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 (エンディングノート, Ending Note, 2011)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했던가. 단지 차이가 있다면 42.195Km라는 한정적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과 달리 인생의 종착점은 다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한발자욱을 채 내딛기도 전에 경기가 끝날 수도 있고 어느 누구는 42.195라는 체감적 거리를 넘어서 여전히 달리는 중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생은 마라톤 같다는 표현은 틀릴지도 모르겠다. 결승점이 제각각이고 그 결승점은 어느 누가 지정할 수도 없는 숙명 혹은 운명 같은 것이기도 하니까.

 

경우에 따라 틀린가 보다. 평생을 열심히 달란 남자 하나가 다른 누군가와는 다르게 결승점의 위치를 먼저 통고 받게 된다. 좋은 상황은 절대 아니다. 어쩌면 암울하고 어두운 불행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위암 4기의 말기 암. 수술은 이젠 불가능할 정도. 회복을 위해선 확률이 지극히 떨어지는 항암치료뿐이란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이 남자는 의외로 담담하다. 타인과 다르게 자신의 한정된 결승점을 항해 여태까지 그래왔듯 묵묵하게 페이스를 유지한다. 단지 틀린 점이 있다면 남아 있는 거리에서 뛰어왔던 거리를 정리하는 순서를 밟는다.

 

다큐멘터리 속 주인공은 이렇게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천천히 정리해가는 순서를 그려가고 있다. 막내딸이 아버지의 남은 인생을 차근차근 기록한다. 냉정한 촬영자의 입장에서 살짝 벗어나 살갑게 자신의 아버지와 대화도 나누며 그간 느끼지 못했을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첨가해가는 건 모든 이러한 류의 영화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미덕중에 하나다.

 

기적이나 엄청난 반전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죽음이란 결승점의 위치 역시 변하지 않는다. 이런 극적인 클라이맥스가 포함되지 않아도 이 다큐는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주는 클라이맥스는 분명 존재한다. 무덤덤하게 보고 있던 나 역시. 병원 침대 위에서 쇠약해진 목소리를 끌어올려 조용히 옆에 앉아 있던 부인에게 힘겹게 건네는 “아이시테루(사랑해)” 한 마다만큼은 뱃속 깊숙이 뭔가를 욱하게 만들어줄 만큼 강력했었다.

 

태어나 세상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논리에 우린 절대로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다. 운명이나 숙명 따윈 개척하기 나름이라지만 이런 자연논리 앞에선 무의미하고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살아왔다와 잘 살아왔다가 엄연히 틀리듯. 얼마인지 모를 남아있는 삶을 개척해나가는 만큼이나 정리해 보는 것도 어쩌면 우리가 말하는 잘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모 영화 평론가의 말처럼 유행성 버킷리스트라 평가 절하할 필요성까진 못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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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3-01-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영화도 있었군요. 전혀 모르는 영화지만, 엄청난 반전 따위는 존재하지 않기에 아마도 그 한 마디가 강력한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예고편이 좋기는 한데, 굳이 저런 음악을 깔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Mephistopheles 2013-01-22 09:56   좋아요 0 | URL
그냥 어떤 남자가 혹은 어떤 아버지가 마지막 남은 생애를 바쁘게 살았다는 이유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가족과 함께하는 1년여의 기록인 영화입니다. 그런데 슬프다기 보단 의외로 영화가 밝아요. 그리고 이 음악은 다큐 제일 마지막에 엔딩곡처럼 흘러나오는 일종의 닫는 노래의 역활을 합니다.^^ 시종일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진 않고요..^^(우리나라에선 나레이션을 배우 "한지민"씨가 했다고 하더라고요. 꽤 잘 어울렸을 듯.)

프레이야 2013-01-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작년 연말에 봤는데 너무나 좋았어요.
슬프지만은 않은 벅차오름 같은 걸 느꼈어요. 눈물로 정화되는 느낌도 받구요.
웃다 울다 그랬지요.

