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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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가와이 간지의 신작.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각각의 매력은 좀 만화같고, 업덕션이라는 추리기법도 확 와닿지는 않지만, 사건 관련인물들의 이야기와 스토리가 충분히 매력적이다. 드래곤플라이, 잠자리. 잠자리로 시작해서 잠자리로 끝나는 이야기.소녀와 소년 둘. ‘영원의 아이‘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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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와이 간지 소설이 이번에도 약간에 취약점이 있나 보네요. 데드맨도 소재가 흥미로워서 읽으려다가 조금씩 아쉽다는 리뷰들이 있어서 접었는데...가와이가 스고이 될 때를 기다립니다.

하이드 2017-01-12 17:28   좋아요 0 | URL
네, 전 애정을 가지고 읽다보니, 그럭저럭 읽을만 했어요. 분량은 데드맨보다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시리즈물인데, 형사들 매력이 안 와닿으면, 좀 그렇죠. ㅜㅜ 말씀대로 얼른 스고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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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에 난 구멍으로 빛이 든다. 이정도면 사는데 지장없다. 그런데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커튼을 더 찢으려 드는 이들이 있다. 이해할 수 없다. 부산스럽고 소란하게 굴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비난했다. 이제 그만좀 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빛이 든 이후에 살기가 좋아진 거라는 말을 주워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실감이 되진 않았다. 결국 요란하게 굴던 이들은 구멍을 조금 키우는데 성공했다. 빛이 조금 더 든다. 조금 더 살만하다. 그런데 그들은 멈추지 않고 야단이다."

 

커튼에 구멍을 내는 사람, 커튼을 더 찢으려고 부산스럽고 소란스럽게 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막상 커튼을 다 찢어버리고 나면, 그 세상은 지금 작은 구멍에도 계속 놀라고 있는걸 보면, 더 놀라울 것이다. '아는 것' 커튼 밖의 세상을 아는 것.으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변화의 필수불가결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봄알람 출판사의 이민경은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9일만에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썼다.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에 '봄알람'이라는 출판사를 만들고, 두번째 책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를 냈다. 봄알람의 세번째 책은 '메갈리아의 반란' 이다.

 

작년 한 해 다양한 페미니즘 책이 나왔고, 2016년 도서판매 분석 같은 걸 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페미니즘 도서' 정도일만큼 페미니즘 이슈는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 책을 읽고, 각자의 커튼에 구멍을 찢기 시작했다.

 

저가가 '계보'를 들고 나온 계기는 민우회 주최 김현미 선생님의 강의를 듣던 중 "우리 여성들에게는 계보가.." 라는 말이 나와 당연히 그래, 우리 여성에게는 조국도 계보도 없지. 라고 앞서 생각하고 있던 중에 "존재한다" 라는 말을 듣고 당혹감을 느낀 것에서 시작한다. "계보에 오를 수 없는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계보가 있다면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 여기'를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로 가정하기.

과거 여성의 삶, 지금 여성의 삶, 지금 다른 곳의 여성의 삶, 다음 세대의 여성의 삶.

챕터의 제목에 나온 것처럼 '사회는 흐른다' 더 나아질 수도 있고, 한 보 후퇴할 수도 있겠지만, 두 보 나아갈 수도 있는. 그런 사회의 흐름 속의 '나'를 상상해 보면, 덜 막막해진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껏 없다고 생각했던, 지워졌고, 우연히 보존, 발견되었던 '계보'를 공부해보자. 고 한다.

 

읽으면서 울컥했던 부분들이 많은데,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여성의 '연대' 가 나오는 부분에서 벅차올랐다. 다양한, 지워졌던 여성운동의 역사가 나온다. '여성운동' 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에서, '독립운동'에서, '민주화운동'에서 여성이 지워진 사례들을 보며 소름끼쳤다. 지워졌고, 알아볼 생각하지 않았고, 모르는 상태로 잊혀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가 IMF의 위기를 맞아 강한 구조조정으로 성공적으로 회생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때의 총리가 여자이고, 유일하게 벌금을 물지 않은 은행의 은행장이 여자였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여성은 반드시 승리하가? 일단 변화가 일어나면 그 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억압에 휩싸여 있을 때는 그럭저럭 버텼다 하더라도, 한 겹 걷어낸 세상을 맛보고 나면 다시는 그것을 뒤집어 쓸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

 

다음 책인 '메갈리아의 반란' 에 대해 기대하게 만드는 글이 있다.

 

 

"지난 시대의 가부장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똑같은 말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조상을 닮았다는 말에 발끈한다. "그것과 이것이 같으냐?" , "과거에는 차별이 있었지만 나는 상식적인 얘길 하는 거다." 뻔한 주장이다. 그러나 그 상식은 누가 만들었는가? 차별과 억압을 받는 입장이 아니기에, 그저 힘이 센 편에 서 있는 이들, 그러다가 우리의 투쟁으로 세상이 조금 변하고 상식 아니었던 것이 상식이 되면 냉큼 거기 올라타 그다음 변화에 어깃장을 놓을 뿐인 이들은 모른다. 계승할 역사도 긍정할 전통도 없이 변화를 막아서는 이들은 그저 미역에 불과하다. 배에 엉겨 붙어 진로를 필사적으로 방해하는 미역"

 

그들은 그저 미역에 불과하다고. 아, 너무 웃었다.

