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fire (Paperback)
Miyabe, Miyuki / Kodansha Amer Inc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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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모양새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다. '고단샤 인터내셔널' 즉, 일본의 거대출판사인 고단샤에서 해외로 번역해서 소개하는 작품을 맡고 있는 출판사인가보다. 해외배급이 어떻게 되는지 거의 아이디어 없지만, 철저한 마케팅과 체계적 작가 소개로 자국의 작가를 해외로 알리는 것은 대단해 보인다. 책에는 아주 심플하고, 그러나  책 꽤나 사고, 읽는 나도 깜짝 놀란 책갈피가 들어있다. 책갈피에는 고단샤 인터내셔널의 웹사이트 주소가 적혀 있을 뿐이다. 고작 페이퍼백에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페이퍼백이지만, 책커버도 있는 책이다. 페이퍼백의 경우, 책끈이 없으므로, 책갈피와 같은 서비스는 너무나 저렴하고, 유용하면서 인상깊은 서비스지 않은가. 이 뿐 아니다. 뒤에는 리딩가이드(이런 것도 아마 처음 봤다.)도 실려 있고, 다음에 소개될 미미여사의 작품에(The Devil's Whisper) 대한 프롤로그와 첫번째 챕터가 여러장에 걸쳐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이 감탄스러운 것은 신경써서 만든 외관뿐만 아니다. 
미미여사의 초능력 주제의 책들은 그닥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초능력을 소재의 하나로 잘 활용하여,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좋았던 작품들의 장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 번역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브레이브 스토리> 빼고는 다 구매하고, 읽었지만, 여자 주인공 투 탑의 책은 처음 읽는듯하다. 첫장면부터 나오는 손으로 불을 쏘는 여자 준코. 그냥 '파이어' 하면, 불이 화르르 정도가 아니라, 순식간에 최고점으로 인간을 태우고, 쇠를 녹여버릴 수 있는 무기로써의 '불'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이런 만화같은 설정을 굉장히 섬세하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같이 묘사하고 있다. 그동안 보아왔던 최면이라던가, 염력이라던가 하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준코라는 여자는 무척 복잡한 캐릭터이다. 자신이 가진 힘으로 나쁜놈들을 죽이고 다니는 여자. 라고 하면, 어떤 종류의 스테레오타입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미미여사가 창조한 캐릭터이다.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미미여사의 하드보일드..라고 하면, 나는 '외딴집' 정도가 떠오른다. 이 책 미야베미유키표 하드보일드다. 여러가지 면에서 얼마전에 읽은  가노 료이치의 <제물의 야회>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추구하는 준코의 모습은 히로의 모습과 겹쳐진다. 프로페셔널 킬러와 맞먹는 손에서 불이 나오는 초능력자 여전사..라. 흥미롭지 않은가! 미야베 미유키의 준코는 조금 더 복잡하고, 독자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그녀가 죽이는 이들은 법집행의 굴레를 빠져나가는 미성년자들이다. 이 부분 역시 <제물의 야회>에서 다루어졌던 주제이다. 인간이 아닌 악마를 찾아 '싸워' '태워버리는' 그녀의 모습은 평범한 겉모습과는 달리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내부에 간직하고 있으리라.  그녀만의 외로운 싸움에서, 그녀가 죽이게 되는 것은 악마와도 같은 소위 '스포츠 킬링'(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것을 즐기는) 을 하면서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미성년들에 그치지 않기에, 무고하다면 무고한 사람까지 죽이게 되기에 독자들은 다시 한 번 준코에의 감정이입에 망설이게 된다.

이 무고하다면 무고한 사람은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낙원>에서는 살짝 보여주기만 했던 주제를 독자에게 내세운다. '죽음'으로.  

준코의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또 한명의 여자 주인공은 치카코이다. 준코와 평행선을 그리며 정의를 추구하는 그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일까?  그렇다. 화재전담반의 형사다. 워낙 여자형사가 없는 경찰청, 남자들만의 세계에 그녀가 들어가게 된 것은 이런저런 우연과 실력이 좋은 타이밍으로 합쳐져서 이다.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가 떠오른다. Mom이라고 불리우며, 사건 수사를 하는 40대의 치카코는 <얼어붙은 송곳니>의 다카코와 같은 상황이지만, 남자들만의 세계에 적응하는 그녀만의 어려움, 그녀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경찰조직에서의 그녀의 모습과 위치에 관한 이야기 역시 가볍지 않게 다뤄진다.  

