렇다고 영화가 문학작품에 비해 하위라는건 아니고) 서문에서 말한다.' 철학은 관념적이고 관념적인 것은 어렵다. 하지만 영화가 시각적 장면들로써 구체화시킨 추상적인 이슈나 논쟁거리에 포커스를 맞추면 철학이라는 것이 훨씬 쉽게 이해된다' 고. 그리고 또 말한다. ' 힘든 일과를 마친 뒤 소파에 누워 맥주와 땅콩 먹으면서' 책 술렁술렁 읽으라고. ( 물론 술렁술렁 이라고는 말 안 했지만, 소파에 누워, 맥주와 땅콩 먹으며, 라고 하면 당연히 술렁술렁 읽혀야하는거 아니야?라고 혼자 생각했다.)

철학판에 있는 사람들( 이렇게 바운더리로 나눠버려서 미안하지만) 이 아닌 나로서는 그가 아무리 쉽게쉽게! 라고 이야기해도 머리에 쥐나는걸 느끼며, 한챕터 읽고 다른 책 한권 읽고 한챕터 읽고 다른 책 한권 읽으며, 인내하며, 책을 째려보아야했다. 지금 리뷰 쓰면서 서문 다시 보니 내가 미처 못 봤던 글이 있네. '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을 잘 소화해낸 독자라면 아마 대부분의 대학에 개설된 철학 입문 과정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두둥!

잡설이 길었다. ( 왠지 잡설만으로 끝나게 될 리뷰가 될 예감이 강하게 들지만)

위와 같은 골치아픔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을 준 것은 그나마 마지막으로 갈수록 알아먹을 소리들이 나왔고( 이 '알아먹는' 건 내가 독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공감도 갔고, 심지어 웃기기도 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만만한 SF 영화 얘기는 10- 15% 나머지는 다 철학얘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나마 10-15%의 이야기가 왜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는 얘기도 많이 나오지만서도.

마지막에 나온 '스타워즈' (비교적 최근에 본) 에서는 '선과 악의 문제' 그리고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별 망설임없이 꼽는  '블레이드 러너' 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 에가 가장 인상깊었다. 심지어 재미있어서, 앞에부터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까지 들지경이다.

'스타워즈'에서는 니체의 초인이론이 나오는데, 어두운 욕망을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는데 있어서 다스 베이더가 그 어두운 욕망을 글쓰기나 그림으로 승화시켰으면 어떨까? (깔깔깔) 내지는 혹시 행성 폭파시키는 건 다스베이더 나름의 예술행위였던가?(푸하하) 말한다. 물론 간간히 웃기는 이런 말들( 꽤 많이 나오지만) 이 내가 이 책을 끝내게 해줬다. 나는 한 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꼭 끝까지 읽고 싶더라. 간만에 끈질기게 독서에 매달렸다.

'블레이드러너' 는 요즘 내가 죽음에 대한 책을 끝내서 그런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마지막 문장도 결정적이고, 리플리컨트가 비맞고 죽으면서 한 대사에서는 움찔움찔 거리면서 봤다.

'나는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보았다. 오리온의 어깨에 불을 댕긴 전토선에도 들어갔지. 탄하우저 게이트 근처에 바다의 물빛이 춤추는 것도 보았지. 이제 그 모든 순간들이 시간 속에 사라질 거다. 빗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다.'

 

이 책을 선물해주신 고마우신 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 책은 2005년 들어 나의100 번째 책이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5-06-0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번째에 한표요~

깍두기 2005-06-0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쫌 있다 읽을 거지요~~~
하이드님, 혹시 블레이드 러너 무삭제판 보셨어요?

부리 2005-06-09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저 삭제판도 안봤어요!
하이드님/저한테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근데 리뷰 쓰신 거 보니까 저는 안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철학에 워낙 문외한이라서요.
별사탕님/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래요^^ -숲지기-

하이드 2005-06-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왜 고마워해야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우리 문외한이더라도 좀 읽어봅시다. 전 얼마전에 사 놓은 철학입문서스러운 책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별사탕님, 사실 초요점은 그거였어요. 올해들어 100권 -_-v 에잇, 부리녀석!

Phantomlady 2005-06-0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보면 '쇼펜하우어, 플라톤, 흄, 그리고 니체의 초인이 모두 여기에 있다'는 키아누 리브스의 글이 실제로 있어? 그런 어려운 말도 하신단 말야? 난 그 글이 더 보고싶네 ㅎㅎ

하이드 2005-06-0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건 뒷표지에 나와 있지.

