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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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추리소설 한권을 읽어버렸다 그것도 가뿐하게.....
즐겨 봤던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이 언제나 사건을 해결할 때 마다 주문처럼 외우는 대사 한마디..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이 사건을 해결해 보겠어..!!'

그가 사건(주로 연쇄살인사건)에 봉착할 때 마다 기합과 주문을 함께 넣는 의미인지 이 대사를 힘차게
날리고 추리에 추리를 거듭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대체 애 할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들먹거리는지 그 실체가 궁긍해지기 시작했었다.

내가 처음 만난 `킨다이치 코스케'는 글쎄..하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어 주었다. 외손자가 그렇게 존경
해 마지 않는 이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느낌은 뭐랄까 기대했던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에 읽은 이 `팔묘촌'이라는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닌 등장인물 중 가장 큰 축을 이
루는 나 라는 존재에서 모든 사건을 기술하고 풀이해 나갔기 때문이 아니였나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
스럽게 명탐정(?) 킨다이치 코스케는 주축이 되는 모습보다는 순간순간 중요한 장면에 불쑥 튀어나와 마침
표나 쉼표를 찍어주는 감초적인 역활로써 이책에서의 소명을 다하고 있다. 마치 엄청난 인물이 의외의 영화
에 비중이 낮은 의외의 배역으로 불쑥 얼굴을 들이밀고 사라지는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이렇게 명탐정의 비중이 작다고 책의 내용이 들뜨거나 허술하지는 않는 묘한 발란스를 잡아 주고 있다.
이건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이라고 감히 판단하고 싶은 부분이다. 암울하고 비극적인 설화나 전설이 현실이
되었을 때, 비근대적인 지역의 주민들이 겪게 되는 공포와 다지미 가문의 사람들을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전개는 충분한 몰입감을 주었다. 특히 하나의 살인이 진행될때마다 고조되는 긴장감은 계속해서 책을 잡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단지. 등장하는 주연격의 여인들이 어찌 그리 쉽게도 한 대상의 남자에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약간의 우연성은 옥의 티라면 티라고 할 수 있다. (순간 착각한 것은 나 라는 주인공은 절대미남꽃미남이라는상상을 하게 만들어 버린다.)

시작을 했으니 끝을 보자는 심정으로 아마도 킨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추리소설이
앞으로의 구매리스트에 1순위 2순위를 다투게 된 것도 팔묘촌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여덟 무사의 저주의 시작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킥킥거려 본다. (이래서 내가 추리소설 안잡을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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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것이 긴다이치가 등장하면 나오는 법칙입니다. 김전일도 등장하면 여자들이 모두 좋아라하잖아요^^

paviana 2006-08-2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전일이보다 그 형사가 좋아요.ㅎㅎ

chika 2006-08-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은 여자가 아닌가부죠. =3=3=3

Mephistopheles 2006-08-23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아무리봐도 작가가 여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었나 봅니다...^^
파비님 // 그 전일이 라이벌로 나오는 뾰족하게 생기고 안경낀 엘리트요.?
치카님 // 엥...왠 갑자기 뜸금없는 여자가 아닌가 부죠..?? 라뇨..^^

아영엄마 2006-08-2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 잘생긴 형사!! 파비아나님, 저두요~~ ^^*

Mephistopheles 2006-08-24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샤프한 척하고 엘리트 티 팍팍 내는 모습이 좀 재수 없던데...^^=3=3=3=3
 
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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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에는 앙상하게 가지를 내리고 있는 나무 한그루가 전부인 연극이 있다.
나오는 등장인물 또한 5명을 넘지 않는 비교적 적은 인원의 극중인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연극이 있다. 모호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 수많은 사람들은 조금씩 불꽃이 일어나는 석탄불마냥 점점히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고, 지금은 지구상 어딘가에서 어느나라 언어로 공연이 되고 있는 연극이 있다.

원작을 접하면서 적잖게 당황하게 되었다. 무식한 나의 짧은 지식의 한계라서 그런지 난 지금까지 원작 소설이 있으며, 이를 토대로 연극이 만들어 졌다는 진실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지만, 책을 본 순간 여지없이 진실은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책 자체가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 였다는 사실...처음부터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는 사실에 소심하게 약간 붉게 물든 얼굴로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마주하게 되었다.

