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성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0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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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코랑이라는 돈주고 경찰지위사서 취미생활하는 경감님이 나오신다.
프랑스, 미국, 벨기에, 영국, 독일에서 온 등장인물들이 한 곳에 모여, 여러가지 말로 이야기를 한다는데, 그럴 필요가 있었나?

이야기는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그 죽음이 미스테리로 남은 세계적인 마술사의 해골성과 그와 절친한 친구였던 인기 배우의 별장을 오가며 벌어진다. 인기배우가 해골성에서 총에 맞고 불에 타 떨어져 죽으면서 사건의 해결을 위해 그 둘과 또 절친한 친구였던 벨기에의 대부호가 프랑스의 방코랑을 부른다. 독일경찰은 베를린에서 유명한 아른하임이 도착한다.

이 작품은 존 딕슨 카의 초기작인데, 그의 괴기성이 제대로 드러나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해골성은 해골모양의 성인데, 마술사가 죽은 후, 아무도 살지 않고, 정신이 반쯤 나간 관리인만 살면서 돌보고 있는 곳이다. 해골성과 별장을 오고가는 수단은 모터보트 하나와 노젓는 배 하나인데, 오갈때마다 폭풍에 미친듯이 꿈틀대는 라인강의 모습이 나온다.

이야기의 결말은 내가 비교적 좋아하는 류의 결말이다.
이런저런 곁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때로는 작품의 현실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때로는 작품을 산만하게 하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이런저런 곁가지는 전자와 후자 사이를 아슬하게 왔다갔다한다.

평이 좋지 않은 것은 이해가지만, 나로서는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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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 Heat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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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문학담당 기자였던 빌 버포드는 뉴욕의 유명 이탈리아 레스토랑 ‘밥보’를 취재하게 된 것을 계기로, 불혹을 넘긴 나이에 자진해서 주방의 노예계약서에 서명하게 된다. 호기심이 많은 기자천성은 주방에서도 충분히 발휘되어,이 책은 저자의 요리사 되기 실전기, 주방의 뒷얘기 뿐만 아니라,  요리에 대한( 주로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기원까지 담고 있다.

고백하자면, 요리의 레시피를 읽는 것은 나에게 있어 외계어라 해도 좋을만큼 알쏭달쏭하고, 지루한 일이다. 한 번 해보고 싶을법도 한데,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나같은 평범한 요리치와 요리의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의 요리법과의 간극을 매워주는 것은, 역시나 저자의 글발이다. (여전히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그렇지는 않지만) 요리 이야기는 물론, 주방에서 일어나는 요리사간의 알력이나, 항상 극을 추구하는 요리사 바탈리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Heat 앗 뜨거워>는 마리오 바탈리로 시작해 마리오 바탈리로 끝나는데, 마리오 바탈리가 바로 유명한 쉐프이자 ‘밥보’의 주인이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인, 어머니는 캐나다인이어서, 외모는 하얀 피부에 빨간 머리(꽁지머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외모에서는 이탈리안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몰토 바탈리’ 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이름이 알려진 그는 속사포같이 쏟아내는 말, 육중한 체구, 어마어마한 식욕, 주량, 정력 등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의 개성있는 이탈리아 요리와 그의 분신 같은 레스토랑 ‘밥보’ 가 가장 유명하다.

뉴욕의 스타 요리사의 주방에서의 카오스는 아시아 한 끄트머리에 사는 평범한 나에게도 더 이상 비밀은 아니다. 그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해도, 빌 버포드의 생생한 (게다가 그는 직접 보기만 한게 아니라, 직접 칼을 잡고, 팬을 잡기까지 했다!) 글로 접할 수 있다. 그의 아픔이 나의 기쁨이라고, 1밀리미터 정육면체로 당근을 써느라 고생해 당근이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고 우울하게 말할 때, 처음에 우스개소리로 ‘주방의 노예’니 뭐니 하다가 새로운 통찰력으로 ‘정말 주방의 노예’ 임을 깨닫게 될 때, 팬의 가장자리에서 사납게 튀어오른 기름이 손끝과 첫 마디 사이 여린 부위에( 묘사가 자세하기도 해라!) 지구본만한 물집을 만들었을때, 언뜻 보면 빛나는 작은 보석같은 그 지구본에 또 한 번 뜨거운 기름이 포효하며 솟아올라 손가락 마디가 아니라 거기 돋아난 보석 같은 물집을 뒤덮었을 때, 안쓰럽지만,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지 않는다. 멀쩡한 직장 그만두고, 꿈을 찾아 가겠다는데, 그렇게 질투나는 일이 어디 있어, 그 좌충우돌에 맘껏 웃기라도 해야지.