Mephistopheles 2013-01-22 09:57   좋아요 0 | URL
전 이 다큐 다보고 나서 슬픈 감정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더 살고 싶다고 버둥거리기보다 한정된 시간을 그리고 자신의 부재로 인해 일어날지도 모를 불편함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moonnight 2013-01-2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도 잘 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끔 저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는데요.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조금만 끼치고(아예 안 끼칠 수는 없을테니;) 가고 싶단 게 제 소망이에요.

Mephistopheles 2013-01-22 17:44   좋아요 0 | URL
전 이 다큐를 보고 세상을 살건 일을 하건 무엇을 하건 간에 일을 시작하거나 벌려놓는 것 못지않게 정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얼마 전 잠깐 페이퍼에 등장했던 똑똑한 조카 놈은 아마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패를 맛보았나 보다. 수재소리 듣는 영특한 머리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단독 선두라는 그 아름답고 달콤한 열매를 누구에게도 빼앗겨 보지 않았던 녀석이 대학입시(우리말로 말하면 수시)에서 소위 빠꾸를 맞아 버렸다. 주변 상황의 불리함도 작용했었나 보다. 다민족 국가로 이루어진 조카의 국적에서 소위 황인종(동양인)의 명문대학 비율을 낮춘다는 기사를 얼핏 봤었는데, 아마도 그 피해자가 돼 버렸나 보다.

 

녀석은 그 결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분하고 억울해서 하루 종일 펑펑 울었다고 한다. 자기보다 못한 같은 학교 멕시칸은 합격이 되었는데 자기는 떨어졌다는 서러움. 더불어 단 한 번도 달콤하고 영광스런 정상의 열매를 놓쳐보지 못했었던 그 경험에서 오는 공황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누나와 장시간 통화를 하며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언젠가 맛 볼 실패의 쓴 맛을 더 나이 들기 전에 맛본 것은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라.” 우리가 내린 이 결론은 조카 녀석과 레벨은 다르지만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던 나보다 한 살 많은 친척의 경험에서 유추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대학과 대학원을 전액 장학금으로 나와 천조국으로 날아간 그는 부푼 꿈을 꾸며 그곳에 정착하길 원했었다. 결혼도 일찍 하고 애도 둘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걸림돌도 없이 그 나라 유수 거대 그룹에 당연히 취직이 되어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정착할 꺼라 예상했었다.

 

결과는 출신학교(스탠포드, 예일 출신들)에 밀려 그가 설계했던 인생계획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아마 어린 시절부터 무던히도 보아왔던 그 친척의 발전과정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실패라는 쓰고 떫은 열매를 한입 씹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그의 위치에 걸맞게 국내 대기업에 입사하여 차근차근 진급하며 다시 어디가 끝일지 모를 정상을 향해 나가가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귀국했던 누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 병문안 차 그 친척을 만났는데 너무나 늙어버렸다고 한다. 나보단 한 살 많고 누나보단 한 살 적은 그의 나이에 걸맞지도 않을 정도로 노화가 심하게 진행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누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너무나 찌들어 버려서 혹시나 건강에 이상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역시 속칭 세파를 겪을 대로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창 일할 때 경쟁에서 뒤처지면 바로 정리의 수순을 밟게 되는 대기업의 생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진 경쟁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 땅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가정과 자녀의 교육과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와 만나 장시간 나누었던 대화의 내용 역시 자신의 현재 위치와 끊임없는 경쟁, 그리고 실패의 두려움에 대해서였다. 적어도 나의 눈에 그는 그때 그 찬란했던 정상에 있었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실패는 두렵고 우울하다. 만성이 되면 자포자기로 갈 정도로 위험하기까지 하다. 내 조카나 친척이 느꼈을 그 실패야 내 입장에서 코웃음을 칠 경우일지라도 당사자가 느끼는 그 강도는 아마 똑같을 것이다. 단지 지금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조카가 삼킨 그 실패의 열매는 피가 되고 살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인생의 시작부터 끝까지 영원한 승승장구는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언제가 닥칠지 모를 그 쓴맛이 조카에게 가장 적당한 나이에 오지 않았나 싶다. 너무 늦게 와도 문제 너무 빨리 와도 문제일 수 있는 그 쓴맛을 천천히 음미하길 태평양 건너 가지가지 오만가지 실패를 경험해봤던 삼촌의 경험상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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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13-01-11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의 쓴맛이 가장 적당한 나이에 왔다는 말씀에 동감해요. 나이 먹어서 헤매거나 그러면 부끄럽지만 그 나이 땐 뭐든지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나이 땐 그걸 잘 몰라요.^^