결과는 참담..그 자체 였으나, 책 뒤에 나와 있는 나름대로 전문가의 분석을 보고 나서 이 연극과 원작이 `부조리극' 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는 자체적인 평가를 내려버리고 말았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제목에서 처럼 두 주인공인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인물이 고도라는 사람을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듬성듬성한 나무 한그루만 있는 장소에서 기다리는 이야기이다. 왜 기다리는지도 얼마나 기다리는지도 언급없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내용이 전개되어 간다.

인물

주역 이외에 나오는 인물 역시 세명 뿐... 그 을씨년스러운 고도와의 만남의 장소를 지나가는 목줄이 묶인 럭키와 그의 목줄을 잡고 있는 포조....그리고 거짓인진 진실인지 고도라는 인물의 유일한 존재 를 알려주는 소년뿐이며, 각자 인물들은 하나하나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블라디미르의 경우는 나약한 존재임에는 분명하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소신을 시종일관 보여주고 있으며, 그와 비견되는 에스트라공의 경우 축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거친 바람에 팽개쳐친 연처럼 위태위태한 자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 등장인물들 중 가장 나태하고 불쌍한 모습을 보이는 목줄에 묶인 노예같은 럭키의 경우 현실순응적인 자폐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목줄의 끝을 잡고 있는 포조의 경우 권력과 부를 가졌으나 그것뿐인 속빈 강정의 모양으로 나타내어지고 있다. 그리고 고도의 존재를 알려주는 소년의 경우 거짓말 양치기소년의 모습과 내일..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희망을 조금씩 품게 해주는 이중적인 상태를 보여준다.

총2막으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마치 옛날에 봤던 `사랑의 블랙홀' 의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단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매일매일 마주치는 똑같은 일상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단 이틀동안 똑같은 인물을 만나면서 그들의 행동은 첫날의 가식을 둘째날 무너트려 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고도(Godot)

고백하건데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이 연극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한문으로 고도(高度)인 줄 알았었다. 나중에 되어서야 이것이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사람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연극이나 책에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 이후에나 알게 되었다.

책에서 블라드미르와 에스트라공이 기다리는 고도라는 인물은 절대자 혹은 구세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고도가 이 두사람에게 무엇을 해줄지,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지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가 전무하지만, 이 주인공 두사람이 애타게 찾으면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무언가 커다란 것을 주어줄 수 있다고 유추가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작가가 이것을 집필한 시기 자체가 2차세계대전 전후의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건데,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인간성의 회복, 물질적, 정신적인 복구를 추구하는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잡초(Weeds, 1987)



닉 놀테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는 영화 전체의 줄거리를 떠받드는 위치를 가지고 있다. 종신형 선고를 받은 죄수가 저주받은 삶을 괴로워하며 계속되는 자살시도 끝에 이 연극을 보고 개심을 하면서 연극 극작가 겸 배우로써 `잡초'라는 연극을 만들면서 또다른 인생을 산다는 내용이였었다. 오래된 영화면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임에도 기억을 하는 이유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이영화를 통해 불현듯 봐버린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극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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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22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읽지도 읽을 생각도 못하는 책을 읽으셨군요..^^
저도 그 고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ㅎㅎ

stella.K 2006-08-2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극을 본적이 있죠. 임영웅이던가? 연출가가...그 사람은 이 작품을 전문으로 연출 한다지요 아마. 좀 어렵긴 했지만 나름대로 재밌게 본 연극이었어요. 부조리 극도 보면 보겠더라구요.^^

마노아 2006-08-2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스정류장 보고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어려워요ㅡ.ㅡ;;;;

기인 2006-08-23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은 정말 꽤 괜찮았던 듯 ^^; 사랑의 블랙홀은 정말 명작이죠? :)

Mephistopheles 2006-08-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 전 이 책의 등장인물들..특히 말한마디 안하다가 두페이지 가량의 대사를 쏟아내는 럭키의 대사는 뭔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도 않더라구요...
스텔라님 // 좀...어렵습니까...? 아 전 책보면서 머리에 쥐가 나던걸요..^^
마노아님 // 버스정류장이라면 국산영화 말씀하시는 건가요..?? 암튼 만만한 책이 아니였습니다.
기인님 // 그럼요...저 사랑의 블랙홀은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 물이였어요..^^

urblue 2006-08-23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고도'라고 생각했죠. 글구 책 산 지 백년은 됐는데 아직 얌전히 모셔놓고만 있습니다.

