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게임 작가의 발견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열다섯가지 각기 다른 단편들인데, 장편 하나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것이 연작집이거나 해서가 아니라, 주제와 등장인물의 일관성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는 그 일관성을 '인간'과 '죽음'에서 찾았지만, 일개 독자인 내가 보는 일관성은 악처와 그 악처를 살해하는 남편이다. 딱히 유쾌할 것도, 불유쾌할 것도 없는 설정이긴 한데, 계속해서 반복되니 머리가 좀 아파졌다. 악처는 말그대로 악처인 경우도 있고, 악독한 애인일 때도 있고, 반대로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작은 변화들을 심어 놓고, 이야기에는 나쁜 아내와 지친 남편과 때마침 생기는 예쁘고 순종적이고 젊은 불륜녀를 주축으로 한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마초적이라던가 한건 아니다. 왜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등장인물들의 유형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열다섯편의 단편이 조금이라도 지루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아토다 다카시는 같은 틀을 가지고서 그 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은채 무궁무진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죽음'은 추리소설에서도 일반 문학소설에서도 가장 거대한 주제이다. 좋은 추리소설은 좋은 추리소설에 그치지 않고, 좋은 소설이고, 좋은 문학작품이다. 코넬 울리치를 에드가 알랜 포에 비유하며 시적이다고 말하듯이, 아토다 다카시의 미스테리 단편들도 문학적이다.  첫 단편 <사망 진단서>의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어느 작품 속 한 구절이라고 해도 쉽게 믿을만큼 환상과 심리의 절묘한 결합이다. 작품의 표제작이기도 한 <시소 게임>은 특히 재미있게 봤다. 교진과 다이요와의 경기장이다. 교진의 광팬인 그는 특별지정석 암표를 사게 되는 바람에 3루쪽인 다이요 응원석에서 소심하게 교진을 응원하게 된다. 경기는 교진이 리드하고, 응원의 즐거움마저 반감된 경기장에서, 그의 생각은 자꾸 뒤에 앉은 남자에게로 흘러간다. 그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교진의 자리에서 자주 보던 교진의 광팬이였는데, 올해는 갑자기 다이요를 응원하고 있다. 야구 경기의 진행과 '나'의 추리는 교차되어 보여지며, '시소 게임'이라는 기가막힌 결론을 이끌어낸다. <과거를 운반하는 다리>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살인도 복수도 없지만, 오싹함을 남겨주며, 첫문장을 곱씹어보게 한다. <부재증명>과 <파인벽>도 좋아하는 작품. 트릭은 이미 어디선가 보았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작가의 문학적인 터치가 이 작품들을 즐겁게 읽게 해준다.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 도 인상 깊었던 작품.  

그는 노력형일까, 천재형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으로서는 전자일 것 같다. 소설의 첫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말끔하고, 완벽하게 작품으로 내 놓는 그 모습은 99% 노력형일 것 같다. 독자로서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나올 아토다 다카시 총서가 무진장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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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슌페이는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달려라, 메로스] 옆에 있던 챈들러의 책을 보고 말로에 입문한다.
영어회화테이프 판매도 하고,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망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사무실을 차리고
자신의 오랜 꿈인 말로와 같은 사립탐정이 되기 위해 탐정사무소를 연다. 

그러나 현실은 의뢰들어오는 일의 80%는 동물찾기, 20%는 불륜조사
누가 봐도 동물탐정이고, 명함조차 귀여운 아기고양이 그림에 '헬프미 야옹' 이라고 씌어 있을 정도지만, 꽤나 전문적(?)이고, 스펙타클한 동물찾기인 것이다.

큰 키 빼고는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말로와 슌페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여자에 대한 태도인데, 슌페이도 모든 것을 말로 가이드에 따라 살고자 하지만, '여자'에 대해서만은 다이너마이트 보디를 꿈꾸는 평범한(?) 남자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뒷맛은 슌페이의 뒤에 말로가 겹쳐 보이는 것은 왠일인지.
시체를 달고 다니는 말로만큼은 아니지만, 슌페이도 때로는 대형도마뱀의 잔인한 사체를 처리하기도 하고,
개에 물려 죽은 시체에 발 걸려(말 그대로) 넘어지기도 하고 그런다.

