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출판기획 출판기획 시리즈 4
이홍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창작은 인간의 영역이고, 편집은 신의 영역이다' 라는 글을 아마 스티븐 킹의 on writing에서 본 걸로 기억한다.  
'완벽'을 추구하지만, 결코 완벽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편집자가 갖추어야할 이런저런 소양들의 목록을 보면, 과연 한 사람의 인간이 갖출 수 있는 덕목이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의 말을 인용하여 덧붙이면 '흔히 출판기획자는 모든 사물과 대상에 대해 '시인만큼'의 반응 속도를 가져야 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출판기획자는 모든 뉴스에 대해 '기자만큼'의 분석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더 나아가 출판기획자는 '세일즈맨만큼'의 인맥과 '전문가만큼'의 식견과 지식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말대로 '하늘의 도움 없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던가' 싶다. 뒤로가면, 외국어도 잘해야 하고, 숫자에도 밝아야 하는 이유가 나온다. 이래서야, 정말이지 '신의 영역'이라고 할만하다.

마음산책의 대표인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에 이어 두번째로 읽는 편집자가 쓴 출판에 대한 글이다. <편집자 분투기>는 어려운 단어들이 덜그럭 거리고, 좋은 편집자가 되는 것의 어려움을 너무 피상적으로 강조에 강조만 한 탓에, 읽으면서 좀 짜증이 났더랬는데, 이 책은 생생한 단어들로 현직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써도 좋은가 싶을 정도로 공격적인 글들이다.

여러가지 내용이 비교적 두껍지 않은 분량에 알차게 담겨 있다.
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 읽는 것은 이런저런 업계의 뒷얘기를 보는 재미가 있고, 많이 사고, 많이 읽는 '책'이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애로사항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 (미안하지만) 웃음이 빵빵 터지는 저자의 속쓰린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SMART한 목표 설정'과 같이 비단 책을 만드는데만 필요한 것이 아닌, 어떤 일을 성사시키고자 할 때 필요한 팁들도 많이 나와 있다.

출판계에 대한 비판도, 독자들에 대한 비판도, 저자들에 대한 비판도 거침이 없다.

'불량독자- 불량독자를 좇는 출판사-불량독자' 의 악순환을 저자는 99퍼센트 출판사의 탓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출판사의 탓만 있겠는가. '책의 본질적 가치보다 외적 가치(이벤트와 할인쿠폰)을 좇고, 문제의식을 버리고, 답지만 찾으려고 들며, 나쁜 책의 손을 들어주고, 정당한 비판 의식이란 찾을 수가 없고, 주관적인 판단이 아예 없는' 불량독자의 탓도 크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08년 9월 30일이다. 급하게 만든 티 안 나면서, '촛불시위' '조중동 신문광고'와 같은 최신 이슈도 부담없이 담고 있다. 책동네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 아니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댓글(6) 먼댓글(1)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당신도 혹시 불량독자?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2-22 15:38 
    불량독자의 유형 첫째, 책이 가진 본질적 가치보다는 외적 장치에 민감한 독자들이다. 외적 장치란 주로 이벤트적인 요소를 말하는데, 이런 독자들이 많이 설칠수록 과비용의 부작용을 겪어야 한다. 책은 기초생활품이 아닌 가치기호품이다. 그러므로 텍스트의 가치와 지적 기호를 이벤트 상품과 쉽게 교환해버리는 독자야말로 불량 독자 중에 불량 독자다. 유사한 A와 B 그리고 C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에도 책은 그 변별성이 다른 상품에 비해
 
 
starla 2009-02-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또 좋은 책 얻어갑니다. :D

하이드 2009-02-22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기대 안 했는데, 재미있게 봤습니다. ^^ 리뷰에는 미처 옮기지 못한 생각할거리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은 책입니다.

ji0158 2009-02-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하게 만드는 리뷰네요. 항상 좋은(!) 책을 소개받아서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하이드 2009-02-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책이 만들어지는 일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다면, 더 재미있으실꺼에요-

띠보 2009-02-2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음 우수 리뷰 보고 왔어요
저도 이 책 읽어봤는데 유익하면서 재밌기도 하고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도 읽어보려구요..

