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을 팝니다 - 사회학자의 오롯한 일인 생활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 아마 우에노 치즈코의 싱글 시리즈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우에노 치즈코가 이런 말랑말랑해 '보이는' 에세이를? 싶었지만, 시리즈라고 하니, 뭐, 그럴수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은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가능하면 늦은 오후에 



두개의 문장으로 들어간다. 책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우에노 치즈코의 이야기들이라 공감할 때도, 공감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들어가는 문장들에 고개를 깊이 끄덕거린건 내가 '싱글의 오후' 를 느껴서 일까? 


좋아하는 일은 아니잖아,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 싶고,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고 말하는 여행사 하는 동생에게, 일이란게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면 좋겠지만,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거지.라고 대답했다. 


일뿐만 아니라, 이 나이가 되니, 이 나이가 되어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호하지만,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은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것이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면서 점점 분명해지는 걸까? 


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내 사전에 없는 것은 '불면', '심심함', '외로움' 등이다. 

혼자서도 시간 너무 잘 가는걸. 책이 있으면 더욱 더. 책을 읽는 사람이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이 되어갈 것이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 상상이 거의 없었는데, 어제 문득 어떤 분을 보고, 아, 나이 들어 지금처럼 책을 읽는 모습 멋진걸, 싶었다. 여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잘 지내. 늦은 오후, 아직 밝은 시간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차나 홀짝이며 책 읽다가 낮잠 자는 것을 좋아해. 인생의 오후로 다가가는 시간, 나는 고양이들이 있고, 애인이 있는 '싱글'이다. 


'생각나는 것', '좋아하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 '싱글의 현재' 

네가지 챕터로 나누어 여러가지 주제들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책들처럼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막 말랑말랑하고 .. 그런걸 기대하지는 않겠지? 

읽으면서 전혀 그런 기분은 아니었다. 싱글?여자 노년의 또 다른 에세이, 사노 요코와도 다르다. 유머 없고, 생각보다? 친절하다? 


세상은 나를 '공격적인 남성혐오자'로 여기는 듯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나는 대부분의 남자들에게 관용적이며 성을 내는 일도 드물다. 왜냐하면 남자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게 잡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남자에게서는 기대 이상의 미덕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지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마음이 선뜻했다. 관혼상제 중 유일하게 장례식을 챙긴다고 하는데, 이승에서의 이별을 똑바로 하고 나아가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희미하다고. 그렇지. '장례식'은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이별의식.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개인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 개인이 우에노 치즈코이다보니 '여성'의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없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귀중하게 건진 이야기가 두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에이지즘을 고발하는 페미니스트 바버라 맥도널드의 대사를 옮겨 놓은 것이다. 그녀는 칠십대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다른 노인과 달리 건강하고 기운이 넘친다는 말을 늙은 여성에게 하면서 그것을 칭찬이라고 여겨서는 안 됩니다. 만약 그 여자가 칭찬으로 받아들였다면 당신은 늙은 여성을 거부하는 일에 일조한 것이 됩니다. 

늙은 여성에게 나이보다 훨씬 젊으시군요, 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당신들의 오만에서 나온 말일 뿐만 아니라 외모에서 나이가 드러나는 것을 나쁘게 보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늙은 여성은 당신들 젊은 여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당신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늙은 여성이 옛날부터 나이가 많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녀들은 70세, 80세, 90세가 어떤 것인지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늙은 여성을 부정하는 사회에 사는 우리는, 늙은 여성이 이 경험에 대해서 말하면 말할수록 그것이 얼마나 혁명적인 일인지 알게 됩니다. 


이어지는 글도 맘에 든다. 역시 바버라 맥도널드가 썼던 글 중 


젊은 여자들은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들려달라며 늙은 여자의 라이프 히스토리를 인터뷰하러 찾아온다. 내가 매일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물어보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그녀들은 나의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만 관심이 있다. 나는 '과거의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매일을 살아가는, 그저 나이가 많을 뿐인 여자인데도 말이다. 노인은 과거의 껍질이 아니다. 반대로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는 연령'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


나이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나야 '현재'주의자라 늘 지금이 나이가 제일 좋다. 막 최고야, 좋아, 짜릿해, 그런건 아니지만, 만족하고, 불만 없다. 오오, 나이 드니깐 PMS가 생겼어. 막 이러고 살고 있고, 대충 '나이 들어서 그래'가 몸의 모든 증상에 맞아 떨어지기 시작하는 그러면서 '운동 해야 해!'를 끌어내는 뭐 그런 현재. 


