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라, 시티 -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시티!
케빈 브록마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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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he brief history of the dead. 알라딘 메인에서는 2005년 스밀라, 2008년 로라가 왔다.고 선전하고 있는데, 추운 지방이란 것 말고는 무슨 공통점? 설마 라라라자로 끝나는 .. '라'자 돌림?

딴지는 여기까지. <로라, 시티>는 굉장히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시티'에서 시작한다. 
'아빠, 죽으면 어떻게 되? 죽으면 아무것도 없어? 아니면, 죽으면 하얀 빛의 터널이 보이면서, 새로운 곳으로 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죽으면 그 다음으로 사람들은 바밤- 바밤- 바밤- 심장 고동소리가 들리는
'시티'로 간다. '시티'에 모인다. 언제까지? 살아있는 누군가가 그 혹은 그녀를 기억하는 그 순간까지..

그들은
삶과 죽음 사이의 어딘가에서,
이미 불이 꺼졌지만 아직 잠이 들지는 못한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시티는 죽기 전의 세상과 거의 같다. 적어도, '그 일' 이 일어나기까지는...

로라는 코카콜라에서 일하는 환경생물학자.그녀 외의 몇명과 함께 코카콜라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남극으로 떠나게 된다. 
무전기가 고장이 나고, 본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그녀를 남겨둔 나머지 둘은 남극의 다른 기지로 구조를 요청하러 가고 감감 무소식이 된다. 그 사이 세상에서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져 모두 죽는다. 남극 기지의 대원들도 죽고, 기지에 구조를 요청하러 간 이들도 죽는다.  
세상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그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죽으면 가는 그 곳, 시티는 이제 로라의 시티가 된다.

한 명의 인간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억할 수 있을까? 평범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말이다. 만 명? 10만 명? 백만 명? 물론 히말라야의 깊은 골짜기에 있는 작은 마을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수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 퍼켓은 히말라야 골짜기 마을의 주민들을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수도승이나 수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해 자꾸만 넘어지는 어린아이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자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로라가 떠올랐다. 결국, 그녀가 공통요소, 사람들을 이어주는 고리였던 셈이다. 시티에서 들은 모든 이야기들을 고려해볼때 그건 확실한 것 같았다. -192쪽-

기억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
책소개에 나온 것처럼 완전히 죽기 전에(?) 두번째 기회가 온다는 식의 해석은.. 좀 아닌듯.
이야기는 더 모호하고, 더 아름답다구.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가는 여자,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여자, 기다리지 않고, 나서는 여자.
그런 로라의 이야기와 로라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시티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그런의미에서 이것은 오직 로라만의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시티는 로라의 기억.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올랐던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 있다. 말렌 하우스호퍼의 <벽>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든 사람이 죽고, '나'만이 남았다.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그녀는 '벽'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한다. 이 책은 다니엘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와 더 자주 비교되긴 하지만,
종말 후 홀로 남은 그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브록마이어의 <로라, 시티The brief history of the dead>의
대착점에 놓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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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광 아토다 다카시 총서 2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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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롤 달과 스텐리 엘린의 풍모가 묻어나는 동양작가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폴레옹광>은 13개의 기발한 단편을 담고 있는 단편집에 첫번째로 나오는 이야기의 제목이다.
나폴레옹을 너무나 좋아하여, 나폴레옹에 관한 것을 광적으로 모으는 할아버지가 나폴레옹을 닮은 사람을 만난다면? 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다른 몇몇 작품과 함께(<이>라던가 <뻔뻔한 방문자>라던가) , 너무 뻔해 보이는 결말일지도 모른다. 다른 단편들 역시, 마지막 한장의 혹은 한줄의 반전이 있기 때문에, 읽고 나면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미스테리 스릴러 단편의 가장 큰 매력인 '반전'을 알고도 자꾸자꾸 읽게 되는 작품의 힘은 '반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력하고 매력적인 살아 꿈틀대는 반전은 자꾸 다시 돌려보고 싶게 되고, 단편소설의 힘이 '반전'에만 실린 것이 아니라, 문체라던가, 캐릭터라던가, 강력하고 딴딴한 기승전결이라던가에 골고루 실려 있을때, 비로소 그 단편집은 오래오래 살아 남는다.