Mephistopheles 2006-08-2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분이 좋아집니다..저같은 분들을 발견(?) 해서요..^^
그나저나 블루님..죄송하지만 연세가......???

2006-08-23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8-2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 이런 식으로 뒷통수를 치시다니....ㅋㅋㅋ 전적으로 님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할렵니다...^^ 그리고 그분들하고 전 비교대상이 아니어요 그분들은 저기 저
피라미드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라니까요...^^

2006-08-23 16: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08-2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이에요. 머리 아프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6-08-2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 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마노아님 // 민음사 책이였군요...^^ 무식하게 저는 영화 버스 정류장 생각했었네요..^^
 
지옥 판타지 라이브러리 19
구사노 다쿠미 지음, 송현아 옮김 / 들녘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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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라는 개념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때, 종교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개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해왔다. 이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의 단속과 종교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모토에 순응하고 따르게 하기 위해 상당한 체계적인 논리를 갖춘 일종의 `가상공간'의 개념이 주축이 되어지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러나 이 가상공간의 파괴력과 효과는 꽤나 어마어마했었나 보다. 짜임새있고 잘 만들어진 가상공간은 그 어떤 현실보다 살벌하고 무섭게 묘사가 되기 때문이다. 살아서는 결코 가볼 수 없는 공간.. 지옥이라는 이름의 이 공간은 그 어떤 사실도 확인이 되어지지 않은 채 (되어질 수 없다 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글이나 구전으로, 또다른 한편은 예술이라는 분야를 빌려 회화와 조각으로 묘사되어 우리들의 눈앞에 표면화 되어서 나타나니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결과물들은 매우 끔직하며 처참하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가지게 하니 말이다.

이책은 이러한 다양한 종교적 혹은 신화적인 입장에서 주장되고 기술되어 온 `지옥'의 개념을 세세하게 구분해서 묘사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책의 시리즈답게 앞부분부터 차근차근 읽는 순서 역시 필요없게 항목별과 관심이 있는 분야에 찾아가며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여러 종류의 복잡,혹은 단순한 지옥의 구조를 책 앞에 위치시키고 흡사 지옥에 들어간다는 개념으로 입구,경계를 시작으로 점점 지옥의 중심세계로 빠져들어가는 순서로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하나씩 하나씩 지옥의 외피를 벗겨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은 받는 벌이나 고문의 종류...허허허)

지옥의 소개가 끝난 후 책의 부록같은 의미로 역사적으로 명계(지옥)에 갔다가 돌아온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는 형식으로 책은 끝을 맺는다.

이 시리즈의 전통(?)상 약간은 조악하고 가끔씩 글과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삽화가 몇몇 눈에 보이기는 하나 `판타지'라는 장르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하나하나의 세밀요소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시리즈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어 진다.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울 것이고, 그렇지 않는 사람에게는 책으로는 결코 보이지 않을까 생각되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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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8-21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미지와 어울리는 간만의 리뷰!

Mephistopheles 2006-08-2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나의 정체를 거의 간파하신 반딧불님을 예의 주목 대상자의
명단에 올려 놓겠습니다....ㅋㅋㅋ
 
오만과 편견 - [할인행사]
조 라이트 감독, 매튜 맥파든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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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로맨틱과 코메디를 적당히 배합시킨 수많은 영화들을 보고 있자면, 남녀간의 사랑이 참으로 스피디하게 전개된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만나, 만나는 순간 파지직 스파크가 일고 알콜을 섭취할 수 있는 공간에서 알콜 쫌 마셔주고 슬쩍슬쩍 바디 터치 들어가다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잡아먹을 듯한 입술접선을 시도하고 어느새 장면 바뀌었는데 침대 위....정작 중요한 이장면을 감질나게 토막내고 아침해가 떴습니다~! 후 꼭 벌거벗은 듯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여배우가 하얀 침대시트를 겨드랑이 사이에 꼭 끼우고 어깨만 드러낸 채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한 표정으로 아직 꿈나라인 어젯밤 자기를 이표정을 짓게 만든 남자를 지긋이 쳐다본다...사실 이정도면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스토리는 반이 진행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며, 이후 엎치락 뒤치락 갈등이 오고 가다 결론은 해피엔딩으로 둘이 오래오래 잘 살것이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던 영화가 정상에서 아주 잠깐 정체기를 가진 후 또다시 봅슬레이 마냥 사정없이 결말을 향하여 미끄러져 내려가는 초스피드 스토리...

