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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향은 값싸게 쓸 수 있도록 제조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그 원료 또한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해인사에 계시던 능혜스님이 늘 향을 사르면서 그 향내음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스님들의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자 좋은 향을 만들어서 사용하고자했는데 이렇게 시작된 향방이 바로 "翠雲香堂"이라는 대구시 달성군에 자리잡은 공방입니다.

2. 향을 만드는 재료는 사람의 몸에 유익하다는 한약재를 원료로 한답니다. 사향, 울향, 묵향 등등 사용되는 향의 종류도 너무 많더군요. 제조 과정은 한약재를 밀가루처럼 가는 가루로 분쇄하는 작업을 거친뒤 이 가루를 반죽을 합니다. 그 다음에는 유압press를 사용하여 국수가락처럼 뽑아내는 선형작업이 있는데 이 때 향의 굵기나 얼마의 길이로 해야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목판위에 놓고 건조를 하는데 건조는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약 1주일간을 건조시킵니다.  이런 전 과정은 약 이틀간에 걸쳐서 진행이 되는데 어떤 원료를 사용하였느냐에 따라서 향이 사용되는 용처가 결정이 나고 이름도 붙여집니다.

3. 주로 향의 이름은 사용된 약재에 의하여 구분이 되는데 이 향방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이름은 머리를 맑게 하는 <징관(澄觀)>과 사향을 넣어서 맑은 향을 뿜는 <보림(寶林)>, 그리고 오장을 튼튼하게 해 주는 <취운(翠雲)>과 솔잎향이 그윽하게 퍼져 올라오는 <다보(多寶)> 등이 생산되고 있으며 국수가락 같은 긴 향은 소지하기에 불편하여 원추형으로 생긴 향도 만들고 있습니다. 향은 원래 숙성될수록 향이 좋아진다고 하여 제품 출고전 1개월 정도를 숙성하여 출고한다고 하니 화학물로 이루어져서 시간이 경과하면 그 화학적 성분에 변화를 가져오는 액체로 된 향과는 많이 다른것 같습니다.

4. 향을 피우다보면 방안이 향내로 그윽하게 됩니다. 주로 절이나 성당에서 쓰는 향은 일종의 의례적인 향인지라 좋은 향을 쓰지는 않기에 어떨 때는 다소 역겹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지만, 늘 좋은 향을 쓴다면 그 향내음이 방안에 배어 향을 사르지 않더라도 언제나 그윽하게 깔린 향을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가끔 방안의 분위기를 바꾼다거나 기분에 따라 분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향인 "丹花"나 "나비향"을 쓰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윽한 향은 많은 한약재로 만들어지는 우리의 향이 더 좋답니다.

5. 사람은 누구나 그 고유의 향을 가지고 있읍니다. 사실, "향"이란 순 우리말로는 "냄새"라고 해야할것입니다만 일반적으로 나쁜 향을 우리는 냄새라고 하고 좋은향은 "향", 또는 "향기"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것은 사람이 살아가며 나름대로 그 사람 특유의 향을 뿜어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아직도 오욕칠정에 찌들어 제 자신이 발하는 아름다운 향을 갖지 못하고 겨우 한약재나 남들이 만들어 놓은 향으로 저의 부족함을 숨기는 것은 아닐까.....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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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香은 우리 인류의 역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도 오래전부터 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남자취미치고는 괴상한 취미지만 향수도 모으고 또 눈을 감고 맡아도 그 향에 취할 정도의 향을 태우기도 합니다.  어떤분들은 우리네 토속신앙과 결부짓거나 또는 불교와 결부시켜 향냄새라고하면 종교적 이유를 들어 무조건 반대를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기독교에서도 향을 사용하고(예수님을 향유로 씻겨드렸죠...) 불교에서도 향을 사용하고, 이슬람이나 힌두교에서도 향을 사용합니다.  어쩌면 향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인류의 탄생과 함께 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것 같기도 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제가 좀 찾아봐서 알려드릴께요)

2. 향수와 향을 구분하는것은 사실 간단합니다. 향수는 액체로 보고 향은 고체로 보면 될까요?   아주 원시적 분류법입니다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럴듯합니다. 샤넬 No.5를 저도 무척 좋아하고 그 향과 접한지도 꽤 오래 되었고 언제 맡아도 질리지 않는 향이 아닐까 합니다만 여기서는 뭐...흑해의 장미를 밤 12시에 따서 그것을 향의 원료...운운은 빼고 고체상태의 향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누군가 "향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나고..."라는 책으로 제법 돈도 벌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어쩜 그런 당연한 일을 제목으로 써서 돈을 벌 수 있는지 그 머리씀에 감탄 할 따름이랍니다.

