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기다림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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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츠 이치의 작품은 이걸로 네번째쯤? 모 아니면 도였는데, <ZOO>나 <GOTH>는 좋았고, <쓸쓸함의 주파수>는 그저그랬다. 이 작품은 <ZOO>나 <GOTH>계열과 <쓸쓸함의 주파수>계열의 중간즈음에 위치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도 표지가 마음에 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다시 보이며 더욱 맘에 든다.
이미지에는 안 보이지만, 제목 옆에는 점자로 엠보가 들어가 있다. 표지에 나오는 검은 커튼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장면은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고, 두 고독한 남녀중 여자는 시각장애인이다.

전철에서 평소 미워하던 남자를 밀고 경찰에 쫓기는 남자가 집 안에 있다. 는 것을 시각장애인인 미치루는 깨닫는다.
거실 구석 창문과 텔레비전 사이의 공간에 들어가 최소한의 소리와 기척도 내지 않으려 조심하며 아키히로는 그렇게 거기에 박혀 있다.

이야기의 서스펜스는 눈이 보이지 않는 미치루가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줄어드는 식빵 갯수를 느끼면서 고조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어둠 속의 침입자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미치루의 이야기와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아키히로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된다. 그러면서 각각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치루는 눈이 안 보이기 전에도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다. 자신을 '세상이라는 이름의 스튜 속에 녹지 않고 남은 덩어리' 같다고 느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화분 같은 생활을 고수한다.  아키히라의 형편도 그보다 낫지 않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여 모든 인간관계를 내침으로써 회사의 왕따같은 존재가 된다. 그런 그 둘이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아주 조심스럽게... 

오츠 이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군에 들지는 않지만, 그의 소설들은 챙겨서 보는 편인데, 착한 결말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이런 책도 괜찮지 않은가. 싶다. 

이 책은 특히 말미의 작가의 말이 아주 웃기다. 소설과 전혀 상관없는 자신의 몸무게 이야기를 하는데, DDR을 하며 칼로리를 소비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저는 원래 게임을 좋아합니다. 게임의 장점은 테니스와 같은 취미하곤 달라서 친구가 하나도 없어도 집에 처박혀서 할 수 있다는 걸까요?' 란다. 이런, 아키히로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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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마돈나가 기네스 펠트로에게 말하길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너의 인생이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라고 말했던 것을 즐겨 인용한다. 실제로 마돈나가 펠트로에게 그렇게 말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으니, 이 글을 읽고, 행여 어디가서 너무 우기지는 않길 바란다.  

누군가가 회사일은 힘들어도 참겠는데, 인간관계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을때, 당연한거 아니야. 일은 어디나 같고, 인간은 모두 틀리니, 원래 '인간관계'가 힘든거야.

회사에서, 가족간에, 친구간에, 인터넷의 수 많은 공간들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열받고, 자존심 상하고, 분하고, 복수하고 싶고 (...응?), 속상하고, 등등등의 부정적인 에네르기로 덜행복하다면, 그건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나 역시, 앞의 상황에서 열받고 짜증나 있을때, 소노 아야코를 만났다. 누군가가 인용한 소노 아야코의 글이 마음에 확 꽂히면서, 내가 즐겨 인용하던 마돈나 이야기도 떠오르고,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소노 아야코의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소노 아야코' 라고 소리내어 발음해보면, 참 착한 사람일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일본 이름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일본어로 이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발음만으로는 참 착한 사람일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나보다. 막상 책을 펼치니, 굉장히 까칠한 아줌마가 있었다. 까칠하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날 좀 내버려둬-' 혹은 '나 이제 내 맘대로 살꺼야' 라고 말하는 착한 아줌마가 있었다. 까칠함과 착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물론.. 그녀의 '까칠함'에 끌렸다.  

이 책은 소노 아야코가 그간 냈던 작품들 속에서 인간관계와 관련한 부분들을 한마디, 두마디씩을 발췌하여 놓은 것이다. 소설도 있고, 에세이도 있는데, 그녀의 인간관계에 대한 초지일관함을 볼 수 있다. 