미야베 미유키가 그렇지 않은가. '범죄'와 관련된 모든 당사자들. 즉, 범인, 희생자, 범인의 가족, 희생자의 가족, 미디어, 목격자, 등에 각각의 무게를 두어 어느 한 곳으로 치우쳐 감정이입하지 못하게 한다. 독자에게 한면만 바라보지 말고, 가능한 다양한 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그간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여러가지를 새로운 형식과 전혀 새로운 주인공의 모습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플러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들중 가장 하드코어다.

위에 묘사한 범인들. 미성년자 범인들의 잔인한 범죄뿐만 아니라, 준코의 그들에 대한 처형 역시 잔인하게 묘사된다. 
티피컬해 보이는 등장인물에 사 놓고도 한참을 미루고 있었는데, 정말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었다.

미미여사, 이 책을 읽고, 한두가지가 아닌, 무척이나 많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무겁게 다가오는 것은 이것이었다.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justice and rev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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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09-03-0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미여사의 영어번역서 중에 이거랑 화차를 사려고 가격 알아보다가 피토할 뻔 했습니다.;;; 작년에 만원 정도 하던게 지금 막 2만원씩해요.ㅠㅠ 그냥 작년에 살걸. 이 글 보니 그냥 눈 딱 감고 질러버리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손가락이 근질근질...;;;

그나저나 마지막 문장은...어디서 봤나 했더니, 배트맨 비긴즈의 부분적인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네요. 레이첼이 브루스에게 비슷한 말을 했던 거 같아요. 여튼 많은 생각을 안 겨주는 물음이에요.

하이드 2009-03-0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제작년에 일본에서 환율 700원대일때 샀다지요. ... ( ...먼산)

이 책도 올해 번역된다고 들은 것 같아요. 이 책 뒤에 선전하는 Devil's whisper인가 하는 책도 재미있어보이던데 말이죠.
 
가아프가 본 세상 2
존 어빙 지음, 안정효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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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프의 세상> 원제 the World according to Garp 는 물론 가아프에 대한 이야기이다.

존 어빙은 작품을 쓸 때 플롯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그리고, 소설 속의 가아프와는 달리, 그의 인생은 너무나 평범하여, 자전적인 이야기를 쓸 수 없고, 그렇기에 소설 쓰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플롯과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아프가 살았던 장소라던가, 레슬링과 글쓰기만 알았던 가아프. 아내와 아들 둘, 젊은 시절 유럽에 머물렀던 것 등은 전직 레슬러인 작가 존 어빙의 삶과 꽤나 닮아 보인다. '거짓말 하기'가 직업인 작가가 하는 말들에 일일히 진위여부를 가리는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때, (존 어빙의 책은 왜 죄다 두권으로 나오는 걸까! 그가 아무리 장편소설을 좋아한다고 해도 말이지) 제니 필즈, 가아프의 엄마이자, 그의 인생에 큰 역할을 했으며, 그의 인생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커다란 역할을 했던 여인, 제니 필즈의 이야기가 조금 독특한가. 싶고, 2권에 들어서기까지도 가아프의 창작 활동과 인간 관계에 그닥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제니 필즈는 부잣집 딸이었으나, 엄청나게 독립적이었고, <섹스의 이단자>라는 책을 써서 무지하게 유명해진다. <섹스의 이단자>라는 책을 쓰기 전에 그녀는 간호사였고, 비행기에서 포탄을 쏘는 가아프 상사가 입원했을때, 그를 ...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뭐뭐하여,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의 이름을 T.S. 가아프라고 부른다. Technical Sergent Garp. 뭐, 이런 이름과 직위가 T.S. 가아프가 된다. 정자를 제공하게 되는 가아프란 인물도 독특하다. 공중에서의 사고로 파편이 뇌에 박힌 그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에서처럼 거꾸로 흘러가는 시간을 경험한다. 그 순간, 제니 필즈의 뱃속에서는 또 다른 가아프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 에피소드는 꽤나 묘한 거울의 느낌이다. 아빠 가아프는 죽고, 제니 필즈는 어린 가아프를 데리고 스티어링가가 만든 스티어링 학교에서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엄청난 독서가인 그녀는 학교의 모든 강의를 듣고(순전히 그녀의 아들을 위해),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고, 도서관에 없는 책들도 찾아 읽는다. 가아프는 자라서 레슬링 코치의 딸인 역시나 엄청난 독서가인 헬렌과 결혼하게 되고, 던컨과 월터라는 두 아들을 가지게 된다. 바람도 피고, 친구도 사귀고, 글도 쓰면서 비교적 평이하게 흘러가다가 그 일이 생긴다.  