3. 각설하고, 향을 만드는 재료는 동물과 식물로부터 얻어지는 원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향에 미쳐 향을 만드는 공장도 가 보고 향의 제조과정도 지켜보고 배운적이 있었습니다. 해인사 스님이 만드시는 우리네 향에는 정말로 좋은 재료가 들어가고 그 향의 이름대로 각각의 효능이 달리 나타난다고 하여 지금도 가끔 향을 사르고 있습니다. "청향" "다보" 등등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이 향은 국내에는 별로 광고를 하지 않고 비행기의 기내 잡지에 광고가 되고는 하더군요. 울릉도에서 나는 향나무(울향)를 사용한다던가, 침향을 사용한다던가....물론 재료의 희귀함에 따라 가격도 왔다갔다 합니다만 국산 향의 제작과정을 주욱 지켜본 결과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것은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향은 그 종류도 무척 많지만 향이 마치도 화장품 냄새처럼 진하게 코 끝을 자극하기에 나름대로 빨리 향이 퍼지기를 원하신다면 일본 향을 사용하시면 될것 같습니다.

4. 중국향은 큰 대륙만큼이나 향도 크지만 향내음은 별로 입니다. 인도의 향은 대나무에 향을 발라서 만드는 향과 침향으로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데레사" 수녀님이 계셨던 곳에서도 향을 만드는데 우리 향처럼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늘 향을 피우는 분들이 스님네들이신데 그분들에게서는 언제고 향내음을 맡을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향싼 종이에서는 향이 나고.."라는 말도 맞는것 같은데 향을 가끔이라도 피운다면 아마도 조금의 향내는 몸에서 배어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5. 우리 선조들은 두 가지의 예를 무척 중히 여겼는데 그 한가지는 禮이고 다른 한가지는 藝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생활에 따르는 품격과 멋을 중히 여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부터 예의범절을 가르키고 그림과 가무를 소중히 하였었는데 이러한 예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또, 선비의 도로써 묵란도라하여 먹물을 이용하여 난을 쳤는데 난 잎의 자태는 매우 화려하여 이를 藝라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藝는 화려함을 담고 있는데 이에 반하여 香은 심오하고도 유연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藝를 쫒기보다는 내면의 세계를 살찌울 香을 채우는 일이 훨씬 보람된 일이라고 보시면 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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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 이맘때쯤 전라도 지역의 난 상인으로 부터 밤 늦은 시간에 연락이 왔습니다. 아주 좋은 난이 나왔는데 구매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였고 제 이메일을 통해서 그 난의 사진을 보내 주겠으니 사진으로나마 먼저 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잠시후 이메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난은 우리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멋진 난이었습니다.  워낙 고가의 난인지라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단 하나뿐인 난을 구입해야하나 아니면 제 형편대로 그냥 침이나 삼키고 말아야 하는가를 놓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2. 결국....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여서는 구매의사를 전화로 통보해 주었습니다. 그 난을 사려고 주머니를 닥닥 긁어봐도 뻔한것이라 은행에 달려가서 마이너스통장이라는 것을 개설하여서는 거금을 송금하고 구매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생일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평생 한분의 난으로 자족할 수 있는 난인의 마음을 뜻하는 말이지만 어디 평생 단 한분의 난을 키우는데 그냥 그런 난을 키울수야 있겠습니까? 여기서 일생일란의 모순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그 단한분의 난은 아무도 가지지 않고 오직 나만 가지고 있는 난이기를 아마도 전 난인들은 바랄것입니다. 그래서 거금을 주고서라도 자신만의 난을 구하려고 하는것입니다.

3. 제가 구입한 난은 난계에 발없이 소문이 날려 제가 구입하고나자마자 전국에서 전화가 오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워낙 좋은 난인지라 시도때도 없이 밤이고 낮이고 되팔라는 전화가 끊이지를 않았습니다. 제가 샀던 금액의 네 다섯배를 넘긴 금액으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오기도 하였지만, 저는 이 난을 정말 일생일란으로 삼기로 작정하고 모든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모두 3촉의 난이었지만 해가 지남에 따라 촉수가 늘어갈 것이고 촉수가 많아지면 그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분양을 해 주리라 마음먹었지요. 제 난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부러움을 토로했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단 하나뿐인 난.....그 얼마나 희귀하고 귀한 난이겠습니까?