'좋은 사람 노릇하기에 신물이 났거나, 그만 지쳐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작가가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행복일 테니까.'라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내경우에는 '좋은 사람'으로 비춰졌던 기억이 거의 없긴 하지만, 어쨌든 속에서는 가끔 쪼끄만 천사와 악마가 싸우기도 하니, 나 역시 이 책이 반갑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인간관계의 가장 큰 키워드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인정하라.
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뻗어 나간다. 

"썩기 시작한 과일, 마음이 병들고 있는 사람은 사회나 주위에 왕왕 폐를 끼치지만, 가끔은 근사한 향기도 발산한다. 물론 상식적으로 말하면 과일은 썩지 않는 편이, 사람의 마음은 병들지 않은 편이 좋다. 그러나 썩는 부분 없이는 인생의 향기도 없다."

"탁월한 면이라 하면 세상 사람들은 으레 상식적으로 플러스 의미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복잡하여 수재가 아닌 범인, 협조가 아닌 비협조, 근면이 아닌 게으름, 유복이 아닌 빈곤, 때론 건강이 아닌 질병조차도 그 사람을 완성시키는 힘을 지닌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말들이 이해는 간다. 사람이 좋은 면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나쁜 면도 틀림없이 있는데, 그것 또한 필요한 것.이고, 때로는 한 인간을 완성시키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는 얘기다.  

위의 경우는 우정을 나누는 벗들에 한한 이야기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리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잘 맞지 않는 상대와는 무엇이든 무리할 필요가 없다. 어디라도 좋으니 의기 투합하는 회사를 찾아 그곳에서 일하면 그만이다. 모든 사람에게 정당하게 이해받으려 들면 무리가 따른다. 때마침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어떻게든 무슨 일이든 해나가다보면, 그러는 사이에 순조로운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맞는 얘기다. 잘 맞지 않는 상대와 무리하며 속상해하고, 마음 상하며, 불행할 필요가 있을까. 좋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에도 시간과 마음이 모자르는 데 말이다. 오지랍이 넓어서(혹은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해서)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가릴 것 없이 챙기느라 자신을 소모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그런 사람 때문에 귀찮아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세간에서 악덕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괜찮아'라고 말하는 동시에 세상에서 '미덕'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에 대해 경계한다.

명랑함이 하나의 찬사 대상이 된 시기는 언제부터일까? 명람함이 분명 구제의 경우도 있겠지만, 둔감이나 개성 없음, 또는 ‘아무 생각 없음’의 대신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평균이나 보통이란 표현은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사실은 가끔 우리를 협박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 지친다는 느낌이 들 때, 좋은 벗은 그것을 치유해준다. 소노 아야코의 이 책 역시 좋은 벗으로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을 알려준다. 책의 극히 일부만을 이야기했지만, 각각의 고민과 상채기가 다른만큼, 각각이 느끼는 와닿는 점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소노 아야코의 책을 사게 된 계기가 된 문장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심리도 진심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어설픈 이해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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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2009-02-0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을 읽으면 뭔가 달라질까..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 놔. 한참 재미나게 잘 읽었는데, 결말이 이게 뭐란 말인가. 나는 대부분의 경우, 소설의 결말에 불평하는 독자는 아니다. 그러나 이 결말은 좀 괴롭고, 억울하고, 작가가 과연 결말에 고민을 하기는 했단 말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

열두살 소녀 팔로마. 그녀는 조숙하고, 섬세하고, 똑똑하다. 얼마전에 본 영화 '업타운 걸스'의 다코타 패닝이 오버랩 되었는데, 그녀보다 훨씬 복합적인 인물이다. 쉰넷의 수위아줌마 르네, 혹은 미쉘 부인. 그녀는 자신의 똑똑함을 감추고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위아줌마' 이미지에 자신을 틀어맞추려고 하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면 가시로 뒤덮여 있어 철옹성 같지만, 속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니고 있다. 겉보기엔 무가각한듯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승 고슴도치' 열두살 소녀 팔로마는 세상과 가족에 너무나 큰 환멸을 느껴, 열세살이 되는 날 집에 불을 지르고 수면제를 먹는 자살을 계획하고 있다.      

