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각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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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간만에 읽은 본격추리소설이다. '미스테리'가 있고, 주제도 소재도 미스테리 그자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조차 르루, 반, 아가사, 올치, 엘러리, 카, 포, 모리스다. 미스테리 연구회의 회원들 (각기 미스테리작가의 이름을 딴 닉네임으로 불리운다. ) 은 미스테리한 사건이 있었던 섬으로 짧은 여행을 가게 된다.

재미로 간 여행이지만, 이야기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다 없었다' 와 같이 진행되는데, 물론 패러디이니만큼, 박진감과 공포보다는 흥미와 기대하는 마음이 먼저 들긴 한다. 먼저 죽어나가는 이름과 마지막까지 남는 이름이 아야츠지 유키토의 추리작가에 대한 선호도인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밖으로 연락하기 불가능한 섬에 갖힌 미스테리 회원들과 섬 밖에서 그 옛날의 사건을 쫓는 미스테리 연구회의 또 다른 회원들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진행된다.

결말의 반전도, 이야기의 진행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친근감 있는 등장인물들의 닉네임도
그야말로 순식간에 휙휙 읽히는 책이었다.

그 명성에 비해( 십각관 이외에 시계관, 인형관, 미로관을 어렵사리 모아 놓았더랬다) 왠지 허술한 짜임새이지만,
재미의 요소는 두루두루 갖춘 책이다. 다음에 읽을 관시리즈가 기대된다. 

* 관이 棺인줄 알았더니만, 館이었다.( 상복의 랑데부에서 상복이라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줄 알았던것에 이어, 큰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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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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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기를 좋아한다.(그런 장르가 있다면 말이다.) 내가 모아 놓은 몇가지 예를 들면, 다이앤 애커먼, 헤르만 헤세, 등등
빅브라운하우스라는 오래되고 전통있는 폐가(?)를 사서 엄청나게 큰 앞마당을 가지게 된 알렉산더 가족
아름답고 유능하지만 정원일에는 관심없는 아내와 토끼같은 딸과 아들(역시 정원일에는 관심없는), 그리고, 정원일에는 관심... 없지 않고, 모든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게 되 버린 윌리엄이 있다.

아름답고 실용적인 정원에의 꿈은 점차, 중노동과 끝없는 공부와 전쟁의 나날들이 되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땅과 물과 하늘과 생태계에 감탄(혹은 체념)하며 책을 끝맺는다.

빌 브라이슨의 애팔래치아 경유기.와 같은 책을 생각했더랬다. 유머는 필수고(주로, 작가가 개고생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깔깔대는 독자가 있는 그런 유머를 말한다.) 지식을 전달해주고( 정원일에 대한 역사라던가, 토마토를 잘 키우는 법이라던가, 우드척을 물리치는 법이라던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이다.) 적당한 교훈도 주는( 그래, 역시 현대인은 땅을 밟고 살아야해. 바쁜 시계바늘 속에서 벗어나, 정원에서의 여유를 즐기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해.. 와 같은) 그런 책인 줄 알았었다.

물론 위에 말한 세가지, 유머, 지식, 교훈을 모두모두 가지고 있는 책이긴 하다.
근데, 그 방식이 쬐끔 거칠다. 거친데다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아니, 이런 미국책이 있나!) 이야기들도 종종 나와주신다. 거슬릴 정도라면 싫었겠지만, '망할 사슴이 브랜디 토마토를 습격하는데' 사슴보호가 왠말이냐! 는 심정이 참으로 이해가 갔기 때문에 어어. 그러면서, 넘어가게 되는 그런 거침없는 솔직함이 있다.

정원 만들기, 가꾸기, 유지하기에 대한 꽤나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미안하지만) 낄낄대고 읽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정원전쟁'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웬갖 종류의 해충과 사슴과 우드척과 다람쥐!까지!
분투기..정도가 아니라, 전쟁!이다. 정말 연민이 절로 솟는 그의 정원만들기 이야기를 읽고,
나 역시 나만의 정원이 가지고 싶어지는 심리는 앞으로 연구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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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5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전에 하이드님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셨더랬지요. 드디어 땡스투하고, 가져갑니다.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하이드 2008-07-27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들어왔네요. ^^ 엊그제 책정리하면서 이 책 오랜만에 다시 꺼내봤는데,, 맘대로 '이런 우연이!' 하고 우겨봅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저주받은 피 블랙 캣(Black Cat) 13
아날두르 인드리다손 지음, 전주현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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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아이슬란드식 살인사건 아닙니까?"
"뭐라고?"
"비열하고, 무의미하고, 아무것도 숨기려고 하질 않았잖아요."
"그렇지. 조잡한 아이슬란드식 살인이지."

아이슬란드에서 온 경찰소설,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에를렌두르 시리즈다.
물론, 그의 소설은 결코 조잡하지도, 무의미하지도, 비열하지도 않고,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얻고 잃지만, 아날드루 인드리다손을 읽고 인구 30만의 '아이슬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에를렌두르의 인생은 오직, 일, 일, 일이다. 그는 직관으로 움직이는 무대뽀 형사에 가깝다. 그런 그에게 꼬이는 것은 일뿐만 아니다. 마약중독자인 딸, 에바의 이야기는 작품 속에서 빼 놓기 힘들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수도 레이캬비크의 지하방에서 인간말종으로 늙어간 홀베르그의 시체가 발견된다. '전형적인 아이슬란드식' 살인으로 보이는 그 사건의 배후를 추적해나가기 위해, 홀베르그, 강간으로 기소되었던 그의 과거와 그가 과거에 어울리던 악당들을 찾기 시작한다. 강간으로 그를 고소했다가, 악덕경찰덕에 모멸감만 안고 물러나야했던 여자의 과거를 쫓게된다.