동물을 찾으면서 익히게 된 기술을 이용하여, 야쿠자와 살인범과 맞서는 슌페이!
그의 곁에는 말로와는 달리 동지들이 있다. 엄청난 냄새를 좋아하는 술을 좋아하는 노숙자 겐씨, 다이너마이트 보디를 꿈꾸고 채용했으나 현실은 150 단신의 아흔살 먹은 할머니 아야. 동물 애호가 부부인 쇼코 부부.

몇몇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피실피실 웃음이 나온다. 짧은 분량은 아니지만, 내용도 버릴 곳 하나 없이 알차다.
챈들러의 SF판이었던 <다이디 타운>이 있었다면, 이 책은 동물탐정버전이라고 할까?

동물탐정이라는 말에서 오는 아기자기하고 닥터두리들 같은 귀여운 영화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어쨌든 이것은 하드보일드(에그)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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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8-10-3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있을것 같네요.한번 읽어봐야 겠네요^^

하이드 2008-10-31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기와라 히로시라는 작가의 책들이 좀 가벼워 보였는데, 이 책에선 제법 하드보일드 냄새가 났어요. <타임슬립>을 오래전부터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어떨른지말입니다.
 
월하의 연인
아사다 지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네번째인가, 다섯번째로 읽는 단편집이고, 일곱번째인가, 여덟번째로 읽은 아사다 지로의 책이다.
그러고보면, 아사다 지로는 딱히 팬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나부터도) 계속 읽게 되는 작가인 것 같다.

<월하의 연인>은 그의 단편집중 비교적 색채가 뚜렷한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월하의 연인을 포함한 열한개의 단편은 환타지, 결말실종(열린 결말이 아니라, 결말이 없는 작품들;;)들이 있는 여름밤 혹은 겨울밤 같은 분위기의 단편들이다. 글들도 굉장히 쉽고 가독성 있는 다른 단편집에 비해 더 곱씹어 읽어야 한다.

<월하의 연인>은 너무 사랑해서 동반자살을 하고자 하는 연인의 이야기. 달밤, 온천, 바다, 사랑, 자살, 이런 것들이 어우러지는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이다.  
<한여름밤에 생긴일>에서는 폐인이 된 남자가 나온다. 자신의 집 주소 앞으로 온 의문의 편지를 보고, 자신을 다잡게 된다. 그는 사회의 실패자이다. 그의 너무 착했던 부인도, 잘 커준 아들도 그를 떠났다. 딱히 어떤 커다란 잘못이나 실수없이 천천히 모든 것을 망가뜨린 남자는 아사다 지로의 단골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이다.
<고백>은 꽤나 귀엽고 아기자기한 새아빠와 딸의 이야기, 그리고 우정에 관한 이야기. 이런 현실감 있는 감동, 좋다. 아사다 지로의 주특기. 
<적당한 아르바이트>는 못말리는 두 친구가 나오는 괴담(혹은 괴담이라 믿는) 이야기. 이 두 친구는 <소슬한 바람>에서도 나온다. 사마천의 사기중 '자객열전'의 내용을 꼼꼼히 훑는 독특한 단편. 끝은 꽤나 비장하다. 그러니깐, 그 두 친구에게는 말이다.
<잊지 못할 여인숙>에서는 떠난 아내를 못 잊는 남자가 나온다. <한여름밤에 생긴일>과 비슷한 분위기의 단편.
<검은숲>은 독일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본사로 들어온 남자가 팀의 한 여자와 결혼하기로 하면서 생기는 이상한 일들이 나온다. 작가가 결말을 쓰려다 만게 아닌가 싶은 결말. 그래서 어떻게 된거냐구!
<회전문>, <동거>,<그대를 만나고 싶어요>, <겨울여행>모두 평범한 주인공들이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기이한 경험은 '무서워-' 보다는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런 일들, 혹은 사람들, 혹은 목소리들이다. 그와 같은 기이한 일들은 정신병원을 들낙거리는 주인공이 나오는 <겨울여행>에서 절정. 어떤 이야기도 다 아사다 지로답다.

이야기는 여름이 배경일 것 같은데, 추운 겨울이 배경인 이야기들이 더 많다.
 
단편집이 이렇게나 상품의 퀄러티로 꾸준히 번역되어 나오는 작가는 아마도 아사다 지로가 유일하지 않을까. 아사다 지로를 읽을 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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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8-10-2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면 멜로 호러물(?)인 줄 알겠습니다만.. 어쨌든 아사다 지로고, 게다가 상품의 퀄리티라니 찜!

