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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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의 작가로 유명한 니노미야 토모코가 '음주가무연구소'란 타이틀로 연재했던 만화와 '한잔하러 가자' 라는 만화 1,2 그리고, 작가의 결혼담이 합쳐진 한 권의 책입니다.

매 화는 작가의 음주주사행태와 다음날의 반성으로 이루어집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지 않도록 조심하자...술 마실 때는 온통 좋은 사람이지만( 혹은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지만" 핸드백을 경찰소에 가져다 주는 좋은 사람은 없다.." 등등

UFO 어쩌구 하는 밴드까지 만들어 매일 술을 푸는 만화가가 만들기에 가장 적절하고 올바른 연구소가 바로 '음주가무연구소' 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도 한 술 하지만, 주사보다는 ( 아니, 이렇게 말하면, 들고 일어날 나의 술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술 자체를 즐기는지라,  니노미야만큼의 주사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나름대로 평탄하고 굴곡 없는 인생의 길에 있었던 자잘한 웅덩이들과 과속방지턱이 '술' 이 아니였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술 마신 다음날의 반성보다는 망각을 자기합리화를

술 마신 다음날 침대 위에서 눈 뜬 것에 감사하며, (다행히(?) 노숙의 경험은 없습니다. 집에 처 넣어 주느라 고생한 모든 술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지갑 속의 영수증을 보고(언젠가부터, 술마시고 필름이 끊겨도, 기특하게도, 남의 것을 들고올 지언정, 무엇 하나 안 잃어버리고 다 챙겨 오는 관계로) 전날밤을 재구성합니다. 계산도 안 한날은 (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마저 힘들긴 합니다만.. 그리고 나서는 옷을 들춰보고, 몸 이곳 저곳에 어디 멍든곳 없나 확인합니다. 언젠가 한 번, 아니 두 번, 어쩌면 더 많이 많이 술 마시다 말 그대로 죽을뻔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그래도 그런 살면서 한 번 할까말까 한 죽을뻔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고라도 있자는 마음이지요. 어느 술 마신날 아침 전날의 술친구와 통화하면서, '너 괜찮냐!'며 소리지르는 친구에게, 등이 좀 뻐근해. 라고 했다가, 시멘트 계단에서 뒤로 그대로 누워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셔츠를 걷어보니, 등에 시퍼렇게 들어 있는 멍... 그러고보니, 전날 뒤로 날았던 기억이 나는듯도... 하지만 전혀 나지 않고. 뭐, 어쨌든 주변에서는 죽었는줄 알고 사색이 되었다는데, 그런 드라마틱한 경험을 기억은 못 해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자. 가 타협점인게지요.

리뷰에 책 이야기는 없고, 술이야기만 있냐? 라고 한다면, 사실 이 책에 리뷰할 건 별로 없습니다만. 이라고 대답해야겠는데요, 확실히 음주가무연구소에 나오는 각종 주사와 회환과 술자리와 술친구들 등의 이야기들에는 마음이 사무쳤습니다만, 뒤의 반인 '술 한잔 하자' 는 그야말로 만화 같았고( 아주 나쁜 뜻으로) 마지막에 실린 결혼담에서는 완전히 흥미를 잃어버렸거든요.

책 산 돈이 아까운 건 아닙니다. 이 책은 내가 샀어야 할 책이니깐요. 이벤트 하던데, 안주거리세트가 1등상이더군요. 욕심납니다... 무튼, 토요일 밤, 비소리를 안주삼아,  어제 마시다 남은 와인 홀짝이며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이 만화를 보고 나니, 사케가 무지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다음번에 일본 갈때는 맛있는 사케를 많이 마시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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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나라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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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캐롤의 <웃음의 나라>는 한마디로 참 재미있는 책이다. 특이한 소재와 줄거리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지?' 감탄하게 하는 작가가 있는 한편, 이야기 그 자체로 독자에게 성큼 다가오는 작가가 있다. 조너선 캐롤은 후자이고, 조너선 캐롤의 마셜 프랜스도 후자이다. 영어 교사인 토마스는 그가 읽고 가르치는 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마셜 프랜스의 책을 읽을때만 유일하게 이야기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의 소시민적 삶에 유일한 세가지 느낌표가 있는데, 유명 영화배우 아버지, 그가 수집하는 가면, 그리고 마셜 프랜스이다. 역시 마셜 프랜스의 광적인 팬인 마리오네트 만드는 색스니를 만나 프랜스의 전기를 쓰러, 프랜스가 머물렀던 마을 게일런으로 들어가서 프랜스의 딸과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그 동안 한 번쯤 생각해봤을법한 여러가지를 질문한다. 심각한 스포일러가 되므로, 다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지만, 한가지, 책날개에 나와 있는 작가소개를 대신하는 글을 옮기자면 ' 사람들은 책의 어디까지가 사실에 닿아 있는지, 어떤 캐릭터가 나와 가장 닮았는지 궁금해한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이유는 알겠지만 내게 그건 관심 밖의 일이다. 몇년 동안 나는 책 표지에 작가 사진을 싣지 않아 왔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중략) 여러분은 작가를 읽고 싶은 건가, 작품을 읽고 싶은 건가? ' 편집자나 작가의 신상소개를 밝히지 않는다는 작가의 뜻에 따라 생략되어 있는 작가 소개.(그러나, 알라딘 책소개에는 다 나와있다;;) 무튼, 이쯤되면 좋아하는 작가의 전기문을 쓰러가는 주인공의 행방이 의미심장해지지 않는가? 백만가지 작가의 백만가지 이야기가 있으니깐. 나 역시 작가의 삶을 작품에 대입시키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후자에 가깝다.   