사소한 무분별은 악운과 결합하여, 평범했던(?) 한 가족에게 정말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불행을 가져다 준다. 이 불행의 임팩트를 위해, 이 전의 모든 이야기들이 평이했나 싶을 정도. 가아프 가족에게 닥친 그 사건은 정말 엄청나게 불행하게 보여서, 방금 읽은 페이지를 다시 돌아가서 읽으며, 원치 않은 음미를 해야할 정도였다.  

이제 소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달려간다. 이전까지도 재미있었지만, 책 띠에 나온 '독자의 넋을 빼앗'는 부분은 아마 이 부분부터이지 않을까. <섹스의 이단자>라는 소설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저자인 제니는 원치 않았지만, 사회와 여성의 요구에 의해 그녀는 '여권주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런 그녀는 아들 가족을 보듬기 위해 평생 그녀의 직업이었던 간호사로 돌아가서 아들 가족의 치유를 돕게 된다. 그들의 치유는 서로를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잃은 것이 너무나 커서, 그것을 잃게 된 상황이 정말 죄책감의 바다, 하늘, 우주인지라 그들의 치유를 감히 기대하지 못하고, 어떻게 파멸할 것인가만을 조마조마하게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존 어빙은 자신이 단편 소설에 재능이 없고, 그나마 괜찮은 것들은 장편 소설 안에 끼워 넣는다고 한다. 이 책에는 가아프가 쓴 단편 소설들의 전문이 때로는 자세한 줄거리가 나온다. 그 중에 <벤젠하버가 본 세상> 이라는 장편 소설이 있다. 제니 필즈의 아들이었던 가아프의 이름을 작가로 알리게 하는 계기가 되는 역시나 '여권주의' 의 이름 아래 찬반 양론이 거센 이슈가 된 책이다. 그 책이 너무 저질에 통속적이라 모자의 평생의 친구이자 편집자인 존 울프는 그 책의 1장을 '사타구니 어쩌구'라는 포르노 잡지에 팔아 버린다. 이 '사타구니 어쩌구' 잡지는 책의 후반부에 기대치 못하게 한번 더 등장한다.

이 소설이 단행본으로 출판되게 된 계기가 된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의 표현을 빌리면, ' 이 책이 어찌나 병적인지 무슨 일인가 벌어지리라는 것은 알지만, 그게 뭔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라고 <벤젠하버가 본 세상>을 평하게 되는데, 요즘의 독자에게 이 정도의 수위가 '어찌나 병적인지' 의 범주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가아프가 본 세상>이란 책은 충분히 기괴하다. 그 여성 독자의 평을 이 책에 대입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버렸지만, 그래도 좋은 몇부분이 있어서 다시 읽고 싶 '은 것까지도 책 속의 책과 닮아 있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권주의'와 자타의로 관련된 인물들이 가득하지만, 이 책은 여권주의 소설이 아니다. 책에 나오는 여성들이 소설 속에서도 보기 드문 강인한 성격의 캐릭터라는 것이 이 책을 '여권주의' 소설로 만들지 않는다면.
작가와 너무 닮은 작가가 나오는 소설이지만, 자전적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의심이 가지만, 심증에 그친다.
가아프가 훌륭한 작가였는가. 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이 책 속에서 결국에는 '가아프를 사랑하는 사람과 가아프를 알고 지낸 사람' 만이 남게 되므로, 나 역시 그 카테고리로 자연스레 기꺼이 뛰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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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me (Paperback) - A Tragedy in One Act
Wilde, Oscar / Dover Pubns / 196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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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ome :
Suffer me kiss thy mouth.
Suffer me kiss thy mouth.
Suffer me kiss thy mouth.

삽화가의 이름이 작가의 이름보다 먼저 나와 있다. 강렬한 표지의 빨간 색상만큼 대담한 선과 면의 삽화이다.
비어즐리가 추구하는 미美란 어떤 종류일까. 궁금해진다. Salome는 성경에 나오는 유대왕 헤로데의 세례 요한 참수 사건을
토대로 오스카 와일드가 불어로 극화한 것이다. 19세기말의 데카당트한 분위기와 오스카 와일드의 퇴폐적인 각색으로 인해
악녀 살로메, 탐욕스럽고 잔인한 헤로드, 악녀 엄마 헤로디아, 세례자 요한이 각각의 이유와 캐릭터로 재탄생되었다.

