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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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인 <나는 지갑이다>(원제 : 기나긴 살인) 은 여러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소설이다. '형사의 지갑', '공갈꾼의 지갑', '소년의 지갑'.... 여러 인물의 지갑이 화자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읽기 전에는 단편집으로 생각했었으나, 네번의 살인에 대한 한편의 잘 짜여진 장편이다. 뒤로 갈수록 미미여사의 걸작 <모방범>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지갑'을 화자로 해서 사건과 관련된 열개의 지갑, 즉 지갑 주인 열명의 눈으로 본 사건을 이야기해나간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사건은 계속 진행되고, 그 진행을 각기 다른 인물, 아니 지갑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같은 사건을 이야기하다보니, 등장하는 인간들은 때로는 주연으로(지갑의 주인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계속해서 등장하게 된다. 두,세가지 시점이 아닌, 무려 열가지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가는 것은 꽤나 실험적이며, 동시에 미야베 미유키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를 나타내준다. 무생물의 눈으로 보는 사건 이야기에 처음부터 감정이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피해자, 목격자, 매스컴, 그들의 가족, 범인등의 여러 입장에서 사건을 묘사하는 것은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나 이유, 모방범과 같은 여러 걸작들에서 트레이드마크처럼 보여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넓은 시야와 각각에 대한 깊은 이해,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겉돌지 않고, 모든 등장인물들이 유기적으로 촘촘히 얽혀있게 만드는 미야베 미유키의 재주가 돋보이는 초기 대표작이다. 그 이후의 걸작들처럼 다듬어지고, 예리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읽어볼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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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3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7-23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에필로그까지 하면 열한개가 맞아요. 열세개로 예정했다가, 열개만 쓴거고, (에필로그 빼고) 3개를 출판사에서 빠트리거나 한 건 아니구요.

비로그인 2007-07-24 13:12   좋아요 0 | URL
아, 질문하면 이거 바보되는거 아냐? 하고 소심을 떨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아웃 2 밀리언셀러 클럽 65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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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에서 손이 튀어나올만큼 돈이 필요해. 너와 함께라면 지옥까지 가겠어."
종점은 지옥인가. 마사코는 흐려진 앞유리에 시선을 향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 너머에는 앞차의 어렴풋한 미등 불빛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분명 기리노 나쓰오란 작가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혐오'를 느꼈으나, 이 작품을 힘겹게 읽어낸 후 '찬탄'이라는 감정이 더해졌다. 토막살인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풀 수 있다니. 무섭다. 결코 흔하지 않고,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이 책과 같은 책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이다.

평범하게 힘겹게 살아내고 있던 네 여자는 그 중 가장 연약하고 아름답게 보이던 한 여자의 살인에 연관되게 된다. 등장인물 누구 하나 행복한 자 없다. 아니, 행복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항상 불행하지만은 않으면 좋으련만. 가장 미련하고, 가장 먼저 아웃되는 허영의 노예가 된 구니코만이 물질로써 한정된 시간 행복하다고 착각할 뿐이다.

네 여자와 얽히게 되는 남자들. 폭주족 출신의 겉모습 번지르르한 채권업자 주니몬, 야쿠자 출신에 그 속에 한 없는 어둠을 간직한 남자 사다케, 그리고, 도시락 공장의 네 여자와 같은 도시락 공장 야간반에 일하는 브라질 혼혈 가즈오.

이야기는 철저하게 네 여자 중심이지만, 그 주변의 세 남자 또한 흥미롭다.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에 유일한 빛처럼 보이는 가즈오. 브라질에서 온 이국적 외모의 순수한 마음의 그는 그래서 더욱 이 세상의 것 같지 않다. 지도속에서나 본 '브라질'이라는 이국의 느낌만큼이나 이 소설 속에서도 동떨어진 존재로 보인다. 유일한 동아줄.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결론은 '자유'라는건 꽤나 무책임하지만, 그래도, 그것으로 좋다.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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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2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7-22 14:22   좋아요 0 | URL
글 쓸때, '툴박스' 왜 글씨폰트나 가로정열, 등등 있는 맨 위에 나오는 박스요, 거기서 글씨 폰트 옆이 '글박스'에요. 거기서 선택하심 되요.

moonnight 2007-07-2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아직 못 읽어봤는데, 기리노 나쓰오의 책은 정말, 무서워요. 흑흑. ㅠㅠ; 가슴이 둥당둥당 뛰고 소름이 도도도. 사람이, 정말 이렇게도 되는걸까. 싶어지더라구요. ;;

하이드 2007-07-22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러영화를 좋아하시는 달밤님, 이 책 꼭- 읽어보세요-!