 

한두번이면 봐주겠는데...비슷한 주제에 주연 배우들만 얼굴이 바뀐 포장으로 자주 울궈먹으면 아마도 식상이라는 두글자는 매우 가깝게 접근하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영화 `오만과 편견'은 요즘의 남녀간의 보편적인 사랑방식과는 차별되는 탁월한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았나 싶다. 배넷가의 영민한 둘째딸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신사 다아시는 분명 첫 만남에 타인 이상의 호감과 관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밖으로 표출하거나 표현하지를 않는다. 어쩌다가 마차에 오르는 엘리자베스의 손을 잡아주고 뒤돌아서 가면서 그손을 쥐락펴락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다아시의 모습에서는 짜증과 답답함보다는 신선하고 청량한 아름다움이 느껴졌었다. 

 

점진되는 오해속에 편견이 싹트고 그로인해 그들의 유리알 같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깨질 위기에 처하나 우리의 멋쟁이 다아시는 그동안 오해로 불러 일으킨 모든 편견을 스스로 하나하나 부시면서 당당하게 베넷가의 수장(엘리자베스 아버지)에게 다가가 딸의 사랑과 미래를 요구하는 용감함을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걷기를 워낙 좋아하는 엘리자베스를 초원에서 만나 두손을 꼭 잡고 요즘 연인들의 그 흔하디 흔한 키스조차도 나누지 않은 채, 서로의 감정을 팽팽하게 확인하면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무시하는 이 아름다운 결혼소동 스토리는 막을 내린다.

 



이 상태에서 얼굴만 앞으로 돌리면 앙선생님의 패션쇼 피날레 되겠다..


이 영화는 이와같이 주인공 격인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호감의 감정이 점차적으로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해 나가면서 확인되지 않는 사실로 인해 증폭되는 오해와 편견을 극복해나가면서 해피엔딩으로 진행되어가는 기본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비단 이 두 등장인물의 캐릭터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고 싶다. 딸을 다섯이나 둔 베넷가의 아버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 능력이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그다지 자식들에 대한 애정스런 모습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딸들을 사랑하면서 아끼는 아버지의 모습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엘리자베스의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그녀의 편이 되어 줌으로써 그 시대로서는 누리기 힘든 선택권이라는 권한을 엘리자베스에게 쥐어 주었으며, 딸의 불행에 어느 누구보다도 분개하면서 사태수습에 앞장서는 모습또한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차례 목격되고 고조된다. 

 

그녀의 어머니가 제일 밉상이였으면 밉상이였으리라.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제일 문제 많은 막내딸을 가장 먼저 시집보내면서 무언가가 가슴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아픔이 든다면서 주방에서 훌쩍훌쩍 우는 모습에서 그녀에 대한 미운 감정은 눈녹듯이 사라져 버리는 묘한 양면성을 느끼게 해주는 인물이 아니였나 싶다.

 



제일 왼쪽 딸이 그 문제의 막내딸...그리고 역시 키이라 나이틀리라는 배우는 각도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는 사진..(그래도 목은 대단히 대단히 길다~~) 아버지역으로는 나름대로 꽤 유명한 대배우 도널드 서덜랜드(24의 잭 바우어로 유명하신 키퍼 서덜랜드의 아버지 되시겠다..)


이 영화의 또다른 백미는 제작진과 감독 촬영팀의 열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의 본편을 다 본후 DVD에는 언제나 들어있는 보너스 내용이 들어 있다. 대부분 주인공역을 맡은 배우들의 인터뷰 혹은 제작과정 NG장면들이 들어 있으면 제법 쏠쏠한 재미를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그 `보너스'를 보면서 본편을 압도하는 숨겨진 노력을 발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이 고풍창연하고 아름다운 배경의 영화가 세트는 거의 안쓰고 대부분 영국에 존재하고 있는 고성과 저택에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서 아름답고 멋있다고 감탄을 했던 배경들이 대부분 실존하는 장소이면서 명소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무도회장이나 귀족가문의 집사장의 역활로 나왔던 인물들은 실존하는 오리지날 집사들이라고 하니 제작자가 영화에 들인 공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대해서는 흡사 장인정신 그 비슷한 것의 느낌을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기에.... 배경과 전경이 아름다웠기에... 제작진과 감독의 열정어린 노력을 알았기에.....그리고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아직 만나보지 않았기에..... 별 5개를 줘도 전혀 아깝지 않는 영화라고 하고 싶다.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답지만 이 장면이 역시 제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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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1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알라딘 오늘 정말 힘듭니다..ㅜㅜ
그건그렇고
너무 땡기게 리뷰를 쓰셨잖아요. 원작은 하도 오래전에 읽어 기억도 안나는데 어쨌든 보고 싶네요..^^

