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 스웨덴 가구왕국의 상상초월 성공 스토리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 / 미래의창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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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과 1974년, 2년에 걸쳐 이케아의 미래에 대한 글 <어느 가구상인의 유언장> 을 썼다. 채 오십이 되지 않은 캄프라드의 나이를 생각하면 아주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제목이었다.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가격대 구성을 해치지 않도록 전체 상품 가격대를 고려해야만 한다. 전형적인 이케아의 가구는 내구성, 사용편의성 등 실용적인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케아의 기본 상품들은 우리의 모습과 우리의 생각이 그래야 하듯이 간소하고 올곧은 자기만의 개성을 가져야만 한다. 이케아의 가구는 더 가볍고, 더 자연스러우면서, 더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위한 표현이어야 한다. 형태와 색깔, 기쁨이 표현되어야 하고, 나이를 불문하고 젊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아야 한다." 

파란 앞표지와 노란 뒷표지. 생생한 블루와 옐로우의 조합은 익숙한 로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케아'에 대해서라면, 해외생활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와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익숙할 것이다. 수많은 사이트에서 '비싸게' 이케아를 팔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단순 브랜드 스토리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꽤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부는 이케아 이퀄 잉바르..라고 하는 창업자이자 기업가인 잉바르 캄프라드의 이케아 스토리이다. 시작의 이케아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나 그의 나치에  몰두하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지루하고 불편하다. 그부분을 넘어가고 보면, 정말 급속도로 발전하는 거대기업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거대기업 그 자체인 잉바르. 포츈지의 몇대부자에 항상 랭크되는 그는 언제인가 6위까지 한 적도 있고, 다른 조사에서 빌 게이츠를 누르고 1위를 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인하고, 주식에 상장되지 않아서, '누구도' 그의 재산과 수익을 알 수 없는 '신비주의' 기업가이다.

성공한 기업가 스토리에 검소한 CEO로 월마트의 CEO, 그리고 이케아의 잉바르家가 꼽히곤 한다. '검소'를 넘어서 '구두쇠 기질'이라 하겠다. 월마트나 이케아의 주고객인 보통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서.. 정도가 아니라, 비행기 이코노미석은 물론이고, 가장 허름한 호텔, 택시는 생각지도 않고, 버스를 이용, 뛰어갈 수 있는 거리면 그마저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독일의 어느 회의엔가 등장한 그는 지하철을 타고 왔다며 표를 보여줬는데, 심지어 노인할인까지 받아서 좌중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억만장자인 그가 말이다. 그의 '검약'은 개인생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경영하는 회사에도 적용된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스웨덴의 세금이 엄청 심하긴 했다.) 유럽의 이곳저곳으로 이주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자회사를 이용해서 가장 똑똑한 변호사 한무리를 이끌고 세금을 '합법적으로' 피한다. 꽤 오래 파시즘에 심취하였던 그가 그토록이나 자본주의 기질을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해보인다. 거대기업의 임원들에게 업계에 훨씬 못 미치는 연봉과, 그리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가족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면서 짠 월급에 직원들에게 취미도 가지지 말고, 일만 하라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다.  

그의 이런 과한 '검약'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는 것이 그의 모토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다. 공격적인 가격경쟁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처음에서 끝까지 끊임없이 나오고, 이케아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전략이자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2부의 '이케아의 성공요인'에서는 가격전략, 스타일 전략, 불러뷰 효과, 육각렌치, 카탈로그, 핫도그 전략, 공동체 정신, 잉바르, 공급처, 기업구조, 위기관리를 꼽고 있다. 단순한 실용서가 아닌 한 기업과 시대의 변화를 아우르는 재미나고 유익한 책이다.  





