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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敬友錄)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리수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마돈나가 기네스 펠트로에게 말하길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너의 인생이 좀 더 행복해질 것이다' 라고 말했던 것을 즐겨 인용한다. 실제로 마돈나가 펠트로에게 그렇게 말했는지는 확인된 바 없으니, 이 글을 읽고, 행여 어디가서 너무 우기지는 않길 바란다.
누군가가 회사일은 힘들어도 참겠는데, 인간관계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을때, 당연한거 아니야. 일은 어디나 같고, 인간은 모두 틀리니, 원래 '인간관계'가 힘든거야.
회사에서, 가족간에, 친구간에, 인터넷의 수 많은 공간들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고, 열받고, 자존심 상하고, 분하고, 복수하고 싶고 (...응?), 속상하고, 등등등의 부정적인 에네르기로 덜행복하다면, 그건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나 역시, 앞의 상황에서 열받고 짜증나 있을때, 소노 아야코를 만났다. 누군가가 인용한 소노 아야코의 글이 마음에 확 꽂히면서, 내가 즐겨 인용하던 마돈나 이야기도 떠오르고,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소노 아야코의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소노 아야코' 라고 소리내어 발음해보면, 참 착한 사람일 것 같지 않은가? 나는 일본 이름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일본어로 이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는 모르겠다. 발음만으로는 참 착한 사람일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나보다. 막상 책을 펼치니, 굉장히 까칠한 아줌마가 있었다. 까칠하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날 좀 내버려둬-' 혹은 '나 이제 내 맘대로 살꺼야' 라고 말하는 착한 아줌마가 있었다. 까칠함과 착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물론.. 그녀의 '까칠함'에 끌렸다.
이 책은 소노 아야코가 그간 냈던 작품들 속에서 인간관계와 관련한 부분들을 한마디, 두마디씩을 발췌하여 놓은 것이다. 소설도 있고, 에세이도 있는데, 그녀의 인간관계에 대한 초지일관함을 볼 수 있다.
'좋은 사람 노릇하기에 신물이 났거나, 그만 지쳐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작가가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행복일 테니까.'라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내경우에는 '좋은 사람'으로 비춰졌던 기억이 거의 없긴 하지만, 어쨌든 속에서는 가끔 쪼끄만 천사와 악마가 싸우기도 하니, 나 역시 이 책이 반갑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인간관계의 가장 큰 키워드의 시작은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인정하라.
이 평범해 보이는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뻗어 나간다.
"썩기 시작한 과일, 마음이 병들고 있는 사람은 사회나 주위에 왕왕 폐를 끼치지만, 가끔은 근사한 향기도 발산한다. 물론 상식적으로 말하면 과일은 썩지 않는 편이, 사람의 마음은 병들지 않은 편이 좋다. 그러나 썩는 부분 없이는 인생의 향기도 없다."
"탁월한 면이라 하면 세상 사람들은 으레 상식적으로 플러스 의미로밖에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복잡하여 수재가 아닌 범인, 협조가 아닌 비협조, 근면이 아닌 게으름, 유복이 아닌 빈곤, 때론 건강이 아닌 질병조차도 그 사람을 완성시키는 힘을 지닌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말들이 이해는 간다. 사람이 좋은 면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나쁜 면도 틀림없이 있는데, 그것 또한 필요한 것.이고, 때로는 한 인간을 완성시키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는 얘기다.
위의 경우는 우정을 나누는 벗들에 한한 이야기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무리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잘 맞지 않는 상대와는 무엇이든 무리할 필요가 없다. 어디라도 좋으니 의기 투합하는 회사를 찾아 그곳에서 일하면 그만이다. 모든 사람에게 정당하게 이해받으려 들면 무리가 따른다. 때마침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어떻게든 무슨 일이든 해나가다보면, 그러는 사이에 순조로운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맞는 얘기다. 잘 맞지 않는 상대와 무리하며 속상해하고, 마음 상하며, 불행할 필요가 있을까. 좋은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에도 시간과 마음이 모자르는 데 말이다. 오지랍이 넓어서(혹은 자신이 그렇다고 생각해서)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 가릴 것 없이 챙기느라 자신을 소모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그런 사람 때문에 귀찮아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세간에서 악덕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 '괜찮아'라고 말하는 동시에 세상에서 '미덕'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에 대해 경계한다.
명랑함이 하나의 찬사 대상이 된 시기는 언제부터일까? 명람함이 분명 구제의 경우도 있겠지만, 둔감이나 개성 없음, 또는 ‘아무 생각 없음’의 대신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평균이나 보통이란 표현은 조심스러운 듯하면서도, 사실은 가끔 우리를 협박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 지친다는 느낌이 들 때, 좋은 벗은 그것을 치유해준다. 소노 아야코의 이 책 역시 좋은 벗으로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을 알려준다. 책의 극히 일부만을 이야기했지만, 각각의 고민과 상채기가 다른만큼, 각각이 느끼는 와닿는 점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소노 아야코의 책을 사게 된 계기가 된 문장은 이것이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한 심리도 진심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어설픈 이해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