마노아 2006-08-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도 훌륭했는데, 영화 평도 좋은 것 같아요. 앙선생님의 피날레 장면..^^ㅎㅎㅎ
저도 조만간 이거 챙겨봐야겠어요. 몹시 궁금해요^^

moonnight 2006-08-19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직 못 봤어요. 평은 좋아도 그다지 안 땡겼는데 메피스토님의 리뷰를 읽으니 얼른 보고싶어져요 >.<

로렌초의시종 2006-08-1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역시 아버지가 정말 멋졌어요 ㅜ ㅜ 도널드 서덜랜드 원츄~~~~~~~~~~!!!

비로그인 2006-08-2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훗, 앙선생님의 패션 피날레라니, 갑자기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는 bbc 드라마로 보아서 이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콜린 퍼스 때문에(미스터 다아시에 그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어요) 상당히 궁금합니다.
그건 그렇고, 제목만 먼저 보았을 때에는 대뜸 `바베트의 만찬'을 떠올렸어요. 이 페이퍼는 분명히 그 영화나 소설 리뷰로구나! 하면서요 후훗.

비자림 2006-08-2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정말 재밌네요. 웃음으로 무장한 메피스토님.^^
다 재밌는데
"이상태에서 얼굴만 앞으로 돌리면 앙선생님의 패션쇼 피날래 되겠다.."
요기서 완전히 두 손 다 들었어요. 고마워요, 웃음 주셔서.




Mephistopheles 2006-08-21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 원작의 주인공 성격하고는 좀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분명 아름다운 영화라고 생각됩니다..문제는 사야님이 보시게 되면 저기하고 저기...저기 다 여행 가버릴꺼야.!!! 하실까봐 걱정입니다..^^
마노아님 // 허술하게 찍지 않고 상당히 공둘여 찍은 흔적이 많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원작의 다아시하고는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만족하지 않으실까요.^^
달밤님 // 꼭 보세요..^^ 매력적입니다...
로렌초의 시종님 // 정말 멋지죠 엘리자베스에게 그가 너의 사랑이냐고 묻고 그렇다라는 대답을 들은 후..눈물을 흘리면서 딸을 껴안으면서 축복해주는 장면에서 찡~ 했습니다..^^
주드님 // BBC 드라마를 먼저 보신 분들의 공통적인 말씀이..다아시가 뭐 저래~! 라더군요..^^ 그래도 조금만 한레벨(다아시만)아래로 깔고 보신다면 좋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바베트의 만찬 같은 영화는 DVD로 구하기.전무해서..^^)
비자림님 // 어 진짜 그런데...영화 보면 마지막에 해를 뒤에 지고 저런 포즈를 취하면서 있는데..딱 그생각이 나던걸요..??

비로그인 2006-08-2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군요
근데 한 발 늦었습니다 출고작업중이예요..ㅎㅎ

2006-08-21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08-2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 아니 벌써~~~!! 입니까..^^
속삭이신 빨간펜 선생님 // 아....오타가 많이 나온 이유는...약기운에 비몽사몽 해롱거리면서 썼던지라...삐질삐질.....

lovelynoa 2007-03-0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영화 너무 좋아해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 [할인행사]
재어드 헤스 감독, 존 헤더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매우 난감한 영화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보는 사람의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이 영화는
최악의 핵폐기물 취급을 받을 수도 있고, 최고의 코미디 영화로 추앙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화초반 오프닝 크래딧에 당당하게 보이는 MTV마크를 봤다면 대충 어떤 방향으로 영화가 진행
되어 가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극히 MTV스럽고 MTV다운 영화니까.

