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커피 이야기를 보내주시면 원두 커피를 드려요!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 검은 가루의 비밀, A Coffeehouse Mystery 1
클레오 코일 지음, 김지숙 옮김 / 해문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커피는 슬픔에 빠진 사람을 즐겁게 하고,  기운 없는 사람을 활기 있게 만들며, 차가운 사람을 따뜻하게, 따뜻한 사람을 타오르게 한다. 커피는 죽은 줄 알았던 마음의 힘을 깨워주고, 병든 방을 향기로 가득 채운다. 커피 향기야말로 죽음을 위협한다."
  어머님께 모닝커피 한 잔은 각성제 이상이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세상이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거기에 방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다섯번째 시리즈까지 나온 커피하우스 미스테리의 시작인 <커피하우스 살인사건, 검은 가루의 비밀>이다. 커피하우스에서 일어나는 미스테리라고 하기에는 커피책에 재미있게 미스테리와 로맨스를 가미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술술 읽히는 것이 미덕인 코지 미스테리인데, 중간중간 주인공이 정색하고 커피를 보관하는 방법은 1. 원두를 공기나 습기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2. 커피를 매일 사용할 때는 얼리거나 냉장보관하지 않도록 한다. 3....4... 이러면서 컬러 글박스 안에 넣어 알려주고, 뒤로 가면, '.... 라는건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치 않다' 면서 다시 복습까지 시켜주니, 커피를 아무리 좋아하고, 커피에 대한 이야기라면 무조건 흥미로운 나같은 독자라도, 한번에 두가지 (코지 미스테리와 커피공부)를 하기엔 정신이 산란한 면이 없지 않았다.

배경이 되는 커피하우스는 맨하탄의 유서깊은 빌리지 블렌드이다. 커피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다. 커피하우스의 전주인이자 주인공인 클레어 코지의 시어머니, 이제 막 빌리지 블렌드의 소유주가 된 클레어 코지, 그리고,모르는새 공동소유주가 되어버린 전남편 멧. 클레어와 전남편 멧과의 아직 덜 식은 화학작용에 삼각관계인듯 아닌듯 끼어들게 되는 퀸경감. 이 후에 나오는 시리즈를 보니, 둘 다 계속 나온다.

바리스타중 한명인 애너벨이 커피하우스에 쓰러져 있다. 그녀가 중환자실로 옮겨진동안 경찰은 조사 끝에 사고로 결론을 짓는데, 퀸경감 ( 물론, 190에 파란 눈에 멋진 가이다.) 이 사고가 아니라는 강한 직감을 내새우는 클레어를 개인적으로 도와주게 된다.

요리소설에 나오는 이런저런 레시피들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커피소설(?) 에 나오는 레시피들에는 엄청 관심이 가고, 내게 유용한데, 커피향나는 칵테일이라던가!(어련하시겠어요) 여러가지 다양한 커피 레시피( 모카, 카페라떼,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등은 기본이고, 그 외 오렌지가 들어가는 카페 카날라라던가 하는 다양한 커피 레시피까지도.) 가 나온다. 커피 케잌도 나오지만, (내게 있어 요리과에 들어가는 케잌류는 패스)

커피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경구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엘리어트의 '나는 커피스푼으로 인생을 재단해 왔다' 는 말부터, 출처를 알 수 없는 커피 연감에 나왔다는 리뷰의 맨 위에 인용된 글이나, 클레어가 뉴욕타임즈에 기고하는 커피에 대한 글까지 다양하고 맛깔스런 글들이 새삼 커피가 내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해준다.  

시리즈물의 미덕은 주인공들의 관계가 자라는 것을 보는 맛이다. 시리즈의 야심찬 첫권이기에 1권에서는 이런저런 소개와 커피에 대한 코지 미스테리치고는 좀 과하고 심각한 정보가 넘쳐나서 좀 어수선했던 것을 감안하면, 2권부터는 정말로 기대되는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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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10-29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리하여 또 읽어보고 싶은 책은 늘어나고.

하이드 2007-10-29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지 미스테리 잘 안 읽는 것에 비해 커피이야기가 많이 나와 제법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중간중간 커피교과서 같은 부분이 나와 이입이 안 되는 부분도 있어요. 2권까지는 한번 두고보려구요. ^^
 
신의 물방울 12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나온 신의 물방울중 가장 흥미롭게 읽었지 싶다.

"저, 부장님. 김치를 먹기 전에 말씀해 주지 그러셨어요? 혀가 아릿아릿해서 와인의 섬세한 아로마를 느낄 수 없잖아요."
"맞아요. 마늘냄새도 강렬해서 적어도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는 요리의 임팩트에 밀려 골격이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한국 음식에는 한국 소주가 낫지 않을까 싶은데..."

