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언 연대기 : 용기사 3부작 2 - 드래곤의 탐색
앤 맥카프리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용기사 3부작중 두번째로 두툼한 분량의 책이다. 1부가 끝난후 7년후 1부에서 데려온 구세대의 용굴들과 현세대의 용굴인 벤덴의 레사와 플라르, 그리고 퍼언인들과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다. 그 갈등은 7년전 퍼언이 사포 앞에서 절대절명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때만큼 퍼언 전체와 용기사족을 위협하는 커다란 문제가 된다.

불쌍한 플라르. 여자도 구해야하고, 세계도 구해야하니, 어찌나 바쁜지. 그 와중에 부상 당하고, 문제는 계속 터지고. 이런저러 커다란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조금 산만한 감도 없지 않다.

1부가 레사와 플라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부에서는 새로이 등장하는 용굴모 브래키가 플라르와의 동생 프노르와의 러브라인을 형성하고(여전히 SF판 할리퀸인 것이다.) 엄청 가슴 철렁한 일도 벌어진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2부가 얼렁뚱땅 끝나버려서 좀 억울한 기분이다. 1부에서 레사가 루아사 성의 태수 자리를 물려준 아가 잭섬이 커서 제법같이 의젓하게 나온다.( 그래봤자 열두살이지만, 3부쯤에서는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다.) 2부에서 잭섬과 맺어진 새로운 인연도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2부에서 또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불도마뱀의 등장인데, 드래곤을 100분의 1로 축소시켜놓은 듯한 존재이다. 드래곤에느 못미치지만, 감응도 하고, 감응한 주인과 최소한의 사념도 주고 받는다. 이것들이 꽤나 귀엽다! 그리고, 또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제대로 그 악녀본색을 드러내는 킬라라. 퍼언 연대기에 나오는 엄청나게 많은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그나마 제대로 악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프노르가 말하듯이' 그녀를 만나면 모두가 일그러'진다. 그녀의 짝인 메론태수는 킬라라처럼 절대악이라기보다 복수심에 눈이 뒤집힌 멍청한 존재. 브래키에 의하면 '빙충맞은' 정도다.

많은 등장인물들과 많은 사건들. 그 중심에는 벤덴용굴이 있고, 2부역시 1부의 마지막처럼 아주 끝에 가서야, 아주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맞이한다.  

구시대의 다섯 용굴중 특히나 고지식하고,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을 외면하는 용굴령들과 퍼언의 성태수들은 너무 평면적인 캐릭터라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프릴 2007-09-0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1권 읽고있는중인데 책이 너무 두꺼워서 페이지를 넘기고 넘겨도 그자리가 그자리 같아서 ㅎㅎ
끝까지 읽기전까지 제발 지치지 말아야할텐데 ^^;; 으흐 ~ sf할리퀸~

하이드 2007-09-06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권은 더 두껍고, 3권은 더더 두껍다. 3권 읽고 있는데 헥헥 지친다.
 
와일드 소울 2
가키네 료스케 지음, 정태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스릴러의 옷을 입고, 세 명의 남자의 국가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지만, 다루고 있는 주제는 가볍지 않고, 주인공들의 마음의 무게 또한 천길 바닷속에 닻을 내린듯 무겁게 과거와 상실에 매여 있다.
종전후 일본은 남미 오지 개발에 자국민들을 보내고 외면하여 기민정책으로 비난받는다.
국민에게 가짜 낙원을 보여주며, 헛된 희망을 담보로 하여 가장 소중한 것들을 하나 하나 빼앗기고, 결국에는 인간성마저 빼앗기게 한다.  관조자였고, 동시에 가해자였던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복수를 시작한다.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 비판은 그것이 일정부분 미화되었을지언정, 꽤나 날카롭다.  부인과 동생을 데리고 희망에 부풀어 브라질로 가는 이민선에 오른 에토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민선을 타고 남미 각지의 오지로 날라져서 버림받은 4만여명의 일본인들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이 하는 복수라는 것이,그들 과거의 닻을 떼어내는데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그 내용은 어찌보면 웃음이 나올정도로 사소한 것으로 시작된다. 어짜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것을. '모르는게 죄악이다' 라고 믿고, 앎의 씨앗을 일본에 던진 것만으로도 이야기의 결말은 승리일 수밖에 없고, 해피엔딩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와일드 소울' 브라질의 기운을 받은 케이라는 지극히 본능에 충실한 한 남자에 의해 아마존의 초록, 브라질의 붉은 토양과도 같은 정렬과 삶에 대한 진한 사랑의 꺼풀을 쓰고 있다.