그런 이유로, 이미 여러번 반복된 트릭들의 원전인 롤 달이라던가 스텐리 엘린을 다시 읽어도, 손에 땀을 쥐고, 숨을 멈추게 되는데, 아토다 다카시의 이 단편집이 그런 기미를 보인다. 오츠 이치의 단편집을 읽을때 이 녀석 천재군, 새롭다. 라고 느꼈다면,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을 읽고 나서는 이건 리얼이군. 이녀석은 진짜다. 하는 생각이다.

열세편의 이야기가 모두 새롭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아직 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세심한 심리묘사는 훌륭하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이 등장인물을 벌써 놔주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강한 여운을 남긴다.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고,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도시와 시골을 오간다. 남자와 여자를 오가며, 노인과 아이사이를 오가고, 사물과 인간 사이를 오간다. 때로는 정말 잘 쓰여진 스릴러 단편이다가, 때로는 이와이 슌지류의 영화속 한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때로는 고전적인 단편 거장들을 아토다 다카시의 세계에서 엿볼 수 있다.

아토다 다카시, 그는 이미 잘 알려진 비범한 작가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 그럴 것이다. 이제 그를 알았고, 아토다 다카시 총서라는 기획으로 책이 계속 나온다고 하니, 신간 소식에 가슴 두근거릴 작가 리스트가 하나 더 늘었다.

별 다섯개 단편은 <골프의 기원>, <광폭한 사자>, <그것의 이면>, <투명 물고기>, <생 제르망 백작 소고>, <뒤틀린 밤> 나머지 작품들도 별 네개다.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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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les 2008-09-06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일단 이작가의 시소게임 읽고 있어요...나폴레옹광도 보관함으로 고고씽~~~근데 나폴레옹광 책표지 증말 맘에 안들어요

하이드 2008-09-0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이벤트로 어떻게 '냉장고..'하고 '시소게임' 받을 수 있지도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

Apple 2008-09-06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표지가 너무 끌리지 않아서 관심이 가지 않는데, 리뷰 보니 왠지 혹하네요.ㅇ.,ㅇ
제가 이걸 읽어야하나요?네?읽어야 하나요?ㅠ ㅠ

하이드 2008-09-07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저도 책표지는 스킵하고 싶습니다만;; 전 개인적으로 이런 글을 일본 작가가 쓰다니, 놀랐답니다. 기대치가 별로 없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재미도 있고, 스릴도 있고, 짜임새도 있고, 결말도 좋고, 한마디로 훌륭합니다.
 
야성의 증명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9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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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증명>을 보고 인과응보란 말이 떠올랐다. 첫장부터 끝장까지 완벽하게 아귀를 맞추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야성의 증명> 역시, 완벽에 가깝다. 마지막 한장이 몹시 맘에 들지 않지만, 그 여운이 아직까지 주변에 둥둥 떠다니는듯하다.
천재작가를 보면 경외감이 드는데, 천재 추리작가의 글을 읽으면 천재성 플러스 엄청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종일관 굉장히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이다. 어느 외진 산간마을 십수명의 사람이 몰살 당하는 대량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대량살인사건에는 남녀노소의 마을사람들과 등산객이던 오치 미사코라는 젊은 여인이 피해자이다. 혼자 살아남은 소녀는 기억을 상실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반이 편성되지만, 사건은 오리무중 조금 둔중한 감은 있지만 끈질긴 이데와서의 기타노는 엄청난 열정으로 범인을 쫓는다.
 오치 미사코의 동생인 오치 도모코가 있는 하시로시.하시로시는 관공서, 경찰까지 모두 오바일가의 손아귀에 들어 있다. 오바 일가에 대항했던 신문사 사장은 의문사를 당하고, 그 딸인 오치 도모코는 문화부에서 일하며 화석화되어가고 있던중 아지사와 다케시라는 보험사 직원을 만난다. 아지사와는 이데와에서 벌어진 대량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나가이 요리코를 양녀로 들였으며, 당시의 등산객인 오치 미사코의 동생, 오치 도모코와 가까운 관계라는 이유로 용의자로 지목되어 기타노의 추격을 받게 된다.