* 이케아 이야기 외에도 소소한 읽을 거리들이 많아서 반가운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잉바르家가 이사간 스위스 마을에 살던 조르주 심농,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 아바, 해비타트 창시자 콘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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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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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슴프레한 술집 구석에서 깨달았다. 변한 것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케이크 사 먹을 돈을 절약했던 소녀는 집을 떠나 사랑을 알고, 그 후에 이어진 아름답지 못한 결말도 배우고, 친구를 잃고 또 새롭게 얻고, 예전에 알던 것보다 더 깊은 절망과 끝없는 희망을 알고, 잘 되지 않는 것과 바라는 바를 간절히 기원하는 방법도 배우고, 하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게 있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그렇게 내 안에서 조금씩 늘어나거나 줄어든 무언가 바뀔 때마다 마주한 이 책의 의미가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    -'여행하는 책'中-  

헌책들을 쇼핑백 두개로 나누어 넣고 헌책방에 팔러간다. 헌책방 할아버지는 '이 책 정말 팔꺼야?' 라고 묻는다. 그저그런 번역소설이었기에 그렇게 책을 팔고 시간이 흘러, 대학교때 네팔로 배낭여행을 가게 된다. 네팔의 한 헌책방에서 시간을 떼우다가 일본어로 된 책을 한 권 고른다. 책을 후루룩 넘기고 덮으려던 찰나, 자신의 이니셜과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그 때 떠오르는 지난 기억. 일본에서 팔았던 책을 네팔에서 만나게 되다니, 이런 우연이. 책을 사들고,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기억하고 있던 것과 다른 점들을 맞추어 가며 나도 모르게 책에 몰입하게 된다. 네팔에서 짐이 많아져 그 책을 다시 네팔의 만물상에서 팔게 된다. 또 시간이 흘러.. 그 책과의 인연은 묻혀지고, 직장에 들어가 아일랜드로 출장을 가게 된다. 시간이 남아 서점에 들어갔는데, 헌책방이다...  

판타지같은 이야기지만, 전혀 없을법한 이야기는 아니다. 책과의 인연, 책이 있는 만남과 헤어짐. 인생의 강물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멈출때까지 끊임없이 흘러가고, 각각의 인생은 한권의 책과 같아서,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페이지를 넘긴다.

'그와 나의 책장' 은 서로 비슷한 잡다한 취향을 가진 남녀가 만나 책장을 합치는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가 떠오르는 단편이다. 의외로 그런 상황은 많이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취향이기에 두 권씩 있는 책들은 더 낡은 한권을 팔면서 그렇게 책장을 합쳐나간다. 서재가 이혼해야하는 그날까지. 함께 하던 방에서 자신의 책을 골라내는 여자. 소소한 상황과 생각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이 단편과 '불행의 씨앗', '미쓰자와 서점'이 제일 재미있었다.

'불행의 씨앗'에서 사귀던 남자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와 사귀게 되고, 여행을 갔다가 다리가 부러지는 등 나쁜일이 자꾸 일어나자 여행지인 대만에서 점집을 찾아간다. 필담으로 주고받은 결과 남자가 읽던 자기 방에 있던 누구 책인지 모르는 그 책이 '불행의 씨앗'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녀는 그 책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지금은 전남친의 여자친구인 그녀에게 전해주며, 남친에게 꼭 전해주라고 말한다. 그리고 후에 시간이 흘러흘러,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지난 생활이 파란만장하다. 그 '불행의 씨앗'은 어쨌냐고 하자, 사실은 자신이 아직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불행이랄 거 하나도 없었어. 나는 웃는 일도 우는 일도 없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담담한 매일이 되풀이되는 게 불행이라고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라면 이 책이 내게 있었던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행복했다고 생각해. - '불행의 씨앗'中-

'미쓰자와 서점'은 웬지 저자의 이야기 같다. 사실 리뷰를 쓰려고 다시 책을 들추는 이 순간까지 저자후기로 착각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편이라고 생각하지만, 책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말은 못하겠다. 좋아하는 책만큼 싫어하는 책도 많으니깐. 저자는 '시시한 책이란 없다' 라고 말한다.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말을 하는 저자의 심정이 이해는 간다. 너무 밍밍할뻔 한 단편집이지만, '책' 이 중간에 있어서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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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9-01-31 0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하이드 2009-01-31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취향에 맞으실지도 모르겠어요.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이 담뿍 느껴지는 단편들이었어요.
 