하이드 2005-06-09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삭제판도 보고, 극장판도 봤어요. 무삭제판이 해리슨포드도 리플리컨트다. 뭐 그런 암시 있는거지요? 음. 어떤게 더 낫다고 얘기 못하겠더라구요.

마늘빵 2005-06-09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도 관심이 가네.. 하이드님은 책 보고 싶게 만드는 재주를 지니셨나봐요. 근데 저 옆에 그림은 뭔가요? 빗물을 받아먹는거같은데...

하이드 2005-06-0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맞아요. 빗물 받아먹기. 아프락사스님은 아는것도 많으시니, 술술 읽히실꺼에요 저는 ㅜㅜ

2005-06-11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6-11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잖아요~~~ 흐흐 그때 상화은 '귀.여.움'이었다구요 ㅋㅋ

balmas 2005-06-1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오, 대단하군요, 정말 ...
100번째 책에 추천 하나~, 마지막 리플리컨트 말에 추천 둘이요~~

^^;;;

하이드 2005-06-11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발마스님 이 초새벽에 뭐하십니까??

balmas 2005-06-1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하긴요, 하이드님 소장하신 책이 몇 권인가 세고 있었다니까요!
























886권 만세!!!
 
개구리에게 키스하지 마! - 추한 개구리를 멋진 왕자로 오인하는 눈먼 그녀들을 위한 신랄한 지침서
마릴린 앤더슨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주가 개구리를 만났는데, 개구리가 말하길, 사악한 마녀가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 개구리로 만들었는데, 만일 공주가 자신에게 키스를 하면 다시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내 공주는 개구리에 키스를 하고 개구리가 무지하게 섹시하고 멋진 왕자님으로 변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오래오래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 땅!땅!땅!

저자는 이 개구리 왕자는 독일민담에서 나온 얘기인데, 아마 이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은 아마 지독하게 못생긴 얼간이였을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개.구.리. 같은. 이 얼간이는 자기에게 키스를 해줄, 다시 말해 자기 자신과 자줄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을 포함해서 '개구리왕자' 신화에 목매는 여자들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경험학상. 개구리는 왕자로 변하지 않는다는. 하룻밤 '목마넘기'를 하고 나면 쥐나 뱀, 혹은 칠면조 따위로 변하더라는.

나만해도 '왕자를 만나기 위해선 가능한 많은 개구리를 만나야해'- 연애론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이 책을 읽고 반성 반성 .그.나.마. 개구리에 엮인지도 한참한참 전이라, 왕자가 아니라 뱀, 두꺼비, 호랑말코로 변신하는 개구리라도 좀 만나봤음 싶긴 하는 마음이긴 하지만.

그.것.이. 저자가 책을 쓴 이유. 라고 한다.

그리고, 개구리를 특징별로 정리한다. 우리 상황에선 조금 과장일지도 모른다... 정말?

여기 등장하는 개구리들은 유부남 개구리에서 변광쇠 개구리, 마초 개구리, 마마 개구리, 개구라큐라 백작(번역 한번 신통방통), 쥐새끼 개구리, 무늬만 왕자 개구리 등등등이다.

수 많은 개구리 일러스트의 압박. 그리고 한두장의 각 챕터마다 뒷편에 개구리가 혀빼물고 꼴깍 넘어가는 그림과 함께 표어처럼 등장하는 '차버리자, 개구락지!'

프흐흐흐. 웃기는 책이다. '개구리 피하기 가이드'  도 재밌었지만, 작가의 말발에도 키득거리면서 순식간에 읽어냈다 .

'개구리 스프 만드는 법 '

재료 : 바짝 말려 으깬 희망, 번드르르한 행동, 두리번거리는 시선, 신경질, 말라버린 눈물, 천박한 습관, 헤벌어진 입술, 썰렁한 분위기, 꽉 막힌 감정, 재미없는 대화, 개구리의 심장, 참담한 느낌, 냉랭한 교감, 껄끄러운 느낌, 개구리 뒷다리

요리 과정

1.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당신의) 신경질을 한 묶음 집어서 냄비에 던져 넣는다.

2. 여기에 그 남자의 썰렁한 분위기와 참담한 느낌을 몽땅 냄비에 털어 넣는다.

3. 그리고 당신의 냉랭한 교감을 넣고 한데 뒤섞는다.