하이드 2009-02-25 0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블로거뉴스 베스트 올라가면, 다음 우수 리뷰에도 올라가는군요. 전 다음에 읽을 책으로 <책으로 세상을 편집하다>를 골라 놓았습니다.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도 찾아서 담아봅니다. ^^
 
The Red Notebook: True Stories (Paperback)
Auster, Paul / New Directions / 200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f nothing else, the years have taught me this : if there's a pencil in your pocket, there's a good chance that one day you'll feel tempted to start using it. 
 As I like to tell my children, that's how I became a writer.  

귀여운 아침식사거리 책이다. 폴 오스터의 'The Red Notebook'
100페이지 조금 넘는 책 속 에는 'The Red Notebook', 'Why Write?', 'Accident Report', 'It Don't Mean a Thing'
네가지 제목이 있고, 각각의 제목 아래 열몇개에서 서너개까지의 이야기들이 숫자 번호와 아래 나와 있다.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은 일상의 우연과 감동과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봤더라면, 작위적이라고 할 정도의 우연. 그러나, 나 외의 다른 누구에게는 무의미한 우연. 그런 일상의 우연들, 혹은 별 다른 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느 한 부분 특별한 빛을 내는 기억들. 순간들. 이야기들에 대해 쓰고 있다. 
 
누구라도 그런 우연과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의 존재는 희미하고, 희미해져가고, 마음 속 깊숙한 어느 곳에 꽁꽁 묻혀 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잠시 튀어 나왔다가 금새 다시 들어가 버리는 그런 존재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작가인, 폴 오스터가 특유의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로 기억해내서 쓰는 각 챕터의 소중한 순간들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끄트머리에 가서 절로 웃음짓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리뷰 첫머리에 인용한 '작가가 된 이유'와 같은 이야기는 진짜 진짜 좋아하는 이야기.
I was eight years old. At that moment in my life, nothing was more important to me than baesball. 로 시작하는 에피소드다. 첫문장부터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았다.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던 여덟살의 어린 폴 오스터는 뉴욕 자이언츠의 광팬이었는데, 모든 팀 멤버들과 로스터를 달달 외우고 다녔더랬다. 근데 그 중에서도 윌리 메이스란 선수는 신이었다. 어느날 아빠 친구 가족들과 함께 처음으로 빅리그 경기장에 갔는데, 다른 모든 건 기억 안나고, 경기가 모두 끝나고, 다들 나가는데, 그들만 남아서, 아빠와 아빠 친구가 이야기하는걸 오래도록 들으며 기다려야 해다. 마침내 나갈때가 되자, 모든 문이 닫히고, 문 하나만 열려 있어서, 그 쪽으로 나가다가 유니폼에서 사복으로 갈아 입은 윌리 메이스를 보게 된다. 첫 빅리그 경기장에서 신처럼 숭배하던 윌선수를 보고,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선수에게 가서,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서 '사인 좀 해주실래요' 라는 말을 꺼내게 된다. 에너지와 파워로 가득찬 윌리가 '연필이 있느냐고 묻는다.' 연필이 없었던 어린 폴은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아빠 친구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그 자리의 누구도 연필이 없음을 알게 된다. 윌리는 '아쉽네' 하면서 가 버리고, 폴 오스터는 집에까지 울면서 왔다.는 이야기. 그 이후로는 언제라도 연필 없이는 집 바깥에 나간 적이 없다.는 이야기. 그렇게 연필을 들고 다니다 보니깐, 언젠가는 그것을 사용하고 싶게 되더란 이야기. 그렇게 폴 오스터는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  꼭 야구 이야기가 나와서 진짜진짜 마음에 든 것은 아니다. 짤막한 이야기를 더 짤막하게 요약하여 썼지만, 그 순간순간이 무척 생생하다.