이 이야기는 정치극이고, 스릴러고, 로맨스고, 하드보일드며, 통쾌한 복수극이지만, 와일드 소울의 색을 가지고 지금까지 읽어왔던 비슷한 소재의 다른 책들과 차이점을 가진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urnleft 2007-09-04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에 대한 복수" 라는게 감이 안 오는데요. 정치인? 관료? 국민 전체? 어느 쪽일까요?

순오기 2007-09-04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에 대한 복수'라는게 흥미를 유발하는군요~ 살면서 이러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는 경험 때문에...

하이드 2007-09-04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과정이 나온 스릴러라, 스포가 될까 해서 말이죠. ^^ 재밌어요!!
 
고양이는 알고 있다 - 제3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니키 에츠코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니키 에츠코는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라 불리우는데, 책을 읽고 나니, 과연 그렇다. (개인적으로 애거서 크리스티는 밍숭맹숭하다 생각되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3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니, 꽤나 고전 축에 속하는 책이다.

식물학을 공부하는 오빠 니키 유타로와 음악대학 사범대에 다니는 여동생 니키 에츠코의 활약 이야기이다.
나름 연쇄살인을 밍숭맹숭하다 하는 것에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짜로 밍숭맹숭하다. 결론조차도. 표지에 나오는 페르시안 블랙(눈은 분명 노란색일 것이다)처럼 귀여운 검은 고양이 치미가 나오는데, <고양이는 알고 있다>라는 제목과 에드가 알랜 포우 이후로(물론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가 먼저 떠오른다.) 왠지 불길함의 대명사같이 여겨지는 검은 고양이의 조합에서 뭔가 으시시하거나, 섬찟한 것을 예상했다면(내가 그랬다.) 큰 오산이다.

남매는 하코자키 의원에 하숙하기로 하는데, 어느 날 고양이 치미와 할머니와 환자 한 명이 사라진다. 실종 사건을 추리하는 동안 집안에 있는 오래된 방공호를 통한 비밀통로가 발견되고, 그 안에서 할머니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라진 환자가 용의자로 떠오르는 동안 경찰과 남매에 의한 범인잡기가 계속된다. 아, 다시 생각해도 밍숭맹숭하다.

위로 붙은 반띠지도 마음에 안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2007-09-02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예뻤는데...내용은 지금 보기엔 좀 밋밋하죠. 오래 전에 나온 책이란 걸 감안하고 볼 수밖에요.^^;

하이드 2007-09-0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은 안 맞아요.고전을 읽었다는 걸로 위안을.. 정말로 책은 예뻐요. 크크
 
책의 자서전 - 어느 베스트셀러의 기이한 운명
안드레아 케르베이커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대림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이럴꺼면, 왜 날 데려왔어, 그냥 놔두지. 너 말고도 날 아껴줄 사람은 이 세상에 널렸다고!'

오랜동안 읽지 않은 책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듯하다. 나는 내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해 '아꼈다 읽을꺼야' 라는 어설픈 변명을 해보지만, 언제나 유죄다. 그러나, 역시 나는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 남아 있음을 기뻐하는 마음, 안도하는 마음을 한 구석에 몰래 품고 있으니, 사악하고, 허영심 많은 주인이로다.