그 말도 맞다. 와인을 잘 못고르겠으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이탈리아 와인을,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프랑스 와인을 고르는 것도 와인을 고르는 좋은 한 방법이다. 와인은 마리아쥬만 잘 찾는다면! 어느 나라 음식에나 어울리지만, 챠이니즈 레스토랑에서는 이과도주를 일식집에서는 정종을 마시고 싶은 법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한국음식과 와인은 꽤 잘 맞아서, 예를 들자면, 삼겹살과 메를로나 까쇼, 요즘은 삼겹살 집에서 와인을 파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곱창처럼 와인하고 잘 어울리는 음식도 드물어.라던가, 개고기와 와인의 마리아쥬를 예찬한다던가. 하는 와인 매니아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치...가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와인까지 들고 가서 마실정도의 음식점에서 '김치'를 주로 먹을리는 없기에, 한국음식과 와인을 잘 어울린다. 라고 말하지만, 반찬으로 먹는다고 하더라도 와인맛이 죽을 것임은 분명하다. 만화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요리된 김치라면 (볶거나, 굽거나, 끓이거나) 웬만한 레드와인과는 죽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김치'만 놓고 봤을때, 마리아쥬를 찾는 것이라면 미션 임파서블까지는 아니라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김치는 한국음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음식입니다. 흰쌀밥과도 어우릴고, 국과 전골, 볶음 요리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도 쓰여요. 김치가 없으면 한국음식도 없습니다. 들어봐요. 그리고 당신들이 가져온 그 론을 마셔보기 바랍니다."
"으아 매워!"
"와인 맛이 거의 실종됐어. 오히려 김치의 매운맛이 더 강조돼 혀가 타들어가는 것 같아."
"영 아닌걸. 마리아주는 고사하고 치고받고 난리가 났어."
"이래가지고는 음식에게나 와인에게나 불행이에요."

<신의 물방울>은 일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만화에 등장한 와인들이 죄다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우리나라에도 이상열풍을 일으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부작용을 남겼지만, 다음권에 나올 와인이 무엇일지, 다들 엄청 주목하고 있지 싶다. 어딘가에선,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 찾기'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짐작을 내놓아 본다면, '샤또 디켐' 정도는 어떨까 싶다.


사실, 이 추측은 나의 추측이라기보다, 와인매니아인 귀화한국인 이한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빌린 것이다.
이한씨 왈, 한국의 매운 낚지를 먹으면서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 고심했는데, 드디어 찾은 와인이 바로 샤또 디켐이였다고 한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숨과 (속으로) 야유를 보내긴 했지만, (왜? 샤또 디켐은 음.. 7-8십만원 정도는 줘야 살 수 있는 스위트 와인의 최고봉이다.)
마늘과 고추 팍팍 들어간 무교동 낙지와 달디달은 샤또 디켐이 궁금하긴 하다.


그런 이유로, 김치와 귀부와인의 궁합도 나쁘지 않을듯한데 말이지. 말 나온김에 쏘떼른 지방 와인 사러 한번 나가볼까 싶기도 하지만, 디켐까지는 아니래도 대충 가격대들이 안 착하니깐, 상상만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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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7-10-2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운 음식이라는게 맛세포 보다는 통각을 자극하는 유입니다. 뇌에 내가 고통 받으니 나에게 즐거운 호르몬을 주세요 하고 ... 불닭 파동 처럼. 덕분에 가장 마지막에 되도록 안먹으려는 음식인데 거기다가 굳이 희귀한 와인을 억지로 붙일 필요가 있나요?

하이드 2007-10-28 10:3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쏘떼른인걸까요? 달디 달은 스위트와인. ^^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면, 굳이 비싼음식은 비싼음식끼리, 싼 음식은 싼 음식하고만 먹어야 하는건 아니겠죠. 이러나, 저러나 디껨 마실 날이 올까 싶지만요, 가격도 가격이고, 개인적으로 단 와인은 한두잔 이상은 못 즐기는지라.

BRINY 2007-10-2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도 와인 열풍'어쩌구 쓴 띠지를 단 [신의 물방울 12권] 보긴 했는데, 와인하고 어울리는 우리 음식 많은데, 왜 꼭 김치랑 어울리는 와인을 찾으려고 그러는지는 이해가 안갔습니다. 다음 권에서 어떻게 해결할 지 기대는 되네요.