이 외에도, 마티즈의 권위자로 몇년간 프랑스의 모박물관의 마티즈 전시를 열기 위해 그림을 찾는 프랑스의 F 이야기( 이 이야기의 결말은 두고두고 되새겨도 맘에 든다.) . 여름 캠프에 갔다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겪어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여름 태풍을 만났던 이야기. 그렇게 처음으로 '죽음'을 목격했던 것. 무지 배고프고 헐벗었던 프랑스의 어느 농장에서의 이야기. 거기에 나오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양파파이의 운명과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제임스 '슈가'씨 이야기. 프랑스 시인인 친구 C가 몇십년전에 자신을 떠난 아버지를 찾아가는 이야기. 이 친구는 폴 오스터에게 '니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라고 말하는데, 정말 그렇다. '뉴욕 3부작'중 잘못 걸린 전화로 인한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된 에피소드, 327달러 이야기, 등등  사랑스러운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폴 오스터는 쉬운 단어들로 적당히 심오한 글을 쓰는 작가이다. 원서로 읽을때가 번역본을 읽을때보다 더 쉽게 다가온다. 특히나 이 책의 번역본은 빨간 꼬불꼬불한 선이 그어진 노트 모양이다. 원서의 다른 버전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번역본에만 그런건데, 책 제목이 'the red notebook'이라서 그런거임? 보기에 좀 끔찍했다.  

중학교 영어실력 정도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라는건 그냥 내 추측이니 신뢰성은 확 떨어지지만) 이 책은 여러모로 번역본 보다는 원서가 나아 보인다. 무튼, 오래간만에 읽은 폴 오스터, 좋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02-20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말을 쉽게 할 줄 아는 작가. 쉬운 말을 어렵게 하는 작가 보다는, 저는 폴 오스터 같은 간결한 문체가 좋아요.

비연 2009-03-0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 글 보고 구입하게 되네요~ 폴 오스터의 글 참 좋아요.
 
경관의 피 - 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2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30년이나 생각하면서 계속 조사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아."
"조사를 시작한 건 최근에 들어서야."
"더더욱 부자연스러워. 형은 직업인으로서는 주재 경관으 임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할 거야. 사생활에서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아들이야.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겠다는 거야?"
"짊어지고 뭐고, 난 아버지의 아들이야."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제목과 상 이름의 방점을 나는 이렇게 찍고 싶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와 <경관의 '피'> 
그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1위에 올랐던 작품으로는 <바티스타팀의 영광>와  <금단의 팬더>를 읽어보았을 뿐이지만,
이 작품을 포함해서 정통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미스터리 외의 전문적인 요소는 상당히 많다. <바티스타팀의 영광>은 저자가 현직 의사이고, <금단의 팬더>는 저자가 전직 요리사였다. '이게 무슨 미스터리냐' 라고 묻는 독자는 많았지만, 전문가가 쓰는 의료 이야기나 요리 이야기에 미스터리가 가미된 재미있는 작품들임에는 틀림없다.  

<경관의 피>는 3대에 걸쳐 경찰의 길에 들어선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도 각각의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통 미스터리를 기대한다면, 거의 없거나 시시한 결말이지만, 그 외의 것들은 무척 재미난 소설이다. 제목의 '경관'이나 주인공 3인이 모두 '경관'인 것을 보아 '경찰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소설에 대한 인상보다는 '경관의 '피'! '경관'이라는 가업을 운명처럼 물려받는 진한 경관의 피가 더 인상적이었다. 직업의 가업을 잇는 이야기는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세대가 바뀌는 이야기를 무지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무려 3세대가 같은 직업으로 나오면서 각각의 세대 묘사가 나오는데, 그 것이 내게는 가장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주재원 경관이 목표였다. 주재원 경관이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지역순찰을 하는 경관인데, 수사 경관에 비해 안전하고, 온 가족이 경찰인 아버지의 공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을 모조리 보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주재경관의 아들이 주재경관이 된다고 하였을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하여 추켜세워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경관 1대에서는 전후 어수선한 시국의 경관의 모습, 2대에서는 학생운동이 한참이던 시절에 스파이로 잠입한 공안으로서의 경관의 모습. 3대에서는 1대의 의문사와 미결 살인 두건, 2대의 순직과 1대부터 내려온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 3대 경관인 가즈야는 경관의 모습을 검정과 하얀색의 경계에 서 있다고 표현하였다. 조직에 몸과 마음을 희생당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의 경관이 사는 방식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그 모습이 결코 나빠보이지 않았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edai2000 2009-02-1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 후기를 보시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매년 출간된 일본과 해외 미스터리의 베스트 랭킹을 투표를 통해 뽑는 부문과, 신인상 격의 작품을 뽑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경관의 피>는 2008년 랭킹 1위에 오른 작품이고, 말씀하신 <바티스타 팀의 영광>과 <금단의 팬더>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이라는 신인상을 탄 작품들이죠.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세 작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정통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성에 치중했다는 말씀은 약간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베스트 선정은 1988년부터 했는데, 그간 정통 미스터리도 랭킹 1위에 많이 올랐었거든요^^ 대단한 것은 아닌데 살짝 오해가 있는 듯하여 몇 자 남기고 갑니다~ 마침 저도 어제 다 읽고 독후감 좀 읽어보던 중이었거든요~

