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콜드 블러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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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가족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이 픽션이던 논픽션이던 이제 더 이상 그 이야기만으로 놀랍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
<인 콜드 블러드> 에서 독자는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트루먼 카포티라는 저자가 '일가족 살인사건'이라는 사건(실화)을 이야기 하는 방식때문이다.

'일가족 살인 사건과 수사 과정을 다룬 진실한 기록' 이라는 문구의 '진실' 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만을 다루고 있다. '트루먼 카포티'의 눈에 비추인 주관적인 사실만을. 이것은 뉴저널리즘에 저자의 주관이 더해진 것으로 이야기된다.

캔자스의 작은 마을 홀컴의 명망있는 일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결론을 알고 보는 이야기는 클러터 가족이 지역에서 얼마나 신뢰받고 사랑받았는지 그들의 일화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일상이 살해당하는 바로 그 날까지, 자신들의 앞날을 모르는 인간의 평화로운 일상은 읽는이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리고, 그들의 평범한 일상과 살인범들인 딕과 패리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이야기는 '그들이 살아있었던 마지막 날' , '신원 불명의 범인들', '해답'-범인의 체포, '구석'- 사형을 구형받고 교수형에 처해지기까지. 의 챕터로 이루어져있다.

특별한 것은 없다. 사이코패쓰도, 아무 이유없이 살해당하는 일가족도, 미디어도, 재판도, 마을 사람들도 어느 것 하나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한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 팩트에 주관적 진실의 힘이 덧붙여지면서 강력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설이 아니기에, 허구가 아니기에, 재미있고, 스릴있고, 감동적이다 따위의 감상을 늘어 놓을 수는 없다. 소설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드라이하게 해나감으로써, 어떤 하드보일드보다 더 하드보일드한 작품이 태어났다.  

그 자신의 일생이 드라마틱함으로 가득찬 저자 트루만 카포티의 지독하게 예민한 감수성으로 써낸 픽션과 논픽션 사이의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 이야기이다.

*뱀꼬리 : 종이에 쇳가루라도 섞었나, 이렇게 무거운 책 처음이다. 무거운책 기네스에 나가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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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7-1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는...ㅠ ㅠ흐흑..

카스피 2008-07-11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이 소설보다 더 허구적이라는데...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내용인가요? 읽기가 좀 무서워 지네요

비연 2008-07-14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냉정하면서도 무서운 책이라는 생각 하면서 읽었었죠. 트루먼 카포티가 범인들과 거의 라포를 형성해가며 쓴 것이고 그들을 이용했다는 비난도 많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건 흔한 능력이 아니라는...

하이드 2008-07-14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다른 책들을 읽어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워요. ( 이눔의 작가병, 시리즈병)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당시의 비난이나 패리 스미스와의 사랑(?) 에 대해서는 책 읽으면서는 별로 안 와닿았어요. 카포티 영화를 봐야하나 -_-a

카스피님/ 내용이 무섭다기 보다는 문체나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이 건조해요. '실화'라는건 덤이구요.

애플님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데, 섣불리 권하긴 뭣하다는.
 
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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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모티브는 <모방범>을 쓰고 있던 당시 미야베 미유키가 꾼 너무나 생생한 꿈이였다고 한다. 메모로 남겨두었던 그 꿈 이야기는 <모방범> 후 9년, 당시 범인을 밝혀내는데 큰 역할을 한 프리라이터 시게코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독특하다. 이것은 분명 <모방범>의 후편은 아니지만, <모방범>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온다. 범인은 잡았지만, 사건에 패배해서 결국 글로 써내지 못한 이야기는 시게코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자욱을 남긴다.

완소남편 쇼지(모방범에서는 미처 못알아봐서 미안-)의 독려에 힘입어 시게코는 프리라이터로 다시 일을 시작한다. 범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무가지를 만드는 프로덕션에서의 일이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 특이한 의뢰인이 찾아온다. 

 "코끼리는 야생일 때나 사람이 키울 때나 눈빛이 똑같아. 항상 그렇게 부드러운 눈빛이지. 그건 지성이 있기 때문이야. 그런 동물은 코끼리뿐이래." 얌전한 아기코끼리 같은 하기타니는 시게코를 찾는다.  그 조금 특이한 의뢰인이 가져온 이야기는 죽은 자신의 아들에게 초능력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는 이야기.
그림을 잘 그렸던 아들이 가끔 그답지 않게 못 그리는 그림들이 있는데, 그 그림 중 하나가 그 아이가 죽고 나서 밝혀진 어떤 한 '사건' 에 관한 것이였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그 '사건' 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카네라는 불량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부모에 의해 목졸려 죽고 집 마루 밑에 묻혔고, 사건후 16년만에 부모의 자수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아이가 정말 초능력자일까?'
'부모는 정말 자신의 딸을 죽였을까?'
'왜?'

