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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아메리카도 싫고, 자전거도 싫고, 이 책의 표지도 싫다. 겉모냥만으로는 절대로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책이다. 이런저런 '강력추천'에 슬그머니 책을 주문하고, 하루만에 다 읽어치웠다. 80일간의 고생과 도전을 하루만에, 그것도 저자의 고생담을 낄낄거리며 읽어버렸으니 미안한 맘도 없지는 않다. 그러게 누가 그렇게 재미있게 쓰래?
서문만 읽고 이렇게 반하는 일은 흔치 않다. 저자가 과연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여전히 자전거를 타며 지구상의 CO2 줄이기에 한몫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만 보면,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어진다. 그 과정에서 저자의 몰튼 자전거가 천만원대의 럭셔리 자전거라는 것에 이유없는 배신감을 느끼긴 했지만서도.
이 책은 여러모로 빌 브라이슨의 애팔레치아 종주기 '나를 부르는 숲'과 닮아 있다. 아닌게 아니라, 홍동지( 저자가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다)는 처음에는 애팔레치아 종주에 관심이 있어 그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고 한다. 두 사람 다 유머러스한 필력으로 자신의 고생을 무기 삼아 독자들의 배꼽을 뽑는다. 빌 브라이슨은, 적어도 당시에는, 애팔레치아 종주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그의 쉼표였으리라 믿는다. 여기 홍동지는 대서양에서 자전거의 뒷바퀴를 담그고, 80여일만에 태평양에 자전거의 앞바퀴를 담금으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어떤 청년의 쿠바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을 본 것 같기도 하다. 알고 쓰는 것과 정말 알고 쓰는 것은 다른데, 똑똑한 독자들은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다. 이 책은 후자이다. 기록에 약한( 저자의 말로는) 지라, 신문에 연재하고, 책으로 내기까지 자신한테 기록과 공부의 기회가 되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저자는 기자출신이고, 이라크에 종군기자로 다녀온 몸이시기도 하다. 현재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편집국장으로 있다고 책날개에 나와 있다. 그런 그의 내공이 본인의 매력과 필력과 긍정적인 인생관과 잘 버무려져 독자를 끌어당긴다.
그에게 자전거는 삶의 방식이다. '사치스럽고 빨리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대안이다.' 자전거 타기는 평화이고, 협동이며 페달을 밟음으로써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바꾸는 혁명같은 행위다. 자전거로 미대륙을 횡단하면서, 점점 쇠퇴해가는 작은 마을들을 들리며 미국식 자본주의를 그 비판의 도마위에 놓는다. 이제 그런 작은 마을들은 호퍼의 그림속에서나 볼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아니, 자전거 혁명동지들이 계속 꾸준히 증식하는한 그럴일은 없을 것이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움직여야한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의 '균형'이 또 다른 의미에서 다가온다. 인생의 균형, 내가 살고 있는 이 세대의 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