 

20여개의 비어즐리 삽화와 함께 하는 '살로메'는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가 아니라, 
오브리 비어즐리와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로 불리운다. 
그림과 떼어 놓을 수 없는 희곡작품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이렇다.

헤롯은 자신의 형을 죽이고, 왕이 되고, 형의 부인이었던 헤로디아와 결혼하게 된다. 
남편의 동생과 결혼한 헤로디아를 비판하는 세례자 요한을 자신의 딸인 살로메를 이용해
연회 중에 춤을 추게 하고,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준다는 헤롯에게 세례자 요한의 목을 달라고 하게 한다.
고민하던 헤롯은 요한의 목을 잘라 은쟁반에 담아 살로메에게 준다..는 이야기.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는 그 자신 역시 헤로디아에 못지 않은 악녀이다.
HEROD :
Of a truth she is her mother's child!



이야기는 시작부터 '달'의 광기에 차 있는듯 하다.
THE YOUNT SYRIAN : 
How beautiful is the Princess Salome to-night!

THE PAGE OF HERODIAS :
Look at the moon. ow strange the moon seems! She is like a woman rising from a tomb. She is like a dead woman. One might fancy she was looking for dead things.

심상치 않은 달의 이미지는 첫 장면에 이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에 의해 묘사된다.

이 밤의 비극의 원인이 '달의 광기' 로 인한 것인지, 달의 모습이 '불길한 전조'인 것인지..    

연회가 지겨워진 살로메는 테라스로 나와
요한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데리고 나오게 한다.
그의 이야기에 귀막고,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한다.

Suffer me to kiss thy mouth, Iokanaan.

IOKANAAN :
Art thou not afraid, daughter of Herodias?
Did I not tell thee that I had heard in the palace the beating of the wings of the angel of death,
nd hath he not come, the angel of death?

SALOME :
Suffer me to kiss thy mouth

이와 같이 반복되는 말들이 자주 나오는데, 자신의 욕망에 막무가내인, 사랑의 주문에 걸려 움쭉달싹 못하는 모습에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살로메는 세례자 요한을 사랑했고, 그와 키스를 하고 싶었을 뿐이고,

 

  

살로메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반해 버린 젊은 시리아인은 열병과도 같은 짝사랑에 손목을 긋게 된다. 젊은 남자쯤은 가볍게 먹어치우는 살로메.. 그런 그녀가 자신의 키스를 끝까지 거절한 요한에게 느낀 것은 끝까지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다 나쁘지만, 그 중에서도 헤로디아가 가장 나쁘게 나온다.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에선 헤로디아는 주연 보다 대사 많은 조연의 느낌이고, 살로메가 진정한 광기의 팜므파탈로 나온다.

 

HEROD :
Salome, Salome, dance for me. I pray thee dance for me.
I am sad to-night. Yes, I am passing sad to-night. When I came hither I slipped in blood, which is an ill omen;
also I heard in the air a beating of wings, a beating of giant wings. I cannot tell what that may mean... I am sad to-night.
Therefore dance for me. Dance for me, Salome, I beseech thee. If thou wilt, and I will give it thee.
Yes, dance for me, Salome, and whatsoever thou shalt ask of me I will give it thee, even unto the half of my kingdom.  

악마의 반주에 맞추어 일곱 베일의 춤을 추는 살로메

헤롯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하는 장면은 전체 극에서 가장 클라이막스인 부분이다.
희곡을 읽으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상상하곤 하지만,
비어즐리의 기괴한 미모의 악마적인 등장인물들의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는 극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HEROD :
Ah! wonderful ! wonderful! You see that she has danced for me, your daughter. Come near,
Salome, come near, that I may give thee thy fee. Ah! I pay royal price to those who dance for my pleasure.
I will pay thee royally.  I will give thee whatsoever thy soul desireth. What wouldst thou have? Speak

SALOME :
[Kneeling.] I would that they presently bring me in a silver charger...

HEROD :
[Laughing.] In a silver charger? Surely yes, in a silver charger. She is charming, is she not?
What is it that thou wouldst have in a silver charger, O sweet and fair Salome, thou that art fairer than all the daughters of Judaea? What wouldst thou have them bring thee in a silver charger? Tell me Whatsoever it may be, thou shalt receive it. My treasures belong to thee. What is it that thou wouldst have, Salome?

SALOME :
[Rising.] The head of Iokanaan.  