4. 작년 봄.....새롭게 싹이 올라 아주 튼실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난에게는 여름이 가장 두려운 계절입니다. 고온으로 인한 병충해는 물론이고 기타 여러가지 난에 관한 병들이 만연을 하는 시기이기에 각별히 관리에도 주의를 해야 합니다. 제가 위탁배양하는 난실에 난을 가져다 놓으면서 이 난이 어떤 난이라는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소위 손을 탈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수십개의 난분 속에 섞여 있는 그 난에게 눈총을 주지 않는것 처럼 하면서도 곁눈질로나마 난이 잘 자라나를 확인하는 마음을 이해하시겠는지요?  3촉짜리 난은 새 싹도 힘차게 잘 커가고 있었습니다.정말 뿌듯한 일이지요...

5. 그런데 작년 9월경 난실을 방문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많은 난분중에서 유독 일생일란으로 삼은 그 난의 잎만 갈색으로 변하여 죽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전체 4촉중에서 2촉은 멀쩡하기에 급하게 소독을 하고는 다시 심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주에 난이 걱정이 되어 집에 가면서 우선 난실에 들렸는데...아뿔싸!!  그 난이 완전히 갈색으로 변하여 죽어버린 것입니다. 누구에게 원망을 할 수도 없고 다른 난들은 다들 싱싱하게 잘 자라는데 왜 하필이면 그 귀한 난만 죽어버린것인지 낙담과 함게 정말 이해하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6. 돈도 물론 거금을 들여 구매를 하였지만 더 안타까운것은 이 세상에 단 한종자뿐인 난이 죽음으로서 그 난이 멸종을 했다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난에도 적용이 되는지는 몰라도 난을 길러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상하게도 귀한 난들이 일찍 죽습니다. 그렇게 해서 일생일란의 꿈은 와르르 깨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마이너스 통장을 메꾸기 위해 용돈을 쪼개고 쪼개는데 그 주체가 되었던 귀품은 제 곁을 떠나고 없습니다.

7. 모든 일은  사람들이 노력을 한다고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정말...제가 보기에도 아주 튼실하고 건강했던 난이 한 순간에 불귀의 객이 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쩌면 그 난은 아무리 귀품이고 고가의 난이었을 망정 저와의 인연은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난이 좋았는지 억대의 금액을 제시하고 구매하겠다는 분도 있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제 마음속에서 그 난을 떨쳐버렸습니다. 일생일란이란 원한다고 갖게 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그 일생일란은 고가의 귀한 난이 아니고 흔하게 우리네 산천에 널려있는 보춘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한편으로는 난 욕심이 앞서 거금을 들여 난을 구입한 저에게 욕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따끔한 교훈을 주고자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견물생심이라고 난이 꽃을 피우는 봄철만 되면 열병처럼 앓게되는 난에 대한 욕심을 이제는 버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지금 제 난대(蘭臺)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난이라도 잘 키워서 아름답게 꽃피우는 것이 일생일란을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일이 아닌가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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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人이랍시고 난에 메달린지도 꽤나 오래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난을 캐러 간다고 토요일 근무가 끝나면 전라도 지역으로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고 난의 산지를 뒤지던 저를 보고 아버지께서는 난은 나이가 들어 생활의 여유가 있을 때 키우는 것이고 젊어서는 끊임없이 활동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집 인근의 난실이 매개체가 되어 동네에서 난에 대해 잘 아시는분들(이 분들은 나중에 한국 난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시게 됩니다)과 함께 자리하면서 어깨너머로 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때....  다른분들은 대부분 40~50대셨고 저만 유독 20대였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씽씽 달릴수 있는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국도나 지방도도 변변치 못해서 늘 정읍역에 내려서는 택시와 계약을 하고 비포장길을 먼지가 폴폴나게 달려 산밑에 내려주고 또 태우러 오고는 했었는데 당시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지금은 엄청나게 변해서 취미는 물론이고 환금성과 투자라는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난을 접하는 분들도 무척 많아졌습니다. 어떤 취미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동호인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난 동호회도 상당히 많아진것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약 200만 가까운 사람들이 난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직장이 서울이고 집은 지방인 관계로 한동안 베란다 그득히 키우던 난들을 난가계의 비닐하우스에 옮겨 위탁관리를 맡기고 있습니다. 제가 주말에 집으로 내려올때면 가장 먼저 들리는곳이 난가계랍니다. 물론 톨게이트를 바로 벗어나자마자 난가게가 위치하기도 하지만 짧게는 매주, 해외에 나간다거나 바쁠때는 꽤나 오랫만에 들리게 되기에 우선은 난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랍니다. 식구들에게는 전화로라도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난은 아직 전화를 받을줄을 모르거든요.