하이드 2008-10-29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몇몇 작품들은 진짜 멜로 호러물(?)이라고 해도 어울릴듯하네요. ^^

Apple 2008-10-30 0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다지로가 써내는 이야기들은 비슷비슷한 것 같아보여도 읽다보면 빠져들어요. 묘하게 향수도 자극하고...
마음이 짠하다~는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릴듯...^^
이거 안읽어봤는데 이것도 읽어봐야겠네요..^^

하이드 2008-10-30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읽어온 아사다 지로 단편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였어요. 아사다 지로는 아사다 지로인데, 좀 독특한 단편들을 모아 놓아서인것 같아요.
 
빌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 - 케냐에서 발견한 아프리카의 맨얼굴, 그리고 몹쓸 웃음 빌 브라이슨 시리즈
빌 브라이슨 지음, 김소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그러니깐, 완전히 희망이 없는건 아니란 말이죠?"
켄티스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 물론 아니죠"
"케냐에서, 우리는 항상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아프리카 다이어리>는 빌 브라이슨이 CARE라는 구호단체의 초청을 받아 열흘간 아프리카에 머물면서 쓴 일기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여러권 읽어왔지만, 이 책에서는 빌 브라이슨 보다는 CARE와 아프리카를 먼저 보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에 대한 이야기인데, 빌 브라이슨이 썼다. 는 정도로.

빌 브라이슨의 유머가 어디 가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이 책에 나온 아프리카의 기근과 참상과 부패와 오해들을 읽으면서, 빌이 애팔래치아 횡단 준비를 하며, 곰 이야기를 듣고 호들갑을 떠는 장면에서 낄낄거리고 웃는다거나(<나를 부르는 숲>), 카츠 머리에 떨어진 비둘기 똥에 데굴데굴 굴르며 웃는다거나(<빌 브라이슨의 발칙한유럽산책>번역제목 옮기기 좀 부끄럽군;;) 하는 식의 유머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사의 책소개라던가, 임의로 달아 놓은 부제는 맘에 안든다.

빌 브라이슨이 썼기에, 그의 팬이라면 이 책은 의미가 있다. 빌 브라이슨은 워낙에 PC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더 재미있지 않나 싶은데, 그의 그런 솔직함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아프리카의 실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감정을 강요하지도 않고, 그 자신이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큰 점수를 줬다. 아프리카는 CARE 와 같은 단체들에도 불구하고, 그들 앞에 장미빛 미래는 펼쳐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적일수만은 없다. 이 책은 바로 그런점에서 나같은 독자에게까지도 크게 어필한다.

이렇게 저렇게 나빠서 기암을 하겠는데, 그래도 이러이러한 부분이 있어.라고 말한다.  예를 들면, 키베라는 슬럼 중의 슬럼인데, 그래도 여기선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고, 국가에서 가장 좋은 8개 초등학교중에 3개가 키베라에 있어서, 사람들은 교육을 위해 모두 여기에 와. 교육을 받는 것이 슬럼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깐. 이런식. 

빌 브라이슨을 믿어라. 이 책은 출판사에서 임의로 뽑아 놓은 제목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다. 그는 현실적이고, 담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장에서는 좀 감동 받긴 했다만.

원서 뒤에는 '이 책의 모든 로얄티와 수익은 CARE International에 기부됩니다.' 라고 나와있다. 책의 앞뒷면에 CARE의 마크가 들어가 있는 소개서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빌 브라이슨의 책들과는 달리, 빌 브라이슨의 개인적인 소고만큼이나 CARE의 담당자의 입을 빌려 하는 말이 많다. 뭐,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사면, 로얄티는 당연히 CARE에게 돌아갈 것이고, 수익은 출판사로 돌아갈것이다. 의미 있는 책이고, 빌 브라이슨이 우리나라에서 듣보잡 작가도 아닌데, 작은 것이라도 눈에 보이는 착한 기획 같은것을 병행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비자들은, 독자들은 그런 이유로도 충분히 기쁘게 지갑을 열었을텐데 말이다.

* 뱀발 : 아마 예전에 이 책을 읽을 당시 스티븐 코비의 책을 함께 읽고 있었나보다. 예전의 내가 책 뒷장에 빌 브라이슨을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은 질문들을 적어 놓았다.
Q : 어떤 동행과 여행하고 싶은가? 아니면, 혼자 여행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가?
Q : 여행갈때 꼭 가져가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Q : 혼자 여행할때 가장 슬픈 일은 무엇인가?
Q : 무엇이 당신으로 하여금 계속 여행하게 만드는가?
Q : 가족들은 당신이 여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마, 나는 저 때 혼자 여행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나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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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8-10-22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 책 두 권 읽었는데, 이 남자 어쩐지 저와는 유머 코드나 뭐 기타 등등 안 맞는 것 같아요. 같은 유럽 여행기라도 저는 하루키 스따일.

