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는 죽어야 한다 동서 미스터리 북스 51
니콜라스 블레이크 지음, 현재훈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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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도서 미스테리는 웬만해서 재미 없다. 유명하다는 도서 미스테리는 기대여부와 상관없이 지루했다. 범인을 미리 알고, 모르고의 이유만은 아니다. 그러나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본격 도서 미스테리인 <야수는 죽어야 한다>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니콜라스 블레이크의 다른 이름이 계관시인 세실 D. 루이스이기 때문만은 아닐게다.

범인인 '나'는 아내를 잃고, 일곱살 먹은 아들을 뺑소니차에 잃는다. 경찰이 지지부진 범인을 찾지 못하자, '나'는 직접 범인을 찾아 죽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일기로 쓴다. 독자는 그 일기를 보고 범인의 마음과 사건의 추이를 힘겹게 쫓아가게 된다.

이 소설의 잔잔한 재미들은 '나'의 다른 얼굴이 정체를 감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것이다. 작품의 중반에 분명 도서미스테리라고 하는 이 소설의 범인이 더 이상 범인이 아니게 된다. 그럼으로써, 독자는 범인의 심리를 범인의 입장에서 따라가는 것에서 발을 빼고, '누가 범인인가' 를 추리할 수 있다.

'나'는 유명한 탐정인 스트레인지웨이즈를 불러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해줄 것을 요청한다. 

'나'의 캐릭터도, 아들의 뺑소니범이자 희생자의 가족의 캐릭터들도 범상치가 않다.
길지 않은 소설 속에 흥미로운 캐릭터들과 이야기를 잘 녹여낸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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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7-09-1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굉장히 인상 깊은 소설이었어요.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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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한국 작가의 소설이다. 1부 캐비닛, 2부 천국의 도시, 그리고 3부 부비트랩으로 되어 있다
초반부를 읽을때에는 이런 말장난으로 소설을 쓰다니! 경악했고, (조금 놀라고 만게 아니라 많이 놀랐다.) 계속 읽어나가다보니, 황당한 이야기들의 결말이 상당히 우화적임을 알 수 있었다. 제법 그럴듯 하지만, 개인적으로 우화의 교훈적이고 깨달음을 얻어라. 고 하는 투의 결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에피소드들로 엮어져 나가던 소설은 중반부 즈음에 가서는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13호 캐비닛의 원주인인 권박사, 너무 심심해하다가 엮이게 된 작중 화자인 '나', 그리고 말이 없는 여자 손정은까지.(손정은의 역할은 애매하고 희미하다.) 그러다 결말은 산으로, 아니, 바다로 간다.

이런 형식의 잡탕스러움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말장난(아,이런 말장난을 책으로 만들어서 아마존의 우림을 파괴해도 되는가. 하는 죄책감이 절로 드는)은 어수선하고, 남는 것이 없다.

다만, 나랑은 안 친한 우화이지만, 중간 부분의 에피소드들은 비교적 진중하고, 그럴듯하고,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13호 캐비닛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글쎄다. 아마도 작가는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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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3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석 2007-09-1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존 우림의 파괴...막아야 하는데...표지와 글이 비슷한 느낌인가봐요.
 
퍼언 연대기 세트 - 전3권
앤 맥카프리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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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합해서 2000여페이지에 다라는 퍼언 연대기 용기사 3부작을 마쳤다. 이런 알을 깔, 이제 또 다른 시리즈 나오래까지 언제 기다리냐.

3권까지 다 읽은 지금도 이 책이 왜 SF인지는 이해 안 가지만, 뭐랄까, 중세 배경인 역사로맨스와 용환타지를 합하고, 마지막은 약간 '혹성탈출' 느낌까지도 들었다. 장르에 대한 의문부호를 제하고 나면, 재미있는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1부와 2부에서 극적 클라이막스가 있었던 것에 비해 3부가 너무 밍숭맹숭하게 끝나버려 좀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그 많은 페이지수의 이름을 걸고, (혹은 첫번째 알을 걸고) 그마만큼의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각권마다 다른 용기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1부의 레사와 플라르의 성격묘사가 가장 생생했다. 2부의 프나르와 브래키의 경우는 사건이 쇼킹했고, 3부의 샤아라와 잭섬이 제일 무미건조해서 나름 SF판 할리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깨졌다.