가벼운 마음으로 조사를 시작했던 시게코는 아이의 스케치북에서 9년전 사건의 무대였던 죽음의 산장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사건을 조사하면서 시게코는 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이 그 사건을 떨쳐내지 못한만큼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억을 분출하는 것을 경험하며, 자신의 상처 또한 치유해나간다.

이야기는 주로 부모에 의해 죽은 딸에 관한 사건 이야기이지만, 지난 9년전의 모방범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평행을 이루게 된다. 그 외에도 사이코 메트러로 생각되는 히토시의 스케치북 속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에피소드들처럼 지나가며 주사건의 주위에 있다. 사건과 인물을 짜임새 있게 배열하는 미미여사의 능력은 대단하다.  

모방범에서 우리는 범인과 피해자뿐만 아니라 범인의 가족, 피해자의 가족, 사건에 달려드는 매스컴, 경찰, 등 여러 관계자들의 입장을 미미여사의 눈을 통해 보게 된다. 이 작품 <낙원>은 <모방범>에서의 잔인한 인간 심리를 그리고 있지만, 그 주제는 <이유>에 가깝다. 가족과 사랑.. 사랑이 끝날때 남는 선택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작품 속에 부모에 의해 목졸려 죽은 아카네는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작품 <화차>의 그녀를 떠올리게도 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그녀의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이 꽤 많다!) 세심하게 그려낸다. 작은 사건 하나도, 무심코 지나치는 한마디도 사건과 사건의 해결을 위해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이해와 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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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8-07-1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모방범을 읽고 있는데 이것도 한 번 봐야 되겠네염
그나저나 미야베 미유키 님 소설은 정말 무섭게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벌써 매니아층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어필하고 있는 듯; ㅋ

하이드 2008-07-11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에게 어필한지는 꽤 되었다고 봐도 좋을듯합니다. 븍스피어의 미야베월드는 매니아 + 대중을 모두 적절히 포용하는 훌륭한 기획이죠. 문학동네에서 미미여사의 가장 핫한 <모방범>과 <낙원>을 기획했는데, 다른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가모우 저택 사건 2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기웅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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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이야, 과거를 보고 왔거든. 덕분에 알게 됐어. 과거는 고쳐봐야 소용없고 미래는 고민해 봐야 쓸모없다는 걸 말이야.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니까. 그래서 나, 더욱 똑바로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어. 변명 같은 거 안 해도 되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자고"

2.26이라는 다소 생소한 일본 현대사의 군사 쿠데타를 배경으로 하는 미미여사의 SF 소설이다. 타임트립이라는 소재가 이 소설을 SF로 분류하나본데, 내겐 역사미스테리에 가까웠다. 것도 일본현대사. 구체적으로 2.26 군사 쿠데타.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2.26의 배경은 1권 앞에 친절하게 나와 있다. 1930년대 중반 권력을 장악한 군부는 황도파와 통제파로 나뉘는데 황도파 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주요 대신을 살해하고 도쿄 관청가를 점거한다. 이 사건은 나흘째 진압된다. 는 이야기.

다카시.. 이 책의 주인공인 다카시는 과거 가모우 장군의 저택터였던 곳에 지어진 무덤같은 호텔에 재수시험을 위해 입실하게 된다. 가모우 장군은 2.26이 일어나고 자결하게 되는데, 2.25일 호텔에서 잠든 다카시는 호텔 화재로 죽기 직전에 히라타라는 타임 트리퍼(시간여행가)에 의해 2.26이 일어나기 직전의 가모우 장군의 저택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몇가지 주제는... 역사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에서 역사가 먼저라는식의 운명론. 그리고, 맨 위에 적었듯이, 과거도 소용없고 미래도 소용없다. 현재에 최선을 다해라, 카르페 디엠.. 이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도 거기에서 이끌어내는 주제도 그닥 흥미롭지 않다.
다만 뒤로 갈수록 과거의 가모우 장군과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흘러간다. 시간 여행을 한 히라타와 다카시의 운명도 너무 일반적이어서 지루할 정도는 아니다.