하이드 2008-10-23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못됬게 웃기고, 오버해서 군지렁 거리는 스타일이죠. ㅎㅎ 하루키는 군말도 불평도 없이 독자에게 와닿게 하는 스타일-

하이드 2008-10-23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din.co.kr/budapest/2365587
그러나 나귀님의 글을 읽어보니, 안쓰러운 부제만 있는줄 알았더니, 오역도 그득한가보다.

Kitty 2008-10-23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이런 책이 있었네요? 오호 빌브라이슨 애독자로서 당장 달려갑니다 ㅎㅎㅎㅎㅎㅎ 언제나 감사감사

Kitty 2008-10-23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링크해주신 나귀님 글 읽다가 생각난건데 빌 브라이슨 책 중 나를 부르는 숲만은 원서 반, 번역서 반으로 읽었거든요. 번역이 정말...ㅠㅠ 딱히 오역이라기보다 전혀 글맛을 못 살렸더군요. 리뷰에서도 번역 아쉽다는 얘기 썼던거 같은데...다른 번역서(발칙한 유럽산책?)들도 비슷한가봐요. 출간되는 작품 족족 표지 테러를 당하는 닉 혼비와 쌍벽을 이루나요;;

하이드 2008-10-23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를 부르는 숲>은 원서로 안 읽어봤어요. 뭐랄까, 제가 책을 좀 댕겅댕겅 읽는 편이라, 진짜 이상하지 않은 이상 그냥 읽거든요. 빌 브라이슨은 원서로 먼저 읽기 시작해서, 번역본 읽으면서도 원서의 어조를 떠올리는지도요. ^^ 제목이 잘 생각안나는데, 빌 브라이슨의 made in America인가 하는 책, 유럽에서 계속 살다가 미국에 와서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 쓴 책들도 재밌어요.

Joule 2008-10-2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럼 난 번역본이라서 이 아저씨가 별로였던 겐가.
 
매트 스키너의 캐주얼 와인북
매트 스키너 지음, 류영훈 옮김, 크리스 테리 사진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매트 스키너는 제이미 올리버의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에 와인마스터로 초빙되면서 제이미 올리버와의 인연을 맺게 된다. 제이미 올리버는 '매트는 나의 훌륭한 와인 스승이다' 며 와인에 대한 새로운 눈을 열어준 매트 스키너를 격찬한다.

와인책을 많이 읽어본 편인데, 이 책은 특히나 더 매력적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 동안의 와인책이 너무 학구적이어서 하품을 참을 수 없거나, 가르치는 책, 혹은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다른 세계 이야기 같았다면, 매트는 진솔하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전문적인 것들이 많은데, 방실방실 웃으면서 독자와의 공감대 형성을 쉽게쉽게 하고 있다. 어떤 기분이냐면, 잘 아는 멋진 오빠가 와인일을 하는데, 업계 얘기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다. 쉽고, 재밌고, 멋지다. 이것뿐이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와- 와 - 와- 
와이너리 사진과 포도 사진, 와인담긴 와인잔, 와이너리 주인 아저씨,아줌마들  사진이 끽인 지금까지의 와인책에 비하면, 최근들어 이렇게 눈이 호강한 적이 없다! 세련되고, 자연스럽다. 이 곳이 아닌 저 곳의 사진을 볼때 '가보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와- 몇몇 사진은 눈물나게 부러웠다. 글이 하나도 없고, 사진만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책 강력 추천! 글이 덤인지, 사진이 덤인지 모르겠다. 번역하면서의 편집도 원서를 얼마나 따라온건지는 모르겠지만, 편집도 보기좋게 잘 되어 있다.

