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꽤 오래전에 <파리에 간 고양이>를 읽고, 지금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를 읽었다. <천국에 간 고양이>는 절대 안 읽을꺼다. 절대, 절대. 책의 마지막에 잠깐 언급되는데, 네덜란드에 가니, 미국에선 절대 안 물어보는 질문을 하더란다. '노튼이 죽으면 어떻게 할겁니까?' 그 장면만으로도 코끝이 찡한데, <천국에 간 고양이>는 못 읽는다.

<파리에 간 고양이>를 읽을때 내 곁에는 레오라는 이름의 맹한 매력을 가진 시추 한마리만 있었고, 지금은 말로라는 이름의 도도한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레오와 말로는 나에게 가장 특별한 개와 고양이이지만, 노튼 역시 특별하다는걸 이제는 안다. 노튼은.. 고양이가 아니다. 노튼은.. 노튼이다.

* 노튼 - 랜덤하우스 홈페이지

시나리오 작가와 출판인, 작가로 내공을 쌓은 저자의 글솜씨는 여전하다. 노튼도 평범하지 않지만, 피터 게더스도 당연히 평범하지 않다. 전작에서 로만 폴란스키와 영화작업하며 술마시고 놀때부터 알아봤지만. 다 큰 남자가 고양이에게 쩔쩔매는 모습도 범상치 않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인간이 된 이후 책을 읽으니 식겁할 내용들도 많았지만, 노튼이 역사 속에 가장 행복한 고양이 중 한마리였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그러면 된 것 아닌가. 

바쁜 일상을 접고, 고양이를 본 받아 프로방스로 훌쩍 떠나는건 논픽션이라기에는 너무 부럽다.
미국에서도 고양이는 큰사랑 받는 반려동물이다. 근데, 유럽으로 가면... 피터가 노튼과 한국에 안 온건 다행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국내선에서는 고양이를 데려갈 수 있지만, 국제선에서는 데려갈 수 없다. 그게 법이란다. 어디 법인지는 저자도 모르니 묻지 마라. 아마 아메리칸 에어라인 직원들도 모를듯. 결국 에어프랑스를 타게 되고, 에어프랑스의 직원들은 노튼에게 홀딱 반한다.  

드골 공항에 가자 승무원 중 하나가 스피커를 통해 다음과 같이 기내 안내 방송을 했다.
"승객 여러분,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A열 14번 손님은 확인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은 고양이 노튼을 놓고 가신다면, 저희들이 기꺼이 잘 돌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튼이 특별하고 영리한 고양이의 탈을 쓴 노튼이긴 하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각종 천국같은 레스토랑들과 호텔들을 섭렵하면서 직원들의 환대를 받는다는건 아무리 반복되어 나와도 상상하기 힘들다.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는 전작에 비해 여행기 성격도 강하다.
프로방스라는 곳에 적응해가는 피터와 제니스의 프랑스, 이탈리아 음식탐방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음식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낄낄대며 읽었던 에피소드 몇가지를 옮겨보면

재래시장에서 단골들을 만드는데, 그 중에서 타르트를 만들어 다니는 타르트 아저씨가 있다.

그가 만든 부추 타르트와 아티초크 타르트는 신의 음식 같았다. 하지만 샬롯 타르트가 정말 걸작이었다. 초콜릿을 씌우지 않은 음식 중에서 이보다 더 맛있는 것은 먹어본 적이 없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 남자가 초콜릿과 캐러멜을 넣은 타르트를 만든 적도 있다. 그 초콜릿 캐러멜 타르트는 루브르 박물관에 영구 보존되어야 마땅하다.

프로방스에 도착하여, 와인을 섭렵하기로 하고, 와이너리를 방문하는데, 거기서 무슈 보넬리를 만난다.