하이드 2009-02-1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좀 헷갈리는데요;; 제가 본 리스트는 아마, <이 미스터리가 대다하다! 대상> 이었나보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낙원 2009-03-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바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위엣분 말대로 1988년 부터 계속 이루어진 그해의 미스터리(본격이든 뭐든 완성도나 인기 그런요소를 포함)중에 뽑아온 것이었고 이게 나름 권위를 얻게 되면서 미스터리분야의 신인들에게도 길을 하나 내주자 해서 4~5년 전부터 <대상!>을 붙여서 신인작가들의 작품에만 따로 상을 주는걸로 알고 있어요
하여튼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이 미스터리 ~대상!>은 신인상이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MVP라고 보시면 될거 같아요
 
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덟번째 존 딕슨 카의 책이다. 원서를 구해서 읽는 정도의 열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을 사기가 너무나 망설여지는 표지..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물도 좀 괴롭다. 나에게는 책의 알맹이만큼이나 겉모양도 중요하기에, 저런 얼굴 나와 있는 표지는 정말이지,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노땡큐이니 말이다.
책선물을 받을때 이 책을 고른건, 아무래도 내 돈 주고는 못 사겠다는 심리와, 그래도 존 딕슨 카인데 하는 심리와, 장경현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 이름 때문이었다.  

기획자.. 정도로 부르면 될까? 장경현님의 후기에도 나왔듯이 옛 거장들의 책들이 번역되어 나와 기뻤던 것도 잠시, 일본 추리소설과 팩션이 밀어닥치면서, 영미쪽의 '고전'이 외면당했기 때문에, 그 점이 무척 아쉬워서, 영미쪽 '고전'에 조예가 깊은 장경현님의 기획이라고 하니,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었다.  

다만, 기대가 커서일까, 마케팅문구가 과장된걸까, 단지 나와 취향이 맞지 않았을 뿐인걸까. 그닥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였다.
실제 사건이 있는 이야기로, 존 판리경의 영지에 자신이 진짜 존 판리다. 라며 나타난 한 남자.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등이 이 작품의 중심이다. 카 작품의 단골 탐정인 펠 박사가 나오는데, 일단, 펠 박사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도 별로였고, 표지나 제목이 내용과 그닥 싱크로가 높지 않다는 것도 별로다. 딕슨 카 특유의 기괴함은 나오다 만 것 같아서 찜찜하다.  

맘에 들었던 것은 일단 시작부터 결말까지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펠박사는 덜 매력적이었지만, 등장하는 판리경'들'의 캐릭터는 존 딕슨 카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러니깐, 나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 뭔가 기대하고 그런 것부터가 잘못된 독서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다! 보다는 지루하다.. 는 생각으로 그리 길지도 않은 책을 몇번에 나누어 읽은 걸 보면, 역시 나의 입맛도 알게 모르게, 단순하고, 자극적인 일본추리소설에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표지에만 좀 더 신경을 써 준다면, 앞으로 나오는 장경현의 MOM(Magnum opus Mystery)는 꾸준히 구매해볼 생각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09-02-1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딕슨 카의 소설은 저한텐 그닥 맞지를 않아서(마녀얘기라든가 그 기괴한 분위기..) 저도 좀 지루하긴 했지만..
고전을 읽는다는 차원에서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계속 구매할 생각~^^

무해한모리군 2009-02-1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표지의 벽을 넘지못한 인간 있습니다.. 정말 비호감 표지라는..

