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신사동에 오즈라는 극장이 있다...아니 있었다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군.. 이 극장이 개관했을 때 그때 당시 아주 친하게 지내는 선배와 나는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었다. 일반 극장과는 다른 상영방식 그러니까 최신 개봉하는 영화를 틀어주는 그런 극장이 아니라 오래된 명화들을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컨셉으로 극장을 개관한 것이였다. 그것도 공중파를 통해서 흑백 5번 칼라를 입힌 필림 2번 도합 7번을 봐재낀 `카사블랑카'를 상영한다는 말에 그 선배와 나는 표를 사서 단번에 들어가 상영시간 내내 이 영화에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 감상내내 험프리 보가트가 내뱁는 대사 하나하나를 따라하면서 히죽거리면서 영화에 몰두했고 마지막 엔딩에서 공항을 쓸쓸히 떠나는 험프리 보가트를 보면서 약속이나 한듯이 그선배와 나는 눈물이 글썽거리며 엄청난 감동을 맞았던 기억이 난다.                                                                                                   

깍아놓은 조각마냥 잘 생겼다고 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키가 훤출하게 크지도 않고 (소문엔 상대역인 잉그릿트 버그만 보다 작았다고 한다) ,아놀드나 실베스타처럼 엄청난 근육으로 영화상 나쁜놈들을 도륙을 하는 것도 아닌데도 난 이 인상팍팍 쓰는 작달막한 배우에게 열광을 하는지..그것도 내가 태어나기 14년전에 요단강을 건너버린  이 배우에 환호를 했는지....(지금도 역시 좋하는 배우 중에 하나..)

작년 언젠가 저녁에 케이블에서 하는 걸 우연히 캐치해 손사례치는 마님을 강제로 앉혀놓고 같이 봤던 기억이 난다. 마님 역시 와! 멋지다를 연발했던 그가 이젠 추억의 배우라는 사실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P.S. 이제 시네마 오즈는 재정이 문제였는지 무슨 사정이 생겼는지 더 이상 초창기의 상영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기존 극장들과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헵번의 영화도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이젠 우리나라에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카사블랑카는 칼라보단 역시....흑백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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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2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백영화의 맛이라는 게 있더군요. 흑백사진의 아름다움처럼요~

Mephistopheles 2006-01-2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맞아요...어떻게 보면 요즘처럼 CG로 도배를 하는 영화보다는 더 인간적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2005년 말 정확히는 아마도 12월 30일이 아니였을까 생각이 되어진다. 그 날 일찍 사무실을 나온 나와 막내 직원은 책을 구입하고자 사무실에서 가장 가깝다는 강남터미널 지하에 있는 Y문고로 향하였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서점이며 종로에 있는 모대형서점에 비해 답답함이 덜한 관계로 자주찾는 이 문고에 들어서서 각자 필요한 책을 고르고 있었다.  작년에 입사해 온갖 궂은 일을 해온 막내에게 선물이라도 하나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만만한(?) 폴 오스터의 소설을 하나 사주기로 생각하고 작가의 작품군들이 꽂혀있는 책꽂이로 향하는 순간 상당한 낭패감을 느끼게 되었다.

서가와 서가 사이에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책을 붙잡은 젊은 것들(추정나이 20대)이 폴오스터로 향하는 모든 길들을 장악하고 있는 사실이였다. 가벼운 헛기침으로 길내기를 유도했던 나는 그들에게 일종의 개무시를 당하는 수모를 3차례 겪은 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덩치빨과 쫙 찢어진 가재미눈을 최대한 팽창시켜 나즈막한 사자후를 내질렀다.

`(약간은 소심한 버럭)실례합니다. 지나가게 길 좀 비켜 주십시오!!'

효과는 즉각 나타났고 모세가 홍해를 이렇게 갈라버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행동은 매우 빠르고 민첩했다. 유유히 폴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쟁취하고 왔던길로 어떠한 방해물 없이 조용히 돌아온 나는 카운터의 직원에게 돈과 함께 책을 내놓고 막내와 만나 유유히 서점을 빠져 나왔다.