무슈 보넬리는 너덜너덜해진 <고도를 기다리며>의 프랑스어판을 나에게 내미렀다. 베케트는 거기서 와인을 샀을 뿐더러 그 와인에 대해 쓰기도 했다. 희곡의 프랑스판 중간에 정말로 이런 대사가 있는 것이다. "와인 사러 보넬리 집으로 가세." 베케트는 나에게 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작가이자 뛰어난 영문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니 여기서 들은 얘기가 얼마나 인상적이었겠는가. 고도의 유령에 사로잡힌 나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와인을 여섯 병이나 더 샀다. 그곳을 나설 때 무슈 보넬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십 년 뒤면 사람들에게 무슈 노르통이 우리 집에서 와인을 사갔다고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르겠구먼." 그래서 난 이 책 제목을 <고도를 야옹하며>라 지을 뻔했다.

안 그러려해도 세번째 책이 자꾸 생각난다.
언젠가는 위로받기 위해 마지막 책을 살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니다. 아직은 나와 레오와 말로에게 시간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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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8-10-10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이!

도대체 뭐에 대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외쳐야만 할 것 같았어요. 아참, 그런데 레오도 알고 있나요? 하이드 님이 자기 맹하다고 소문내고 돌아다닌다는 거. 아무튼 난 레오에게 '사심 없는' 한 표!

저 고양이 스노우캣네 나옹이랑 같은 종인 것 같아요. 나옹이도 엄청 이쁜데. 노튼도 엄청 이쁘구나. (엄청이란 부사가 없었다면 저는 아마 엄청 곤란해했을 거예요.) 그리고 이건 뭐 논외의 이야기지만 동물도 자신의 친구와 함께 비행기를 탈 권리가 있다고 봐요. 설혹 그게 코끼리일지라도. (.. )( '')

Joule 2008-10-10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스코티쉬폴드 키우고 싶다. 냐옹.

하이드 2008-10-1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코티쉬폴드는 사실 열성이래요- 그래서 스코티쉬폴드끼리 결혼하면 안되고,귀가 스트레이트인 스코티쉬나 브리티쉬랑 교배하면 스코티쉬폴드가 나올때도 있고, 아닐때도 있고. 어릴땐 디게 귀엽지만, 크면 좀 바보같아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노튼은 너무 예뻐서 좀 질투나요 -_-+ 김영하씨가 페르시안이랑 스코티쉬폴드랑 키우더군요. 냐용-

저도 스코티쉬 폴드가 로망고냥이이긴 해요. ㅎㅎ

Joule 2008-10-11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우캣이 저 표지 그림 그리지 않았나요? 홈페이지에서 얼핏 본 것 같은데. 표지에 일러스트 들어간 거 좀 따분하고 물려서 그냥 시큰둥하고 봤는데 이 책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관함에 넣었어요. 요즘 환율이 너무해서 아마존에서 책도 주문 못하고 있어요.

하이드 2008-10-11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존 책표지는 완죤 귀여운 노튼. 이 책의 우리나라 표지는 좀 NG라고 생각해요. 표지가 재미없죠.
번역가는 좋아해요. 조동섭씨. 브록백 마운틴 번역했던 분.
 
나의 레종 데트르 -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김갑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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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왜 지금 나왔는가? 그니깐, 왜 지금 나왔냐고?? 라는 것은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느꼈던 감정들 중 가장 큰 '배신감'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갑수아저씨의 들어가는 말에 가슴 설레였다. '저 초록들도 할 말이 있어서 초록일 거라고 되뇌던 계절이 훌쩍 지나가 또 한차례의 가을 쓰라림을 통과한다. 쓰라림 없는 가을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저 가을도 할 말이 있어서 쓰라릴 거다.    2007년 가을 김갑수'  아. 2007년 가을 갑수 아저씨가 낸 책을 나는 2008년 가을에 읽는구나.

