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가다 2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의 거품경기가 빠지고 불경기가 도래해 부도위기를 맞은 한 여행사가 빠리 투어를 계획했다. '샤또 드 라 레느' (왕비관)라는 매력적인 미끼를 내 놓고, 9박10일에 1500만원을 내는 포지티브팀과 200만원을 내는 네거티브팀의 두 팀을 구성하고 빠리로 떠나게 된다. 

포지티브 멤버에는 상사와 불륜 끝에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한 38세의 OL. 퇴직금을 한방에 써버릴 목적으로 투어에 참가한 사쿠라이 가오리,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장편소설 [베르사유의 백합]을 집필하기 위해 참가한 기타시라카와 우쿄. 그리고 우쿄를 수행하는 [정영사] 문예부 편집자 하야미 리츠코. 휴가를 이용해 반드시 장편소설을 완성시키겠다는 사명을 품고 3000만원이라는 거금의 사비를 들여 여행에 동반한다. 경영하던 공장이 도산하여 수억의 부채를 안게된 시모다 부부. 이변 여행을 마지막으로 동반자살을 하고자 한다. 거품경기가 가라앉은 뒤 대박 터진 가나자와 간이치, 그리고 호스티스 출신의 그의 연인 미치루. 이들을 인솔하는 베테랑 여행 컨설턴트이자 여행사 사장과 불륜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아사카 레이코.

네거티브 멤버에는 정의감 강한 전직 경찰관 곤도 마코토. 45세 . 독신. 게이바에서 일하는 미녀(?) 크레용. 음산한 분위기의 국제적 카드 사기꾼 단노 부부, 전직 야간 고등학교 교사였던 이와나미와 그의 아내. [음우사] 문예부 편집자, 다니 후미야와 [문예사계사] 문예부 편집자 가토리 요시오. 그리고 이들을 인솔하는 여행 안내인 도가와 미츠오. 포지티브쪽의 안내인인 아사카 레이코의 전 남편이다.

17세기 '왕비관'을 둘러싼 인물들로는 루이 14세, 프티 루이( 루이14세의 아들) , 디아느( 프티 루이의 엄마), 그랑 셰프 무농( 베르사유 궁의 최고 요리장), 줄리앙 ( 무농의 사위), 마이에 ( 레스토랑 '마 부르고뉴'의 주인)

이 책에서는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명 한명 다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다. 이 책은 액자식 소설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왕비관'에서 듣는 17세기 '왕비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소설로 구상하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유쿄의 루이 14세에 관한 소설이 그것이다. 여행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었는데, 그 장소에서 듣는 그 장소의 역사 이야기라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매력적인 점이니, 이 전혀 상관없는 두 부류( 일본 관광객과 17세기 왕족과 주변인들)의 인물들과 시대와 국가는 모든 것을 초월하여 프랑스. 빠리. 보쥬광장의 '왕비관' 으로 모인다.

웃기는 소설을 써 보겠다가 팔 걷어부친 아사다 지로의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에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 다들 각기각색의 불행을 겪었고 각양각색의 인생의 짐을 지고 있다. 등장인물들. 당신들 누구요 물었을 때 전직 경찰관이요, 정리해고 당한 OL이요, 트렌스젠더요, 라고 말하는 쌩뚱맞은 조합의 이들은 서로서로 잘 어울리고, 착.하.다. 아사다 지로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색색의 불행을 떠 안은 착.한. 사람들이다.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에서 작가의 모습을 찾기도 어렵지 않다.  인생의 해피앤딩은 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우리는 아사다 지로의 소설 속에서 해피앤딩을 엿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는 생전에 마술사였다...
첫째, 그는 살인범에게 복수했다.
둘째, 그는 살인을 시작했다.
셋째,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길지 않은 분량에 결말봉인본이다. 마술사인 루가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와  살인에 대한 강력한 정황증거, 그러나 시체가 없음으로 인해 검사와 변호사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법정장면이 교차해서 나온다. 평행선을 긋던 각각의 사건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한가지 점을 향해 달려나간다. 살인.이라는 그 점. 마술사인 루는 밤에 작업을 하고, 낮에는 볼일을 본다. 어느 밤거리에서 만난 미스테리한 여자 텔리. 그녀를 만나 행복이란걸 느끼게 된다. 법정에서는 손가락 하나와 이 하나, 그슬린 뼈, 모든 것이 피고가 사람을 죽이고 태워버렸다는 것을 가르키고 있는 강력한 증거들을 가지고 검사가 피고를 몰아붙인다.