2007-07-23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웃 1 밀리언셀러 클럽 6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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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는 히가시노 게이고만큼이나 내 취향이 아니지만, 엄청나게 평이 좋은 '아웃' 만큼은 읽어보기로 했다. 여전히 끈끈하고, 동시에 건조하고 차가운 그녀의 소설이다. 내 기호대로라면, 별 다섯개는 어림없지만, 1권에서의 그 강력한 캐릭터들과 스토리에 별 다섯개다.

책의 앞머리에 '절망에 이르는 길이란, 어떤 체험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라는 플래너리 오코너의 말이 나와 있다. 1권을 읽은 지금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 그 말은 이 소설을 끝까지 읽어냈을때 어떤 깨달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네 여자가 있다. 그녀들은 도시락 공장의 야간반에서 일한다는 점과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빈곤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도박과 여자에 미친 남편을 둔 야요이, 낮에는 반신불수의 시어머니 수발에 밤에는 공장 야간조에서 일하면서 몸과 마음이 닳을대로 닳아버린 요시에, 그녀를 벼랑으로 모는 사치와 허영심과 꼬인 마음으로 가득한 구니코. 그리고 마사코.

공장 안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반복되는 괴로운 일상의 호수 속에 던져진 살인이라는 커다란 바윗덩어리. 살인사건에 엮여버린 네 여자는 사건 이후 롤러코스터 같은 비일상으로 던져진다.

그리고 그 롤러코스터에 꼬이는 파리같은 남자들. 사채업자인 주몬지와 과거의 어둠을 봉인한채 야쿠자의 외모로 살아가는 도박장과 클럽 주인 사타케가 있다.  

살인과 시체 토막 유기에 대한 묘사는 어찌나 기리노 나쓰오 다운지. 그녀는 범죄, 가해자, 피해자 등에 대해 어떤 이해나 배려나 동정도 없고, 그러고자 하는 노력도 없다. 미화도 과장도 없이 건조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런 소설의 가장 강렬한 감정들을 배제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라도 되는양 진심으로 불쾌해지는 것이다.

결말까지 단숨에 읽어나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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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아이야, 가라 2 밀리언셀러 클럽 47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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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네개를 줬던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별 다섯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힘을 가지고 독자를 빨아들이는 소설, 좋다. 할리 코벤같이 용두지렁이꼬리로 끝나는 건 딱 질색. 근래 읽은 소설중 가장 찜찜한 결말. 패트릭은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난 나를 믿어요. 사회가 아니라 내 판단에 맞춰 산다는 거예요."라고 멋있는 척은 혼자 다하더니. 쳇.

그러나, 결말은 온전히 작가의 것. 결론적으로는 괜찮은 작품이었다. 작가에 선입견을 가지고 이 작품을 읽지 않았더라면 후회할뻔 했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 헬렌 '그녀는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마취당한 것이었다. 이 뒤엉킨 세상에 마취당하고 딸이 처한 위험에 마취되어, 살갗과 핏줄을 위협하는 유리 조각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매년 실종되는 아이가 80만명. 가족에 의한 납치, 가출, 등을 제외하고,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아이가 300여명이라고 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사라지는 아이들. 2권에서는 또 다른 아이가 실종된다. 새뮤얼 피에트로. 캔지와 제나로는 부바에 의해 그 사건에 얽히게 된다. 이야기는 반전과 씁쓸한 결말로 마무리지어지는데,( 100% 씁쓸은 아니고 51% 씁쓸)

반전의 힘에 기대는 소설, 사회문제를 과도하게 끓어들여 핏대높이는 소설 둘 다 안 좋아하는데, 데니스 루헤인은 여기서 그 선을 잘 지켜서 소설의 재미와 생각할거리 둘 다를 독자에게 안겨주었다. '비를 바라는 기도'를 읽어야 겠다. 켄지와 제나로가 이 소설의 또 다른 등장인물인 '부바'를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가 궁금한데, 원서를 사야하는걸까. 아니면, 해문의 모스경감처럼 시리즈 순서를 무시하고 밀리언셀러클럽에서 시리즈 앞부분이 다시 나올 수도 있는걸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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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7-07-1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켄지 제나로 시리즈가 밀리언셀러 클럽을 통해서 계속 나올 예정이래요.^^
인기 있는 시리즈이기도 하고요.
"비를바라는 기도"는 아이야 가라보다 전 작품인데, 부바의 활약이 돋보이죠.
아이야 가라 읽을때만해도 저는 부바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은근히 귀여운 캐릭터예요.히히...
그나저나 다 읽고나서 기분이 참....그렇지요?-_-;