하이드 2007-10-28 12:42   좋아요 0 | URL
아마도 김치를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아닐까요? 워낙 신의 물방울은 '미션을 해결하는' 스토리 구조니깐요. 잘 어울리는 음식과 와인이 처음부터 나온다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Mephistopheles 2007-10-2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부장님. 김치를 먹기 전에 말씀해 주지 그러셨어요? 혀가 아릿아릿해서 와인의 섬세한 아로마를 느낄 수 없잖아요."
"맞아요. 마늘냄새도 강렬해서 적어도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는 요리의 임팩트에 밀려 골격이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저라면 "그러길래 소주 X먹으라고 했잖어.." 라고 대꾸할 듯..

montreal florist 2009-11-3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달콤한 와인이 좋을거 같으네여
 
[이벤트] 커피 이야기를 보내주시면 원두 커피를 드려요!
암스테르담의 커피 상인
데이비드 리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한마디로 놀랍다. 추리소설의 소재로 풋옵션과 선물先物 등을 보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주된 소재로다가. 그 외에도 종교재판 시절의 유태인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무엇보다도 커피가 처음 유럽에 소개될 당시의 센세이션, 커피를 처음 맛 본 유럽인에 대한 묘사가 더없이 생생하다.

데이빗 리스의 명성을 익히 듣고 있었고, <종이의 음모>는 국내에 소개되기 전 원서로 선물받아 가지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커피상인coffee trader>를 먼저 읽게 되었다. 벌써 세편이나 소개된 리스의 책중 <종이의 음모>와 <부패의 풍경>이 마이클 위버 시리즈라는 것은 책소개에 나와있다. <커피상인>에서는 미후첼 리엔조라는 유대인 상인이 나오는데, 300페이지 정도를 읽고 나서야, 그가 마이클 위버로도 활동한다는 이야기가 딱 한 줄 나와서, 시리즈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이야기는 단순히 추리소설로만 보기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끝없는 음모와 배신, 신의와 우정, 그리고 복수 이야기가 촘촘하게 얽혀져 있다.

미후엘 리엔조는 히어로가 아니다. 멜랑콜리류의 하드보일드 탐정도 아니다. 돈에 밝고 '가능한' 정의로운 행동을 하고자 하는 유대인 상인이다. 인상 좋고, 채구 크고, 남자 답고, 여자를 좋아하고, 머리가 잘 돌아가며, 자신감이 넘친다. 상인의 필수요건인 거짓말도 잘한다.

이야기는 미후엘이 그의 네덜란드 친구인 게이트라위드에게 커피를 소개 받으면서 시작된다. 인물들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는 것은 당시 유럽에서 유대인이 핍박받고 있었고, 네덜란드는 비교적 유대인에 너그러웠으나, 유대인들의 자체적인 규율부와 같은 마아마드라는 절대권력이 있어서 유대인과 비유대인간의 거래에 관한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어, 그들은 몰래 만나는 사이다. 몰래밖에 만나지 못하는 그런 인간관계가 이야기속에서 미후엘의 중요한 인간들로 나온다.

사발 속에서 걸쭉한 액체가 천천히 출렁거렸다. 시커멓고 뜨거운 그것을 보자 입을 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미후엘 리엔조는 사발을 들어 얼굴 가까이 가져가다 하마터면 타르 같은 액체에 코를 빠뜨릴 뻔했다. 한참 동안 사발을 들고 있다가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면서 액체의 냄새를 가슴 깊숙이 빨아들였다. 낙엽 썩은 흙내처럼 톡 쏘는 향에 미후엘은 깜짝 놀랐다. 약제사가 이 빠진 단지 속에 숨겨둠직한 비밀스러운 무언가의 냄새 같았다.

이것이 미후엘과 당시 동인도회사에서 아랍인들을 위해 극히 일부 거래되고 있던 커피와의 첫 만남이다.
커피가 처음 소개될때, 와인과 맥주를 마시면서 거래를 하는 상인들을 위한 음료로 크게 히트를 치는 것으로 나온다. 한줄 카피로 하자면, '상인들을 위한 음료, 커피' 인 것이다. 와인과 맥주는 정신을 흐리게 하지만, 커피는 정신을 맑게해서 거래에 도움을 준다.는 식이다. 커피를 처음 맛보는, 커피에 중독되는, 커피를 예찬하는 그런 장면들을 보는 맛이 쏠쏠하다. 커피 한잔이 안 땡길 수 없다.

