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 기록없는 역사 발굴기
이인숙 외 지음 / 푸른역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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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줄거리는 보는 사람에게 스릴을 만끽하게 해 준다. 고고학이란 중등교과 과정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을뿐만 아니라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중에서도 특수한 분야인지라 영화의 장면과 같은 조금은 낭만이 곁들인 것으로 고고학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막연한 고고학이라는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애환과 감격을 현장르뽀 형식으로 담았다. 아직 고고학이 무엇이고 유물의 가치가 어떠한지를 모르던 70년대의 개발붐에 따른 공사로 인하여 우리의 많은 문화유산은 너무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일제시대에 일본의 학자들에 의해 발굴이 되어진 왕릉에 참여했던 것이 고작이었던 우리나라의 발굴 경험은 그동안 여러건의 발굴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는 있으나 아직도 전문 인력의 부족, 일반인들의 문화재 보호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많은 문화재가 멸실, 파괴, 유실 등으로 그 흔적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문화재가 사라지는 것을 막아온 고고학자의 노력들을 현장 경험을 중심으로 잘못 덤벼들어 오점으로 남게된 발굴경험이나 발굴을 통하여 드러나게 된 유물을 접하며 먼 과거를 유추하는 등 내심 뿌듯했던 일들을 서술한 책이다.

그동안 이런류의 책자는 개인의 발굴 경험을 중심으로 엮어진것이 있었으나 다양한 발굴 현장을 기록이라는 이름으로 서술된것은 이책이 처음일 것이다. 지나고 나면 발굴현장의 에피소드로 남게되는 경우도 실은 중요한 지침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추후 발굴에 임하는 후학들에게 선배들이 겪었던 불찰을 되풀이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와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자에 삽입된 사진이 흑백으로 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는 당시의 기록이 주로 흑백사진으로 이루어졌기에 부득이한 경우인지 모르나, 이 책이 어차피 전문서의 성격보다는 일반 대중서로서 출간되었음에 비견하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전혀 생소하고 막연한 낭만을 갖게 될지 모르는 인디애나 존스의 속내를 일반인들에게 조금은 알려 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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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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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이든 아니든 사찰을 찾으면 무엇이 그리 요란스러운지 사찰이 갖는 종교적 엄숙함 보다는 알록달록한 문양과 그림에 더 위압감을 느낀다. 특히 불자가 아닌 경우는 그 모습들이 속된말로 '무당집'같아 보여 시골 마을 어귀에 있던 '서낭당'이나 마을 뒷동산의 한 켠을 차지했던 '당집'을 지나다니며 느꼈던 두려움을 생각나게도 한다.

하기는, 불심이 돈독한 신자도 잘 모르는 단청이나 칠성탱화, 산신탱화, 대웅전의 지붕 앞쪽에 무섭게 입을 벌리고 있는 용의 머리, 탑에 새겨진 사천왕상등은 일반인들이 모르는것은 당연하다.늘 들어왔던 염라대왕의 사자 정도로 인식될 정도로 사찰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 책은 이러한 불국토를 장엄하는 하나하나의 요소를 거의 모두 끄집어 내었다. 풍부한 사진과 간단한 경전의 내용을 곁들여 설명한 사찰 장식물들은 종교적 또는 종교가 갖는 정신적 의미로 철저하게 해부되어지고 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찰장식을 이해하는데 이렇게 다듬어진 책이 없었다. 이는 문양과 전통미술의 표현 등 그간의 연구실적을 쌓아 온 저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사찰의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는 각종 장식물에 대해 그 내용을 이해하고 사찰을 둘러볼 수 있는 교과서적인 안내자료의 필요함을 느껴 책을 발간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찰을 방문하여 주변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스치듯이 듣다보면 누구나 갖는 의문임에도 누구하나 명쾌하게 고개를 끄덕일 답변을 해 주는 사람이 없다. 법당의 불상이 어떤 불상인가가 일반인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으랴마는 아미타불인지, 석가모니불인지... 그 모셔진 부처님에 따라 건물이 들어앉은 의미는 물론이고 주변에 놓여진 여러가지 불구들이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도통 그 연유를 모르니 묻는 사람이나 답하는 사람이나 모두 정답이 없다.

이 책은 사찰구역을 표시하는 일주문에 들어서고부터 눈에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교리적 깊이는 둘 째 치더라도 일반인이 사찰의 장식에 왜? 용머리가 서까래 아랫쪽에 나와있는지는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을 차분히 읽다보면 갑짜기 깊은 산속에 제대로 갖춰진 절간을 찾고 싶어진다. 산문을 들어서며 바닥만 쳐다보고 다니던 사람들이 이제는 고개를 들고 사찰의 곳곳에 담긴 의미를 돼새김질 하고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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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용이 있는 풍경 - 삼국유사 사진기행
김대식 글, 사진 / 대원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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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인 '삼국사기'와 야사인 '삼국유사'는 자칫 잃어버릴뻔 했던 삼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두책은 그 사실성 확인은 고사하더라도 원문의 해석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이해하는데 또한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한다. 저자는 삼국유사를 접하며 종교적 합리성에서 자라난 저자와 코드가 맞지 않음을 느끼고 읽기를 중단했었다고 토로하고 있을 정도이다.

정말, 전설같은 이야기로 꾸며진 '삼국유사'의 현장을 찾는 저자의 집념과 단순히 전설로만 여겨졌던 '삼국유사'의 실재를 찾아 전문가 못지 않는 해설을 곁들인 저자의 식견은 물론이고 사진작가적 심미안으로 촬영한 독특한 앵글의 현장 사진 도판은 비록 현장에 가보지 못한 독자일지라도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다.