 

메갈리아가 왜 후련했는지, 아래 글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당연하게 여겼을 뿐 아니라 나 역시 때로 동조하던 혐오를 똑같이 흉내 내는 방식으로 누군가가 반기를 들었다. 우리를 오랫동안 옭아맸던 침묵의 나선은 그렇게 끊어졌다. 여태까지의 페미니스트에게 기대하던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이 독점하던 공간에 발을 들였다. (..) 똑같이 상스럽고 저열하고 의미 없는 언어가 곁에 서자 그 실체가 얼마나 초라한지 여실히 보였다. 여성혐오의 지위는 절대에서 상대로 추락하며 힘을 잃었고, 더 이상 나를 제압할 수 없었다. (..) 또한 나는 이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이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는 공격할 수 없다. 메갈리안이라는 새로운 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신여성에서 모던걸로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대상만 바꾸어가며 언제나 존재하던 혐오의 불길은 이제 메갈리아로 옮겨 붙었다. 이제 나를 공격하려면 메갈리안이라는 혐의를 씌울 것이다.

 

메갈리안에 분노한 이들이 스스로가 만든 명분에 갇혀 사상에서 표현으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과정은 산뜻한 승리감을 안겨주었다. 혐오는 거세진 듯 보였지만, 메갈리안 등장 이후 그 범위는 분명하게 축소되었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던 이들은 태도를 전향하여 "진정한 페미니즘"을 긍정하며 메갈리안을 공격했다. 메갈리안이 미러링에 그치지 않고 소라넷을 폐지하고 여성혐오 광고와 랩을 만든 이들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고, 몰래카메라 금지 법안을 만들어내는 등의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그들의 적대적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 이제 누구를 혐오하는지 잘 설명해야 하는 쪽은 그들이다. 내가 겪은 가장 큰 승리다."  

 

 

이 책의 미덕은 정말 중요하지만, 정말 모르고 있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던 역사 속의 여자들에 대해 알고,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러 미래까지 흐르게 될 여성운동의 흐름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그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힘내는 것.

 

스터디북처럼 질문과 빈칸으로 이루어져 있는 부분이 많은데, 입트페에 이어 이건 좀 이제 그만했으면 싶은 것이 아쉬움. 뭐,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를 것을 예상하고 던지는 질문에 그렇게 큰 빈칸 둘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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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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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암살자닷컴'은 의외로 직역인데, 번역 제목이 귀에 착 달라붙는다.

원제는 korosiya.com 으로 코로시야가 킬러를 의미한다고 한다.

 

'암살자닷컴'을 둘러싼 킬러들이 주인공인 다섯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소네 게이스케의 작품은 언제나 기대된다. 아주 얇은 단편집인 '열대야'를 가장 좋아하지만, 첩보 경찰 미스터리이자 공안이 주인공인 '침저어'도  단편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도 강렬한 느와르 물이었다. '코'만 아직 읽지 못했는데, 표지가 너무 흉하다. 이번에 나온 '암살자닷컴'은 암살자닷컴이란 곳에서 암살 내용을 보고 입찰 경매를 해서 최저가로 낙찰 받는 사람, 그러니깐, 암살자, 킬러가 암살을 하고, 돈을 받는다.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 총이나 테이저건이나 약 같은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도 형성되어 있다. 각각의 단편에 범인, 암살자가 주인공이다. 베테랑 암살자에서 돈이 필요한 주부까지, 업계 사람부터 우연히 접하게 된 사람까지 다양한 암살자들이 나온다.

 

소네 게이스케 소설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잔인한 이야기이고, 잔인한 장면이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영화의 화면전환처럼 빠르게 전환되는 장면들 때문인 것 같다. 최근에 본 '무통' 같은 류의 책들, 잔인한 장면 끝도 없이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많은 장면이 과감히 생략되어 있다. '블랙 코미디'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반전 같은 것이라기 보다 예상과 달리 어그러지는 장면들이 계속 나와서 완벽하게 기승전결 루트를 타는 이야기들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쪽이다.

나쁜놈이 개과천선, 사건 해결로 벌을 받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나쁜놈이 생활인으로 느와르의 세계에서 애쓰고 있는 장면이 나오니, 블랙코미디의 그림이 나오는 것.