이번에는 거의 두 달이 넘게 못오다가 들리게 된것 같습니다. 3월이면 꽃을 피워야 하는 난이기에 그동안 꽃대도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도 하고....또 위탁관리를 한지라 난의 상태가 어떤지도 궁금하지요. 어렸을때 부터 난과 가까이 했으니 꽤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느정도 난에 대해 알것도 같은데도 매번 난을 키우는 일이 어렵다는것을 느끼게 됩니다. 환경이 동일한 위치에서 재배를 한다해도 난실의 환경이 작년과는 미세하나마 달라지고 공중 습도 또한 다르니 매번 같은 조건이라고 할 수 없어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는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난은 어쩌면 사람의 삶과 같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난은 보통 7~8월에 꽃눈을 올립니다. 그리고는 3월에 꽃을 피우는데 그 기간이 270일입니다. 사람의 탄생을 위한 모태생성으로부터의 기간과 똑 같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렇게 사람과 유사한 시간을 같는 식물은 없답니다. 남쪽 지방에는 산에 난이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고향이 지방이신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흔히들 "꿩밥" "메밥" "민춘란" "보춘화" 라고 불리던 우리의 춘란이고 우리는 이를 "한국(춘)란" 이라고 공식적으로 부릅니다. "춘란"이라는 이름이 바로 봄에 피는 난이라는 의미지요. 중국난중에 "보세"라는 품종이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개업이나 영전인사등에 자주 보내는 난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난이지요. 이 난의 품종이 "報歲"인것은 세월을 알리는....즉 구정을 전후해서 꽃을 피우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난에 대한 분류를 말씀드리자면 많이 복잡해지기에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우리 나라에 자생하는 한국 춘란은 주로 2월 말 부터 4월 중순까지 산에서 꽃을 피웁니다. 꽃의 색상이 엽록소를 바탕으로 하는 녹색꽃(이 세상에서 녹색의 꽃은 난이 유일합니다)이기에 일부 학자들은 난 꽃은 꽃이 아니고 잎의 변형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춘란은 남쪽지장의 야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흔한 춘란을 뭐하러 키우냐고요? 그리고 산에서 잘 자라는 춘란을 왜 캐와서 집에서 기르느냐는 말씀들도 하십니다.

그런데 실은 난인들이 캐러 다니는 난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난이랍니다. 쉽게 말하자면 정상이 아닌 병신인 난을 찾는것이지요. 잎이나 꽃이 정상이 아닌것을 찾아 다니는 것이고 이런 비정상적인 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귀한 난으로 대접을 하는 것입니다. 난이 옛부터 고결하다하여 선비의 상징으로 그림으로 그려지고 사시사철 그 푸르름을 잃지 않기에 군자의 절개로 대변되기도 합니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도 겨울에는 잎의 색이 약간의 갈색을 띠게 되는데 난만은 눈속에서도 그 푸르른 녹색을 잃지 않고 산답니다.

난실에 위탁 배양중인 제 난은 주인이 잘 찾지를 않아서인지 풀이 죽어 보입니다. 난은 주인의 머리에서 생성되는 비듬을 비료로 하여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늘 주인이 들여다 보아야함에도 여건이 마땅치 않아 남에게 맡겨져 길러지니 사람의 수태기간과 같은 기간을 가진 고등식물인 난도 어찌 주인이 그립지 않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난실의 주인이 정성을 다해 길렀기에 많은 난분이 꽃대를 달고 3월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3월이 되면 빨강꽃, 노란 꽃, 옆줄무늬 꽃 등등을 뽐내겠지요....    비록 남에게 위탁되고 있는 난일지라도... 제 난들이 남에게는 보잘것 없이 보이는 난이지만 제게는 제 자신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 난이기에 애착을 가지고 기다리려고 합니다.  몇시간을 보고 또 보고....오랜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이 상봉하여 얼마나 변했나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심정으로 차가운 난실에서 그렇게 난들을 일일히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한동안은 난들도 자신의 주인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겁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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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4-01-2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 선물입니다.

 사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사군자 사진과 그림을 몇 장 모아 놓은 것이 있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저는 게으르고, 연약한 난을 보면 안스러워 난을 키우고 싶어도 못 키우고, 선인장만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대로 절제된 관계도 매력  있습니다.