신의 축복-와인의 모든것, 와인의 도구상자- 꼭 필요한 것, 포도라는 과일- 적포도와 청포도, 포도밭의 하루- 포도 기르기 등등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는 와인업계에 종사하는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나온다.
와인과 관련되어 얼마나 많은 직업을 상상할 수 있는가?  소믈리에, 와인샵 주인, 와인 만드는 사람, 와인 중개상, 와인 파는 레스토랑 주인, 와인 비평가, 와인 라벨 디자이너, 와인관련 물품 파는 사람, 뭐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사진이 진짜 멋진! 실생활 모델같은 멋진 사진들로 나와 있다. 멋진 사진들이 많지만, 이들의 사진들이 나는 제일 멋졌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은 저장탱크 담당 '해미쉬'- 단단한 근육, 수확팀의 '데이브와 트레이시'- 명민한 두뇌, 손으로 직접 수확하는 '장-폴과 크리스' - 용감한 사람들,  와인 양조 기술자 '마일스와 군터' -창조자들, 졸업생 '응치키' - 촉망받는 기대주, 등등등 이런 식으로 와인과 관련한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브리티쉬 항공의 와인선정위언 '피터' - 구름 속 테이스팅



'포도가 최고다!' 고 외치는 매트. 포도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순무와인, 박하와인, 옥수수와인, 민들레 와인.. '우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와인이 시계라면 포도는 태엽장치이고, 자동차의 엔진이며, 밴드의 드럼이고, 기타의 줄이며, 축구의 흥분뒨 분위기다. 이해하겠는가? 포도가 넘버원이다. 포도 없이는 와인도 없다.'
첫 챕터에서는 넘버원인 '포도' 에 대해 무한애정을 담고, 포도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포도는 황무지를 사랑한다' _'포도는 높은 자리를 선호한다'

와인책의 역사 이야기는 지루했다. 우리가 알고 싶은거, 써먹고 싶은것만 좀 쏙쏙 알려주면 안될까? 오케이, 와이낫



'이제는 역사다! "역사라니 골치 아프겠다. 대충 빨리 넘기자"고 생각한 사람들은 잠깐 진정해라.
와인은 현대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기나 긴 세월을 힘들여서 일해 온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베어 있다. ...

어르고 달래며, 어려운 부분을 쉽게쉽게 넘어간다. 예쁜 사진과 함께.
내 똑딱이로 찍은 책 사진은 흐릿하지만, 하나하나 사진이 (게다가, 책은 꽤 큰 판형이다.) 참 예쁘다.

'캐주얼 와인의 도구상자' 가 있다. 그 안을 채우기 위해서 돈은 한 푼도 필요없다. 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미 다 가지고 있는 도구들이기 때문에 뭐냐하면 '당신의 눈, 코, 입, 귀, 여기에 올바른 마음가짐'

와인의 테이스팅, 포도 품종, 표현하기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시종일관 유머러스한 어조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포도 품종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제일 재미있는 파트다. 몇가지 예를 들면
산지오베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로버트 드 니로는 내가 평생을 두고 좋아해온 배우다. 스타일이 끝내주는 진짜
이탈리아인이다. 마피아의 이데아랄까. 이렇듯 포도에 비유하자면, 토스카나의 슈퍼스타 품종 산지오베제가 바로 드니로다.
제대로 멋있는 순도 100퍼센트의 이탈리아 분위기. 그래서 나는 산지오베제도 끔찍이 좋아한다.'
코르테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보 : 코르테제의 단순함은 광범위한 스타일의 음식들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게 해준다. 특히 갓 겁질을 벗긴 신선한 굴과 완벽하다. 음. 신선한 꽃과 굴이라.. 이제 촛불을 켜고 베리 화이트의 CD를 들으며, 우리 자기를 불러야겠다.' 피노블랑은 '일일연속극에 비유해보자. 피노 블랑은 피노 그리의 사생아고, 다시 피노 그리는 피노 누아의 친척이다. 축구로 치자면 피노 블랑은 만능 백업선수다. 모든 포지션이 가능하지만 1순위 선발주전은 되지 못한다. '

책의 마지막 장 '감사의 말' 역시 골때린다. 그러니깐, 사진이 흐흐흐
그 사진은 책을 직접 보는 사람들을 위해 남겨둔다.

판매지수가 60밖에 안되서 슬프다.
나 역시 제이미 올리버의 이름에 끌려서 샀고, 사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책을 펴보았는데,
앞으로는 생각날때마다, 와인병 꺼낼때마다 꺼내볼지도 모르겠다.

예쁘고, 기분 좋은 책
아- 와인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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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8-10-2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와인이 좀 싼 동네에 와 있으니 싸구려 와인 1병씩 사다가 세안할 때 써볼까 해요. 반신욕 하고 싶은데 1주일에 한번씩 와인 한 병 들이붓고 해볼까 싶기도 하고...

Joule 2008-10-20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퍼하지 말아요, 하이드 님. 제가 판매지수 올려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