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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2
차이나 미에빌 지음, 이동현 옮김 / 아고라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직조자여. 물론 당신이 옳습니다. 저희는 도시에 풀려난 다섯 괴물들에 관해 부탁 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우리는 ... 그놈들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러시겠지만. 우리는 당신께 그들을 도시에서 몰아내는 일을 도와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그들을 없애는 겁니다. 쓸어버리는 거죠. 죽이는 겁니다. 그들이 세계망을 망가뜨리기 전에."
whole new world.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라고 감탄반, 두통반으로 읽기 시작한 길고 긴 여정을 마치고 나니, 이것은 사실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다. 조인족도, 곤충인간도, 선인장인간도, 진흙괴물과 물 괴물을 합한 것 같은 종족도 없지만, 천적이 없는 다섯 괴물은 각각의 마음 속에, 도시의 품 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언제라도 표면으로 올라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위기와 안정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다.
SF 소설이 워낙에 메세지가 강한 장르이기도 하지만,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이 강력한 반전도서로 읽히는 것만큼이나 치에나의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은 강력한 신사회주의소설로 읽힌다. 하인라인이 <프라이데이>에서 그렸던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가 합쳐진 것 같은 모습도 보인다. 부패한 정부와 군부, 권력자들, 돈을 쥔 도시의 실세들은 컨스트럭터(기계)보다 더 기계같고, 리메이드(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개조인간 정도?)보다 더욱 악랄하게 개조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세명, 아니 네명 정도라고 해두자.
괴짜 돼지 과학자 아이작이 있다. 근래 본 소설 중에 괴짜인 동시에 현실성이 넘치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이 괴짜 과학자는 인간이고, 인간 세계에서 꺼려지는 이종족인 곤충인간 '린'과 서로 깊이 사랑한다. 천페이지에 가까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도대체 곤충인간인 '린'의 모습을 도무지 상상할 수 없다. 머리에는 머리벌레가 있고, 몸은 사람 몸? 이 종족은 여자만 지성을 가지고 있고, 수컷은 그저 벌레의 지능과 모습이다. 그들은 수화로 대화하고, 린은 예술가이다. 린의 친구인 정부저항신문을 만드는 더칸이라는 여기자. 그리고, 이 모든 일의 발단이 된 아이작을 찾아와 날게 해달라고 하는 가루다, 조인족, 야그렉. 그는 동료의 선택권을 빼앗은 죄로, (이것은 가루다 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범죄이다.) 날개를 잘리는 형벌을 당한다.
전개부분의 뉴크로부존이라는 부패한 도시와 그 도시 안에 오글거리는 갖가지 종족들에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그 후로는 끝까지 줄곧 스릴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이어가는 것도, 끝맺는 것도 바로 이 날개 잘린 가루다. 야가렉에에 의해 이루어진다.
야가렉을 날게 하기 위하여, 날 줄 아는 모든 것을 실험실로 모으는 아이작. 그 와중에 비밀스러운 곳에서 비밀스럽게 다루어지는 희귀한 애벌레 한마리가 아이작의 손에 들어온다. 애벌레를 키우며 관찰하던 그는 애벌레가 최신마약 드림싯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애벌레가 고치를 만들고, 마침내 고치에서 나오게 되었을때, 도시의 악몽과 비극은 시작된다.
'천적이 없는 것'
악마도 무서워 하는 것 ( 음... 시장과 악마의 거래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지옥에서 소환한 진짜배기 악마다;;)
세상의 망을 짜는 직조자 ( 이것은 커다란 거미로, MIB에서 지구 가지고 구슬 따먹기 하던 '신' 의 모습인 그 무엇과도 통한다.
직조자와도 맞짱뜨는 다섯 괴물.
'꿈'을 먹고 사는 다섯 괴물. 도시의 밤에 악몽을 짙게 뿌리는 다섯괴물.
이야기는 스릴 있으면서도 시적이다. 하드보일드다. 내가 좋아하는 갖가지 요소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예측하지 못한 결말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