Mephistopheles 2013-01-14 17:59   좋아요 0 | URL
돌이켜 생각해 보니....정말 그 나이 땐 그걸 정말 잘 몰랐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이진 2013-01-11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저도 문창과 가려면 제 실력이 부족한 관계로 재수 정도는 결심하고 있는데... 막상 저런 순간이 닥치면 힘들 것 같아요. 정시는 남았지 않나요? 부디 좋은 결과 있기를...

Mephistopheles 2013-01-14 18:00   좋아요 0 | URL
울 나라와는 입시제도가 사뭇 다르기도 하지만서도, 큰 문제없이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어느정도 장학금의 혜택을 받고 갈 순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단지 자신만만했었는데 그 실패로 빈정(?)이 좀 상한 상태인것 같습니다..^^
(아주 건방지죠..ㅋㅋ)

세실 2013-01-1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인으로서 외국에서 겪어야 하는 불이익이 아직도 많군요. 조카 안쓰럽네요.
국내에서 승승장구하던 나까지 읽고는 메피님인줄 알았다는....ㅎ

Mephistopheles 2013-01-14 18:01   좋아요 0 | URL
그 녀석은 외모만 한국인이지 사실 그 나라 국적사람이죠. 그래도 한국말은 제법 잘하는 편이지만서도 아무리 선진국일지라도 피부색에 따른 불이익은 존재하나 봅니다. 아무래도 그 나라의 근간을 잡고 있는 종족이 앵글로섹슨+유대인이다 보니까요.

ㅋㅋㅋㅋ 설마 제가 그리 잘 나가는 인생이겠습니까..^^

마태우스 2013-01-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력이 있는 아이라면 1년 늦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길고 긴 인생에서 1년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팍삭 늙어버린 또 다른 친척분 얘기를 들으니 제 생각이 납니다. 술 그렇게 먹을 때도 안늙었었는데 논문을 열심히 쓰다보니 팍삭 늙었단 소리를 부쩍 듣더군요. 역시 사람은 좀 놀아야 하나봐요

Mephistopheles 2013-01-14 18:04   좋아요 0 | URL
재수까지는 가진 않을 것 같고 이래저래 선택의 폭이 넓으니까 아마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뭔가 하나 발을 거는 안전장치쯤 하나 경험했으니까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껍니다..^^

논문을 술술술 쓸 수 있다면야 늙기야 하겠습니까. 그런데 지구상에 논문을 술술술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잘 놀아야 잘 안늙는다고 하긴 하더라고요..^^

비연 2013-01-12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 인생은 어차피 희비곡선이 엇갈리는 과정인데, 미리 실패를 맛보면 나중에 더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 듯. 젊을 때 많은 생각과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기회도 될 것 같구요... 대기업에 계신 친척분은 안스럽네요.. 더 높은 자리를 위해 주야를 불문하고 인생을 던지고 있을 삶이 보이는 것 같네요. 무엇을 위해 그리 살아야 하는 건지. 폭삭 늙어가면서까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라 그런지, 메피님 페이퍼가 확 와닿네요..