Kitty 2009-02-18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진짜 후덜덜 -_-b 아줌마 누구세요? ㅠㅠ

보석 2009-02-1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려고 장바구니 담았다가 표지 보고 슬그머니 뺐다지요;; 정말 비호감;

하이드 2009-02-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리즈 잘 되야 하는데, 출판사 표지디자인좀 힘내줘요!
 
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2
칼렙 카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황금가지의 '새롭게 읽는 셜록 홈즈' 시리즈는 꽤나 야심찬 기획이다. 3권까지가 근간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더 나올지는 모르겠다. 작품만으로 본다면, 인상적이지 않지만, 한 때 셜록 홈즈 좀 읽었던 독자들이 본다면, 이런저런 로망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 때 셜록 홈즈 좀 읽었던 독자군에 속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다른 작가들의 오마쥬에는 손이 안 갔다. 이 기획도 알고 있었지만, 첫번째 나왔던 <셜록 홈즈의 마지막 날들>에서 구십살 먹은 약해빠진 홈즈가 나온다는 리뷰에 쉽게 외면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새삼 셜록 홈즈에 실망하고 싶지도 않고, 동화버전에서는 모르다가, 어른이 되어 알게 된 셜록 홈즈의 새로운(?) 면모에도 불구하고, 그에겐 어딘가 영웅적인 면모가 대표얼굴이지 않은가 싶다.

그의 옆에 있는 왓슨과 함께, 홈즈와 왓슨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언제까지고 우려먹을 대명사와 같은 존재들이지 않은가말이다.  

무튼,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칼렙 카의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들>이란 작품을 읽고, 꽤나 흥분하며,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초창기 추리소설을 읽고 나면, 읽을 때는 뭔가 시시한걸. 이라고 생각하지만, 읽고 나면, 되새길수록 '재미있었군' 하게 된다. 왜그런지 모르겠다. 나만 그런지, 남들도 그런지.

이 책에서는 셜록 홈즈와 왓슨이 영국 여왕 암살 음모를 막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고성으로 가게 되는데, 셜록 홈즈의 형인 스파이들의 수장격(?)인 마이크로포트 홈즈가 나온다. 여러모로 홈즈보다 뛰어난 형이다. 이런! 물론, 결과적으로 추리에서는 역시 홈즈.이지만, 말이다. 
 
고성에 유령 컨셉이라- 제목인 '이탈리아 비서관'은 메리 여왕이 아끼던 이탈리아 출신 광대를 못난 남편과 수하들이 이탈리아 첩자로 몰아 잔인하게 수십번을 칼로 찔러 죽인 야사에서 온 이야기이다- 역시 셜로키언인 존 딕슨 카가 썼다면, 제대로였겠는걸. 싶었지만, 존 딕슨 카는 코난 도일의 아들인 애드리언과 함께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이라는 훌륭한 단편집을 내서, 코난 도일의 스타일을 완벽하게 살려, 셜록 홈즈와 왓슨을 되살렸으니, 뭐, 그걸로 되었다 싶기는 하다.  

셜록 홈즈의 오마주격인 책들을 읽을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작가가 누구던 간에 성공의 척도가 '얼마나 코난 도일의 스타일을 살려 셜록 홈즈에 관한 디테일한 부분들을 정확히 많이 살려 내는가' 이다. 기괴한 소재가 갸우뚱하게 만들긴 하지만, 이 책 역시, 리서치대마왕인 칼렙 카답게 이런저런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다.  

간만에 홈즈에 꽂힌 나는 요즘 뜸했던 홈즈 컴플리트를 꺼내어 마음 내키는 단편들을 뒤적이면서,아, 이런 것들이 있었지. 하면서, <이탈리아 비서관>을 되새김질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