르네의 이야기와 팔로마의 이야기가 한챕터씩 오버랩되다가 새로 이사온 일본 남자, 카쿠로에 의해 그 둘의 이야기가 합쳐진다. 작가는 일본 문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소설 속의 두 여주인공 팔로마와 르네에 의해 드러난다.  
커피와 신문 대 차와 망가
우아함과 매력 대 어른들의 권력 놀이의 슬픈 권력성

이라고 읊는 열두살 소녀 팔로마 
'망가'를 이렇게 우아하게 이야기하는 소설은 처음이다.후훗

무언가 내면의 크나큰 약점과 상처를 가지고 세상에 가시를 세우고 있는 두 여자는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우아한' 카쿠로씨를 만나면서 그의 우아함과 밝음과 호기심과 관대함에 감화받는다. 그 둘이 좋아하는 영화감독 오즈 야스지로의 먼 친척이기도 한 오즈 카쿠로씨.

카쿠로씨와 르네의 만남의 계기가 되는것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 였다.
서로를 알아보는 이 장면은 정말이지 로맨틱하고 문학적이며, 부러운 첫 만남인데 말이다.

철학선생이었던 저자. 무지 똑똑하면서 냉소적인 두 여자 주인공 덕분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즐거웠음을 고백해야겠다. 무리하게 보이는 철학적인 이야기들 마저도 읽을만 했다. 톡톡 튀는 재치와 냉소. 작가가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작가구나 느끼게 해주는 현대문화의 인용 '일본의 바둑' 이야기라던가(그러니깐, 히카루의 바둑(우리나라 제목은 고스트 바둑왕)), 에미넴 가사 인용이라던가. 거슬리지 않고 이야기에 녹아들어간다.

중간중간에 무지 유쾌한 장면들도 있고, 두 상처 받은 지적인 영혼이 치유되어 가는 모습에 책을 읽으면서 함께 고양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요즘 내가 추구하는 '우아한 생활'  거기에 '고슴도치의 우아함'도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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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0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르네는 우아하죠. 만나서 수다를 떨어보고 싶어요.

보석 2009-02-03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말은 정말 황당하죠; 전 이 책이 취향이 아니라 근근이 다 읽었는데 결말 보고 책 던질 뻔; "이딴 결말을 보기 위해 내가 그렇게 힘들게 이 책을 읽었단 말인가!!!"

하이드 2009-02-0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생각외로 취향에 맞더라구요;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결말 !#%@$^#&*&
휘모리님/ 제가 딸릴 것 같아요. ㅎㅎ 고양이 레옹은 좀 보고 싶습니다만.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
니콜 크라우스 지음, 최준영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거지꼴로 네바다주의 사막에서 발견되다. 샘슨 그린. 그의 지갑에 들은 면허증에 들어 있는 이름이다. 
그는 사실, 위트있고, 똑똑한 영문학과의 교수이다. 뇌의 종양 때문에 기억상실을 겪고 헤매이다가 사막에서 발견된 것. 

샘의 기억은 누가 딱 그만큼만 훔쳐가기라도 한듯, 24년간의 공백을 가지고 있다.
24년간의 기억을 제외한 나머지, 지각, 성품, 이해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신기한 케이스에 의사들은 관심을 보인다.  

샘이 사막에서 끌려와 정신을 차렸을 때 본 아름다운 여인, 애나. 24년의 공백 속에는 그녀와의 만남, 그녀와의 사랑, 그녀와의 결혼생활이 포함되어 있었다.

니콜 크라우스는 기억의 상실에 관하여, 상실된 기억 속의 사랑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나와 취향이 안 맞는 작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아니면, 몇몇 뛰어난 작가들이 그렇듯이 우리나라와 궁합이 안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원서를 찾아보기 전에 평하기가 두렵다.  

'그는 옷을 벗고 침대에 들었고, 한참 동안 깨어 있으면서 그의 쉬는 육체가 타임 스퀘어 위의 방송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만히 있기에 다. 그가 그토록 가아래서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고, 그러다 마침내 돌연 그는 몸을 쭉 뻗어 어둠 속에서 뒤채였다.' -116쪽-  

과 같은 이상한 문장과 오타 (책은 왜 환불이 안되나요??)