'젊음'에 대한 과도한 선망은, 특히 여자의 젊음에 대한 집착에 대해 인지하고, 격파할 필요가 있다. '나'에 관해서도 그렇고, '타인'을 대할 때도 그렇다. 


시간과 경험이 이 사람이 '현재'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사귀어야 하는 것은 이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여야 한다. 


이 이야기가 좋다. 우에노 치즈코의 책에서도 몇번이나 반복되는 이야기이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모여 만들어진 나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내 안의 여성 콤플렉스>인데, 1장에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는 추동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산 정상에 오르는 길은 다양하듯 근본적으로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는 추동력은 어느 한쪽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여성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양한 만큼 수많은 길을 열어 둔 채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20세기 여성들이 여성으로 길들여지기를 거부했다면, 21세기 여성들은 서로의 격려 속에서 저마다 '자기 자신'으로 길들여 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명한 지도자에 의한 조직의 통합이 아니라 여성 자신의 삶을 변혁하는 것"이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은 유효하다. 표면적인 성평등 사회에서 여성의 삶을 여전히 지배하는 전통적 여성성 혹은 남성성에서 벗어나는 첫 관문은 '가면 벗기기'다. 자신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일, 즉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삶을 제어해 온 콤플렉스와 마주하는 일 말이다. 


평소 콤플렉스에 대해 나쁜 뉘앙스만을 가지고 있어서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책을 읽고 느끼게 되었다. 콤플렉스에 대해 조금만 더 덧붙이면 


콤플렉스는 무의식적이고 제어하기 어렵다.  콤플렉스는 타고난 기질과 사회경제적 현실 속에서 개인이 체험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내면화되면서 만들어지는데, 일단 콤플렉스에 빠지면 어떤 것에 강하게 집착하는 성격이 나타난다. 콤플렉스는 세계관과 가치관뿐 아니라 어떤 대상이나 행위에 대한 흥미와 동기 등에도 영향을 주고, 행동을 지시하며 성격 형성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콤플렉스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자신의 삶이 콤플렉스의 통제를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힘들다. 보수적인 사회일수록 새로운 사상, 학설, 유행에 두려워하듯이,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은 낯선 것, 새로운 것, 이상한 것 등을 두려워해 없애거나 외면하려고 든다. 


콤플렉스는 개인적인 것이자 사회적인 것. 


우에노 치즈코의 에세이를 막 찾아서 읽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미 고민과 경험을 거치고 현재의 모습인 그의 모습은 좋은 롤모델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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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7-01-27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이든 여자에 관심이 많아요^^
요즘 사노 요코를 재밌게 읽고 있어요. 우에노 치즈코도 찾아볼께요~

하이드 2017-01-31 11:15   좋아요 0 | URL
네, 사노 요코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여성노년 롤모델 이야기가 나오죠. 우에노 치즈코의 책들도 재미있습니다.
 
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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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티브 핑커,매트 미들리,알랭 드보통,말콤 글래드웰 둘씩 편먹고 ‘인류의 미래는 긍정적인가?‘를 토론한다.과학자 둘과 인문/사회학자 둘의 대결로 과학 vs.인문학으로도 볼 수 있겠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끼리 엄청나게 비꼬고 갈구며 토론해서 웃었다.찬/반 둘 다 공감,내 표는 말콤 글래드웰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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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7-01-2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나다의 앞날에는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이것 역시 확실히 그럴 겁니다. 여러분, 캐나다인들은 최근에 국가 지도자를 뽑는 과정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가 모두 캐나다에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만 해도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을 5분만 지켜봐도 캐나다 국경 남쪽 저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낙관적인 명제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 보육원 의무 교육화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한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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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이름이 낯익어서 보니 제작년에 흥미롭게 읽었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의 저자이다. 그 이후로 <희망난민> 이 나왔는데, 아직 못 읽었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젊은 남자 사회학자로 알고 있는데, 보육문제라니, 읭? 싶었지만, 이전 책에서 보여줬던 리서치와 필력, 설득력이 대단하다. 요즘 가장 관심가는 주제이기도 해서 더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노동력이 부족하고, 저출산이 문제라면, 왜 보육을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지? 여자들의 노동력을 쓸 수 있고, 출산률도 높일 수 있는데 말이야' 라고, 굉장히 단순강력한 명제로 무겁지 않게 접근했다. 이 책을 무슨 마피아게임 하는 멤버들이랑 마피아게임하러 갈 때마다 회의하고 썼다고 하는데, 페이지 수는 많지 않지만, 심플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일본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를 비교해놓고 보면, 우리랑 비슷해! 하지만, 우리는 늘 거기에 더한 괴로움과 힘든 레이어가 몇 겹이나 있다는 점에서 절망.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 사토리 세대, 달관 세대가 아르바이트 하고, 직업 가지지 않는다고 썼는데, 그 나라랑 우리나라 시급 차이 같은 거. 그런 레이어. 


