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호프만의 표적 - 초특가판
샘 페킨파 감독, 더스틴 호프만 출연 / 영상프라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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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페킨파의 영화 중에 그런 게 있어. 제목이 뭐더라. 음.....'
기영이 그녀의 구상을 듣더니 말했다.
"스트로 독스. 지푸라기 개? 그런 뜻일 꺼야. 더스틴 호프만이 폭력적인 도시를 피해 아내의 고향인
시골로 내려간 수학자로 나와. 그런데 아내와 예전부터 관계가 있었던 남자들이 차고를 지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그의 집으로 다가오는 거야"
"그런 영화가 있었어?"
"더스틴 호프만은 그들의 제의를 거절하지 못하고 사냥에 나서지만 어느 순간 사냥터에 자기 혼자
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지" 그사이에  동네 남자들은 아내를 강간하고 있었던 거야. 소심하고 겁
많던 더스틴 호프만은 엽총을 들고 그들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이게 돼"
"봐야겠는데"
"내가 쓰려는 소설하고는 관계 없을지도 몰라. 집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기보다 수컷의 폭력적
본능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김영하 "빛의 제국" 중에서-

 `지푸라기 개'라는 의미는 아마도 종이 호랑이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초반 더스틴 호프만의 상태를 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샘 페킨파의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폭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들이 대부분이다. 와일드 번치에서 등장하는 무법자들이나 현상금 사냥꾼이 그러했고 겟어웨이에
나오는 은행털이범들이 그러하다. 철십자 훈장이나 메이저 던디에 나오는 군인들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은 폭력과는 관계가 거의 없다고 생각되는 직종의 사람이다.
가르시아의 술집 피아니스트처럼 말이다.

빛의 제국에서 인용된 것처럼 주인공 더스틴 호프만의 숨막히는 도시의 폭력과 광기에 지쳐 평온하고
조용하리라 믿었던 아내의 고향(영국)으로 낙향을 결심한다. 하지만 이곳 역시 소수집단에 의해 자행
되고 있는 잠재적인 폭력과 광기는 존재하는 공간이다.

미국인인 주인공이 아내의 고향인 영국 시골에 정착했을 때 그는 분명 이방인이였다. 그것도 절대 흡수
나 교감을 이룰 수 없는 이방인..그 이유는 아내의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이 성장을 했을 그때
동네 청년들은 이미 이 작은 마을의 폭력적인 이미지로 마을 어두운 곳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였으니까.



쪼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더스틴 호프만...그들의 사냥제의에 아무소리 못하고 따라가게 된다.

도발적인 옷차림(노브레지어로 인해 가슴의 윤곽이 지나치게 도드라져 보이는)으로 동네를 활보하는
아내의 행동에 그들은 발정난 숫캐와 비슷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며, 마을에서 좀 떨어진 이 부부의
집에 차고수리를 핑계로 조금씩 접근하게 된다. 그 후 사냥터 사건이 발생한 후 아내의 옷차림은 사건
전의 모습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에게 들리는 타인들의 모든 소음과 행동들은 자기
에게 가해진 폭력의 잔상으로 인해 극심한 패닉증상이 점차적으로 진전되게 된다.



여성으로써 당하는 가장 무자비한 폭력에 희생된 후 그의 아내는 점점 붕괴되어 간다.

아내가 이러한 집단적인 광기에 희생되고 농락당하는 동안 주인공 수학자는 지나치게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침실 옷장에 걸린 고양이 시체에도 그 집단들에게 별반 경고를 주지 못했고, 마을에서
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그들에게 여전히 비굴하고 나약한 모습과 시선을 보여준다. 이렇게 소극적이며
비굴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더스틴 호프만은 마을 교회 모임 때 동네에서 정신병자로써 또다른 이방인
취급을 받는 절름발이의 우발적인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점차 폭력적이면서 광기에 휩싸이는 인물로
돌변하게 된다.



영화에서 대부분을 쪼다와 패배자의 비굴한 모습으로 나오다가 어느 한순간 더스틴 호프만은 변화한다.
그것도 폭력과 광기에 의해 처음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극렬한 인물로.....