'녀석들의 젖은 티셔츠를 통해 등살이 보였고, 다리로 뚝뚝 듣는 물이 단조로운 아스팔트길에 지나간 흔적을 남겼다.' -48쪽-

을 무난히 알아들을 만큼의 국어 실력 (번역가는 번역이 아니라 창작을 하고 싶었나?)

'"끔찍이 차가 막혔소. 당신이 나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말콤이 말하면서 이제 손을 내밀었는데, 목소리는 전화기에서 들리던 것처럼 싱싱했고, 손은 우둘투둘하며 얄따랬다.' -120쪽-   

와 같은 기이한 문장들쯤은 거리낌 없이 읽어낼 수 없었기에 독서실패다. 이걸 니콜 크라우스 탓으로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외에도...

레이는 부엌으로 갔다가 오렌지주스 한 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가 방송 통신으로 학위를 땄다 해도 그것이 정말 대수일지는 의심스러웠다.
('대수'는 보통 부정문이나 의문문과 함께 오는 단어이지 않나? )

"아, 참.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으신가요? 어쨌든, 저는 윈게이트예요." -142쪽- 
 ( '어쨌든'을 아무곳에나 끼워넣지 말아줬으면..)


그는 당신에게 당신의 정신을 가지고 마음대로 하고 싶노라 말하고 있어요. -151쪽-  

"애나는 그저 그토록 그녀 자신으로만 보였어." -157쪽- 

부사를 쓰는 나름의 법칙이 있는듯..  

거기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언니를 보았는데 그녀가 어디 있는지 말해 주지 않더군. 그래서 명백하게 나는 화가 나 좀 흥분했지. -210쪽-  

그는 몹시 애나에게 전화하고 싶은 마음과 싸웠다. -212쪽-  

계속해서 레이를 두들겨 패어 의자 의자 위에 나자빠지게 만들고 주먹으로 판유리 창문을 깨었으면 나았을 것이다. -262쪽- 

그 세계가 참을 수 없이 심하다는 증거로서 이용하는 것 말고 그러한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298쪽-

배회증적인 상태. 그는 한 번 라벨이 그가 발견되었던 상태, 자기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던 상태를 설명하느라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안개나 도망자처럼 배회하는 상태. 장래식의 음악처럼. -301쪽-  

그녀가 마치 되풀이하면서 알칼리성 토양의 평원을 빤히 쳐다보았다. -316쪽-  

샘슨에게는 만일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지금 사타구니를 돌리고 있는 루스 웨스터먼 나이쯤 되었을 듯했다.-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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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1-3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데 두통이 생깁니다. 이거 국어 맞나요? 외계어 같아요.
도대체 어느 삼류출판사에서 교정도 한번 안 보고 책을 냈나 싶어서 다시 보니 민.음.사. 우리나라 매출 1위의 출판사가 이런 지경이라니, 너무하네요.

하이드 2009-01-3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문장이 한 둘이 아니에요. 다 읽어낸 제가 기특할지경;

Kitty 2009-01-31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집자가 월급 올려달라고 시위했다에 한 표 -_-
사타구니를 돌리고 있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春) 2009-01-31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옮긴이가 '어시스의 마법사'도 번역했네요. 참으로 신기하군요. 지은이한테 문제가 있는 건가? ㅋㅋ

하이드 2009-01-31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옮긴이 약력 찾아봤어요 -_-; 오죽 아마존에서 미리보기로 책 찾아 보았다는거 아니겠어요;
키티님, 저 이 책 보면서 사전 몇번이나 찾아봤는지 몰라요. '사타구니'도 찾아봤습니다. 도대체 사타구니라는 것이 돌릴 수 있는 것이었나..