 비비스 &벗헤드

주인공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와 그의 형 깁 다이너마이트 대화를 듣고 있자면 MTV 화제(?)의
애니메이션 비비스&벗헤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버린다. 그들만큼 경박스럽거나 저속
한 레벨은 아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차원의 하이 개그를 선보여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가정에서 형과의 듀엣개그를 선보이는 나폴레옹은 학교에서는 전학 온 멕시코인 페드로와 실실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형이상학적인 개그제조를 한다. 그에 비해 나폴레옹과는 대립적인 개념으
로 나오는 스테이크 밝힘증에 걸린 삼촌 니코와의 충돌도 유쾌하고 피식거리는 웃음을 계속 생산
하게 해준다.

범상치 않은 포스가 풍겨나오는 다이너마이트 패밀리 (왼쪽부터 니코, 나폴레옹, 깁)



최고의 콤비 페드로와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페드로의 머리는 가발. 덥다고 밀어버렸음.)

알맹이 하나 없고 그냥 그냥 돈안들이고 허술하게 찍은 듯한 이 영화는 삼촌 니코가 동네 주부들
에게 사기쳐서 팔아먹는 생필품 24종 셋트에 버금가는 볼륨으로 묘한 즐거움과 유쾌한 상상을
만들어 준다. 분명 나오는 등장인물들 몇명을 제외하고는 일상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은 전혀
일반인의 그것과는 동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웃음과 유쾌함을 선사한다.
과격한 행동이 배제된 `덤엔더머'같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눌한 말투, 얼빠진 표정, 움직임 하나하나가 웃음을 유발시키는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
마지막 페드로의 학생회장 선거연설 후 펼치는 Jamiroquai의 명곡 Canned heat에 맞춰서 추는
복고적이지만 흥겨운 댄스, 영화가 끝났을 것이라 생각한 예상을 깨고 막판 형의 야외결혼식에
저언혀 안멋있고 그저 우수꽝스럽기만한 모습으로 말을 타고 등장하는 장면까지.....

분명 만인의 비웃음거리이면서 머저리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이 캐릭터가 왜이리 사랑스러
운지 영화를 즐겁게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느낌일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냥'이 아닐까.?

뱀꼬리1: 나오는 장면때마다 거의 스테이크를 우적우적 씹는 삼촌 니코를 맡은 배우는 채식주의자
라고 한다. 영화를 찍으면서 레디 액션과 동시에 우적우적 씹던 스테이크를 컷과 동시에 뱉어버리는
엄청 고생스러운 연기를 했다고 한다.

뱀꼬리2: 이 영화의 백미는 페드로의 선거유세 지원을 위해 무대에 올라 홀로 얼빵댄스를 추는 나폴
레옹 나이너마이트의 액션이라고 보고 싶다. 나도 모르게 따라 추게 될 정도로 이춤은 쉽지만 중독성
이 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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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8-10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 컨셉의 개그. 멍하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mong 님이 좋아할 만한 영화 같지 않아요?^-^ 이 영화가 MTV에서 화제가 된 건, 유치찬란한 듯 정교한 색감과 미술 덕분인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6-08-1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무님 오래간만이시네요..^^
이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보고 나서도 그냥 막실실 웃음나오는....
아마 몽님은 자미로꽈이의 음악이 쓰였다는 것 자체만으로 좋아하실 껍니다..^^

blowup 2006-08-1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그쵸? 근데 이런 영화를 보실 땐 집에서 가족이 다 함께? 아님 혼자? 문득 궁금해지는걸요. 잭 블랙과 함께 찍은 영화 <나쵸 리브레>도 기대하고 있어요. 신기한 건, 우리가 보기에도 어울릴 만한 사람들이 진짜로 어울린다는 것.

Mephistopheles 2006-08-10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봤어요..^^ 그리고 디퀸댄스 추는 나폴레옹 두번째 보면서 따라해봤어요..ㅋㅋ

mong 2006-08-1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나무님과 메피스토님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흐흐
자미로꽈이 음악도 나온다니...불끈~

Mephistopheles 2006-08-1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랑 한곡만 나오긴 하지만..그 임팩트는 상상을 초월합니다..하하하..

로드무비 2006-08-11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가 몹시 끌리는데요?
주인공들의 몰골을 보아하니....^^

Mephistopheles 2006-08-1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정말 재미있게..봤습니다..아마 로드무비님도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요..^^

sayonara 2006-08-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이보이 맨션에서 휴 헤프너가 걸프렌드와 친구들을 모아놓고 이 영화를 보겠다고 하는, 리얼리티 쇼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_^

Mephistopheles 2006-08-14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걸프랜드까지......인원수로 보아하건데 극장을 통째로 빌려야 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