얽히고 얽힌 과거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다보면, 슬픈 진실만이 남는다.

왠지 춥고 어두울 것 같은 아이슬란드에 피곤에 찌든 경찰들과 마약에 찌든 경찰의 딸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뒤섞여버린 사건. 마지막까지, 손을 못 놓게 하며, 책을 덮고 나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최고의 미스테리 소설중 하나이다.

어떻게 하면, 아날두르의 소설이 더 번역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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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09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죠..^^ 다 보고 나서도 서늘~하니...허허....
아날두르 소설이 <무덤의 침묵>이라고 하나 더 있는데, 저도 아직 못보았어요.^^

하이드 2008-02-09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덤의 침묵>이 더 좋았어요. 어쩌다보니, 더 먼저 읽었더랬지요.
 
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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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미스테리요, 호러다. - 요코야마 히데오

요코야마 히데오를 처음 만난 것은 <사라진 이틀>이라는 감수성 철철 넘치는 소설에서였다. 미스테리라고 하기엔 너무 말랑한 그 소설은 하드보일드인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읽고 나면 (안 어울리게도) 맘 따뜻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심하게 감성적인 덕분에, 작가에 대한 관심은 낮았지만, 그 다음에 읽은<종신검시관>이란 단편에서, 요코야마 히데오 특유의 조직속의 인간애와 미스테리, 감동을 버무리는 솜씨에 반하고 말았다, 그 이후, 나오는 족족 사보게 되는 작가리스트에 오르게 되었다. <루팡의 소식>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었지만(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중 미스테리가 가장 강한 소설이었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이다.

네개의 중편으로 구성된 <그늘의 계절>은 역시 경찰조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읽고 나니,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나카마 유키에가 몽타주 그리는 여경으로 나왔던 <가오>라는 드라마의 원작이었다. 조직의 여러 구성원들이 겪게 되는 미스테리들이다. 사회파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범인과 형사가 있는 추리물이라기에도 뭐하고, 경찰소설이라고 딱 꼬집지도 못하겠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에 후타와타리라는 경무과의 에이스가 사건의 언저리에, 배후에, 때로는 해결자로 등장할 뿐이다.

<그늘의 계절>까지, 그의 작품 네편정도를 읽고 나니, <종신검시관>을 빼고는 딱히 내 취향의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말그대로)따뜻한 인간애 (그 이상은 없지만, 어쨌든 인간애)가 있기에, 계속 읽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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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의 주파수
오츠 이치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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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이 다 가버리기 전에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꺼내든 오츠 이치의 <쓸쓸함의 주파수>
호러단편집이라는 <ZOO>를 인상깊게 읽어서, 전에 나온 그의 작품을 샀던 것인데, <ZOO>에서 느꼈던 만족감은
느낄 수 없었다. 더 아쉬운건 '쓸쓸함'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제목에 낚인 기분이다.

애절하고, 밝고, 무섭고, 슬픈 네가지 단편이 실려 있는데, '쓸쓸함의 주파수'라는 제목으로 엮기 보다는 호러단편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가을용 책이 아니라, 여름용 책이었던 것이다.

내가 놓치지 않았다면, 이 작품집에서 딱 한 번 '쓸쓸함'이라는 말이 나온다. 첫번째 단편<미래예보>에서 시미즈와 '나'는 전학 온 친구 후루데라를 찾아가게 되는데, 후루데라라는 녀석은 자신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한 것은 아니고, '일기예보'처럼 틀릴 수도 있는 그런 미래예보. 집이 가까울 뿐이었던 시미즈와 나에게 후루데라는 '둘 중 하나가 죽지 않는다면, 둘은 결혼할꺼야' 라고 말한다. 그 이후, 어색해진 두 사람은 각자의 어머니를 통해 서로의 시시콜콜한 소식을 듣지만, 어색하고, 대화가 없는채로 세월은 흘러간다. 그런 그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겨울날의 아침은 쓸쓸한 고요함이 뒤덮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고,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그 뒤척임조차 시미즈에게 전해질 정도였다.' 이 단편의 결말은 애잔하다. '만약..했었더라면' 의 가정은 인간을 가장 무력하게 한다.

두번째 단편인 <손을 잡는 도둑> 이야기는 유쾌하다. 망하기 직전인 회사의 시계디자이너인 '나'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한 두번째 시계를 제작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그 돈을 훔치고자 한다. 부끄럽지만 유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단편이다.

세번째 단편인 <필름 속 소녀>는 미스테리도 아니고, 호러도 아니고, 감동적이지도 않은 밍숭맹숭한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잃어버린 이야기>가 내가 생각하는 오츠 이치스다웠던걸 제외하면, 소름끼칠정도로 적확한 감정과 상황의 묘사라던가, 상상력이라던가는 볼 수 없었다.  <잃어버린 이야기>는 꽤나 훌륭해서, 이 전 세 단편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만회해준다. 교통사고로 오른손의 감각만 남고,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끝나지 않는 결말의 여운과 책을 보는 내내 나까지 오른손이 저릿저릿한 정도였다. 문장 하나에 흘러가는 시간들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단편이었다.

당분간 이치의 단편집을 사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장편이라면,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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