네번째 주인이냐, 아니면 재활용이냐의 기로에 선 예전의 베스트셀러인 '나'의 회고담이다. 저자인 안드레아 케르베이커는 책을 사랑하고, 아끼고, 모으는 종족중 하나이다. 오죽, 고서점에서 장서들을 헐값에 사고, 거기에 분노해 이 책을 썼겠는가. 그는 분명 책과 대화할 줄 알고, 나아가서 이세상의 만물과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지금 <책의 자서전>과 어느 LP판의 자서전까지 쓴 마당에,이 다음에는 다른 어떤 말 못하는 것의 자서전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나 역시 책과 대화하는 편이다. 그로테스크하고 섬찟한 글을 쓰는 일본의 어느 여작가의 책 옆에 꽂아두는 책들에는 더 신중하고, 미안하지만, 내가 너무 끔찍하게 싫은 책은 다른책들과 멀리 떨어뜨려 놓기도 한다.

아마도, 처음 세상에 태어나서, 아마도, 평생 나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 이라고 얘기하면서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는 나를 닮아 외로움과 친구고 고독과 일촌인 책들이 너무 많다. 나 따위는 신경 안 쓰고, 술이나 마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책은 얇고, 단순한 내용이지만, 한꺼풀 벗기고 들어가보면, 치밀하다. 책의 전주인들의 손을 거치면서 책이 나이를 먹으면서 보는 세상( 책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은 하나도 안 단순하다.

자, 너는 이제 다른 책에 대한 책들을 만나게 될꺼야. 마음에 들어?

나를 기다린 시간이 짧지 않았을 이 책을 선물해주신 J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9-16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여행하는 것이 더 행복할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에 드셨다니,다행이어요.
섬짓한 글을 쓰는 작가의 책을 꽂을 때, 다른 책들이 무서워할까봐 신경써주시는 하이드님같은 독자를 만나다니, 이 책도 행복해 할 듯 합니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번째로 읽는 요코미조 세이시. 일단 요코미조 세이시니만큼 기본이상은 한다.(다작 작가에 대한 이 얼토당토않은 믿음이 언제 깨질지를 즐겁게 기다려본다.) 개인적으로는 <옥문도>-<혼징 살인사건>-<팔묘촌>-<악마의 공놀이 노래>순으로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다. 옥문도, 팔묘촌에 이어, 이번엔 귀수촌이다. 정말로 일본에는 이렇게나 으시시한 이름의 마을들이 많은지 궁금해진다. 별로였던 점부터 후딱 집고 넘어가자면, 등장인물들이 많았고, 많은데다가, 별 개성이 없어서 꽤 오래 헷갈렸고, 범인이나 트릭이 좀 억지스러웠다는 생각이다. <악마의 공놀이 노래>라는 귀수촌에 전해내려오는 노래는 충분히 섬찟한, 요코미조 세이시다운 소재인건 분명하지만, 사건과의 연결은 이전편들에 비해 느슨했다는 생각이다.

이소카와 경부의 소개로 귀수촌으로 요양간 긴다이치는 20년도 더 전에 일어났던 미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미궁에 빠졌던 사건과 연결된듯한 새로운 연쇄살인 사건들이 일어난다. 사건을, 시체를 부르는 긴다이치 답다.

<옥문도>,<팔묘촌>에 이어, 이 귀수촌 역시, 마을의 지주이자 대립하는 두 가문이 있고, 긴다이치와 이소카와 경부에게 옥문도를 떠올리게 하는 기괴하게 연출된 시체들이 있다. 아리따운 결혼 적령기의 처녀...

결말도 좀 어이없었는데, 훈훈한 결말이라고 하는 그 결말은 뭐랄까, 아마겟돈에서 아빠(브루스 윌리스)가 남자친구(벤 에플렉) 대신 죽고, 남자친구만 돌아왔더니, 딸래미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띠고 기뻐하더라는 이해 안 가는 결말을 봤을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슬퍼야 하는데, 그 슬픔이 훈훈함으로 이어지다니.

나쁜점만 줄줄이 썼는데, 좋은점은 뭐냐고?
재미있다. 긴다이치가 나오다. 으스스한 등장인물들과 시체들이 등장한다. 이거면 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