외딴섬 퍼즐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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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읽는 아리스가와 아리스(이 아리스가 Alice의 일본식 발음이란다. 앨리스가 필명인 이 사람;;)
<월광게임>에서 가능성을 보았다면, <외딴섬 퍼즐>에서는 기대가 충족되었다. 전작이 화산에 갇힌 EMC(에이토 대학 미스터리 클럽)의 멤버들과 대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클로즈드 서클의 미스터리였다면, 두번째 작품인 <외딴섬 퍼즐>에서는 외딴섬에 간 아리스와 에가미 부장, 그리고 섬에 여름을 보내러 오는 멤버들간에 일어나는 클로즈드 서클의 미스터리이다.

클로즈드 서클을 주구장창 이용하는 작가로는 관시리즈의 아야츠지 유키토가 있는데, 그의 작품이 클로즈드 서클에 집트릭;;이라면,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에는 클로즈드 서클에 청춘소설의 풋풋함을 더한 것이 바로 그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시리즈에서 탐정은 화자인 아리스가와 아리스가(주인공 이름이 필명과 일치한다) 아니라, 7년째 계속 학교를 다니고 있는 에가미 부장이다. 작품해설에는 해설자의 이 에가미부장에 대한 팬레터로 시작해서 러브레터로 끝나는 해설이 있다. 그의 매력을 알아보기 힘든 독자들을 위한 배려일까나.  과묵하고, 남 배려하고, 어느 명탐정 못지 않은 관찰력과 신중함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따뜻하고, 조용한 탐정이다. 확실히 자극적인 추리소설에 '파핫'하고 다가 오는 매력은 없는 탐정이다.

미스터리 소설 연구회에 새로운 여자 멤버가 가입하였다. 마리아 아리마 (거꾸로 해도 같은 이름).  아리스가와 아리스에 이어 독특한 이름의 소유자인 그녀는 그녀의 큰아버지댁 별장이 있는 섬으로 여름방학 추리소설연구회 멤버를 초대한다. 그 섬은 그녀의 할아버지 소유로, 퍼즐광이였던 할아버지는 죽기 전에 섬에 5억엔 상당의 다이아몬드를 숨겨 놓고 퍼즐의 힌트가 되는 지도를 남겼다. 몇년이 지나도록 다이아몬드의 행방은 미지수..인것. 할 일이 있었던 두 멤버의 부러움을 등에 업고, 추리소설연구회의 아리스와 에가미 부장은 마리아를 따라 섬으로 들어간다.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배만이 육지와의 유일한 소통수단. 전화도 없고, 무선통신만이 가능하나, '내가 범인이라도' 무선통신기는 첫번째 살인에서 이미 치유불능으로 가장 먼저 사망하신다. 섬 곳곳에 세워져 있는 모아이 모양의 조각이 퍼즐의 힌트인데, 세 명이 퍼즐을 풀기 시작했을때, 첫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그것도 밀실살인. 퍼즐풀기는 뒤로 미루어지지만, 이어지는 연쇄살인에는 퍼즐과 3년전에 퍼즐을 풀기 직전에 죽은 마리아의 사촌오빠인 히데토의 사고사까지 관련되어 있어서 탐정네들은 다시 퍼즐풀기로 돌아온다.  