어쩌면,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는 나쁜놈을 찾기 위해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선물과 풋옵션등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더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주 기본적이고, 쉽게 이야기되긴 하지만,  이 책을 미스테리로 분류한다면, 그것이 사건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도 충분히 인상 깊었지만, 이야기 속에서 가장 인상 깊고, 강한 여운으로 남는 것은 등장인물들간의 관계이다. 미후엘과 커피로 한탕 하려는 네덜란드인 게이트라위드 부인. 과부이고, 여장부이다. 그리고, 미후엘의 원수로 나오는 마아마드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권력자이자 부자인 솔로몬 파리도. 미후엘이 이전의 설탕거래에서 실패할때 망해서 거지가 되버린 후, 미후엘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네덜란드인 요아심이 있고, 미후엘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후엘의 동생 다니엘이 있다. 이 외에도 중간중간에 회고록으로 작품에 또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파문당한 유대인 알론조 알페론다, 등등의 인물들간의 음모와 배신과 우정이 이야기중 가장 볼만한 부분이다.

제법 냉소적인 결말이지만, 그렇기에 더 현실적이고,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별한 두뇌싸움을 원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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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7-10-28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궁금해지는 책인데요? ^^

비로그인 2007-10-2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향기'는 뭔가 허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향기가 날 듯 등장해서 좋았는데, 이 책은 플룻까지 훌륭한가 봅니다. 바로 보관함으로.

하이드 2007-10-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과 작가를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뿌듯한 일이지요. ^^

Beetles 2008-05-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세로운 책..발견..하이드님 기대기대...
 
애덤 스미스 구하기 - 개정판
조나단 B. 와이트 지음, 안진환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잠시 이 책을 미스테리/SF 로 분류하려다가 참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의 경구들로 이루어졌으니, 경제학 책이라고 해도 되겠지.

이야기는 자동차 수리공에 빙의된 애덤 스미스와  테러리스트에 쫓기며 논문을 준비하는 조교수의 이야기이다. 
중간중간 나오는 등장인물간의 사랑 이야기도, 애덤 스미스와 교수가 빅서와 요세미티를 캠핑하는 이야기도 재밌다. 이야기의 배경은 애덤 스미스라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만큼 경제학의 거두인 그의 가장 유명한 저서인 <국부론>과 덜 유명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자신의 저서중 최고로 여겼다는 <도덕감정론>라고 해도 좋겠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도덕감정론>에 기초하여 <국부론>중에서도 원하는 부분만 뽑아내어 해석하는 현대의 경제학자들을 다그친다. 그니깐, 자동차 수리공인 해럴드를 통해서 말이다.

죽은 경제학자를 살려내어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억지스런 설정일지도 모르나, 저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알고 있고, 우리가 배워 온 것에 위배되는 이야기들(주로 <도덕감정론>에서 발췌된)이 많이 나온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쳇바퀴를 돌리며,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버린 삶이 옳은 것인가? 에 대해 묻고 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해본다면

신이 분노하여 야심(野心)을 불어넣은 한 빈자의 아들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고는 곧 부자들의 생활을 동경하게 된다. 아버지의 오두막이 자신의 거처로는 너무 비좁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한 그는 호화로운 저택에서 좀더 편안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발로 걸어 다녀야 하는 사실에 불만을 느끼며 자기보다 높은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는, 자기도 그런 마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면 좀더 편안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하인들로 이루어진 많은 종자(從子)들이 자신을 많은 수고로움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이 모든 것들을 얻게 되면 행복감을 느끼며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러한 행복에 관한 어렴풋한 공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한 삶의 편리함을 얻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첫 해에, 아니 첫 달에, 그는 그러한 편리함의 결여로 인해 겪었을지도 모를 것보다 훨씬 더 큰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불안, 걱정들을 감수한다. 그는 인내를 요하는 어떤 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뼈 빠지게 일하며 자신이 경멸하는 이들에게조차 알랑거리고 비위를 맞춘다. 그래서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물질적인 부를 획득한다. 하지만 아주 늙어서 삶을 마감할 때쯤이 되어 육체는 고통과 질병으로 쇠약해지고 그간 겪은 수많은 마음의 상처와 실망으 기억으로 마음이 쓰리고 괴로워지면, 그제야 부와 권세는 하찮은 효용만을 지닌 자질구레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족집게 상자와 마찬가지로 번거롭기만 할 뿐 마음의 평정을 얻는 데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中

 불행한 개인에 이러한 생각거리를 주었다면, 후반부에는 거대기업과 선진국의 양심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이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앞의 이야기보다 더욱더 허황하게 들리지만, 지금의 뉴스 속에 등장하는 거대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어떤 형태이던 브레이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저자는 그것을 양심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돈과 권력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개개인의 양심과 성취감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과 국가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부와 명예를 위한 경주에서..., 그는 모든 경쟁자를 앞지르기 위해 모든 노력과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릴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경쟁자를 밀어 쓰러뜨린다면 관중의 참을성은 완전히 바닥나게 된다. 공정한 경기의 법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관중은 그것을 묵인할 수 없다. 그 위반자는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 된다." 