특히, 현장을 찾은 저자가 그 현장과 연관된 '삼국유사'의 내용을 서술하며 불교미술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미술사학계에서 거론되는 양론 또는 다론적 견해를 소개하며 저자는 '기다린다'는 단어로 어느 한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유보하는 미덕을 보이고 있으며, 자칫 역사탐방서의 단조로움에 빠지기 쉬운 내용을 저자의 세심한 감성으로 엮어나가 독자의 지루함마저 배려하고 있다.

저자는 '삼국유사' 매니어라 할 수 있다. 책의 곳곳에 원저자인 '일연'의 서술에 동감하고 동조하며, 한편으로는 '일연'의 서술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서도 그 속내를 인정을 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저자는 '일연'의 저술 의도를 그대로 받아 들이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책의 전반에 걸쳐 '일연'이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확인시켜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저자가 토로한 것 처럼 원전'삼국유사'를 해석한 내용은 현대인의 코드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인의 코드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문화유산을 찾는답시고 인적 없는 깊은 골짜기 폐허에 홀로 서 있는 하염없는 일이, 고즈녁한 역사의 추체험이 되기도 하는 법'을 알고 있는 저자의 인내가 맺은 결실로 어느층의 독자라도 코드를 무시하고 덤벼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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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의 궁전 사리장엄 - Korea Art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4
신대현 지음 / 한길아트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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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신대현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한 불사리 장엄구에 관한 글로 열반에 든 부처의 유골을 모시는 사리신앙과 사리를 모시는 용기인 사리장엄구,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사리장엄구에 대해 신앙적 측면과 불교 공예적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실상 우리나라의 사리장엄구에 관한 연구는 일부 논문을 제외하면 극히 미미한 실정이며, 사리장엄구에 관한 단행본 또한 대중 입문서 정도에 지나는 정도였으나 이번에 신대현의 사리장엄구 관련 책자는 본격적으로 사리장엄구를 다룬 첫번째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사리신앙과 이에 따라 사리를 모시기 위해 만들어지는 사리장엄구의 종류와 형태, 그리고 공예사적 의의를 다루었으며, 2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탑(탑이란 부처의 유골, 즉 사리를 모시는 가장 외형적 숭배의 대상이다)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에 대하여 발견 경위와 그 의미 및 공예사적 의의를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사...특히 불교미술사는 어려운 용어를 포함한 교리적 용어 때문에 더욱 더 일반인들이 접하기에는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그 어려운 용어를 가급적 쉽게 풀어 쓰고자 노력한 흔적은 보이나 많은 부분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남겨둔 아쉬움이 있다. 특히 1부에서 한국의 사리신앙이 인도와 중국의 영향에서 유래 되었음을 설명하며 간략하게 그 형태비교로 인도와 중국, 한국및 일본의 사리기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나 조금 더 많은 부분을 할애를 하여 비교 설명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중입문서와 전문서의 중간적 성격을 갖는 책이 되어 버린 느낌이 강하나, 이만만 해도 어려운 전문서의 이미지는 많이 벗어버렸다. 특히 아트재질의 용지에 크고 선명한 다양한 도판을 삽입한 것은 전문서가 갖는 딱딱한 껍질을 깨기에 충분하였다. 신앙으로서의 불교는 부처님이 직접 숭배의 대상이 되나 열반에 이른 뒤에는 부처님의 유골을 친견하는 것이 가장 성스러운 것임을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이러한 부처의 사리를 담는 용기를 이해하고, 미술사적으로는 그 시대 최고의 장인에 의해 제작된 용기인 사리장엄구를 찬찬히 뜯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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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사의 비밀
웨난 외 지음, 유소영 외 옮김 / 일빛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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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들어오는 소책자로 마치 오래된 고서를 연상케 하는 표지가 우선은 마음에 든다. 이 책자는 인도에서 열반에 든 부처의 舍利가 어떻게 중국에 전해지게 되었으며, 법문사의 지궁에 사리를 모시게 된 배경을 고고학적 발굴과정을 통해 시공을 초월하며 '픽션처럼 꾸민 글'이다.

지하궁전의 우연한 발견이 세계적인 고고학적 화제로 떠오르며 이 지궁에서 발견된 부처의 指骨사리가 바로 1천년 넘게 잠자고 있던 측천무후와 아육왕의 불심과 더불어 당시에 유행했던 사리신앙의 실상을 소설처럼 전개했지만, 실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발견된 자료를 중심으로 발견후에 있었던 에피소드까지 곁들인 하나의 발굴 보고서인 셈이다. 따라서 이 책의 내용을 넌픽션으로 보기 보다는 '픽션처럼 꾸민 글'이라고 하고 싶다.

불사리를 모시기 위한 제반 도구를 '사리장엄구'라고 하는데 이를 연구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직접 법문사를 찾아가 유물의 사진을 보고 유물에 관한 설명을 들은 바, 모든것이 책의 내용과 일치함을 알수 있었다. 많은 소제목을 달고 있으나 필자 웨난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부처의 지골사리와 이를 모시기 위한 여러겹으로 만들어진 사리장엄구의 예술성과 문화유적, 특히 불교 문화유적에 대한 설명으로 이해한다면 될것이다.

이 책이 전문가를 위한 책으로 꾸며졌다면 아마도 몇 페이지를 못넘기고 책장을 덮었을 것이나 웨난의 고고학적 지식을 바탕으로한 유려한 문체가 끝까지 책을 붙들게 만든다. 하지만, 혹시 이러한 웨난의 문체로 인하여 '픽션처럼 꾸민 글'이 정말 픽션으로 독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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