책의 앞 페이지에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 라고 적혀있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아니 좀 읽는 내내 '쿨한' 을 '음란한' 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음란'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내 딴에는 좋은뜻까지는 아니라도 나쁜 뜻으로 쓴 말은 아니다. 책의 첫 챕터부터 '성교' 여서 그런 생각이 들어버린건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리뷰보다는 페이퍼로 나중에 또 생각나면 올려보도록 하고.

이걸로 세번째 읽는 김갑수의 책이다. 텔레만에서는 오디오와 음악취미 이야기, 빨간표지 책에서는 이런저런 시류와 단상들, 그리고 레종 데뜨르에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 책을 책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샀지만, 그 분류에 집어 넣어야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첫째로 저자의 개성과 잡담이 생각했던 것보다 과하게 드러나 있고, 둘째로, 김갑수가 이런 정도의 책밖에 안 읽는단 말야. 실망감이 들어서이다. 사실 이건 남의 독서취향을 가지고, 왜 나랑 안맞아라고 억지 투정 부리는 것이기도 하다.

둘째로 들은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아, 그는 시인이지. 이런저런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시인이라는 걸 책날개에서 본 기억이 났다. 언제? '한국소설' 에 대한 파트를 읽을때. 개인적으로 고등학교때 이후로 한국소설이나 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이건 저자가 말한 한국소설들을 무시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속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냥 내 취향에 안 맞는다고 해두자.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보고 싶지 않다. 는 정도로. 그런 이유로 그가 꽤나 나름 업계 사람으로 심도 있게 쓴 그 글들은 나에게 그닥 와닿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외의 많은 책들이 마구 읽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그것도 아니다. 확인해보지는 않았다만,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책들이 2001년의 책이라는 것. 당시에 하루에 삼백여종의 신간이 나왔으면, 지금은 하루에 몇권의 신간이 나오겠는가? 신간은 신간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2001년도의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2001년도에 나온 많은 책이 소개되었는데, 신간 메리트를 업은 책들이 있다면, 지금 2008년에(책이 나온 2007년에도) 그걸 읽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거다. 반이나 혹은 그 이상의 2001년도 신간들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도 그닥 와닿는 책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었다.

결국, 이런저런 내가 알지 못했던 책들에 대한 뽐뿌를 기꺼이 얻고자 했던 기대가 무너져서,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나올때에 안 나오고 오래 묵혔다 나온 것 같은 책이라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한 저자건 출판사건 그네들 탓을 하겠다. 나는 독자니깐. ) 나의 기대에 더 동떨어진 부분도 있다.  

그러나 김갑수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그것에 공감한다. 김갑수와 그의 글을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기대했던 독서일기가 아니지만,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라서 이런 어정쩡한 후기를 남길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뭐, 2001년도에 나와서 묻혀버린, 아마도 서점에서도 어떤 책에서도 왠만하면 눈에 띄지 않았을 2001년도의 책들을 몇권 건진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자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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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종 데트르에서 건진 책들
    from little miss coffee 2008-10-08 12:35 
    이 책에 나오는 책읽기는 김갑수 독서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고 싶다.)이다. 그가 언급한 그의 취향중 두가지.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고, 세상의 모든 음악에 관한 (우리나라에 나온) 책들을 모으고자 했다. 이상하진 않지만, 독특하긴 하다. freak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내가 책에 관한 책, 혹은 고양이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거나 마찬가지.  2001년도에는 제프리 버튼 러셀의 책이 이렇게 두 권이 나왔었고, 
 
 
비로그인 2008-10-08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보. 이 책을 읽고도 왜 내가 리뷰를 써내질 못했나, 생각했는데 하이드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제야 이유가 보입니다. 좀 더 몰아치거나 좀 더 나가도 되는 이야기들을 어정쩡하게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남들 다 좋다는데 왜 나만 이러나, 싶었더랬지요.