이데와서의 기타노는 대량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아지사와를 쫓는다.
아지사와와 도모코는 오바 일당의 사조직과 다름없는 이자키의 보험사기를 파헤친다. 
이런 아지사와를 쫓는 또 다른 악당은 오바 일당과 하시로 경찰이다.
아지사와를 쫓으며 또 다른 악당들을 발견하게 되는 이데와서 

물고 물리는 관계들과 단서를 찾아 쫓고 쫓기는 상황들에 여러가지 읽을거리들과 생각거리들과 아이러니들이 나온다. 
모리무라 세이치의 목적이었던 '야성'을 증명했는지는 모르겠다. 애써 증명하려하지 않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야기 자체로는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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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09-04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증명 3부작중 두편을 보셨네요^^
이제 청춘의 증명만 보시면 되겠네요.

하이드 2008-09-04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의 두편은 진짜 좋았는데, 청춘의 증명은 구하기도 힘들고, 별로라고 해서, 그닥 미련은 없네요. ^^
 
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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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누가미 일족>이다! 긴다이치 시리즈 중 유명한건 다 나왔으니 시공사에서 더 내줄지는 모르겠지만,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표지들 좋아하는데, 이번 표지의 포스도 후덜덜하다.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눈길 끌 표지;;

이누가미 가문과 노노미야 가문이 있다.
이누가미 사헤는 방직업계 재벌이고, 각기 다른 세 첩에게서 마츠코,다케코,우메코 세딸을 낳았고, 늘그막에 젊은 여공과 사랑에 빠져 시즈마라는 아들이 있다.
마츠코의 아들 스케키요, 다케코의 아들 스케타케, 딸 사요코, 우메코의 아들 스케토모
이렇게가 이누가미 가문이다.

노노미야 가문은 이누가미 사헤가 어릴적 크게 은혜를 입은 노노미야 다이니 가문이다.
노노미야 다이니는 신관이고 그의 처는 하루요, 딸은 노리코, 손녀인 다마요, 그리고 다마요를 숭배하는 일꾼인 사루조
이렇게가 노노미야 가문이다.

이렇게 보면 복잡해보이지만, 주연과 조연의 역할이 분명하여 쉬이 등장인물들에 몰입할 수 있었다.

리뷰를 쓰면서 돌이켜보니, 이 이야기는 너무 재밌다. 사건의 발단은 이누가미 사헤의 유언장이다.
'노노미야 다마요를 필두로, 유언장에 이름을 올린 스케키요, 스케타케, 스케모토와 사생아인 아오누마 시즈마란 인물을 포함해 다섯사람의 모든 생사조합 여부를 구하는 일종의 퍼즐 같은 것' 이다. 유언장을 앞에 두고 이누가미 사헤가 이렇게 하면 얘가 얘를 죽이려고 들겠지? 그럼 얘가 얘를 죽이면 얘가 얘를 죽이지 못하게 이런 장치를 마련해두고, 아, 그럼 얘가 얘를 죽이면, 그럼 얘는 얘때문에 유산을 못 받고, 뭐 이런식의 조합을 세세하게 퍼즐 그리듯이 마련해 놓은 것이다.

전쟁에서 돌아온 스케키요가 완전히 망가진 얼굴로 가면을 쓰고 있는 점, 아버지에게 전혀 사랑받지 못한 독해 보이는 세 딸들, 가문의 유산을 상징하는 요키(도끼),고토(거문고),기쿠(국화), 필연적으로 보이는 연쇄살인, 아름다운 여인과 추하고 힘세며 맹목적인 하인, 마을의 유지와 같은 소재는 요코미조 세이지의 특징이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에 비해 덜 음침하고, 더 재미있다.
긴다이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시체들을 질질 흘리고 다니며 마지막에야 사건을 해결한다.
매력적인 여주인공..같은건 요코미조 세이지의 책에 나오지 않지만, 다마요와 마츠코의 캐릭터는 꽤 멋졌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순위는
옥문도>이누가미 일족>혼징살인사건>팔묘촌>악마의 공놀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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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9-01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순서에 따르면 저는 제일 재미없는걸 읽었네요..-_ㅜ흐흑...