4. 다른 접시에 당신의 바짝 말려 으깬 희망과 말라버린 눈물, 꽉 막힌 감정을 넣어서 따로 놓아둔다.

5. 그 남자의 재미없는 대화를 잘게 찢고 그 남자의 번드르르한 행동을 넣은 다음, 그 남자이ㅡ 껄끄러운 느낌을 쏟아 붓고 걸쭉한 죽처럼 될 때까지 세게 젓는다. 이것을 냄비에 붓는다. 이때 그 남자의 두리번거리는 시선도 함께 넣는다.

나머지 과정은 책에서 확인하시라우~

차버리자, 개구락지!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6-0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5-06-08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리뷰가 너무 재밌어요. ^^

2005-06-08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5-06-0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더 재밌나봐요.. 별 세개라.... ^^

하이드 2005-06-08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근데, 이 책 정말 재밌다구요. 가격두 싸잖아요~
속삭이신님. ㄱㄱ ㅑ~ 우리 함께 보통의 팬이 되어 보아요.
그리고 또 속삭이신 매너님. 응. 이얘기였다우.

야클 2005-06-0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굴개굴 ♬ -_-;;

비로그인 2005-06-08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비 애긴 안나오나요?

하이드 2005-06-08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 말입니다. 나오던가? -_-a 두꺼비는 정력에 좋은가요? ( 뜬금없이;)

마냐 2005-06-0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저두 리뷰가 더 재밌다에 걸겠어요. 글구 개구락지? 왜 차여, 오면 반갑지..ㅋㅋㅋ

하이드 2005-06-09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게요. 개구락지라도 좀 왔으면 , 아니 안 와도 되니깐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
 
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빈 메이시는 아밀리아를 사랑하고

아밀리아는 라이먼을 사랑하고      

라이먼은 마빈메이시를 사랑한다.

흠. 이 젠장스런 삼각관계가 슬픈빛을 띄고 있는 것은 각각의 인물이 어울리지 않는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그들이 있는 장소가 그들이 내고 있는 빛을 더 깊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1. 까페

아밀리아의 사료가게는 마을의 유일한 까페가 된다.

'아무리 부자이고 탐욕스러운 늙은 악한도 까페에서는 행동을 조심하고 누구를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가난한 사람들도 새삼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소금병 하나도 우아하고 겸손하게 집는다. 제대로 된 카페라면 우정과 복부의 포만감, 그리고 흥겨움과 우아한 분위기,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때까지 이 마을에 카페라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규칙과 문화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아밀리아는 특별한 술을 만든다. 그녀가 만드는 술은 정갈하면서도 짜릿한 맛을 내며, 일단 뱃속으로 들어가면 화끈한 기운이 오랫동안 몸을 훈훈하게 녹인다. 게다가 그녀의 위스키는 한 인간의 영혼이 진실을 마주하게 해 준다. 일상에 찌든 직조공이 그녀의 술을 마시고 늪에 핀 백합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던지, 처음으로 눈을 들어 한밤중 하늘의 차갑고 신비로운 광휘에 심장이 조여든다던지.

가난한 (몸도, 마음도)  마을사람들은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까페'라는 공간에 모인다. 한주가 끝난 피로한 주말에, 혹은 어느 날 이상기후로 하늘에서 난생처음 이 더운 지방에 눈이 내린 날에 그들은 주머니 속의 쌈짓돈을 헤아리며, 아밀리아의 까페로 갈 생각에 들 뜬다.

2. 까페 주인 - 아밀리아

육척 장신의 사팔뜨기 그녀.

버릇처럼 셔츠 속의 근육을 찔러보고, 난롯가 앞에선 다른 여자들 처럼 가리는 법 없이 치마를 들쳐 근육질의 털이 숭숭난 다리를 불가에 덥히는 여자.

못하는 일이 없는 그녀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다. 취미는 '고소', '소송' 이다. 오직 '돈'과 관련있을 때만 사람과 관계하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녀의 까페에 육촌이라며 찾아 온 곱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된다.

 

3. 곱추 라이먼

'십년을 살았는지 백년을 살았는지 기억이 안나'  라고 말하는 라이먼. 혹자는 그의 광채나는 회색빛 눈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고 혹자는 그 눈 아래의 연보랏빛 주름에서 노인의 모습을 본다.

세상 모든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모든 분란을 사랑하며, 이간질에 타고난 재주가 있다.