시간 없는 사람은 이거라도 읽어라. 정리해 놓은 책인데, 거기서도 또 정리 해놔서 맨 앞장에 읽는 방법을 써 놓았다. 

어느 장부터 읽어도 상관 없는데, 바쁜 엄마는 '시작하며', '1장', '2장', '7장' 읽으면 되고, 정말 바쁘면 '시작하며'와 '7장' 

'저출산'과 나라 경제'에 관심 있는 어르신은 '2장', '4장', '6장' 부터 읽으면 좋고, 교육 문제에 관심 있는 분께는 '2장' 을 권한다. 각 장에는 각 장의 포인트까지 요약해 써두었다. 


2016년, 올해 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굉장히 최신의 이슈를 다룬 책이다. 위의 제목은 500자 안되는 블로그 기사였는데, 출산 후에 일하려고 했던 여성이 보육원에 떨어져서 분노하는 내용의 글이었다고 한다. 익명의 이 글이 바이럴을 타고, 급기야 티비 방송에서도 특집을 편성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시외가 열리고, 마침내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이 글을 근거로 일본 보육제도를 문제 삼고, 아베 수상이 답변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측 태도에 사람들이 더 분노하고, 여당인 자민당이 '대기 아동 대책 특별팀' 을 만들었다. 


일본의 보육원 문제는 잠재적 대기 아동이 100만명에서 300만명 까지 이른다고 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한국은 무상보육도 하고, 이미 해결되어 자기 책이 안 팔리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그거 아니구요.. 


1980년대의 가족계획 슬로건을 들여다보면 '둘도 많다' , '하나만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에서 넓게 살자' 였는데, 2002년엔 합계 출산율이 1.17까지 급격하게 내려가고, '한 명의 아이보다 두세 명의 형제자매가 더욱 행복합니다' 로 바뀌었다. (합계출산율은 2.0 이상이어야지 인구가 유지되고, 그 이하면 줄어든다) 


장난치나, 덧붙이면, 저출산, 저출산 하지만, 현재의 출산율은 더 높다. 다만, 아이를 낳는 여자의 수 자체가 적다. 왜? 지금 가임기의 여성들이 '하나만 낳자' 가족계획 슬로건 아래 페미사이드 당했거든.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성비가 가장 극악하던 때의 여자들이거든. 


'시작하며' 에 나온 또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 


한국도 일본도 여성, 특히 '엄마'에게 유독 차가운 나라인 듯싶다. 일본의 여성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물론, 노동자로서 여러 가지 책임까지 사회로부터 떠맡고 있다. 


이것은 뒤에 좀 더 설명되는데, 한국 이야기인줄 알았다. 어떤 면에서는 일본이 더 심한데, 누가 더 심하냐의 차이이지, 나쁨. 나쁨. 


저자는 주로 일본 젊은이들에 대한 책을 써 왔고, 자주 받은 질문에 대해 차근차근 대답해왔는데, 

"장래 일본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라는 물음에 대해 이 책<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는 

"일본이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라고 선언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목차를 보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알 수 있다. 


한국어판 서문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시작하며 엄마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1장 엄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가 태어날 리 없다 
2장 인생의 성공은 여섯 살 때 판가름 난다 
3장 모성 본능이라는 말, 사실 의학 용어도 아닐뿐더러 근거도 없다 
4장 저출산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5장 초식남이 나라를 망친다는 헛소문 
6장 여성이 기대받는 시대 
7장 0세부터 시작하는 의무 교육 
후기 누구나 즐겁게 육아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목차를 죽 이으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엄마도 인간이다. 엄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는 저출산이 당연하다. 인생의 성공은 여섯 살 때 판가름 난다. 영,유아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비인지 능력'이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장 효율적이다. 모성본능은 의학용어도 아니고, 근거도 없고, 역사 속에도 없었다. 근거 없는 3세 아동 신화 탄생의 기원 (우리나라도 요즘 3살까지는 엄마가 .. 하는 얘기가 슬 나오던데, 이거 일본에서 건너온거구나!) 저출산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의 예, 초식남이 나라를 망치고, 성욕이 없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애를 안 낳는다는 망언, 여성이 기대받는 시대,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성공하는 사람을 늘린다. 