Mephistopheles 2013-01-14 18:05   좋아요 0 | URL
폭삭 늙은 것 뿐만이 아니라..머리도 너무 빠져 부분가발까지 썼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반짝반짝 빛났던 친척이었는데 말입니다. 그 집에선 애꿏게 결혼을 너무 일찍 했다고 후회를 하긴 합니다.(참 안좋은 후회지만 사실 딸린 식구가 없었다면...아마 다른 삶이었을지도 모르죠.)

토토랑 2013-01-1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주변 분 이야기인데.. 미국 대학교 원서낼때 부모의 몇년간 세금 납부실적을 같이낸답니다. 대외적으로는 세금을 많이 냈으니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다?? 이고..
실질적으로는 많은 세금 = 부모의 빵빵한 경제력.. 이 되니까 학교입장에서도 여로모로 좋다는 것도 있지요. 장학금 선발에서도 부모의 택스 정도가 주요한 지표의 하나이구요.
어찌보면 대 놓고 있는집 자식 우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3-01-21 18:18   좋아요 0 | URL
세금 납부실적까지는 모르겠지만...그래도 나름 살고 있는 주에서 성적만으로는 고등학교 1등이라고 하더군요. 최근 통화하며 확인해 보니 득달같이 주지사,시장, 학교장까지 그 학교에 편지 때려 시정해달라 했고 그에 맞게끔 그 학교에서 착오가 있었다...라는 등의 편지가 왔다고 합니다. 결론은 H대나 M대나 J.H대를 골라서 갈 수 있는 상황이라더군요..허허..거참.

광화문연가 2013-01-22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분이 굉장한 수재인가 봅니다
같은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많이 부럽네요 ㅎㅎ
성적 만으로는 갈수있는 학교가 아님을 알고있기에 더욱 부럽습니다
하버드-H 엠아이티-M 존스홉킨스-J.H
이거 맞죠? 누나분 연락처 부탁 드려도 되나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1-22 17:49   좋아요 0 | URL
전 사실 수재인지 아닌지 잘은 모르겠는데 가끔 페북이나
트윗을 보면 그 지역 학교에서 꽤 유명하긴하더군요..^^

하이스쿨 기간동안 틈틈히 병원자원봉사 시간도 제법 된다고 하더군요.
(아마 이건 누나의 어느정도 전략성이 좀 결부되어 있는 듯 하고요..)

이니셜 학교는 맞습니다. 저도 사실 좀 놀랍습니다. 딴나라 TV속 대학이야기가 주변에서 들리니까요.

누나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애 교육 때문이아니라 그나라 시민권자랍니다..^^
 

 

 

아놔....음부습진이라니...그래도 뜻은 좋군...

 

출처 : http://kr.shindanmaker.com/22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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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3-01-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인생을 함축한 사자성어는 朗心擺悅(낭심파열) 입니다. 밝고 순수한 마음은 언젠가 행복의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입니다.. 뜻은 좋은데 [낭심파열]..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3-01-14 18:06   좋아요 0 | URL
이게 참 누가 만들었는진 몰라도 사자성어는 아주 살벌한데 뜻은 참 좋아요. 꿈보다 해몽일까요...ㅋㅋ

깐따삐야 2013-01-1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패가망신 나왔어요. 그래도 메피님의 음부습진과 비연님의 낭심파열 덕분에 조금 위안이 되었어요. ㅋㅋ

Mephistopheles 2013-01-14 18:06   좋아요 0 | URL
전 유명인들 몇명 이름 넣어봤는데..가장 앞권이..."맨날삽질"이더군요..ㅋㅋ

Joule 2013-01-1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요.시발노마(施撥勞馬)래요. ㅡㅡ'
경주마처럼 열심히 일하는 근면성과 남들에게 베풀줄 아는 인품을 가졌다며.

제 친구는 족가시오(足加示悟) 나왔어요. 만족을 더하여 깨달음이 보인다는 뜻으로 작은 것에도 만족할줄 아는 미덕을 의미한다고.