주방의 노예에도 여러 단계가 있어서, 처음에는 재료 준비로 시작하고, 그릴 라인쿡이 되어 소세지처럼 익기도 하고, 이탈리아 요리의 꽃인 파스타로 갔다가 된통 깨지기도 하면서 점차 요리사의 모습을 갖추어 간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그를 험난한 요리사의 길로 끌어당긴 그의 정신적 스승인 마리오 바탈리라는 남자의 자취를 따라가기로 한다. 마리오 바탈리의 첫 스승이었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를 만나고, ( 이 요리 장인의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롭다.) 결국, 바탈리의 요리의 시작이자 고향인 이탈리아로 직접 가게 된다.

부인까지 데리고 간 곳은 투스칸의 작은 산골마을의 푸줏간이다. 투스칸의 푸주한 다리오와 마에스트로와의 만남은 그의 인생길에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이다. 책의 뒷부분을 차지하는 푸줏간 부분부터, 이야기는 좀 더 진지한 색채를 띠게 된다. 그들의 음식은 그들의 아버지가 그들의 아버지로부터, 또 그 아버지로부터, 또 그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은 음식들이다. 푸주한은 장사꾼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자부심. 그 푸주한은 걸핏하면 단테의 신곡을 낭송하고, 음악을 있는대로 크게 틀어 놓고, ‘손님은 x이다’라는 철칙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산골 마을에서 앞으로 사라져갈 천년의 전통들을 보고, 또 직접 익히며 손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음식’ 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는다.

이야기의 끝은 찡하기까지 하다. 가볍게 읽기 위해 잡았던 이 샛노란 표지의 책은 이런저런 생각거리를 남겨주었다. 그렇다고 내가 수퍼에서 파는 음식들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싼 고기를 불매하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생각만으로도 작은 음식으로의 한걸음을 내딛었다고 믿고 싶다.

마지막을 보니, 빌 버포드의 프랑스 요리 분투기가 2편으로 나올듯하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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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10-17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절대 가볍지 않지요.
 
스나크 사냥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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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에게 이용당하고 배신당한 여자는 총을 들고 남자의 결혼식 장에 찾아간다. 거기에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와 배신을 거든 친구가 있다. 그녀, 세키누마 게이코의 이야기로 <스나크 사냥>은 시작된다.
  그날 밤, 그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거절당한 남자, 슈지가 있다. 낚시회사에서 일하는 그는 선배인 오리구치와 술을 마시다가 미녀로 소문난 회사 직원과 소개팅을 하게 된다. 그 선배는 그를 보내고, 자신의 전부인과 딸을 죽인 범인들의 재판을 방청하러 기차를 타고, 도쿄를 벗어나기로 되어 있다.

 가미야라는 남자가 있다. 장모와 자신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신경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있고, 그로 인해 말을 하지 않게 되어버린 아들 다케오가 있다. 어느 밤, 장모에게 아내의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아들을 깨워 차를 타고 아내가 있는 병원까지의 일곱시간 반의 주행을 시작한다.

가미야와 오리구치가 가는 길이 우연히 겹치고,오리구치와 배신당한 여자, 게이코와 바람맞은 남자 슈지, 배신한 남자, 그리고 그 여동생까지,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온 그들은  한 곳, 혹은 두 곳에서 마주치게 된다.

 많은 등장인물과 여러가지 사건들이 얽혀서 하나의 이야기로 칼같이 합쳐지는 것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에서 낯선 일은 아니다. <이유>가 그랬고, <나는 지갑이다>가 그랬으며, <화차>도, <모방범>도 그런 면면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그녀는 이야기들을 마법처럼 다듬어 나간다. 미야베 미유키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작가이다. 그 사랑으로 인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세밀하게 그 내부를 관찰하고, 글로 풀어낸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그녀의 다른 소설들에 비해 더 많이 어두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내린 그 결말이 이해가 가고, 대신에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책 속의 인물들처럼 많은 의문을 품게 된다.

