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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닐 게이먼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윤진 옮김 / 소금창고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닐 게이먼의 책은 영화로도 나왔던 <스타더스트>로 제일 처음 접했다. 어른을 위한 잔혹동화라는 느낌인데, 정말이지 못말리게 아름다운 문장들을 구사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가였다. 지금 와서, 그의 작품을 검색해보면, 상당히 의외의 작품들이 나타난다. <네버웨어>나 <멋진 징조들>같은 책들이 내가 닐 게이먼 하면 떠오르는 책들인데, 환상문학전집의 <신들의 전쟁>이라던가, 얼마전에 나온 그래픽 노블 <샌드맨>이라던가, 어린이를 위한(?) 그림 동화책<코랄린>,<벽 속에 늑대가 있어>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날>이라던가 말이다.
닐 게이먼의 어른용(?) 책들을 읽고, 동화책으로 왔다. 일러스트레이터인 데이브 맥킨은 닐 게이먼의 동화책 일러스트들을 담당하고 있고, 그래픽 노블인 <샌드맨>의 표지를 담당하기도 하는등 닐 게이먼과 인연이 많은, 궁합이 맞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어린이용 동화책이라기엔, 의미심장하고, 기괴하고, 으스스한 닐 게이먼의 글과 잘 맞는 일러스트들을 그리고 있다.
강조하고자 하는 사물은 실물에 가깝고, 그 외에는 과감한 생략과 과장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 텔레비젼 앞에 앉아 신문만 읽고 있는 아빠가 있다. 신문을 읽고 있을 때에는 다른 곳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다.
이 책은 신문만 읽는 아빠를 위한 책일까? 신문만 읽는 아빠를 둔 아이들을 위한 책일까?
어느날 아이는 친구가 가지고 있는 소니와 비니라는 이름의 예쁜 금붕어 두마리를 보게 된다.
와- 예쁘다.
금붕어를 바꾸고 싶어하는 아이! 정작 바꿀 물건이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튕기는 나딘에게 고심끝에 드디어 발견한 ....
'우리 아빠랑 금붕어랑 바꾸자!'
그 아래 동생曰 : '이런'
바꿔버렸다. 신문만 보고 다른 곳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아빠와 예쁜 금붕어 두마리를..
저지르고 나자, 엄마에게 혼날 걱정이 되는 아이들.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추궁에 바로 불어버리는 예쁘고 착한 여동생
금붕어 두마리를 다시 아빠로 바꿔오기 위한 남매의 여정이 시작된다.
친구는 아빠를 기타로 바꾸었고, 기타를 들고 다른 친구에게 가자 아빠를 고릴라 가면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런.
오빠 : 너 커서 기타치는 가수가 될까?
동생 : 커서 바보나 되지 마.
고릴라 가면을 써 보는 남매
오빠 : '원래 얼굴이 고릴라 같은데 가면은 왜 필요하냐?'
이건 상당히 ... 우리 남매와 같다.
바로 동생에게 복수 당해 경찰아저씨한테 혼나는 오빠;;
그들의 여정은 계속된다.
이번엔 토끼...다. 토끼로 바뀐 '신문만 보고 다른 곳에 신경 안 쓰는 아빠'
남매의 여정은 계속된다.
지도를 따라 걷고 또 걷는 남매
동생 : 내 생각엔 생강맛 사이다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것 같아.
나 : 삶은 무보다도?
동생 : 아니, 그렇게까지 끔찍하진 않았던 것 같아.
드디어 도착. 뚱뚱하고 귀에 점이 있는 커다란 토끼 갈베스톤을 데리고, 다시 '신문만 보고 다른 곳에는 전혀 신경 안 쓰는 아빠'와 바꾸기 위해 지도 끝의 풍차가 있는집에 도착하였다.
갈베스톤의 토끼장 안에서 여전히 신문을 놓지 않는 아빠를 데리고 집으로..
엄마는 내게
가슴에 십자가를 그으며
맹세하라고 하셨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와 다른 물건을
바꾸지 않겠다고
그래서 나는 약속했다.
다시는 아빠와 다른 것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동생을 놓고선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다.
..라는 닐 게이먼스러운 결말. 흐흐흐
엉뚱한 남매와 '신문만 보는 전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는 아빠'가 나오는 닐 게이먼의 동화는
화려한 붓놀림의 데이브 맥킨의 그림과 잘 어우러진다.
아이들에겐 예쁜 금붕어에서 가수로 만들어줄 기타로, 고릴라 놀이를 할 수 있는 쿨한 고릴라 가면으로,
그리고 다시 크고 뚱뚱한 귀여운 토끼로 바꾸어가는 재미가 있는 동화지만,
어른들에겐 여전히 섬뜩하고 찔리는 잔혹동화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