등장하지 않으면서, 가장 인상깊은 등장인물은 마셜 프랜스이다. 열광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그와 그녀와 그들의 '마셜 프랜스'. 책속에서나마 오랜만에 보는 순수한(?) 작가에의 애착이 부러워져버렸다. 나의 마셜 프랜스는? 마르께스? 보르헤스? 아무려나.작가의 펜끝이 살아 있는 글들이 모여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이런 소설들은 두고두고 뒤적이며 그 이야기 속에 빠졌다가 나왔다가 하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조너선 캐롤의 이야기는 판타지적, 초현실적 성격을 띄고 있지만, 그의 소설을 그 장르로 분류하는 건 내키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일상의 판타지?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잊고 쉬이 빠져들 것이다. 캐롤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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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 - 하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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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권짜리 책을 읽고 읽지 않았어도 좋았을뻔한. 이라고 말하기는 좀 억울하긴 하지만, 술술 읽어내리고 나서 혹평하기는 미안하지만, 아직까지 미미여사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sf인가 하며, 읽기 시작했던 이 책에서 나는 그닥 미야베 미유키의 장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레벨 7까지 가면 돌아올 수 없어" 라며, 처음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했던 '레벨7'은 뭐랄까, 굉장히 시시하고 흔해빠진 이야기였고, 여러가지 사건과 등장인물을 하나로 모으는 장치는 나쁘지 않으나, 소설의 다른 장점들과 어우러지지 못한 뛰어난 플롯은 단점들을 부각시킬 뿐이다. 하나도 놀랍지 않은 반전과 반전의 반전. 악인도, 선인도 당췌 인과성이 없다.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인간에 대한 관찰력도 무디고, 마음 깊이 이해가는 캐릭터도 하나 없다. 이야기의 진행과 사건들도 억지스럽기 그지없다. 이래서야...

"젊은 남녀가, 의문에 쌓인 어느 맨션에서 눈을 뜨며 사건이 시작된다. 둘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기억상실 상태다. 기억을 되살릴 만한 단서는 팔에 새겨진 'Level7'이라는 문자뿐.

책 뒤표지가 자극적일수록, 그 책은 그게 다일 가능성이 높다. 는 걸 다시한번 절실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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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 - 김갑수의 세상읽기
김갑수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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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인 <텔레만을 듣는 새벽>에서 나는 음악에 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니아적 기질에 반했고, 투덜거림에 반했더랬다. 그가 이 책, <나는 왜 나여야만 할까?>에서 말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자신도 서문에서 말했듯이 '개탄을 개탄하는 개탄의 글들' 이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인, 방송인, 라디오 DJ, 칼럼니스트, 평론가, 등의 여러가지 타이틀을 가지고 두문불출하는 저자는 비교적 가까운 과거의 이런저런 사건사태들과 본인의 신변잡기들과 개탄스러웠던 일들을 늘어 놓고 있다. 목차가 있지만, 중요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풀어 놓아서 어쨌든 고개 끄덕이면서 동감하게 만드는 술자리 이야기만같다.

이런류의 책을 읽을때의 호오는 작가에 대한 호오에 다름아닐 것이다. 모임을 싫어하고, 골방에 처박히기를 좋아하고, 배려없음을 싫어하는 소극적 은둔형 호모사피엔스는 믿거나 말거나 나의 기질과도 거의 맞는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 빨간책이 좋다.
(사춘기적인 제목이나, 빨간 표지에 느낌표 두개와 써 있는 볼드체의 '우리는 왜 변하지 않는가!!'에 굳이 신경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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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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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우상처럼 여겨지는 소녀와 소녀.
그들을 동경하는 또 다른 소녀

순정만화에 나오는 등장인물 같은 소녀들과 소년들이 겪는
굽이치는 강가의 오래된 집에서 벌어지는 아흐레간의 이야기.

그녀의 소설에서 '미스테리'는 그야말로 '소재'이다.
그러고보면, 어쩌다보니, 꽤나 많이 읽게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미스테리.. 가 있었는가 잠시 생각해본다.
그녀만의 스타일이 내가 원하는 미스테리가 아니라고 화낼 필요는 없지만, 일본미스테리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올때, 거기에
함께 휩쓸려 나온 그녀이기에, 사실은 '미스테리가 아니라 순정만화야' 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가보다.

시간 때우기, 킬링 타임 . 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을 읽는 것은 '시간 때우기' 혹은 '킬링 타임' 혹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 오기' 에 지나지 않았다.

등장인물만 바뀌면서,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할리퀸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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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2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에 어쩔수 없이 대 동감을 할수밖에 없군요.-_- 추천을 100개쯤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작가의 게으름이 너무 싫어요. 어쩌다 하나라면 몰라도 비슷한 얘기를 살짝씩 바꿔서
대체 몇개의 얘기로 만들어내려는건지...;;;

Kitty 2008-02-21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온다 리쿠의 책은 안 읽어봤지만 처음에는 아주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다였나보네요;;
하이드님이 이리 혹평을 하시니 오히려 궁금해지는건? ;;;;

보석 2008-02-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복제의 끝은 어디인가..;

BRINY 2008-02-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1,2권은 좋았는데, 점점...처음 한두권에 반했을 때, 전작 사놓지 않아서 천만 다행입니다.

비로그인 2008-02-2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므낫, 그런데 별을 두 개 씩이나! 저는 종종 하나 체크하기도 싫은데 별점 체크 하지 않으면 리뷰 등록이 불가능해서 체크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하이드 2008-02-22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책들을 위해서 별 하나는 아껴둡니다. ^^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