처음만난 빌 벨린저의 추리소설의 고전이라는 <이와 손톱>은 과연 그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이야기이다. (다만 너무나 예측가능한 결말에 '결말의 반전'이라는 선전을 한다는 것이 좀..) 읽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작가인 코넬 울리치의 시적인 구절들과 레이몬드 챈들러의 건조한 하드보일드 구절들이 떠올랐다고 한다면, 처음 만나는 빌 벨린저와 <이와 손톱>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가 짐작이 되려나.

결말 봉인본 마케팅으로도 이슈가 되었던 책이다. 과연 이 책이 마지막 이십여장을 봉인해놓고, '여기까지 재미없으면 환불해줄께' 라며  독자에게 떡밥을 던진다. 근데...근데... 책이 재미없는건 절대 아니지만, 결말의 반전. 기대치 못하던 결말의 반전.. 이라는건 어디에??

억울감이 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책이 워낙 재미있었다. 

첫페이지에 나오는 엄청나게 재미있을 것 같은 첫째, 둘째, 셋째의 이야기와 결말 봉인본이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마케팅에 너무 기대하지 않는다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은 항상 2% 부족하다고 느꼈었는데, <쓸쓸한 사냥꾼>에 나오는 여섯개의 단편은 어쩌다보니 한개도 빼놓지 않고 내 맘에 쏙 든다. 옮긴이 후기를 보니 권일영씨는 '내 취향' 이란 말을 썼더라.

90년대 초반의 작품들이기는 하나 지금 읽어도 여전히 재미있고, 힘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작품의 배경은 다나베 헌책방. 친구가 죽은 후 물려받은 헌책방 사장님인 이와 할아버지와 할애비 머리끝까지 기어오르는 고등학생 미노루가 헌책방에서 만나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재미있고 깨끗한 헌책을 파는 머리가 둥글고 단단한 이와 할아버지나 할아버지 비웃고 놀리기가 취미인 미노루나 모두 쉽게 애정가는 캐릭터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몇몇 단편들이 그렇듯이 단편이 하나로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하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가 모여서 끈끈하게 하나의 단편집을  이루고 있다.

사라진 추리작가의 미완성 추리소설을 현실에서 완성시키고자 하는 싸이코패스가 나오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쓸쓸한 사냥꾼>,너무 평범한 삶을 살았던 아버지처럼 평범한 자신의 삶을 증오하는 아들이 아버지가 죽은 후 방에서 발견한 소설의 미스테리를 쫓는 <말없이 죽다>, '남자는 도중에 망가지는 수레에요' 에 깊이 공감한 여자가 나와 지하철에 놓고 내린 그 책 사이에 낀 명함 속의 남자를 추적하는 <일그러진 거울> 마침 같이 읽으려고 꺼내 놓은 빌 베린저의 <이와 손톱>이 사건의 중요모티브로 나오는 바람에 스포일러 있을까 조마조마했던 <유월은 이름뿐인 달> 등 다시 봐도 재미있을 단편들이 모여있다.

간만에 맘에 드는 미미여사의 책이다. ( 이전에 읽었던 레벨7에서 실망한 후 읽은 책이라 더욱더!)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08-04-02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더라구요^^ 미야베 미유키는 소소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뭔가를 끄집어 낼 줄 아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듯. 덕분에 <이와 손톱>도 내리 읽었었죠.
 
도쿄 기담집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이 아니야. 라는 서문의 말에 중간 이상까지 진짜인가 보다. 고 읽었나보다. 신장의 모습을 하고 움직이는 돌의 얘기를 읽다가야 아, 소설이구나. 했다.