Forgettable. 2009-02-11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사람한테 번역 맡긴거 좀 미친거 같다는 생각 계속 하는중. 지금 '어스시의 마법사' 읽고있는데 좀 돌아버리겠어요. 이전에 이 리뷰 보면서 집에 있는 '어스시의 마법사'를 떠올리며 흠칫했는데, 까먹고 있다가 지금 읽고 있거든요. 근데 이 리뷰가 저절로 떠오를 만큼 사람 힘들게합니다.ㅜㅜ

하이드 2009-02-11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어스시도 무척 재미없게 보았던듯 합니다. 이 책은 번역도 번역이지만, 편집자가 더 의심스럽다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8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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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소설에 나오는 마술적 리얼리즘은 여인을 통해서, 혹은 결말에서 확- 펼쳐져서 독자를 흔들어대곤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한명인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그 자체가 '마술적 리얼리즘'이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다음 시대로 넘어 갈 때의 과도기가 나오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이 이야기는 콜레라 시대를 마감하는 세 남녀의 결혼과 사랑 이야기이다. 마르케스의 소설에는 항상 '사랑이야기'가 나왔다. 이 책에서는 '사랑'이 주제다.  

아주 오래 오래 현실에서는 있을법하지 않은 판타지적일만큼 열렬히 변치않는 사랑을 하는 남자, 플로렌티노 아리사
콜레라가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을때 콜레라를 예방하고 치료해서 대중을 구한 위대한 의사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 그의 업적, 그의 열정, 그의 지식, 그의 가문은 그를 거부할 수 없는 남자로 만든다.
'지금 내가 하려는 말은 그들에겐 이미 왕관을 쓴 여신이 있다는 것이다. -레안드로 디아스- '
그들의 왕관을 쓴 여신 페르미나 다사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풋풋한 시절에 학생이던 페르디나 다사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  한 순간의 마주침은 그의 일생을 결정짓는다. 페르디나 다사의 엄격한 아버지는 플로렌티노 아리사를 내치고자 딸을 데리고 험난한 여행길에 오른다. 그 와중에 편지왕래로 그들의 사랑에 더욱 불이 붙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페르디나 다사는 어느 날 시장에서 플로렌티노 아리사와 마주치고, 그녀의 풋풋했던 사랑인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접기로 한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결정이 내려졌다.

박사,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는 페르디나 다사를 진찰하러 갔다가, 역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구혼하게 된다. 아버지의 완벽한 이상적인 신랑감이었던 후베날 우르비노 박사와 페르디나 다사는 결혼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일뻔 했는데, 플로렌티노 아리사가 있다. 매맞은 개꼴의 선박업계 대부의 사생아. 이 이야기에 마술적인 힘을 불어 넣는 이 가늘고 질기게 인생을 살아낸 남자. 그의 금언은 "내가 죽는 것이 가슴 아픈 유일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였다. 부자가 된 후에도 " 부자라니, 난 그저 돈 많은 가난한 사람일 뿐이오. 그건 다른 것이오." 라고 말하며 자신의 기이해 보이는 생활습관을 엄격하게 유지해 나가는 남자. 한 여자가 삶의 이유이자 목적인 남자.   

이야기꾼인 마르께스가 쓴 통속소설에 나오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은 너무나 재미있다. 세 명의 등장인물들은 '글루미선데이'처럼 죽고싶을만큼 우울하지도 않고, '줄앤짐'처럼 억울하게허무하지도 않는다. 각기 다른 개성의 세명의 남녀는 정말이지 똑같이 매력적이어서, 그들의 이야기는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콜레라 시대가 가고 과학의 시대가 온다. 콜레라에 걸리면 나는 아몬드 냄새는 자살할 때 많이 쓰는 청산가리의 냄새와 같다. 청산가리 자살은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전유물과 같다. 상사병에 걸려도 역시 콜레라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게 된다.

콜레라와 사랑과 시대와 연인과 결혼과 우정과 연애편지와 늙어감에 대한 마르께스식 통속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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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1-30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죽는 것이 가슴 아픈 유일한 까닭은 그것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 저도 완전 꽂혀서 한동안 중얼대고 다녔었어요.
리뷰를 보니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불끈!! 읽어도 읽어도 또 새로운게 마르케스의 매력인가봐요♡

Mephistopheles 2009-01-31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