책을 읽겠다고 독서를 하겠다고 하는게 그걸 뭐라 그럴 순 없는 상황이지만 여건만 된다면 난 그들에게 몸소 다가가서 그 팽팽한 피부의 이마에 `배려' 란 단어를 아주 최대한 정성스럽게 써주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의 모습은 요즘 읽은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 나오는 올망졸망 모여있는 `부흐링 족'이 많이 생각났다..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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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1-2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20대는 아니지만 서점 갈 일있으면(그러고 보니 서점 안간지 2년 가까이 되는 듯...^^) 이마에 '배려'를 써붙이고 가겠습니당~ ^^

Mephistopheles 2006-01-25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하하....^^ 설마요 여기 알라딘에서 서재질 하시는 분들은 그러시지 않으시겠죠...

마태우스 2006-01-27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영풍문고가 아닐런지요?^^ 아무튼 메피님, 협박으로 얻은 소중한 휴일 잘 보내시구요, 설 즐겁게 보내시어요. 토일월은 너무 잔인해요, 그죠???
 

 



손가락을 쉼없이 쓰는 직종에 있다 보니 그래도 남들보단 손가락이 민감하고

잘 작동한다고 자신있었던 나에게 요즘 좌절이 왔다.

작년 생일날 마님이 마당쇠의 생일선물로 PSP라는 깜찍한 기계를 

사주셨다.

쉽게 말해 엄청난 당근을 던져주신 것이였다.

이에 부흥해 정말 열심히 이 기계를 애지중지 했고 잘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1월달에 나온 국산게임 하나가 날 좌절을 나락으로 빠트려 버렸다.

DJ 맥스 포터블......!!

리듬음악액션이란 장르를 표방한 이 게임은 쉽게 말해 오락실에 있는 발로 하는

펌프를 손가락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었다.

난이도에 따라 4버튼,6버튼,8버튼..이렇게 3가지 모드가 있는데...난 이 게임을

산지 2주가 되어 가는데 4버튼 D랭크에서 절절 해메고 있는 것이다.

모 사이트에 보면 왠 귀신같은 놈들이 손가락이 안보일 정도로 8버튼을 A랭크를

받는 걸 보면 쉬워보이는데 막상 하면 그게 안되는 것이다.

이 나이에 젊은 사람들 손가락을 따라간다는 것이야 무리가 있겠지만.....그래도

격차가 너무 나니 참으로 허무하기 그지 없다.

오늘밤에도 노력과 근성을 불살라 좀 더 발전된 랭크를 받아보고 싶다...

P.S. 2만장이나 팔아 재끼는 것도 모잘라 일본에까지 역수출이 되고 있단다..

         이 게임이 나에게 좌절은 주고 있지만 대견한 놈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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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서 아주 늦은 새벽에 하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표면적인 영화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고 이거 야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보다가 자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시청을 했고

결국 난 새벽 4시가 넘어서 끝까지 봐버리고 말았다.

야하다 생각하면 야한 영화일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중년경찰과 중3소녀의 무모하고 거칠지만, 애절한 사랑만큼은

영화의 큰 주제를 벗어나지 않았다.

남자의 반쪽 문신을 자신의 등에 마져 채우면서 이 영화는

두사람이 맺어진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고 생각하기엔

묘한 여운이 있다.

마을을 떠나는 두사람의 모습을 끝으로 암전 후 들리는 두발의

총성은 개운하지 못한 결말을 이끌고 있다.

호연을 한 두배우의 연기가 정말 압권이고 시종일관 내내 묵직

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중간중간 실소를 하게 만드는 바보오빠

의 모습 또한 볼 만 하다.