하이드 2007-07-20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정말요!! 부러, 아이야 가라부터 챙겨 읽었더니만;;

Apple 2007-07-20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제가 말실수를...^^;;아이야 가라가 전소설이고, 비를 바라는 기도가 바로 그 다음편입니다.^^;;

하이드 2007-07-2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행입니다. 두권짜리라 비를 바라는 기도 먼저 사려다, 어느 분 리뷰에서 이거 먼저 읽어야 한다고 해서 샀거든요. 비를 바라는 기도는 오늘 도착하는데, 부바의 활약이라니, 읽고 싶어 근질근질하네요

moonnight 2007-07-2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니스 루헤인, 미스틱리버랑 살인자들의 섬은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으면서도 왠지 사립탐정시리즈라니, 끌리지 않았는데 오오. 하이드님께서 별네개, 다섯개라면 반드시 읽어야겠군요. 불끈.;(근데, 정말이지 언제쯤이면 책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따라갈 수 있을까요. ㅠㅠ;)

하이드 2007-07-2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살인자들의 섬'은 별로였는데, 이 책은 좋더라구요. ^^

비로그인 2007-07-2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살인자들의 섬', 읽는 순간에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실은 슬픈 소설이었어요. 이 책도 매우 심하게, 궁금해집니다.

보석 2007-07-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비를 바라는 기도'쪽을 좀더 쉽게 읽었어요. 사람에 따라 평가는 좀 갈리지만...

하이드 2007-07-20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잔뜩 쓰고 올렸는데, 글이 싹 사라졌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포스팅은 비공개로 돌렸구요. 이주의 마이리뷰 상금은 5만원. 으로 알고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07-07-21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여름.저도 님이 추천한 추리소설책을 한 번 땡겨보고 싶네요..^^
 
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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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로 아가씨, 그앤 죽었어. 여긴 좆 같은 세상이라고. 한 번도 아이들한테 친절한 적이 없었던 곳이란 말이야."

마약 중독자에 쓰레기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헬렌의 네살박이 딸 아만다가 실종된다. 실종된지 3일이 지나서야 사건에 뛰어들게 된 켄지와 제나로. 몇 번의 유명사건 해결로, 그 둘은 이미 보스턴의 유명인사다. 강철같은, 혹은 메마른 나무고목 같은 반아동범죄 형사들과 아만다를 찾는다.

작품 초반에 일을 맡기를 거절하면서, 그들은 두려워한다. '순수란 순수는 모두 파괴된 아이의 눈빛을 보게 될까봐' 그리고, '아만다 맥크레디를 찾는 것이 그들일까봐' 아이를 찾는데 가장 열성적인 사람은 헬렌의 시누인 베아트리체. 그녀는 결국 켄지와 제나로로 하여금 일을 맡게 한다.

미국은 어린아이에 대한 범죄에 가장 민감하고, 최우선으로 하는 곳이다. '어린아이가 사라지면 그애가 있었던 공간은 금세 십여 명의 어른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 어른들, 친척과 친구, 경찰과 방송, 신문 등등은 하나같이 엄청난 열기와 소음을 토해내면서 동일 업무에 대한 강렬한 연대의식과 열정을 뿜어낸다'

3일 이내에 납치된 아이를 못찾으면 아이가 죽을 확률은 높아지고, 어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로는 체념하지만, 만에 하나 실낱같은 가능성에 매달려, 아이를 찾는다.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작가에 대해 그닥 매력을 못 느끼고 있긴 하지만서도, 사립탐정 시리즈물에 약하다보니, 읽기 시작한 <가라, 아이야, 가라> 유아납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시리즈부터 다 내는 것이 무리라고 할 지라도, 이렇게 중간부터 내면, 이 책에 소개되는 전 시리즈의 이야기들은 어쩌란 말이냐.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었을법하지만, 어쨌든 이 책에서 켄지와 제나로는 함께하는 연인사이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반적인 고독한 사립탐정은 아니다.이렇게 커플이 탐정물하면 떠오르는건, 토니 켄릭의 스카이잭 정도인데, 이런저런 만담과 농담 따먹기가 그닥 와닿지는 않았다.

적당히 하드보일드. 데니스 루헤인은 여전히 나에게 2% 부족하다. 그들의 우수가 와닿지가 않는다.

분권은 진짜 맘에 안드는데, 이제 2권으로 넘어가야한다. 아마도 아만다는 살아서 무사히 돌아오겠지. 하드보일드라고 해서 그렇게까지 현실반영에 충실한 법은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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