<월광게임>에서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작가는 꽤나 운치가 있다. 이 책에는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에 나오는 여러 시가 인용되고, <월광게임>에서처럼 풋풋한 로맨스의 냄새와 바다, 바람, 달빛, 뭐 그런 것들에 대한 몽롱한 묘사들이 나온다. 사실, 아리스는 만담+자학 캐릭터에 가까운데 말이다. 섬에 있는 화가는 '인간과 인간 생활이 너무 싫어서 우아한 생활로 복수하고 있' 는 것 같다고 묘사된다. 그 묘사는 에가미 부장에게도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아리스는 생각한다. 무튼, 그런 식의 운치..들이 있다. <월광게임>에서는 조금 독특하네 생각했던 것들이 <외딴섬 퍼즐>에서는 만개한 느낌. 사건의 해결만은 여전히 지루할만큼의 설명이다. 연쇄살인, 클로즈드 써클, 살인범과 희생자 사이의 광기와 죄택감 등의 강렬한 감정들을 무마시키는듯한 논리의 지루함.. (뭐, 이것에 재미를 느끼는 본격 추리팬들이 많겠지만)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대학생 아리스 시리즈로는 <쌍두의 악마>가 근간이고, 작가 아리스 시리즈로는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가 나와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퍼즐이 하고 싶어져 버렸다! 몇년전에 처박아 둔 500피스 퍼즐을 꺼내어 완성해버리고, 다음에 할 지그소까지 주문해버렸다! '지그소 퍼즐'이 하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야기.

"자네들은 탐정소설연구회를 만들었다면서?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은 없네만, 참 낭만적이군.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비생산적이고 수상한 행위인데, 거기다 탐정소설만 골라 탐독한다면 이거야말로 방탕과 방종의 극치 아닌가? 나는 젊은 시절 독일문학에 잠시 빠진 적이 있었는데, 탐정소설이라니 정말 낭만적일세. 자유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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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2 -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민음사 모던 클래식 66
마틴 에이미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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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이미스. <럭키 짐>의 킹 에이미스의 아들이기도 하다. 재능은 유전되는가. 그 자신이 데뷔작으로 서머셋 모옴상을 탔고, 부커프라이즈의 숏리스트까지 오른 작품도 있고, <머니>는 2006년 타임지 선정 20세기 100대 소설에 들기도 했다.

과연. 20세기의 중요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머니머니해도 머니.지. 마틴 에이미스는 이 책에서 '머니'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런던과 뉴욕을 오가며 생기발랄 아니, 사기발랄, 술기발랄하다.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도 생각나고, <리빙 라스베거스>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존 셀프. 영국의 잘 나가는 CF 감독이고, 비행기에서 우연히  필딩이라는 부자를 만나 영화를 찍게 된다. 런던과 뉴욕을 왔다갔다하면서 벌이는 좌충우돌의 대부분은 보기에 사서 만드는 일들이 대부분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존이 좋아하는 것은 패스트푸드, 술, 포르노인지라, 아니 좋아한다고 하면 약하고, 그 모두에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아, 담배도 포함된다. 얼굴은 살찐뱀같고, 여자를 줘패기도 한다.

   
  결국 여기서 다시 만났다. 젊은이와 늙은이, 부자와 가난뱅이,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 아름다운 것과 뒤틀린 것을 모두 뒤섞어 놓은 미국의 천재적 능력, 맨해튼은 그 뜨거움과 차가움이 기적처럼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어떤 사람은 끔직할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이 지역에 투자를 받아서 작게나마 재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이런 다양함이 좋았다. 그래, 이런 다양함이 나를 뒤흔들었다. 이런 곳을 보고 나면 런던은 싱겁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토록 자기파괴적인 주인공인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섹시하고, 퍼니하다. 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저자의 능력일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하나같이 괴상하다. 초섹시한 한물 갈랑말랑한 여자친구 셀리나, 각기 다른 독특한 개성의 영화배우들, 찌질한 친구들, 천상의 여인과 같은 마티나, 레즈비언 각본가, 그리고 런던에서 학생처럼 꾸미고 사는 작가 마틴 에이미스!까지. 저자는 공들여 그들 각각의 뭔가 하나 심하게 모자라는듯한 인생을 묘사한다.  