 그렇게 그녀는 원하는 바를 이룬다.
요한의 목이 담긴 은쟁반을 받고, 그에게 키스한다. 죽음의 키스.
헤롯은 병사들에게 그녀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그렇게 극은 막을 내린다.


 

THE VOICE OF SALOME
Ah! I have kissed thy mouth, Iokanaan, I have kissed thy mouth.
There was a bitter taste on thy lips. Was it the taste of blood? . . . Nay;
but perchance it was the taste of love. . . . They say that love hath a bitter taste. . . .
But what matter? what matter? I have kissed thy mouth, Iokanaan, I have kissed thy mouth.
[A ray of moonlight falls on Salome and illusions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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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씨 집안 자녀교육기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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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퉁의 <이혼지침서>에 이어 읽게 된 <마씨 집안 자녀 교육기> 이 두 권이 다인줄 알았더니, <쌀>, <나, 제왕의 생애>, <눈물>, <흥분>, <뱀이 어떻게 날 수가 있지> 등 꽤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은가.

<이혼 지침서>에서는 생생하고 기묘한 첩들의 생활이 나온 '처첩성군'이 가장 기억에 남았고, 이 책에서는 표제작인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혼 지침서>는 좋은 책이었지만, 너무 불편해서 다시 쑤퉁의 작품을 읽게 될까 싶었는데, 역시 불편한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를 읽고 나자, 쑤퉁의 작품이 또 뭐 있나 찾아보는걸 보면, 그 불편함은 중독되나보다.  

'마씨 집안 자녀 교육기'에는 프로 드링커가 주인공이다. 삼대가 함께 사는데, 눈먼 장님인 꼬장꼬장한 아버지, 한 술 해서, 그게 직업이 된 마쥔, 그리고, 못된 악동인 아들이다. 부인인 장비리 또한 쑤퉁에 나오는 괄괄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성격의 여편네이다. 쑤퉁의 책이 불편한 건 '당하는 사람' 이 하두 분명해서 그런것이 아닐까. 참고 자시고 없고, 무조건 질러 버리는 인간 관계들. 마씨 집안의 자녀 교육 방법은 '따귀'인데, 이것은 자녀 교육에만이 아니라 마누라 교육(?)에도 쓰이고, 자신의 아버지를 제외한 모든 세상사람에게 쓰이는 관계의(?) 방법이다. 따귀 하나만은 제대로 때릴 수 있다는 삼대. 거침이 없어 마두목으로 불리는 못된 마쥔도 장님 아버지인 마헝다에게만은 꼼짝 못하는 효자의 모습이다. 도대체 무슨 술을 잘못 먹어서, 마지막에 장비리가 제조한 독주를 마시고, 장비리를 도와주는지 이해가지 않았지만, 병원에 찾아온 마헝다의 모습. 마쥔의 옆에 누워서 '나도 죽겠다. 혼자 보낼 줄 아느냐' 하는 모습은 숨겨졌던 따뜻한 부정이라기 보다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태어난 악마 같았다.

'1934년의 도망'은 안그래도 복잡하니 안 외워지는 중국 이름들이 복잡하게 나오는 통에, 헷갈리고, 재미도 덜했다.

쑤퉁의 글에 반영된 중국 근현대사...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건 뭐, 중국 근현대사도, 이야기도 낯설기만 하니, 쉽사리 시대상이 그려지지 않는다. 플러스, 어떤 시대상으로 그리기에는 너무 적나라하고 끔찍한 이야기들. 현실은 소설보다 분명 더 끔찍하겠지만, 여튼 불편하다.

'결혼한 남자'는 '이혼 지침서'의 속편격인 이야기인데, 쪼다 같은 양보도 다시 보니 반갑더라는.. 그러나, 그 쪼다같음은 여전하더라.

쑤퉁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삶에 대한 진정성'과 '인간에 대한 연민'을 이야기하는데, '연민'과는 다른 동네의 '황당하고-짜증나고-답답함'이 내게는 더 크다.   쑤퉁의 작품들을 더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작가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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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거짓말 모중석 스릴러 클럽 14
리사 엉거 지음, 이영아 옮김 / 비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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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Rebecca Aidlin이 디자인한 원서 표지가 무척 맘에 든다. 지그소 퍼즐의 바탕은 빨간색. 가운데 빠진 지그소 퍼즐 하나로 인해 모든 그림이 무너져버린다.

리사 엉거의 <아름다운 거짓말>은 언젠가는 신간이었을텐데, 철저한 무관심으로 스쳐지나갔던 책이다.  
월간 판타스틱의 묻혀진 책소개인가에서 최내현 대표가 이 책을 강력 추천한 것을 메모해 두었다가, 사게 되었다.