미미여사의 SF를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이 딱히 SF라고 하기 뭣한 것을 감안해도, 그닥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2.26에 대해 좀 찾아보게 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

같은 소재와 배경을 지닌 온다 리쿠의 <근미래>가 번역될지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비교해서 보아도 재미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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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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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다이 출신의 총리가 고향을 찾아 퍼레이드를 하던 중 모형 헬기가 폭탄을 달고 날아와 터진다. 총리는 죽는다. 2년전 아이돌을 구한 일로 매스컴을 탔던 잘생긴 택배기사 아오야기가 범인으로 지목되고, 3일만에 그는 자수를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앞 열장 정도에 나온다. 결말과 사건의 20년 후, 그리고 사건, 사건 석달후의 챕터로 이루어진 길고 긴 추격의 3일이다.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어느 시점을 오가면서 벌어지는 긴박한 쫓고 쫓김. 비틀즈를 좋아하고, 새로나온 패스트푸드를 연구하는 동아리였던 친구들이 있었다. 숲의 소리를 듣는 모리타와 밥풀을 맨날 남기는 아오야기. 그의 여자친구였던 히구치. 그들의 후배였던 맘 좋은 가즈.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골든 슬럼버는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인 애비로드에 나오는 노래의 제목이다. 폴매카트니가 뿔뿔히 흩어진 맴버들을 그리워하고 모으려고 애쓰다 결국 메들리로 만들어버렸다는 곡이라고 한다.

자장가이기도 한 골든 슬럼버스가 책을 읽는 내내 귓가에 맴돈다. 그 애잔한 노래와 긴박한 추격전이 오버랩되어 각각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k homeward(한때는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있었지).. 그 길을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착하고 맹하고 총리 살인사건과는 당췌 거리가 먼 듯한 아오야기. 그가 상대하는 '그들'은 '시큐리티 포드' 라는 것으로 센다이의 모든 시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돈과 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시민을  총리 살인범으로 만들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망치는 일 뿐인 평범한 전직 택배기사가 만나는 악인들의, 지인들의, 지나가는 사람의 선의들은 아오야기에 감정이입해 쫓기는 기분인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간 읽었던 이사카 코타로의 책들을 가볍거나 오버하거나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을 확 바꿔버린 멋진 소설이다.
이 책으로 그간의 평가를 모두 버리지는 못하겠지만, 그가 이런 정도의 책을 쓸 수 있는 작가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있고, 훌륭한 짜임새의, 쿨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맘에 드는 결말이다. 올여름 신간 추리소설에 목마른 이들에게 이 여름의 대박 추리소설은 바로 이책. 이라고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Once there was a way to get back home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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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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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과 친한 사람
빗속으로 걸어나가, 빗속에서 돌아오곤 하지.
도시의 가장 변두리에 있는 빛까지 걷곤 하지.
로버트 프로스트

<어둠의 저편>의 원제는 after dark 어둠후에 이다.
그것은 어둠이 깔린후에라는 이야기일까, 어둠이 끝난후에라는 이야기일까.

밤이 내린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  마리는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책의 챕터는 자정에서 다음날 새벽까지의 시각들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챕터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마리에서 다카하리. 다카하리에서 히카루. 히카루에서 마리로 마리에서 시와가나로.. 연결된다. 

아름다운 언니 에리와 씩씩한 동생 마리
러브호텔에서 얻어맞는 마리와 동갑인 중국인 매춘부.
러브호텔 알파빌의 지배인인 전 프로 여자 프로레슬러 선수 카오루.
잠 자지 않는, 잠 자지 못하는 밤의 이야기들과 함께  하루키 선곡의 주옥같은 재즈곡이 가득이다. 

하루키는 그의 다른 글에서 새벽 3시를 죽음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밤이 지닌, 밤만이 지닌 그 매력/마력을 하루키는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해 아래서는 평범한 이야기도 밤이라는 시간에서는 특별하고, 나른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거야. 한 인간이, 예를 들어 설사 그가 어떠한 인간이든, 거대한 문어 같은 괴물에게 포박을 당해 꼼짝 못하고,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어떤 이유나 핑계를 댄다고 해도, 그건 차마 인간으로서 견뎌낼 수 없는 광경이란 거야  

하루키의 잡문들은 점점 와닿고, 소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알 수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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