하이드 2008-10-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혀 두었던 옛날 글 모아서 내는 거라고 한마디만 했어도;;
주드님, 저도 다른 리뷰들 보고 좀 놀랐어요.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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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페이지 정도 되는 이 책을 중간즈음 읽을 때까지만해도 나는 책 분량의 짧음과 결론이 나와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리하게 반복되는 팩트들에 좀 짜증이 나고 있었다.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멈췄던 숨을 훅- 내쉬고, 등에 한줄기 식은땀이 쪼르르.

이 끔찍한 이야기는 실화에 기반한다. 『1951년 1월 22일, 콜롬비아 수끄레 시에서 장정 둘이 미남 의대생 까예따노 헨띨레를 칼로 찔러 죽인다. 범인은 여교사 마르가리따 치까 살라스의 오빠들이다. 결혼 첫날밤에 신부 마르가리따가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랑 미겔 레이에스 빨렌시아에게 소박맞고 친정으로 쫓겨 온 것이 살인의 동기다. 』 마르께스가 살던 동네에서 일어난 절친한 친구 까예따노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건, 그 자체만으로는 처음 보는 이야기도 아니고, 해외토픽감 야만 기사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어느 마을에 부자에 잘생기고 젊은 자신만만한 청년 산띠아고 나사르가 있었다.
앙헬르라는 가난한 집안의 무기력한 네째딸이 있었다. 아무도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을때,
외지에서 온 매력적이고, 이국적이고, 부자고, 똑똑하고, 능력있고, 알고보니 집안도 좋은(아버지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 바야르도 산 로만이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결혼 첫날밤, 그녀는 처녀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박 맞게 되고,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죽도록 패면서 그녀에게 이름 하나를 받아낸다. 그 이름은 바로 산띠아고 나사르. 같은 마을의 잘생기고, 부자인 자신만만한 청년이며, 어릴적부터 약혼녀도 있는 몸이다.

돼지도살이 직업인 그녀의 쌍둥이 오빠둘은 돼지를 도살할 때 쓰는 칼을 들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를 죽이겠다며 집을 나선다. 죽음은 산띠아고 나사르를 제외한 온 마을에 예고되었다.  그들은 그를 잔인하게 죽였다.

시간이 흘러 화자는 사건 기록들을 찾아보고, 앙헬르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왜 예고된 죽음을 막을 수 없었는가에 대한 것을 조사한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제목이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이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형식이므로 르뽀형식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마르께스의 이 이야기가 왠지 안 어울린다 싶고, 지루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건 나의 큰 착각!

산띠아고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빼드로 비까리오와 빠블로 비까리오 형제다. 그들은 그를 칼로 죽였다.
산띠아고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마을 사람들이다. 그들은 쌍둥이 형제의 미약한 살인의지를 멈출 수 없게 했다.
그들은 쌍둥이 형제의 예고 살인을 모른척, 숨죽이고 지켜봄으로써 그를 죽였다.
다수의 침묵과 다수라는 벽 뒤에서 쥐새끼같이 숨어 있는 개인의 모습은 얼마나 끔찍한가.

산띠아고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진실을 밝힌/ 거짓을 말한 앙헬르다. 평소 그녀에게 관심도 없던 그를 지목함으로써
그를 죽였다.  

마르께스의 이야기는 롤러코스터와 같은데, 그것을 자꾸 잊는다. 올라가는 것은 무섭기보다 편하고, 지루하기까지 한데,
바로 앞에 곤두박질이 있는 줄 안다면, 그렇게 느긋하지 못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 오르막길 앞에 급경사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잊고 마음의 준비 없이 있다가 훅 떨어진다. <백년 동안의 고독>이 그랬고,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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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8-10-0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르께스의 이야기가 롤러코스터 같다고 하시니 굉장히 시각적으로 다가와요. 하이드 님이 리뷰를 잘 써서 책은 안 읽어도 되겠는데요. 잘 쓴 리뷰의 얼마 안 되는 폐해이기도 하죠. ㅡㅡ'

하이드 2008-10-07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줄님, 책이 굉장히 얇은데요, 내용도 다 알아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요, 마지막에는 정말 다리에 힘이 쪽 빠져요. <백년동안의 고독> 읽을때도 그랬거든요. 이건 뭐 리뷰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다구요;; ㅎㅎ

Joule 2008-10-07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요? 그럼 읽어봐야겠어요. (무슨 귀가 이리도 얇을까.)