그는 아밀리아의 사랑을 받는다.

그는, 그러나 마빈 메이시를 동경하게 된다.



 

 

 

 

 

 

 

 

 

4. 마빈 메이시

사악하고 야비한 그가 '사랑' 이라는 열병에 빠졌다. 특이하고 괴이쩍은 커플이 되고 만다. 그의 성격은 아밀리아로 인해 변한다. 착실해지고, 부드러워지고, 그녀만을 바라보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내준다.

그렇게, 아밀리아를 보고,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변한다.

그의 사랑은 열흘이란 짧은 시간안에 거부당한다. 그는 다시 한 번 변한다. 예전에 그의 야비함이 그래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야비함이었다면, 이제 그의 모습은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그지없이 사악한 모습으로 변한다. 그의 안에 있던 '아밀리아에 대한 사랑'은 활활 타고 불씨 없는 재가 되었다.  이글거리는 사막의 바람에 한점 자취없이 날아가버렸다. 그런것일까?

그는 곱추 라이먼의 사랑을 소진시키고, 곱추 라이먼으로 하여금 아밀리아의 사랑마저 소진시키게 한다.

그렇게 이 엇갈린 사랑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나는 심지어 이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5-06-0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사한 리뷰군요.. 음악과 사진과 글이 참 잘 어울립니다..^^
 
체위의 역사 -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사랑의 몸짓에 관한 모든 것
안나 알테르.페린 셰르셰브 지음, 문신원.양진성 옮김 / 열번째행성(위즈덤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이런 종류의 책을 읽어본적이 없기에, 별을 몇개를 달아야 할지 좀 난감하긴 하다. 일단은 풍부한 삽화와 다양한 고증자료에 점수를 주어 별 네개를 준다.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사랑의 몸짓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카피를 달고 있다. 왠지 남자카피라이터가 만들어냈지 싶은 카피다.

지금 나는 두가지 타부에 관한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하나는 '성性' 에 관한 이 책이고 또 하나는 '죽음'이라는 타부에 관한 '춤추는 죽음'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죽음' 에 관한 이야기는 나에게 가깝지만 먼 '죽음'을 새롭게 보여준 반면  이 책

'체위의 역사'는 역시 가깝지만 먼 '성性'을 좀 쌩뚱맞게 보여준다. 어느 것이 우리 사회에서 더 타부인가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겠다마는.

일단 이 책은 얇다. 17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에 도판까지 큼직큼직 빵빵하게 들어갔으니 그 내용이 그리 심오할 수는 없겠다. 목차에 나오는 체위들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부분은 별 도움 안되고 그닥 새롭지도 않고, 새삼스레 흥미를 느끼게 되지도 않는다. 반면, 삽입된 화보들은 새로운 부분이 많았다. 일본의 춘화나 인도의 카마수트라등이 낯익은 그림들이라면, 여러 조각품들 , 예를 들면 네팔의 후배위 체위 나무 장식, 중국의 펠라티오 비취 미술품, 상아로 된 쿤닐링구스 네츠케 등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견된 오스트리아 알에 그려진 그림 등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 근데, 오스트리아 알이란건 ostrich(타조) 알을 잘 못쓴거야? 설마?!)

체위에 대한 자세한 방법 묘사 ( 때로는 번호까지 매겨서) 와 각종 통계들,  20세기 프랑스 남자중 몇 퍼센트가 펠라티오를 즐겼고, 나머지 몇퍼센트는 경험이 있으며, 경험이 없는 사람은 몇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식의 나열은 지루했다.

그리고 '체위의 역.사.' 라는 제목에서 기대했던 역사의 이야기는 좀 중구난방이었고 미미했다. 기독교 인들에 의한 선교사 체위라던가, 계몽주의 시대때 마스터베이션을 막기 위해 보호대를 착용케 했다던가 혹은 로마시대 동성애라던가 등의 이야기는 전.혀. 새롭지 않지 않은가.

그래도 지금 'SF 철학'을 한 챕터 읽고 다른 책 읽었다가 또 한 챕터 읽고 다른 책 읽었다가 하고 있고, '춤추는 죽음'을 오늘 하루종일 붙들고  있는 것에 비하여, 놀라운 속도로 읽어치우긴 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5-06-06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리뷰를 읽고서도 사고싶은 생각이 별로 안드는 아주 드.물.게. 보는 책이군요. 솔직히 실려있는 삽화는 궁금하지만.그것도 매우 -_-;;;

하이드 2005-06-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요? 흐흐 비닐로 딱 싸져서 19금 딱 붙어 있으니, 삽화구경은 거시기 하겠네요. ^^ 내용은 너무~ 나 평범합니다.