비로그인 2004-01-23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을 치는것을 군자의 도로 알았던 시절이 있었고 난은 바로 군자가 갖는 굳은 절개를 나타내기도 한다지만 정말 멋진 묵란도입니다. 안타까운것은 흥선이나 민영익이 쳤던 난은 우리의 난이 아니라 중국의 묵란도를 본 뜬 중국란을 친것이지요. 秋史의 난맹첩에는 난을 치는 법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난을 친다기 보다는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를 설명하고 있는듯 합니다. 설 선물로 주신 묵란을 일생일란으로 삼을까요? 감사드리며 항상 건강과 행복이 마립간님께 늘 함게 하기를 기원합니다.

마립간 2004-01-2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을 좋아한다.'라고 하기 보다는 '군자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난초는 쥐면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여린 모습에 지조를 지키려는 안타까운 모습이 가슴에 져며 옵니다. 저는 난을 좋아하기 보다는 사군자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지요. 수수께끼님에게 드린 묵란은 제가 갖고 있는 난초 그림의 하나를 보낸 것인데(인터넷 그림중의 하나), 일생일란을 언급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단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기에 제가 이렇게 편안하게 살고 있음을 알고 있을 뿐입니다.

마립간 2004-01-23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추사'가 천재라고 하기에 왜 천재인가 했습니다. 완당 평전을 읽고 난후 '이리하여 천재라 불리우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난초를 그리며 자신을 수양하는 모습, 상상만 해도 군자, 선비, 신선이 연상됩니다.

엔젤 2009-06-10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어릴때 미국에와서 한국기억이 없지만 아버님께서 난이 참 많으 셨는데... 꽃이 피면향기가 참 좋았어요... 미국에 와서도 하시곤 했었죠 한국과 미국을 왕래하시면서 10년도 지난 지금은 다 없어지구 말았어요. 아버지께서 유일히 즐기셨는데... 하튼. 저는 사실 아이디어를 었구 정보찾으러 돌아다니다가 여기 오게 됬는데요. 난을 좋아 하시는 분들께는 쉬울것 같아서요. 난으로 유명한 화가를 알고 싶어요. 지금 없는화가랑 살아계신 작가중에 잘 그리시는 분... 사군자에 대해 읽어 보았긴 했지만... 저 많은 정보를 알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도움좀 주세요. 난을 생각하면... 한국인가요 중국인가요 일본인가요? 한국으로 알고 있거등요 ...제 이멜이요
www.missoo@hotmail.com 감사합니다.
 

蘭人이랍시고 난에 메달린지도 꽤나 오래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난을 캐러 간다고 토요일 근무가 끝나면 전라도 지역으로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고 난의 산지를 뒤지던 저를 보고 아버지께서는 난은 나이가 들어 생활의 여유가 있을 때 키우는 것이고 젊어서는 끊임없이 활동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었습니다. 집 인근의 난실이 매개체가 되어 동네에서 난에 대해 잘 아시는분들(이 분들은 나중에 한국 난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시게 됩니다)과 함께 자리하면서 어깨너머로 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때....  다른분들은 대부분 40~50대셨고 저만 유독 20대였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씽씽 달릴수 있는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국도나 지방도도 변변치 못해서 늘 정읍역에 내려서는 택시와 계약을 하고 비포장길을 먼지가 폴폴나게 달려 산밑에 내려주고 또 태우러 온 택시를 기다렸다 정읍역에서 뜨거운 오뎅국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래다가 기차를 타고 돌아오고는 했었는데 당시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지금은 엄청나게 변해서 취미는 물론이고 환금성과 투자라는 두 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난을 접하는 분들도 무척 많아졌습니다. 어떤 취미를 함께하는 사람들의 집단을 동호인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난 동호회도 상당히 많아진것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약 200만 가까운 사람들이 난을 한다고 합니다.

저는 직장이 서울이고 집은 지방인 관계로 한동안 베란다 그득히 키우던 난들을 난가게의 비닐하우스에 옮겨 위탁관리를 맡기고 있습니다. 제가 주말에 집으로 내려올 때면 가장 먼저 들리는곳이 난가게랍니다. 물론 톨게이트를 바로 벗어나자마자 난가게가 위치하기도 하지만 짧게는 매주, 해외에 나간다거나 바쁠때는 꽤나 오랫만에 들리게 되기에 우선은 난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랍니다. 식구들에게는 전화로라도 안부를 물을 수 있지만 난은 아직 전화를 받을줄을 모르거든요.