Forgettable. 2008-10-1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남미 폴더가 있어서 관심있게 보고 갑니다^^ 마르케스의 책이 또 나왔군요- 하하 사야겠다-
그런데.. 중남미 폴더인데 거미여인의 키스가 없다뇨 ㅠㅠ ㅋㅋ
아무튼 읽어보고 싶은 책들 산더미 만큼 담아가요~

하이드 2008-10-14 16:33   좋아요 0 | URL
제가 읽으려고 했던 당시에, 잘 안 넘어갔던;; 것만 기억나네요. ^^
천천히 채워가야죠. 마르케스의 새 책 두 권 나왔는데,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정말 박력있고, 좋더라구요.
 
데드맨 플라이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2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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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년만에 다시 만난 스카페타와 마리노, 벤튼, 그리고 루시..
첫번째 이야기인 <법의관>에서 여덟번째 이야기 정도까지를 고려원에서 나온 구판으로 보았고, 그 후에는 원서로 보다말다 하다가 드디어 읽게 된 열두번째 이야기이다.

굳이 순서를 엉클여서 읽겠다는 사람에겐 내가 책값 보태줄 것도 아니니 뭐라 하지 못하겠지만, 이 책을 먼저 읽고, 스카페타를 읽었다고 말하지 말것을 당부한다.

PC의 팬들은 거의 이 시점부터 PC를 마구 욕하기 시작하는데, 이 후의 세작품이 더 나온 다음까지도 그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계속 욕하면서 읽고 있는 팬들.. 첫번째 이야기부터 여덟번째 이야기까지가 가장 평이 좋고, 그 다음부터는 내리막. 형식이 많이 변한 이 작품부터는 별 한두개의 치욕이다.

나는 여전히 높이 평한다. 이야기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분명히 스카페타라는 인물의 강력한 매력이었다. 능력있는 완벽주의자이지만, 이리저리 치이는 그녀. 그녀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독자를 빨아들였다. 그렇게 그녀를 만나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시점이 그녀의 주변인물들로 분산되고, 그녀 시점의 이야기가 확연히 줄어든다. 사이코패쓰들의 심리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챕터가 100개도 넘어서 한챕터당 짧게는 한두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화면전환이 빠른데, 정작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은 2/3 정도의 이야기를 읽어내고 나서였다.

이 작품의 전작인 <마지막 경비구역>과 <흑색수배>까지 합하여 삼부작으로 일컬어지나본데, 끝나지 않는 삼부작에 독자들은 더 이상 늑대인간을 보고 싶지 않다! 제발 좀 새로운 케이스로 지쳐빠진 스카페타를 심기일전하여 다시 일어나게 만들어라. 고 아우성이다.

사건 위주인 이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인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적었다. 시리즈를 계속 읽어 온 사람이라면, 작은 실마리로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말도 안되게도 PC가 요즘 많이 나오는 그렇고 그런 스릴러 작가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픽션들을 통틀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스카페타는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이다.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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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0-06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를 드라마로 만든다면.. 상상해보곤 한다.
마리노역에는 CSI 마이애미에 나오는 덩치 큰 형사 아저씨, 벤튼 역에는 <크리미널 마인즈>의 하치, 그리고 스카페타 역은 계속 혼자서 고민중이다. 콜드 케이스의 릴리는 어떨까?

통과루시 2008-10-06 12:39   좋아요 0 | URL
왠지 내게는 스카페타는 좀더 아줌마스러운 이미지라, 릴리 넘 어리지 않아요? 예전에 무언의 목격자에 나왔던 나이든 여자검시관-이름이 ??,,,아줌의 기억이라는 것이 한계가 넘 빤하여..- 어울리지 않나요?