모중석 추리클럽에서 나왔으니, 미스터리이긴 미스터리인데,  이것은 로맨스 미스터리인가? 하는 생각이 중반부까지 든다. 왜냐하면, 로맨스는 어떻게 진행될지, 후반부까지도 긴가민가 한데, 미스터리는 중반부까지 가기도 전에 진즉에 풀려 버리기 때문이다. 여자 주인공은 예쁜 것이 틀림없고, 남자 주인공은 그야말로 정력의 화신 같은 위험한 나쁜 섹시하고 다정하기까지 한 근육질에 온갖 흉터와 문신까지 있는 금속 조각가이다. 

괜찮은 걸.. 읽기 시작했다가, 뒤에 가서 뷁. 하는 경우는 많아도, 시종 맘에 안 들었던 이야기가 결론에 가서야 나쁘지 않았네. 음.. 좋았어. 라고 바뀌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호감이던 여자주인공이 결말에 가서야 괜찮은걸.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더 없고. 그런데, 나에게 이 책이 그랬다. 무난하게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라던가, 등장인물이라던가.는 아니지 않을까 싶다.  

리사 엉거는 '선택'의 문제에 집착한다.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에서 기네스 펠트로가 닫히는 지하철 문 안으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펼쳐지는 인생의 드라마. 리사 엉거의 여주인공 리들리 (이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무지 헷갈렸다.) 의 사소한 선택에 따라 그녀의 살아온 인생이 대변화를 맞게 되고, 그녀는 계속해서 커다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소한 선택 뒤에 그녀는 정확한 타이밍으로 달려오는 차 앞에서 어린 아이를 구했고, 그 장면이 모두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포스트지의 기자의 카메라에 담겨, 잠시동안이나마 뉴욕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그렇게 매스컴에 얼굴이 팔리고 나서,
그녀는 한 장의 편지와 사진을 받게 되는데.. 자신의 얼굴과 똑 같은 젊은 여자와 잘생긴 남자. 그리고, 메모 '니가 내 딸이냐?'

무슨, 유치찬란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그 이후로 리들리의 공포는 시작된다.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와 역시 소아과 의사인 남자 친구 재커리. 엄하지만 역시 사랑하는 엄마와 남자 친구의 엄마와도 어린시절부터 사이가 좋다. 뉴욕의 명사인 삼촌 맥스는 그녀에게 커다란 유산을 남겨 주어 그녀의 뉴욕 생활에는 부족함이 없다. 아, 그녀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다. 뉴욕 이스트 빌리지의 아파트에 살면서 부유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사랑과 부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 그 메모를 받기 전까지는...

그녀를 둘러싼 모든 세계가 무너지고, 그 와중에 윗집 남자 제이크에게 자신의 의심과 불안을 모두 털어놓고 의지하게 된다. 그를 의심하게 되기 전까지...

뭐, 이런 내용이다. <아름다운 거짓말>은 리사 엉거의 데뷔작인데, 훌륭하다. 여자작가가 쓴 글이라는게 확연히 티난다.(이 부분을 좋아하지 않는 미스터리 팬들도 많겠지만. 나 역시 그 중 하나) 리들리의 철없음과 이기적인 모습들은 비호감으로 다가온다. 마지막에는 좀 호감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사건에 대한 묘사 일부분과 그녀의 심정 변화가 대부분이다. 

'후회'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선택했을때, 그 길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라고 '선택'에 이어 '후회'에 대한 이야기로 결론을 맺는 리들리. 데뷔작이 그렇듯이, 리들리는 작가 리사 엉거의 또 다른 모습이다. 다음 작품이 나오면 읽어보고 싶긴 한데, 판매수치로 봐서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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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s 2009-02-25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문을 계속 미루고 있었던 책인데 하이드님 리뷰덕분에 오늘 결제하게 되겠네요.^^
북유럽미스테리를 좋아하시죠.
카린 포숨의 책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궁금합니다.

하이드 2009-02-2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안 읽어 봤어요. <누가 사악한..>은 아주 예전에 보관함에 들어갔다가 어느 순간 빠진 책이네요. 줄거리 보니, 또 읽어보고 싶네요. ^^ 심지어 경감 시리즈군요! 두 권 다 당장 보관함에서 막 장바구니로 튀어나올듯이 들어갔습니다. ^^

그린브라운 2009-02-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린 포숨 모두 재미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