노부후사 2005-06-0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하이드님 리뷰보고 보관함에서 뺐습니다. ^^

하이드 2005-06-06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요 ㅜㅜ 저도 이런걸 기대한건 아니였다구요. 근데, 마지막 줄에 ' ... 권하고 싶지 않다' 라고 썼다가 지웠는데, 썼다 지운거 보여요? ^^;

클리오 2005-06-06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쩐지, 보관함에서 빼는게 대세인 분위기... ^^;;

하이드 2005-06-06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책 3권이나 읽고, 두권은 읽고 있는중이라 뿌듯~ 한 휴일이었습니다. ^^

해적오리 2005-06-06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 리뷰 보면서 정말 별루겠다 생각한 몇 안되는 책이네요.

하이드 2005-06-06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제가 좋고 싫고가 심해서요, 싫은 책은 대략 싫다싫다 , 좋은 책은 진짜 좋아 환장해! 소리높여 외치는 편이라서요. 근래는 맘에 드는 책만 읽었었는데, 예전에는 이거하구 비교두 안되는 혹평도 많답니다. ^^a
 
도버4/절단 동서 미스터리 북스 45
조이스 포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탐정들의 결점만 모조리 가진 도버 경감이라..

거구의 넉넉푸짐한 몸매의 탐정 하니 떠오르는 탐정은 울프 네로 탐정. 그러나 도버의 수사법의 유일한 장점은 네로의 섬세하고 천재적인 수사법과는 정반대로 '간결한 점' 뿐이다. '범죄 수사의 제 1원칙은 말일세, 알겠나? 남편이 살해되었을 경우 범인은 아내야.' '십중팔구까지 그래' 라고 우기는 도버. 게다가 그는 '남을 곤경에 몰아넣고 기뻐하는 성격이다' (이건 나랑 좀 비슷한걸?) '하찮은 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난 뒤면 놀랄정도로 기운이 나는' 우리의 도버경감! 그는 그의 부하경사 메글레거가 말하듯 ' 자기 잘못은 뒷전이고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면 가차없이 대하는 성질' 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경감님이 휴가중에 만나게 되는 엽기스런 사건. 일견 스탭포드와이프의 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평온한 윌라튼 마을.

제멋대로지만 로맨틱하고 직관력 뛰어난 탐정 하면 떠오르는 모스경감.  제멋대로지만 성격 드럽고, 지저분하고, 능력도 별로 없어보이는 도버경감.

평온한 윌라튼 마을에서 일어나는 한 경찰의 자살사건. 그리고 별일 아닌듯한 것에서 사건을 추리해내는 도버 경감. 결국 보이는 바로는 일단은 우스운 해프닝으로 끝나고 마는 사건 해결이지만, 그 결말은 섬뜻하다. 최소한 어떤 성性에게는. 사진 보고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여류작가이다. 작가가 여자인것도 왠지 의미심장하다. 키득.

꽤나 웃기고 재미있는 작가와 경감을 만났다. 도버 1에서 도버 7까지 있다고 하는데, 다른 시리즈도 번역되면 좋으련만!

뒷편에 나오는 라이오넬 화이트의 '어느 사형수의 파일'  역시 수작이다. 도버4/절단을 배꼽잡으며 읽었다면( 혹자는 그런 잔인한 내용을 웃으며 읽은 나를 다시봤다하지만)  '사형수의 파일' 은 흠잡을 곳 없는 중산층 미국 가정의 어두운 내부를 꼬집는 글로, 짐작할 수 있는 반전. 그리고 또 반전이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06-06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이 압권이었지요. 개인적으로는 어느 사형수의 파일이 더 재미있었지만요^^

하이드 2005-06-06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사형수의 파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재밌더군요. 그 작품도 마지막이 압권! 흐흐 근데, 도버 4 정말 신나게 웃으면서 봤어요.

비로그인 2005-06-0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탐정들의 결점만 모조리 가진 도버 경감이라는 말이 유혹적입니다..;;

날개 2005-06-0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벽한데에도 끌리지만, 결점투성이의 인간에게도 끌리나 봅니다.. 이 경감 맘에 드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