크로우 2008-09-03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다이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전히 시체들을 질질 흘리고 다니며 마지막에야 사건을 해결한다.'
완전 공감이예요!!! ㅎㅎㅎㅎㅎㅎ
 
외딴섬 악마 동서 미스터리 북스 145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문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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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어떤 의미론 대단하다. 그 자신은 해외 고전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윤리적인 작품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하나, 깊은 구상 없이 쓴 망상과도 같은 작품이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단편집인 <음울한 짐승>에 이어 장편인 <외딴섬 악마>를 읽고 나면, 픽션은 픽션일뿐이지만,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보통(정상)일리가 없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안의 악마같은 심성을 다스리기 위한 반발로 '윤리적인' 작품을 쓰고자 하였으나, 그의 본성을 어렴풋이나마 알아본 독자들로 인해, 맘껏 작품을 쓰게 된다는 망상을 하게 된단 말이다. 책 뒤에 나온 그의 사진은 정갈하게 책이 꽂혀 있는 책장이 있고, 책상 위에는 읽다만 책과 접시(?) 몇권의 책이 얹어져 있다. 진한색의 전통옷을 입은 검은 안경을 쓴 초로의 남자가 한쪽팔에 턱을 괴고 있다. ... 멀쩡해 보인다.

이렇게 주절주절 작가의 이야기를 나의 망상까지 곁들여 하는 것은 이 작가에 대한 인상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작가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는건 그의 작품에 대한 인상이 강하다는 말인데.. 끈적끈적하고, 음울하고, 소름끼치는 그의 이야기들은 읽으면서 마구 후회하게 된다. 그와 같은 끈적함은 <음울한 짐승>이 더 강하다. 아님, 단지 내가 에도가와 란포의 단골등장인물(?)인 벌레포비아일지도 모르겠다.

하루만에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남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쓰고자 한다. 사람들은 그 너무나 기괴한 이야기를 믿기 힘들어 하지만, 자신의 머리와 부인의 허벅지에 남아 있는 커다란 상처가 바로 그 증거다. 매번 답하는 것도 힘드니, 자신이 겪은 일을 글로 써보고자 한다.

이야기는 사랑에서 시작한다. 에도가와 란포의 책을 읽다보면 '사랑'이 얼마나 훌륭한 기괴소설의 소재가 되는지 깨달을 수 있다. 평범한 회사원인 '나'는 같은 회사의 하쓰요라는 참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결혼 약속을 하고, 나는 한달치 월급을 쏟은 반지를 주고, 하쓰요는 그녀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족보'를 건내며 사랑을 확인한다. 바로 다음날, 학교다닐적부터 '나'에게 묘한 동성감정을 지니고 있었던 모로토가 자신의 배경과 돈을 내새워 하쓰요에게 중매를 넣는다. 하쓰요는 흔들리지 않고, 나와 하쓰요의 사랑은 더욱 깊어간다. 그러던 중에 하쓰요는 밀실과도 같은 자신의 집에서 심장에 싸구려 단검이 꽂힌채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녀의 재를 먹고 뒹구며 복수를 다짐한 '나'는 명탐정인 미야마기 고키치를 찾아간다. '무서운 일을 발견했다'는 미야마기 고키치.. 두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가장 공개적인 장소에서 일어난 살인이다. 사건의 진실을 찾아 모로토와 협력하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 사건은 모험소설, 진심으로 기괴소설의 단계로 들어간다.

외딴섬으로 들어가게 되고, 외딴섬에서 만나게 되는 '그들'

저쪽에서 그렇게 저를 싫어한다면 이쪽에서도 저쪽을 싫어해라, 미워해라' 라는 생각이 요즈음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즈음 저와 다른 모양의 보통 사람을 마음속으로 병신이라고 부릅니다. 쓸 때에도 그렇게 씁니다. -145쪽-

점점 강도를 높여가는 기괴함, 끔찍한 소재들은 그 비현실, 아니 초현실성보다는 그 뒤에 있는 인간 존재의 어두움을 파헤친다. 취향의 문제를 제외한다면, 술술 읽히는 잘 쓰여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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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8-08-24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비극으로 출발하는 추리는....그 힘이 예상됨에도 불구, 왠지 안 내켜요. 알고보면 전 해피엔딩만 좋아하는 사람인데..쩝. 뽐뿌에 흔들릴까 말까..

하이드 2008-08-24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도가와 란포는 그 장면장면들이 너무 끔찍하고 기괴해요. <외딴섬 악마>가 <음울한 짐승>보다는 쉬이 읽히는데, <음울한 짐승>이 더 끔찍해서, 전 그 책 옆에는 다른 책들 놔두기도 싫어요. 다른 책들이 왠지 무서워할것 같다는;

아, 그리고, 이 책은 나름(?) 해피앤딩이랍니다. ^^

2008-08-24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8-26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