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부터 서툴렀다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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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쇼와시대가 끝나갈 무렵, 난 도쿄 코엔지 어귀에 있는 2평 남짓 하는 방에 몸져 누워있었다.

아아, 기침이 멈추질 않는다. 그때 문득 옛날에 교과서에서 읽었던 오자키 호사이의 글귀가 떠올랐다. 

기침을 해도 나홀로.

그 글귀가 뼈에 사무쳤다. 그래서 병이 나은 뒤론 호사이를 모방한 글귀를 짓게 되었다.

그 글귀가 생각난 건 그날 새벽녘이었다. 그건 그 당시에 하던 광고 제작 업무를 통해 통감한 나 자신의 서툰 처세술과 요령이 없어 먼길만 돌아온 그때까지의 인생을 말로 표현한 것이었다.

날 때부터 서툴렀다.

 

이거 어디서 읽은 이야기들인데 싶었더니, 아베 야로의 <술친구 밥친구> 에 나왔던 가족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1권인걸 보니 더 나오나보다. <술친구 밥친구>가 만화인줄 알았는데, 에세이여서 서운했었다. 이 책은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만화여서 반갑나? 여튼, 만화가 재미있다. 아베 야로의 둥글둥글한 그림들 보는게 좋다고.

 

읽었던 이야기들이지만, 만화로 보는 것이 역시 좋다. 엄마 이야기가 제일 생각난다. 맨날 꽁나(꼴지)만 하는 무녀리(약골) 아베 야로. 운동회를 제일 싫어했는데, (이 맘 나도 너무 잘 알고)  엄마가 운동회에 함께 가서 달리기 하는 장면 되게 멋있었다. 아마, 우리 엄마도 운동회 와서 달리기 했으면 엄청 잘 달렸을텐데 싶다.(프로 선출이니)

 

일본 어린 꼬마 이야기를 최근에 어디서 읽었더라, 아, 사노 요코의 <자식이 뭐라고>에서. 화자도 다르고, 한쪽은 만화고, 한쪽은 에세이, 만화쪽에 더 다양한 가족들도 나오지만, 지금은 어른인 일본 남자 어린이 시절.을 그리고 있어서 익숙한 느낌이 든다.

 

꽁나에 무녀리. 부족함이 계급이 아니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한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서 철봉에서 거꾸로 돌기에 성공하는 걸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시절이었다. 지금 시대에 날 때부터 서투르다면, 옛날보다는 많이 힘들겠지. 하는 생각도 했다. 심야식당도 좋고, 귀파주는 이야기도 좋지만,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 <날 때부터 서툴렀다> 같은 좀 더 긴 이야기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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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6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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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심야식당>인 것 같다. 몰아 보는 것보다 오랜만에 보는 편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기 보다는 <심야식당>을 읽는 당시의 내 마음상태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뭔들.

 

수면사이클이 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애인말로는 내가 하기 싫은게 있으면 잠을 많이 자버린다고 한다. 그런가?

하기싫은게 있으면 잠을 안 자기도 하는데. 다음날이 되는것이 싫으니깐. 근데, 나는 그 단계를 넘어 버려서 깬 채로 다음날을 맞이하기 일쑤다.

 

밤에 안 자고 낮에 자는 타입도 아니고, 잘 수 있을 때 자고, 한 번에 오래 못 잔다. 여튼, 밤에는 깨 있는게 좋다.

낮에도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지만, 밤에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잠이 안 오면 안 자고, 잠이 오면 잔다. 하지만, 밤에 적당히 자야 건강하게 오래 사는데 좋겠지.

 

그런 밤에 사람들이 찾는 곳이 '심야식당'

 

밥을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심야식당에는 '밤'과 '밥을 주는 사람' 이 있다.

단골들, 뜨내기들 다 있는데, 음.. 나는 그냥 밥만 먹고 싶을 것 같다. 어느 밤은 뻘소리도 하고, 속에 있는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또 밥만 먹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있는 것 같은데, 결국은 사랑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야기들. 거기서 외로움도 나오고, 그리움도 나오고 그런거.

예전에는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먹다 보면 먹고 싶은 것이 잔뜩이었는데, 요리는 별로 안 보게 된다. '매운 곤약 볶음' 은 좀 먹어보고 싶다. 곤약을 고추와 볶아서 찐다고 하는데, 양파,대파,고추,마늘,간장,물엿을 넣는 것인가? 네이버에는 고추장이 들어가는 레시피가 많이 나와 있지만, <심야식당>에 나온건 그런건 아닌 것 같았어. 아, 생각을 넣으면 일본풍.이라고 하는데, 생강 넣으면 비슷하려나.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냉동귤도 궁금하다. 이 시리겠지만. 여름이니깐, 오렌지라도 사서 얼려볼까.

아니, 나는 복숭아가 먹고 싶다.

 

처음 심야식당을 읽었을 때는 심야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다 특이하게 느껴졌는데, 시간이 지나고, 지나고, 지금은 그냥 다 보통으로 여겨진다. 많은 것이 나빠지고 있지만, 좋아지는 것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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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뭐라고 - 거침없는 작가의 천방지축 아들 관찰기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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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녀의 그림책들이었고, '사는게 뭐라고' 에서는 까칠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웃기고 신선했다. 그 다음에 나온 책인 '죽는게 뭐라고' 에 이어 '자식이 뭐라고' 까지.

사노 요코가 에세이 3권을 '~뭐라고' 시리즈로 쓰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이렇게 한 컨셉인것처럼 묶어 놓으면, '자식이 뭐라고' 에서는 실망하지 않기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만 따로 보면, 그리고, 원제인 '저쪽 돼지, 이쪽 돼지' 로 보면, 그런대로 소소한 재미를 찾으며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이라는 것이 알맹이가 제일 중요하지만, '제목'과 표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한다. 3부작 시리즈의 하나로 우겨 넣어서 그 연장으로 읽어버리게 되니 알맹이마저도 변질된 감상을 받아버리게 된다.