이번에는 거의 두 달이 넘게 못오다가 들리게 된것 같습니다. 3월이면 꽃을 피워야 하는 난이기에 그동안 꽃대도 어느 정도 자랐는지 궁금도 하고....또 위탁관리를 한지라 난의 상태가 어떤지도 궁금하지요. 어렸을때 부터 난과 가까이 했으니 꽤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어느정도 난에 대해 알것도 같은데도 매번 난을 키우는 일이 어렵다는것을 느끼게 됩니다. 동일한 위치에서 재배를 한다해도 난실의 환경이 작년과는 미세하나마 달라지고 공중 습도 또한 다르니 매번 같은 조건이라고 할 수 없어 더더욱 어렵게 느껴지는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난은 어쩌면 사람의 삶과 같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난은 보통 7~8월에 꽃눈을 올립니다. 그리고는 3월에 꽃을 피우는데 그 기간이 270일입니다. 사람의 탄생을 위한 모태생성으로부터의 기간과 똑 같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렇게 사람과 유사한 시간을 같는 식물은 없답니다. 남쪽 지방에는 산에 난이 지천으로 깔려 있습니다. 고향이 지방이신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흔히들 "꿩밥" "메밥" "민춘란" "보춘화" 라고 불리던 우리 산하에 지천으로 널린 춘란이고 우리는 이를 "한국(춘)란" 이라고 공식적으로 부릅니다. "춘란"이라는 이름이 바로 봄에 피는 난이라는 의미지요. 중국난중에 "보세"라는 품종이 있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개업이나 영전인사등에 자주 보내는 난가게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난이지요. 이 난의 품종이 "報歲"인것은 세월을 알리는 난이라는 의미....즉 구정을 전후해서 꽃을 피우기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난에 대한 분류를 말씀드리자면 많이 복잡해지기에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우리 나라에 자생하는 한국 춘란은 주로 2월 말 부터 4월 중순까지 산에서 꽃을 피웁니다. 꽃의 색상이 엽록소를 바탕으로 하는 녹색꽃(이 세상에서 녹색의 꽃은 난이 유일합니다)이기에 일부 학자들은 난 꽃은 꽃이 아니고 잎의 변형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러한 춘란은 남쪽지방의 야산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지요.  그런데 그 흔한 춘란을 뭐하러 키우냐고요? 그리고 산에서 잘 자라는 춘란을 왜 캐와서 집에서 기르느냐는 말씀들도 하십니다.

그런데 실은 난인들이 캐러 다니는 난은 돌연변이를 일으킨 난이랍니다. 쉽게 말하자면 정상이 아닌 병신인 난을 찾는것이지요. 잎이나 꽃이 정상이 아닌것을 찾아 다니는 것이고 이런 비정상적인 난은 산에서 그 품종을 유지하며 자라지 못하기에 그 난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귀한 난으로 대접을 하는 것입니다. 난이 옛부터 고결하다하여 선비의 상징으로 그림으로 그려지고 사시사철 그 푸르름을 잃지 않기에 군자의 절개로 대변되기도 합니다.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도 겨울에는 잎의 색이 약간의 갈색을 띠게 되는데 난만은 눈속에서도 그 푸르른 녹색을 잃지 않고 산답니다.

난실에 위탁 배양중인 제 난은 주인이 잘 찾지를 않아서인지 풀이 죽어 보입니다. 다른 난 주인들은 매일 난실에 들리기도 하는데 제 난들은 주인을 잘못 만난 셈이지요...난은 주인의 머리에서 생성되는 비듬을 비료로 하여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늘 주인이 들여다 보아야함에도 여건이 마땅치 않아 남에게 맡겨져 길러지니 사람의 수태기간과 같은 기간을 가진 고등식물인 난도 어찌 주인이 그립지 않겠습니까?   다행스럽게도 난실의 주인이 정성을 다해 길렀기에 많은 난분이 꽃대를 달고 3월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3월이 되면 빨강꽃, 노란 꽃, 옆줄무늬 꽃 등등을 뽐내겠지요....    비록 남에게 위탁되고 있는 난일지라도... 제 난들이 남에게는 보잘것 없이 보이는 난이지만 제게는 제 자신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한 난이기에 애착을 가지고 기다리려고 합니다.  몇시간을 보고 또 보고....오랜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이 상봉하여 얼마나 변했나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심정으로 차가운 난실에서 그렇게 난들을 일일히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한동안은 난들도 자신의 주인의 얼굴을 기억할 수 있을겁니다.

                                                <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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