길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라던가, 절대악을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에 대한 응징과 같은 것은 미야베 미유키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듯하지만, 스릴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비극을 통해 한단계 성장한다. 그렇기에, 결말은 어둡지만, 여전히 해피앤딩을 꿈 꿔 볼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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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걸 - 에드거 앨런 포 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9
T. 제퍼슨 파커 지음, 나선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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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숲, 라구나 비치, 선샤인, 캘리포니아... 이런 것들은 어딘지 하드보일드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쨍쨍하고 화사한 태양 아래 벌어지는 고단하고 격렬한 삶의 롤러코스터는 그런 이질감과 함께 건조함, 멜랑코리를 남겼다.

앤디는 형 닉을 찾아가, 30년전 그 사건의 결말에 다른 진실이 있었음을 말한다. 형제의 마음에 오랜동안 자리잡고 있었던 그 사건. 이야기는 훌쩍 50년전,그들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1950년대, 그들 사형제는 마을에서 홀대받던 폰형제와 싸우게 된다. '하나의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일으키고 그것이 결국에는 발레 치마에 기타를 멘 어린 소녀가 맞는 지경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닐지.' 패싸움 이후, 발레 치마에 기타를 메고, 오렌지를 놓고 간 어린 소녀, 자넬 폰. 이 이야기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패싸움 이후, 시간은 계속 흘러, 그때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첫째인 데이비드는 목사, 둘째인 닉은 형사, 셋째인 클레이는 정보요원, 막내였던 앤디는 기자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나 아름다웠던, 캘리포니아에 어울리는 빛나는 젊음과 외모의 쟈넬 폰을 마주하게 된다.

마약과 남자와 음악에 빠져 살았던 쟈넬은 강간당하고, 목이 잘린채 폐공장에서 발견된다.
범인을 찾는 경찰과 기자. 닉과 앤디가 쟈넬을 좋아하면서도 돌봐주지 못했더 지난날을 자책하며, 그녀의 과거를 파고들자, 많은 사람들이 묻어 나온다. 고교 풋볼 코치, 드라이브인 교회 목사, 공산주의를 혐오하는 정치가, 위험한 건달, 재능있는 가수, 등등등.

이야기의 반전은 첫장에 이미 예고된다. 과거에서부터 돌아보는 쟈넬을 둘러싼 이들의 고단한 삶의 조각들이 날실과 씨실처럼 촘촘히 얽혀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결말을 후다닥 마무리지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의 경우는 뒤로 갈수록, 그 뒷심을 발휘하여, 마지막 장을 덮을때는 묵직한 여운을 안겨준다.

몹시 아름다웠으나 마음은 암흑이었던 한 소녀. 캘리포니아, 라구나 비치, 오렌지 카운티, 선샤인, LSD, 반짝반짝 빛나는 아스팔트, 그 쨍쨍함 아래에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피폐함.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은 즐기'면서.  

마을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파괴하다.
여인을 구하기 위해 여인을 파괴하다.
삶을 구하기 위해 삶을 파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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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10-08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책 더 읽고 싶은데!!

오차원도로시 2007-10-09 09:2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좋은가요? 보관함에 계속 자리 잡고 있긴 했는데...
선뜻 장바구니로 옮겨지지 않았었는데...요번 쿠폰있을 때 옮겨 와봐야 겠어요...^^

보석 2007-10-0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 이 책에 몰입이 안 되던데 하이드님 글을 보니 다시 찬찬히 읽고 싶어졌어요.^^

하이드 2007-10-0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왠지 안 읽고 싶게 생겨서, 산지 근 1년만에 읽었나봐요. 전, 요런 분위기 좋아해요. ^^

Beetles 2008-05-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반부를 넘기면 되나요..?저도 이상하게 진도가 잘안나가네요
 
스코틀랜드야드 게임
노지마 신지 지음, 금정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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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탑 드라마 작가 노지마 신지의 '스코틀랜드 야드'게임과 러브 게임의 싱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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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10-02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나오나 한번 해봤다.

비로그인 2007-10-0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군요.
글자 세어보았다는...

BRINY 2007-10-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문조회하는 데 구매자40평 나오길래 뭔가 했더니. 리뷰랑 어떻게 구분해야 좋을까요. 흠. 일단 구매자니 믿을 수 있다?

BRINY 2007-10-0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리뷰에도 구매자가 쓴 건 구매자라고 붙네요.

하이드 2007-10-0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구매자' 만 쓸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