백색 드래곤 루스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남는다. 후에 다른 시리즈에서 또 한 번 퍼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니, 퍼언에만 중요한 역할할 것이 아니라, 잭섬과 함께 좀 더 많이 많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샤아라가 용기사가 아니니, 루스의 짝이 나타나는 것은 정녕 요원하단 말인가? 1,2부에서, 그리고 3부에서도 그렇게나 발정 이야기를 강조했으면서, 루스를 빼놓다니, 왠지 안타깝다.

판타지 소설에서 '용' 과 '용기사'의 관계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강하고, 현명하며, 맹목적인 거대한 존재인 용기사만의 '용' 
퍼언에서 용은 간극을 사포를 불살라 퍼언과 퍼언인을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를 지니고 있고,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뛰어넘는 초월의 존재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용'이 나오는 이야기는 언제라도 읽을 준비 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수금사 로빈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의 활약이 나온 시리즈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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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2007-09-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부 거의 끝부분을 향해 달려가는중 ^^;;

보석 2007-09-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장이 잘 넘어가는 멋진 소설이죠.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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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후 지식인 계층을 시골로 보내 농민에게 재교육 받게 하던 가혹한 시절,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두 친구는 각각 부모가 지식인 계층에 속하는 의사라는 이유로 산골 중에서도 산골인 '하늘긴꼬리닭' 산골로 배치받게 된다. '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뤄는 자명종 시계를 가지고 있다. 산골 사람들이 모두 처음 보는 의심스러운 것들이다.

뤄의 재치로 나는 '모차르트는 언제나 마오주석을 생각한다'는 엉터리 제목으로 마을 사람들 앞에서 모차르트를 연주하고, 화형직전의 바이올린을 구한다. 

글을 다 깨우치고, 이제 뭔가 읽어보려는데, 산골로 쫓겨나서 똥이나 퍼야 했던 두 친구는 또 다른 친구 '안경잡이'에게 발자크를 받는다. '바-알-짜-케'. 중국어로 번역된 프랑스 작가의 이름이 네 개의 표의문자로 하나의 낱말을 이루었다. 번역의 경의로움인가! 갑자기, 앞의 두 음절이 주는 무거움, 그 이름이 불러일으킨 호전적이고 도전적인 울림이 사라졌다.각각이 약간의 의미를 내포한 아주 멋스러운 네 글자가 한데 모여  예사롭지 않은 아름다움을 자아내면서 몇백 년 동안 지하실에 보존된 술에서 나는 향기처럼 이국적이고 그윽한 맛을 풍기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꽁꽁묶여 꼼짝달싹할 수 없던 그 시대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두 친구는 발자크, 아니 바-알-짜-케의 경의로움을 접하고, 그시기에 산골에선 최고로 아름다운 바느질하는 소녀를 만난다.   뤄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멋진 도시여자애들처럼 변화시키고자 했다. 어떻게? 발자크로. 발자크를 읽어줌으로써, 바느질과 산골마을밖에 몰랐던 그녀에게 속됨과 기만과 격정과 욕망, 환상을 심어준다.