   
  결국 나가지 않고 술을 먹었다. 문제는 뭐냐 하면, 다른 일들은 이미 다 해봤다는 점이다. 가끔은 인생이란 것이 차분하게 흘러가기 보다는 불꽃을 튀기며 소란스럽고 무섭게 내 앞을 지나간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지나가는 것은 인생일 텐데 정작 바삐 움직이는 건 나다. 나는 기차역이나 정거장이 아니다. 내가 바로 기차다. 내가 기차다.  
 
   

줄거리는 단순한데, 분권은 맘에 안 들지만, 꽤 긴 내용이고,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지도 않았지만, 꽤 재미나게 읽었고, 원서가 궁금한 책이다.  수단으로써의 '돈'과 목적으로써의 '돈'에 항상 혼돈을 느끼는 우리 불쌍한 인간족들에게 보내는 블랙 시트콤이다. 뭔가 상당히 재미나게 읽었는데, 잘 전달이 안 된다. 내가 그랬던것처럼, '미리보기'로 그의 스타일을 확인하고, 그 블랙홀에 빠질지 말지를 결정해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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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21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표지부터 솔깃하군요. 한번 빠져보고 싶은데요.
 
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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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장르소설이라고 하는 카테고리에는 미스터리, SF,스릴러, 호러와 같은 장르들이 포함될 것이다. 나는 미스터리와 스릴러와 SF를 좋아하지만, 호러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잘 쓴 호러작품들은 찾아서 읽는 정도이고, 정말 등줄기가 뻣뻣해질 정도로 무서운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읽으며 감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공포를 위한 공포'가 목적이듯한 소설들에는 질려버리고 마는데, 스콧 스미스의 <폐허>가 그랬다.

스콧 스미스의 <심플 플랜>이 더 평이 좋은 걸로 아는데, 어째서 아마존 악평 가득인 <폐허>가 먼저 소개되었는지 모르겠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관광차 놀러간 두 커플이 현지에서 만난 독일인과 그리스인과 함께 독일인 마티어스의 동생을 찾아 멕시코의 정글 속 폐허를 찾아가게 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마야인들이 있는 마을을 지나 언덕 근처까지 가자, 총과 화살을 든 마야인들에 대해 포위당하게 된다. 언덕 위에 고립된 그들..

500페이지가 넘는데, 내내 언덕에 올랐다 내렸다 그 안에 있는 구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가 이야기가 끝난다.
공포스럽기 보다는 지루해지고, 등장인물들에 대해서는 동정심도 감정이입도 되지 않는다. 이런.

아나콘다 시리즈나 불가사리와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럭저럭 재미나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포 소설에서 느끼게 되어 있는 긴장감이나 공포는 희박했고, 계속 읽다 보면 설마, 설마, 뭔가 나오겠지. 하는 '기대'로 근근히 읽어냈다.    

그저그런 킬링타임용 소설이였지만, 멕시코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할 작은 이유 하나를 더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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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9-01-21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책 저도 사놨는데, 도무지 손이 안가서 미치겠어요;;; 사다놨으니 읽긴 해야할텐데...
좀 다른 얘기지만, 책속안에 흰종이가 아니라 종이 귀퉁이에 일러스트가있잖아요. 그거 더럽게 거슬리지 않나요?=_=;
사실 몇달전에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했었는데, 그것떄문에 거슬려서 책을 읽을수가 있어서야 말이죠.;;;
한 50페이지 읽고 짜증나서 덮어버렸답니다.ㅠ ㅠ

하이드 2009-01-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인테리어로 일러스트 들어가있는거 진짜 싫어해요 -_-;;
근데, 이 책은 그걸 떠나서 읽고 나서 죽인 시간이 무지 아까워진다는;;

루나 2009-03-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읽으려고 무지 시도했는데.. 어디선가 강추더라구요.. 근데 막상 읽으니 몰입이 안되어서.. 끝냈다는...

하이드 2009-03-0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심플 플랜>인가 하는 책은 괜찮다고 하는데, 이 책으로 봐서는 영- 읽을 맘이 안 나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