연령을 초월한 사랑...상처받은 소녀의 안식처가 거칠고 과거가

지저분한 중년남자의 품 밖에 없다는 영화 속 현실이 너무나

아쉽고 애절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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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무엇인가요.?
누군가 물어본다면 난 서울 정동에 있는 대한 성공회 성당입니다..라고 말 할 것이다.
건축물 자체의 외형의 아름다움을 말하기 앞서 이 건물의 사연 또한 너무나 아름
답고 멋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사실 그때 당시 다 짓지 못한 미완의 건물이였다.
원래 장방형의 십자가 모양을 형성화 해야 했지만 외압에 의한 일자형의 반쪽자리
건물로 지내온지 100여년이 흐른 후 대한 성공회 100주년을 기념하여 1996년
광장건축의 김원이라는 분의 설계로 증축이 된 건물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의뢰를 받은 건축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총 동원해 철과
유리로 구성된 현대적인 형태로 나머지 증축분을 완성하려 했단다.
그런데 영국의 한 촌구석 박물관에 원본 설계도가 보관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계자 일동이 영국으로 날라가 설계도를 살펴 보게 되었다.

100여년이 지난 설계도면은 단순한 설계도면이 아닌 예술품 그 자체였으며, 당시
설계자였던 `아서 딕슨' 이라는 영국인 건축가의 이 위대한 작품 앞에 김원씨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자신이 구성한 증축계획을 전면 재수정해서 원본 설계도의 이미지대로
층축을 하게 되었다.

나 역시 우연히 본 그 설계도면에서 문손잡이 경첩 창틀등 현대건축에선 대량생산
으로 개체적인 의미가 쇠퇴해버린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쓴 딕슨의 설계도에 깊은
감동과 함께 엄청난 자기반성을 헸던 기억이 있다.
또한 증축 당시 기존의 조적과 같은 질감을 얻기 위해 시공을 했던 건설회사
측에선 비슷한 토질의 중국에서 벽돌을 만들어 조달했던 시공건설회사의 숨은
노력 또한 이 건물의 아름다운 사연 중에 하나라고 보고 싶다.

증축 후 우연히 구경갔다 성공회 관계자분의 자세한 설명을 들었을 때 이 성당의
많은 비밀아닌 비밀을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첫번째는 이 성공회 성당의 중앙 바닥에는 어떤 인물의 전신상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다.  대한 성공회 1대 교주이신 그분의 시신이 그 부조 밑에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두번째는 초기 건물 완성 시,  완공식을 기념해서 전세계 성공회 성당이 한날 한시에
타종을 해서 이 건물의 완공을 축하 해줬다고 한다.

그 밖에도 널리 알려진 사실로는 동양에서 유일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라는 것
또한 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아주 가끔 이 건축물을 지나칠 때 마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이 건물을 바라본다.

100년전의 건축가의 예술혼과 100여년이 지난 후의 겸손하고 겸허한 건축가의
마음가짐에 난 언제나 반성을 하며 감동을 한다.
외피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이 건물의 성립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하는 사람은 아마 나 뿐만은 아닐꺼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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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1-24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차되어 있는 차 한대만 없음 더 좋은 사진이었을텐데요.ㅎㅎ
언젠가 저곳에 한번 꼭 가보겠어요.

Mephistopheles 2006-01-24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님 저 사진 역시 제가 퍼온 거라 어쩔 수가 없네요..^^ 그리고 꼭 가보세요..

비로그인 2006-02-08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진짜 아름답군요
제가 로마네스크양식의 교회를 특히 좋아한답니다..^^

Mephistopheles 2006-02-0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아이구....어쩔쓰까요..사야님..이제야 봐버렸어요...^^
죄송해요~~
전 기회가 된다면 양식은 다르지만 이스탄불에 있는
성 소비아 성당 꼭 구경가고 싶어지더군요..^^

토토랑 2008-02-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파이낸스 빌딩 있을때 가끔..
목요일 직장인 예배 시간에 그냥 가서 앉아 있곤 했는데
처음엔 미사보고 천주교회인가 보다하고, 나와서야 아 성공회 구나 하고 알고
본당이나 직장인 예배 드리는 작은방(?) 이나 가서 앉아 있곤 했었는데
여기가 그런 사연이 있는 곳이었군요.
메피님 덕분에 숨겨진 이야기를 또 하나 알게되었네요 감사합니다. ^^;;

토토랑 2008-02-12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치만..-_-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도 그렇고..
설계할때 가구 까지 같이 설계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메피님 ^^?
제가 잘 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