 

중간 중간 삽화가 있고, 사노 요코 책에 종종 등장하던 아들 겐과 삼총사인 친구들 이야기가 나온다.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는 이야기' 라는 내지의 첫 글은 이 책을 읽는 내 마음.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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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6-0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그렇게 실망할거 같아 패스했는데 리뷰보니 잘한 것 같네요:0

하이드 2016-06-06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네 패스하셔요 , 전 독서대 받으려고 산거에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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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이 책을 읽고 목차랑 맨 뒤에 후기만 읽으면 된다고 하지만, 하루키의 에세이며 소설을 그럭저럭 빠트리지 않고 읽어온 나로서는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 또 읽어도 또 좋았다. 말대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라는 카테고리 안으로 모아서 읽으니 의미 있고 괜찮았다. 가장 꾸준히 오래 읽은 작가가 아닌가 싶은데, 좋아하는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하기에는 꺼려지는 뭔가가 있기도 하다. 하루키가 잘 팔리는 대중작가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십대때부터 읽어온 하루키를 낼 모레 사십대인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작가라고 하기에 내 십대가 부끄러운 것일까.

 

지금에 와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건 좋아하는 작가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그 작가의 작품들을 읽을 수 있다는 건 행복하다는 거다. 남들 다 말하듯이 에세이가 더 좋아요, 소설보다. 라고 말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여자 없는 남자들> 부터는 정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소설들도 다시 읽으면 다른 기분이 들까 싶을 정도다. 작가도 나이 들고, 나도 나이 들어서 어느 순간 튠이 맞기 시작한 것일까 싶기도 하고.

 

이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들에 비해 드라이하다 못해 차가울 정도의 냉정한 글들이 많다.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고, 내 직업이 소설가는 아니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내 직업에 대비해볼만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문학상에 대해서' 라는 챕터를 읽을 즈음에 한강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소식이 있었어서 작가와 작품의 훌륭함과 별개로 기사의 과장과 가벼움에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터라 더 와닿았고, 하루키가 자신의 성공딱지를 다 떼고, 미국에서 도전하여 성공한 이야기도 하루키의 대단함을 다시 보게 만들어주었다.

 

버티기,즐기기, 피지컬 관리하기, 오리지널리티를 찾기 등의 이야기는 직업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와닿을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고 바로 쓰는 리뷰가 아니라 다시 뒤적이며 리뷰를 쓰고 있는데, 다시 읽어도 그 자리에서 몇 장은 넘길만큼 술술 읽히는 글들. 하루키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소설이고 에세이고 부지런히 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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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탱이 2016-06-02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후기에요 넘 잘봤습니다^^

하이드 2016-06-02 13: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푸른희망 2016-06-02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는 여자없는 남자들이 정말 좋았어요.. 이제 맞아가는구나 하는 기분도 들엇고..

하이드 2016-06-02 13:55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뭔가 자기 나이대의 남자 주인공이 화자여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작가도, 독자도 같이 나이 들며 세상의 경험을 쌓아가는구나 싶었어요.

blanca 2016-06-02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는 정말 잘 늙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든 책이었어요. 삶이나 자기 몸을 관리하는 자세가 참 진지하고 배울 부분이 많더라고요. 잘 읽고 갑니다...

하이드 2016-06-02 13:56   좋아요 1 | URL
각각의 스타일이 있지만, 정말 하루키는 시간이 지나고도 오리지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나왔을 때는 이런건 나도 쓰겠다. 라는 말 들으며 시작했는데, 몇십년이 지나도록 하루키같이 쓰는 사람은 안 나오죠. 자기관리의 부분, 멘탈과 피지컬 모두. 존경스럽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6-0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리뷰네요^^ 저도 어제 오늘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ㅎ
 
기억나지 않음, 형사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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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찬호 께이. 대만 작가가 쓰는 홍콩 경찰 이야기다. 누아르 느낌이 물씬 나서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옛날 홍콩 누아르 영화 좋아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글도 좋지만, 영화처럼 장면장면이 생생하다.

 

임신한 아내와 남편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현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13.67에서도 기가막히게 솜씨 좋았던 시간과 시점을 오가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

 

반전으로 가득하지만, 반전을 알고도 또 읽고 싶은 그런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천재 형사과의 이야기는 이전 작품인 <13.67>에도 있었고, 찬호 께이를 읽고 관심 가지게 되어 읽기 시작한 중화권 미스터리 중 <사신의 술래잡기>라는 작품도 역시 천재과의 탐정과 법의관이 나오는데, 비교해보면, 얼마나 세련되고 그럴듯하게 천재 탐정을 묘사하는지 알 수 있다.

 

치정으로 인한 살인으로 결론 나려했던 6년전의 사건, 당시의 범인과 관련된걸로 보이는 스턴트맨, 그리고, 기억을 읽는 형사와 스턴트맨은 각기 마음의 아픔을 가지고 같은 병원의 같은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병원에서의 상담 이야기도. 분량이 많지 않지만, (이 책의 분량이 13.67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길지 않은 미스터리다.) 인상 깊다.

 

그러고보면, 잠깐 등장하고 마는 조연이라도 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름은.. 중국 이름은 낯설어서 책 덮으면 기억나지 않지만, 도장에서 깝죽거리던 수련생부터 죽은 범인의 아내까지도 이야기의 연결고리로서만이 아니라 생생한 한 캐릭터로 살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다.

 

독자를 속이고, 속이는 트릭을 일찌감치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다. 언제든 기꺼이 다시 읽고 싶은 책.

다음 작품이 정말로 기대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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