발자크는 말한다.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다' 라고. 사랑을 사랑한 소년과 남자 사이의 어설픈 녀석은 꿈을 사랑한 소녀에서 여자로 변한 그녀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암울한 시대의 짧고,아름다운 소설이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중국인이다. 작가의 경험이 녹아나 있는 소설이지만, 이것은 프랑스 소설의 감수성이지 않는가. 그 묘하고 아름다운 부조화는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라는 제목에서부터 잘 나타나있지만, 이 소설을 읽기 전에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가 꼭 길 필요는 없다. 우리의 질풍노도시기가 그랬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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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a🦊 2007-09-23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좋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망설임없이 추천해주는 책이랍니다. ^^
 
움베르토 에코의 문학 강의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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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가 않은 책이지만, 에코의 말솜씨에 그럭저럭 페이지가 넘어간다. 나는 분하게도 그럭저럭 읽어내는 정도에 그쳤지만, 읽는이의 내공에 따라서 정말 재미있게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우선 하도 오래되서, 내가 이 책을 왜 샀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은 에코가 각종 심포지엄, 학회에서 발표한 글이거나, 특정 주제로 묶인 선집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나처럼 술렁술렁 책을 읽는 사람이 읽기에는 골치가 있는대로 아픈 책인 것이다. 심지어, 책 속에 나같은 독자에 대해 이야기한 챕터도 있다. '상호 텍스트적 아이러니와 읽기 층위들'이 그것인데, 그에 따르면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알고 싶어 하'는 일차적 층위의 독자이고, '이차적 층위의 독자는 사건이 어떻게 이야기되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번 읽어야 하고, 어떤 이야기들은 무한하게 읽어야 한다. 왠지 책을 휙휙 읽어나가는 일차적 층위의 독자인 내가 지극히 단순하고, 무식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 뒤에 '이차적 층위의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일차적 층위의 독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하나도 위로가 안 된다.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이차적 층위의 독자'인 움베르토 에코가 여러번, 또는 무한히 반복해 읽고 연구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책들과 문학에 관한 강의라는 것을 나처럼 단순히 에코의 이름을 보고 이 책을 살 독자들에게 미리 알리고 싶어서이다.

여러 글이 모여 있기에, 그럭저럭 머리 쓰며 읽을만한 재미있는 글들도 있다. <신곡>은 읽어볼 생각도 안 했지만, '<천국편> 읽기'는 꽤 재미있었고, '와일드 : 아포리즘과 역설'에는 재미있는 아포리즘과 역설들이 많이 나오고, 그것을 거꾸로 뒤집은 에코의 시도 또한 재미있었다. 에코의 전공이 기호학이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바로크시라는 것은 처음 알았다. 바로크 시인이나 바로크 시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그렇게 생소할 수가 없었다. 

'발루아의 안개'에서 네르발의 <실비>라는 소설을 분해하고 조립하고 재분석하고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실비>를 안 읽기도 했거니와 네르발이란 작가도 처음 들어봤고, 이와같이 소설 분석하는 것에 약하고 거부감 드는 관계로 차라리 슬슬 읽고 넘겼다. 네르발의 책을 보관함에 담아두긴 했는데, 읽고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일까 싶다.

'보르헤스와 영향에 대한 나의 고민'이나 마지막에 나오는 '나는 어떻게 소설을 쓰는가'는 에코의 소설들이 인용되는 관계로 비교적 쉽고, 아니, 결코 쉽지는 않고, 흥미롭게 읽히는 챕터이다.

'반미 3세대에 걸친 미국의 신화' 같은 경우는 내게 아주 생소한 이탈리아에서의 반미 이야기라서, 지루와 재미 반반이었다.
의외로 '<시학>과 우리' 는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추리소설의 플롯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단 '추리' 얘기만 나오면, 눈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전체적으로 반 정도는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본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가 느끼는 것, 고민하는 것에 대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이 책을 읽는 것은 이 다음에 에코의 어떤 글을 읽더라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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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9-0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은 사람은 100%는 '본 것'으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겠군요..으흠.

turnleft 2007-09-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밌겠네요~

하이드 2007-09-08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꼭 한 번 더 읽어볼꺼에요. 집에 있는 에코책 다 집합시켜놓았습니다. ^^

mong 2007-09-09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쓰투를 날리며...
요즘 하이드님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라구요
군시렁 =3=3=3

하이드 2007-09-0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열심히 하겠습니다!!

비로그인 2008-06-2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후. 그렇군요. 요즘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에도 눈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