어머니도 우리와 같은 인간일 텐데, '엄마'라는 이름이 붙은 순간 무엇이든 들어주는 초인적인 존재로 여기곤 한다. (..) 엄마가 직장을 열심히 다니면 '아이가 불쌍하다.'라며 혀를 차고, 어린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여행이라도 가는 날에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 취급까지 받는다. '전철에 타는 것'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대다수가 권리라고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히 누리고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 사회의 반응은 달라진다. '엄마'가 되면 아무에게도 불만을 듣지 않을 스트라이크 존이 극도로 좁아진다. 일본의 '엄마'에게는 기본적 인권마저 인정되지 않는 듯싶다. 


9호선과 1호선을 주로 타고 다니는데, 임산부 배려석 처음 생겼을 때에 비해, 지금은 많이 비워두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채워지거나, 비워둔다. 일부러 빈자리 앞에 서 있기도 하는데, 임산부 표시마다 엑스표 치고 다니는 미친놈이 있다는 것, 빈 지하철 안에서도 일부러 임산부석에 앉아서 일베마크 인증하는 놈들이 있다는 것도 현실. 


일본에는 지금 두 가지 큰 사회 문제가 있다.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이다. 그런 시대에 아이를 낳고(저출산 해소에 공헌), 심지어 일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노동력 충당에 공헌) 엄마들이 많은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나라가 나서서 그들에게 표창장을 줘도 모자를 정도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노동력 부족과 저출산 해소에 공헌하는 부모들이 지옥같은 보육원 찾기에 고통받고, 고육지책으로 일시적 이혼까지 선택하고 있는데도 여기저기서 비판받고 있으니 말이다.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진심으로 어떻게 이렇게 뻔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고착되고, 악화되고 있는지 분노하고 있다. 그러게, 왜일까?


저자가 일본을 방문한 피케티를 만났을 때 일본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에게 큰 위기다. 그러므로 일본은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거나 남성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육아에 더욱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라고. 


고령화 문제에 대한 책은 다양한 형식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같은 식으로 접근한 보육문제에 대한 책은 잘 못 본 것 같다. 단순히 내 관심사가 아니였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챕터 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 키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아이는 줄어들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늘어난다고. 자신만해도 고양이를 키우면 키웠지, 아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적극 도움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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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2 - 버리기 마녀의 심플라이프
유루리 마이 지음, 정은지 옮김 / 북앳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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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기 ‘마녀‘다. 매니아 정도가 아니고. ‘마녀‘ 이 정도의 목표라도 세워야지 보통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목표를 크게 세워야지. 가족과의 타협에 대한 팁이 유용했다. 애인이 좀 읽어줬으면. ‘ 다 버리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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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7-01-19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버리기마녀도 포기한 것이 있다. 바로바로 ... 고양이털! 고양이 두마리 키우는데, 고양이털만은 버리고, 청소하는 것에 목숨건 그녀도 어쩔 수 없는듯.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 개정판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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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보고 재출간된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써 줄 수 없냐는 연락을 받았다. 

안나 가발다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다. 아, 그 책. 이전 리뷰를 찾아보니 딱 십년전의 리뷰다. 


다른 것보다도, 십년전의 내가 읽었던 '사랑' 책을 지금의 내가 다시 읽어본다는 것이 맘에 들었다. 십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고, (두 번 변했다) 십년 전에는 없었던 것을 지금은 내 옆에 꽁꽁 가지고 있으니깐. 사랑을 모르던 내가 읽었던 책과 사랑하는 내가 읽는 책은 좀 다르겠지. 싶었다. 


내가 기억하던 내용과 중요 플롯이 완전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람핀 남편에게서 두 딸을 데리고 시아버지와 함께 가족별장에 온 것은 맞다. 그리고, 시아버지의 사랑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맞는데, 나는 그 다음을 완전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시아버지는 지난 10여년 동안 슈퍼마켓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언제나 혼자서 쇼핑 카트를 밀고 다녔을 시어머니.

어디를 가든 언제나 혼자였을 시어머니.