Mephistopheles 2013-01-14 18:07   좋아요 0 | URL
그래도 "고자라니"보단 훨씬 좋습니다...누군가의 이름을 넣었더니 그게 나오더군요..ㅋㅋ (쌤통이다 생각했지만..)

프레이야 2013-01-11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야임마래요. 뜻은 좋으네요. 구성원들을 하나로 모아 잘 이끌어가는 리더랍니다. 모야임마!

Mephistopheles 2013-01-14 18:07   좋아요 0 | URL
음..이참에 프레이야님을 구의원으로 밀어봐야 겠군요. 구의원 다음에 시의원 그 다음에 국회의원...

뷰리풀말미잘 2013-01-1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미잘님 인생을 함축한 사자성어는 愚懶嫉年(우라질년) 입니다. 어리석음과 게으름으로 해가 바뀌것을 슬퍼한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사세요. 라네요.. 저는.. 우라질년이군요. ㅋㅋ 우라질..

댓글 보니까 '고자라니'도 있었습니다. 음부습진은 양호한 편이네요.

Mephistopheles 2013-01-14 18: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왠지 말미잘님의 인생이 아니라 말미잘님 페이퍼의 "관용어구"가 나온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3=3=3=3=3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거야”

 

HBO의 미드 “뉴스룸” 중에 한 부분을 보고 혼자 묵직해지기 억울해서 한 번 올려봅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내 속에 울림이 제법 크다보니  집에 쟁여 논 보드카 한 병에 안주 만들어서 지성 있는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상의 인물, 허구의 세계라는 드라마일지라도 자연스럽게 우리의 현 모습과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희생을 하고 가난과 싸우고 지성을 존중했던 시대. 그런 시대가 있었던가? 술 좀 마셔보면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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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1-0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신없이 봤어요. 이런 미드가 있었네요. 메피님 덕분에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술 한 잔 생각이 나네요. (오징어 튀김을 직접 만드셨어요? 또 한 번 깜짝 +_+;)

Mephistopheles 2013-01-10 12:48   좋아요 0 | URL
저 주인공이.....덤엔 더머에 나오는 "더머"라죠...^^ 오징어 튀김은 직접이 아니라 간접입니다..^^

moonnight 2013-01-10 17:37   좋아요 0 | URL
헉 맞네요. 어디서 많이 봤다 싶더니 +_+; 더머씨가 너무 달라지셨어요!!!
 

 스시를 쥔다.( 낚시성 제목이었습니다.죄송..^^)

 

 

 

주요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를 보면 무대뽀라는 캐릭터는 이렇게 외친다. “난 한 놈만 패!”

실제 영화 막판 패거리들 간의 패싸움에서 무대뽀는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한 놈만 죽어라 팬다. 영화 속 인물은 그 이름만큼이나 다른 것에 신경 안 쓰고 오로지 한 가지에 꽂히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일종의 “꼴통기질”이 다분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생활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한 가지 일에 빠지면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 사람들. 마니아라 불리기도 하고 조금 격을 낮춰 “오타쿠” 혹은 “덕후”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금 더 미화를 해보자면 “장인”의 타이틀을 심어 줄 수도 있다.

 얼마 전 봤던 다큐멘터리 “스시장인: 지로의 꿈”은 나쁘게 보자면 나이든 할아버지의 무서운 집념이며 스시에 대한 “오타쿠”이며 좋게 보자면 장인의 삶의 현장이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의 조용한 집념과 고집은 굳이 격하시키거나 평가 절하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고집은 있으나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언제나 최고를 지향한다.

 

그건 단지 미슐랭 가이드 유일한 별 3개짜리 최고령 쉐프이며, 10개의 비좁은 좌석에 예약이 아니면 한 조각의 스시도 먹을 수 없는 (그나마 예약도 밀려 반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눈에 보이는 명성만으로 판단할 순 없어 보인다. 그리고 시종일관 보여주는 화려한 스시의 퍼레이드 역시 이 다큐의 메인디쉬라 판단하기에도 주저스럽다. (라고 하지만 그 날 저녁 마트에서 사온 격이 떨어지는 차가운 초밥 세트를 흡입하며 대리만족했음.)