하루키라는 이름이 떠올리게 하는 것은 많다. 맨 처음으로는 노란 표지의 <노르웨이의 숲>을 읽었던 고등학교 시절.. 이겠지. 어제 저녁 작은 생일파티에서 고등학교때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아무 생각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근데, 그 당시에 읽었던 책들만은 생생하다.

무튼, 그 때 읽었던 진지한 하루키의 장편소설들과 그로부터 몇년후 하루키 붐을 지나 읽게 되었던 하루키의 잡문집들에 이어 아주 오래간만에 읽게 된 하루키의 단편집(이라고 부르기엔 왠지 억울한) 이다.

다섯가지 이야기. 십년동안 연락을 끊었던 누나를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우연의 겹침. 하와이에서 서핑을 하다가 상어에게 다리를 뜯기고 놀라서 익사한 일본인 아들을 둔 엄마 이야기. 층과 층 사이의 계단에서 사라진 남자 이야기. 이름을 잃어버린 여자 이야기. 신장의 모양을 닮은 돌을 지닌 여의사 이야기를 쓰는 소설가 이야기.

하루키의 소설들은 양이나 코끼리가 나오지 않는 이상 너무나 친숙해서 픽션과 논픽션의 구별이 잘 안 간다. 신장의 모양을 닮은 돌이 움직인다는것도 왠지 있을법하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와정 살인사건 2 - 시마다 소지의 팔묘촌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긴 하지만서도, 시마다 소지의 소위 신본격이라는 책들을 읽으면, 책장을 넘기게 해주는 '재미'와 곤란에 처한 왓슨역의 이시카와에 대한 '동정' 은 나로 하여금 시마다 소지의 책을 꾸준히 사게 만든다.

<점성술 살인사건>, <마신유희> 에 이어 <용와정 살인사건>이다. 처음 시마다 소지를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접했을때 미타라이 시리즈라며 열광했는데, 그 이후의 미타라이 시리즈에 미타라이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마신유희>에서도 그랬지만 <용와정 살인사건>에서도 '거 참, 작가가 소설 쓰는거 하고는..'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너무 쉽게 죽어나가는 사람들, 사람의 몸을 봉제인형마냥 이리저리 해체하고 붙이고,, '이건 아니잖아- ' 라는 마음이 금새 들지만, 어쨌든 페이지는 계속 넘어간다. 빠르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들이 많다. 박식하고 직관적인 미타라이는 교코쿠도를 떠올리게 하고, 이시카와는 세키쿠치를 떠올리게 한다.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요코미조 세이지의 <팔묘촌>도 떠오른다.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도 생각난다. 이런 소재의 책들을 읽을수록 다케마루의 책이 얼마나 잘 써졌는지를 되새기게 된다. 좀 멀리가긴 했지만 최근에 읽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외딴집>까지 생각났다. 천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다보니, <점성술 살인사건> 처음 50페이지 못지 않게 지루하기 그지없는 이야기가 뒤에 복병처럼 많은 분량 자리하고 있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츠야마 30인 살인사건'이라는 엽기사건이 일어났던 마을에 가게 된 이시카와가 용와정이라는 여관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에 휘말리게 되는 <용와정 살인사건>은 작가가 너무도 가볍게 사람을 찢어발기고 다시 붙이는 점이 매번 적응이 안되지만, 그런 분위기와 소설스런 설정들이 어우러져  시마다 소지 특유의 재미를 준다.

<마신유희>의 결말이 시마다 소지 치고도 너무 허무맹랑해서 별로였다면, <용와정 살인사건>의 정신없는 결말은 그래도 꽤나 맘에 든 편이다. 그나저나 점점 역할이 줄어드는 미타라이씨... 다음에 나올 시마다 소지의 작품에서는 아예 빠지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흑.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 2008-03-2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드디어 리뷰가!!!저도 사려고 대기중입니다.^^

전설책방 2008-04-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타라이가 등장하는 작품들은 모 출판사가 옵션을 걸어놔서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질 않네요...

하이드 2008-04-1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어떤 출판사랍니까?! 애들 풀어서 전화와 메일테러라도 ...불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