무뚝뚝한 시아버지. 이전에 이 남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리뷰를 봐도 짐작도 안 간다.

같이 살고, 같이 먹는데, 왜 장 한번 같이 안 봤을까. 장을 본 적도 없고, 장을 같이 본 적도 없고. 


좋아할만한 구석이 없는 남자가 겁을 내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놓친 회한을 듣는 것인데, 좋아할만한 구석이 없긴 하지만,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할 수 있었다. 


해외 출장중에 일로 만난 여자를 사랑하고, 해외출장을 만들어 그 여자와 유럽 곳곳을 누비며 사랑을 하지만, 거기까지. 아내도 애인도 선택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고, 사랑을 떠나보낸다. 떠나보내는 것도 비겁하다. 


사랑 앞에서라면, 자존심도, 비겁함도 우습지 않으나, 용기 내는 척 했다가, 자신 앞에 나타나준? 핑계를 덥썩 붙들고, 자위하는 것은 꼴불견이다. 


"그런 셈이야. 더 정확하게 말해서, 그녀의 남편이었던 장 폴 자르메 때문이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 사람이 없었다 해도 나는 떠나지 않았을 거야. 또 다른 핑계를 찾아냈을 테니까 말이야. 신의가 없는 자들은 핑곗거리를 찾아내는 데에 아주 능하거든. 아주 능하고말고."


이 책에서 다시 봐도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우리는 상처투성이가 되었을지언정 오랜 친구 같았단다.

우리 둘이서 방금 커다란 돌덩이 하나를 들어 올렸다가, 돌덩이 아래에 우글거리는 것들이 너무나 흉측한 나머지 곧바로 그걸 다시 내려놓은 느낌이 들었어.


아내가 불륜을 알게 되지만, 얘기하게 되지만, 결국 시간이 뭔지. 상처투성이의 오랜 친구 같았다고 말한다. 

돌덩이 아래 있는 흉측한 것들은 그냥 돌덩이를 다시 내려놓으면 되는걸까? 거기 뭐가 있는지 서로 아는데, 그럼 그걸로 되는걸까? 


사랑은 하지만, 놓치는 멍청이. 그것이 사랑이든 무엇이든. 


나는 늘 생각한다. 마음이 식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고. 둘이 동시에 열렬해지는 건 기적과도 같고, 마약과도 같아서,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보내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사랑하니깐. 사랑이 식은 후에, 그것이 사랑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면, 그리고 내가 여전히 그를 사랑한다면, 다시 받아줄 수도 있을 것 같다. .. 라고 말은 하지만, 나의 질투력은 보통이 아니니, 실제로 그런일이 생기게 된다면, 어떻게 할지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 마음이 왜 안 식고, 계속 뜨거워져만 가는지도 모르겠고. 


"우리는 언제나 남아 있는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서만 말하지. 하지만 떠나는 사람들의 괴로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니?"


너무 이기적이고 뻔뻔한 말이다. 이전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지금의 나는 애인이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던 것을 힘들어하고, 괴로워한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너무 죽을 것 같아서 그 상처를 치료해주지 못했어서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애인에게도 아내에게도 만족감을 주지 못한 남자가 아들이 막 바람피워서 떠난 며느리 앞에 대고 할 소리는 아니지! 


남자는 자신의 아들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아내와 자식들을 떠나는 이야기에서 자신의 과거를, 자신이 놓친 과거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아들이 떠난 것을 힘들어하는 며느리이지만,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혹은 속내를 이야기하지 못한채( 하지만, 아마 다 알았을 것 같은 ) 떠나보낸 마틸드에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가족관계, 남녀 다 덜어내고 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후회의 연속이다. 생각해보니, 이전 리뷰에도 이런 어정쩡한 글을 남겼던 것 같다. 


이 이야기는 마틸드(시아버지의 애인이었던, 시아버지를 사랑했던, 그러나 떠나기로 했던) 의 이야기로 다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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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1-18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상하게 이 책이 잊히질않아요.

저도 아마 이책에 대한 리뷰 써논게 있을텐데,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하이드 2017-01-19 11:38   좋아요 0 | URL
이야기는 같은데, 읽는 사람이 달라졌다는 것이 재미있는 독서였습니다.^^

푸른희망 2017-01-18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예요~~

하이드 2017-01-19 11:38   좋아요 0 | URL
줄거리는 뭔가 호감이 아닌데, 문장이나 감성이 묘하게 와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