하이드 2008-10-06 14:00   좋아요 0 | URL
저는 무언의 목격자가 가물가물 ^^ 오- 아줌마스런 이미지는 아닌데;법의국장까지 지내는 몸이신데; 커리어도 로맨스도 본좌죠. CSI의 캐서린 정도가 나이도 외모도 딱 맞기는 해요.
열두번째 시리즈에서 이제 주인공들이 쉰이 되니깐요. 첫번째 시리즈를 서른 초반에서 시작하는 거가 되니깐, 좀 젊어도 될듯요. 릴리는 젊기도 젊지만, 너무 예뻐서 무리일듯하긴 해요.

사실, PC의 외모가 워낙 출중하여, PC 자신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종종해요. 근데, PC는 또 약간 맥 라이언 이미지인데, 맥 라이언이 좀 강한 이미지만 있다면 그녀도 괜찮은데..

메릴 스트립 같은 이미지도 좋아요. 근데, 벤튼역의 하치를 버릴 수가 없어서! ㅎㅎ

2008-10-06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eetles 2008-10-0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법의관을 읽고 열광하며 스카페타시리즈를 모으다 어느순간부터...놓아버렸네요....
 
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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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또 다른 시작인거야. 죽음 속에서 태어나는 새로운 공포. 영원의 요새를 정복한 새로운 미신. 
이제 나는 전설이야.

'1급 미스테리는 1급 소설이다' 라고 P.D. 제임스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은 너무나 옳은 명제이다. 호러나 미스테리가 B급 장르소설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지만, 호러와 미스테리로 가득한 인간세상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장르인 호러와 미스테리에 우리는 조금 더 점수를 주어야할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의 모든 좀비 영화는 B급, 혹은 C급으로 기억되어 있지만, <나는 전설이다>와 같은 이야기는 A급 명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50년대에 나온 이 책의 스토리는 영화와 소설로 충분히 많이 우려먹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명작이다.

핵전쟁, 혹은 세균전으로 지구상에 혼자 남은듯한 남자 주인공 네빌은 밤마다 흡혈귀가 된 좀비들의 방문을 받는다.
낮에는 자신을 방어하고, 흡혈귀들을 죽일 준비를 하고, 흡혈귀들을 죽이는 일들을 한다.

뒷마당에 키우는 마늘을 일주일에 한 번씩 수확하여 한쪽씩 까서 줄을 끼워 목걸이를 만들어서 문과 창문들에 걸어 놓는다거나 흡혈귀를 죽일 말뚝을 만들어 놓는다. 전날 흡혈귀들의 습격에 부서진 집들을 수리하고, 낮에는 여기저기 숨어서 자고 있는 흡혈귀들에 말뚝을 박아 죽이는 일을 한다. 계속 죽이다보면, 언젠가는 이 악몽이 끝이 나겠지.. 하면서

공포가 일상이 되고, 그 과정은 독자들에게 상당히 리얼하게 다가온다. 

그 과정에서 거대한 공포를 마주하는 고립된 인간의 모습 또한 생생하게 묘사된다.
술로 도피하고, 자학하고, 자살 충동을 느끼고, 여자에 욕정을 느끼고, 그러면서, 하루하루 해 나가야 할 일상적인 일들을 해 나가며 살아지는 무서운 일상의 수레바퀴.

결말은 꽤나 무겁다.
이것은 소설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세대를 거치면서, 이런저런 정치전쟁, 문화전쟁, 말그대로 전쟁 등의 전쟁을 거치면서 매번 겪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한 시대/세대를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전설이 되어 버리는 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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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0-05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에 나오는 단편들은 뷁!이다. 안 읽는 것이 정신건강상 좋음.

2008-10-05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eetles 2008-10-07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동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