 

  이런 보편적 명성과 화려함보다 차라리 등장인물들의 짤막한 인터뷰에 중심을 실어주고 싶다. 언제나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된 생활을 하는 85세의 노인네가 초밥을 이야기할 때 보여주는 반짝반짝 빛나는 소년 같은 눈빛, 스스로 형편없는 아버지라 평가하며 자식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비춰주는 모습, 견습생으로 들어와 가장 간단한 계란요리를 수백 번 넘게 반복하다 스승에게 “잘했다.”란 한 소리에 대성통곡을 했다는 보조 주방장. 아버지의 대를 이어 주방을 지키는 아들이 옛날에 비해 좋은 생선 구하기가 힘들다며 스시의 재료가 부족하더라도 무분별한 남획과 포획만큼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 찾아온 손님을 위해 보이지 않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남, 여 손님의 식습관과 왼손잡이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 등이 오히려 메인디쉬의 격식을 차리고 있다.

 

맛있고 화려한 요리는 눈으로 먹었고, 그보다 넘치는 영양소를 심리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는 오래간만에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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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1-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가뜩이나 배고픈데 ㅠㅠ 초밥먹고싶어요. 엉엉 ㅠㅠ

Mephistopheles 2013-01-04 14:32   좋아요 0 | URL
강남역 부근에 회전초밥집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하지만 먹다보면 쌓이는 접시와 계산 할때의 충격파는 책임지지 못함)

moonnight 2013-01-05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밥 저도 좋아하는데!!! ㅜ_ㅜ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도 이 초밥명인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장인의 모습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

Mephistopheles 2013-01-05 21:46   좋아요 0 | URL
초밥 저 역시 좋아하는데....넘 비싸다는...^^ 장인의 그 모습이 참 존경스러운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 위치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희생하고 버렸을까요. 이 다큐의 주인공 지로씨도 역시 자식들에겐 너무나 매정한 모습을 보여줬어요. 대학을 가고 싶은 얘들에게 진학하지 말고 초밥가게 일 도우라고 매몰차게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마태우스 2013-01-0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제목 굿입니다! 그나저나 85세라니, 대단하네요. 전 어제 좀 무리했더니오늘 하루종일 잠만 자고 있다는.... 참고로 전 생선회를 먹을 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호호. 초밥도 좋지만, 너무 비싸지 않나요? 하나에 2천원인가 그러는데, 열두개 먹어도 배가 안고픈데, 그럼 한 서른개 먹어야 되는데 그럼 6만원이잖아요!!!

Mephistopheles 2013-01-05 21:54   좋아요 0 | URL
초밥..비싸죠. 그래도 마감시간 임박한 마트에 가면 비교적 싼 가격에 급이 좀 떨어지는 초밥을 알차게 긁어올수 있다는...^^

에세르 2013-01-07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시 매니아들이 본다면, 평소보다 서너배 많은 타액을 분비하게 만들 것 같은 페이퍼네요~
달인이나 장인은 기술도 기술이지만,갖고 있는 철학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13-01-07 22:55   좋아요 0 | URL
제가 자주 인용하는 것 중에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책에 나오는 법칙인데 얻는게 있으면 분명 잃는 것이 있다. 라고 정의되곤 하죠.

지로 할아버지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아마도 수많은 것을 잃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다큐에서 그것까지 상세하게 기술되거나 표현되진 않지만, 단 한부분 자신이 형편없는 아버지였다라고 고백할때의 그 표정에 모든 것이 담겨져있더라고요.

암튼 어떤 것이던 달인이나 장인들이 가지고 있는 세상은 확실히 평범한 건 아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