 

하우미스터리에서 2016년 미스터리 (290권) 결산해 둔 것을 보았는데, 일본 미스터리가 많이 줄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덜 번역된건가 싶다.  대박 터트리는 히가시노 게이고들 외에도 소네 게이스케같은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다양하게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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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트랙 발란데르 시리즈
헨닝 망켈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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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트 발란데르 시리즈 다섯번째 작품으로 발란데르 시리즈 중 최고라고 하는 것이 책소개에 있으니 그닥 믿음직하지는 않다. 사 놓은 것도 몇 권 있지만, 읽기는 처음이다.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라면 대충 다 읽고 보는데, 유일하게 발란데르 시리즈를 이제야 접한다. 시리즈물은 많이 읽을수록 미우나 좋으나 정이 쌓여 가는데(계속 읽기만 한다면), 처음 접하는 작품이다보니, 이름만은 너무 익숙하지만, 아직 발란데르의 매력을 느끼기는 좀 부족한 것 같다. 다른 시리즈를 찾아 읽을만큼은 충분.

 

북유럽 미스터리를 읽는 것은 미,일,영 미스터리를 읽는 것과는 꽤 달라서, 정원에 내다 놓은 유모차의 아기 얼굴이 피범벅이다. 라는 경우 미,일,영은 그게 사건이고, 북유럽 미스터리에서는 피범벅인줄 알고 놀랐는데, 케찹이었다. 라는 것이 큰 사건. 연쇄살인 같은건 미국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지. 라는 분위기.

 

사이드 트렉은 유채밭 한 가운데 소녀의 분신자살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름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스웨덴은 여름이 정말 아름다워서 하지 행사 같은 것이 유명하고, 하지 행사, 날씨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며 도끼로 죽이고 머릿가죽을 벗겨내는 끔찍한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범인은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이미 나와 버리고, 범인이 계속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발란데르와 팀이 범인을 쫓고, 잡는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끝까지 재미 없는 부분 없이 잘 읽혔다.

 

사건도 범인도 주가 아니고, 발란데르와 그 주변을 중심으로 이야기의 결을 따라가게 된다. 뭐, 범인에게 이유를 주거나 감정이입 같은건 필요 없지. 그 범인이 어떤 범인이든간에.

 

미스터리 소설은 사회상을 구석구석 나타내는데, 발란데르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 부자는 점점 부자가 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지워지는 것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어렴풋이 아는 스웨덴은 복지국가이고, 잘 사는 나라인데, 책을 읽는 내내 지금 여기 내가 사는 나라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혼하고 외로워하다가 만난 사건 공조 했던 형사의 부인 바이바와 사귀게 되는데( 형사는 끔찍하게 죽음. 어딘가 시리즈에 이미 나와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나는 한참 연애의 용암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이므로 연쇄살인범 나오는 미스터리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많이 나오지도 않는 주인공의 연애 이야기에 눈이 확 가버리고 만다.

 

"바이바와 이야기하던 중에 발란데르는, 당시 그를 사로잡았던 그 갑작스러운 느낌, 경관답지 않았던 느낌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애썼다. 그건 그의 안에 있던 어떤 댐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는 이제 스웨덴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사라져버렸음을 알게 되었다. 대도시의 폭력이 그가 맡고 있는 지역까지 침투했고, 일단 들어온 이상 앞으로 영원히 그럴 것이다. 세상은 수축하면서 동시에 확장되고 있었다. 그런 슬픔에 이어 두려움이 엄습했다. "

 

" 신호가 세 번 울리고 바이바가 전화를 받았다. 발란데르는 불안했다. 전화를 걸 때마다 그녀가 이제 그만 만나자고 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 자신만큼 그녀도 확신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행복하게 들렸고, 그 행복에는 전염성이 있었다. "

 

"스웨덴은 물질적인 면에서는 가난에서 벗어났고, 대부분은 스스로의 힘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발란데르가 어릴 때만 해도 답이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들이 - 비록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종류의 가난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 진보가 잠시 멈칫하고 복지 국가의 명성이 서서히 깎이고 있는 시점에, 그동안 잠잠했던 정신적 가난이 표면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

 

 

" 그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젊은이들이 분신자살을 하고, 또 이런저런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세상이었다. 그들은 소위 실패의 시대를 살고 있었다. 스웨덴 국민들이 믿었던, 그리고 그 믿음에 따라 세웠던 무언가가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들이 한 일이라곤 이미 잊혀버린 이상을 기념하는 기념비뿐이었다. 이제 그를 둘러싼 사회가 무너지고 있었다. 정치체계가 전복되는 중이었고, 이제 어떤 건축가가 나타나 새로운 건축물을 세울지, 그건 또 어떤 체계가 될지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름날이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끔찍했다. 젊은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살아남은 사람들은 기억하기보다는, 잊어버렸다. 이제 집은 안락한 가정이 아니라 도피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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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읽는 책은 특별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것이 불투명한 연인의 마음 한 조각을 엿볼 수 있는 창문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당신이 접어놓은 페이지나 밑줄 친 문장, 그런 흔적들은 내게 당신의 영혼으로 건너가는, 허공에 걸린 흔들다리처럼 생각되었다. 언제 어디서 끊어질지 모르는 허술한 다리였다.

크기가 다르고 그 질이 다른 비대칭적 사랑 때문에 괴로운 인어공주는 밤마다 네루다의 시를 읊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밤 나는 제일 슬픈 구절들을 쓸 수 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도 때로는 나를 사랑했다." (<오늘밤 나는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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