애덤 스미스 <도덕감정론>中

여기서 경쟁자를 밀어뜨린게 누구고, 그를 증오하고 분노하는 자가 누군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자동차 수리공에 빙의된 애덤 스미스는 조교수를 동화시키고, 개인에서 기업, 국가까지의 역할에 대해 200년도 더 전의 저서의 말들을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자본주의의 흐름에 '양심'과 '공평하고 공정한 마음' '정의' '행복' 따위로 대항하기는 너무나 연약하지만, 자꾸 자꾸 이야기하다보면, 강물이 좋은 쪽으로 흐르는 날도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도덕감정론>이 품절만 아니라면 사 볼텐데 아쉽다.
**좋은 내용의 책이 새로 옷 입고 나와서 좋다. 부록 또한 충실하다.
***275p - 289p  상급법워에서의 항소-> 상급법원에서의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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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콘 근크리트 - 전3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작품을 다 읽고 뒤에 나오는 해설에 보면 운 좋게도 90년대에 만화를 보았던 세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가 있었고, 마츠모토 타이요의 <철근 콘크리트>가 있었던 세대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슬램덩크>야 누구나 인정하는 대단한 만화지만, <철근 콘크리트>가?  정식으로 수입된 것은 10년도 더 지나서이지만, 마츠모토 타이요의 이 책은 <핑퐁>과 함께 만화가들의 만화로,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하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도, 애니북스에서 나오기 전에 일본원서 만화와 시로 쿠로 피규어를 책장에 장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애니북스에서 나온 이 책은 꽤나 정성들인 세련된 표지와 각 권 앞부분의 컬러 페이지들로 진정, 소장가치 있는 만화라 하겠다.

예전에 이 만화를 읽었을때는 그저 두 깡패소년이 나오는 이야기로만 읽었었다. 결론이 뭐 이래? 하고 덮었었는데,
다시 읽으니 웬지 슬프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에서도 그랬듯이 뗄래야 뗄 수 없는 친구가 나온다. 시로와 쿠로가 그들이다.
시로는 하얀색이란 뜻, 쿠로는 검정색이란 뜻.
검정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가 있다.

형사들과 할아범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동물을 딴 별명으로 불리운다.
시로와 쿠로는 고양이다. 가상 동네 타카라쵸에 사는 두 마리의 고양이다.
열살 정도나 된 꼬맹이들이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빌딩과 가로등 위를 날아다니며 삥을 뜯는다.
생쥐라고 불리우는 야쿠자가 있고,
어린이용 놀이동산을 내세우고 들어온 뱀이라고 불리우는 악의 무리가 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듯한 그 동네, 스트립클럽과 빠찡코가 늘어서 있는 그 동네는 변해간다.
그 동네 자체인 시로와 쿠로를 못 알아보는 관광객과 타지인들이 늘어나고,
결국에는 뱀까지 들어와서 시로와 쿠로를 킬러삼총사를 이용해 죽여버리고, 동네를 새로 만들고자 한다.

시로는 어떻냐면,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고양이이다.
"콘크리트에도 냄새가 있어. 여름이랑 겨울이랑 낮이랑 밤이랑 냄새가 다 달라. 하지만 시로는 비 올 때 냄새가 제일 좋아.
마가린 같은 냄새가 나."
쿠로는 어떻냐면, 시로에 대한 충성심만이 존재 이유인 싸움짱 고양이이다.
그들 둘은 나사가 빠져도 한참 많이 빠졌는데,
서로에게 없는 나사를 서로가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 둘은 함께여야 한다.

세상이 변하는 것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시로와 쿠로가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그 둘은 작고 어린 고양이일뿐인데.
그래서, 마츠모토 타이요의 결론은 몽환적이고, 동시에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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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근 콘크리트 애니 트레일러
    from little miss coffee 2007-10-22 18:40 
    꽤나 여운이 길게 남아 속을 들쑤시는 이야기들이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세권을 내리 읽고, 리뷰쓰고, 볼일보러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난다. 애니로 만들어졌었는데, 그림체가 만화에 비해 많이 약하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펜끝에서 나오는 흑백의 이야기가 훨씬 광대하다. 뭐, 그런 이유로 애니는 안 보기로 마음 먹었지만, 음악이나 스타일이나 그런게 궁금해서 유튜브를 찾아 보았다. 역시 만화에 비해 임팩트가 약하긴 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