샘 페킨파의 영화 중 가장 작은 배경공간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되어진다. 배경이라고는 조그마한 시골
마을과 그 마을에 부속되어져 있는 술집과 교회, 그리고 주인공 부부가 사는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집
이 전부인 영화이다. 과거 그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광활한 서부나 황량한 멕시코..등등 스케일 면으로
따진다면 제일 적은 규모와 등장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역시 시종일관 샘 페킨파식의 폭력과 그로인해 비롯되는 후폭풍의 영향력은 기타
그의 다른 영화를 압도하고 있다. 집이라는 경계를 넘어서려는 그 무리에게 가해지는 더스틴 호프만의
폭력은 지나칠 정도로 침착하며 냉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5명의 무리를 하나하나 제거하고 난 후 아내를 남겨놓고 절름발이를 차에 태우고 동네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는 차안에서 더스틴 호프만의 미소띤 표정은 그가 경험했을 도시와 시골마을의
폭력을 능가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주고 있었다.

영화상에서 보여주는 폭력이 스케일이나 튀어나오는 선혈의 양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가 그 반대의
상태에 위치할 수 있다는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는 지극히 폭력적이며 충격적이였다.

뱀꼬리1 :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볼때 초반 그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모습을 보면서
멍했던 기억과 비슷한 느낌을 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느꼈었다.

뱀꼬리2: 이 영화의 경우 더스틴 호프만의 연기가 압도적이다. 평소 그의 영화는 비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왔다면 그가 비교적 젊은 시절 찍었을 이 영화는 그 누구보다도 폭력적이며 광기스러웠다고나 할까.
그의 영화 `마라톤맨'에서 당하는 고문의 모습 이후 두번째 충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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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맥퀸의 겟 어웨이 (1disc) - [할인행사]
샘 페킨파 감독, 앨리 맥그로우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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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적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상업적인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주관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영화들은 관심의 대상이 될수가 없다."

구구절절 옳은 말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자신의 주관만을 고집하다가 깡통을 차고 영화제작사 하나 못잡고 있는 감독들의 입장이라면 심장에 비수를 꽂는 말이라고 보여진다.

샘 페킨파의 경우가 그러했다.
드높은 프라이드와 고집 때문에 영화를 찍을 때마다 예산초과로 제작사와 잡음이 끊임 없었고 근무상태가 태만한 모습을 보이는 스텝들에게는 해고 통시서를 입으로 날렸다고 한다. 더군다나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배우에게 육두문자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제작방식에 결국 `메이저 던디' 라는 영화를 찍을 때는 스튜디오 출입을 금지 당한 적도 있었으며, 당시의 대배우 `찰톤 헤스턴'과는 육탄전에 버금가는 충돌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그 영화는 제작사가 멋대로 편집했고, 대실패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만만치 않은 성질머리를 가진 샘 페킨파 감독이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도 영화 내부에 자신의 주관이 온전히 살아 있는 영화가 스티브 맥퀸 주연의 `겟어웨이' 다. 오죽하면 이 영화의 흥행 성공 이후, 자신의 50세 생일파티에서 제작자와 힘찬 악수를 하면서 `영화 찍어 수표를 받아보긴 처음이다' 라는 농담을 했을까.



1972년 스티브 맥퀸+알리 멕그로우 콤비의 이 영화는 1993년 알렉 볼드윈+킴 베이신저의 영화로
리메이크 되었다. 스토리도 같고 등장인물도 같은 100% 리메이크 작이긴 하지만 원작에서 쿨한
맥퀸의 연기가 압권이라면 리메이크작에서의 알렉 볼드윈은 너무 느끼하게 나온다.

개운한 짬뽕 VS 제대로 만들지 못해 느끼하기만 한 크림소스 스파게티라는 비유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영화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기존의 샘 페킨파의 영화와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비교적 대중적이면서도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오게끔 영화를 만들었다. 표면적으로는 화끈한 액션영화이면서, 짜임새있고 긴박감이 넘치는 추격과 도망의 연속인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더군다나 영화를 이리저리 해부해 보면 샘 페킨파의 주관이 충분히 박혀있는 영화라는 판단도 할 수 있다.

그 예로 슬로우 모션과 교차되는 컷을 많이 쓰는 그의 액션장면은 두말할 것도 없이 표현되어져 있고 3개의 시차를 교차 편집하면서 음향이라고는 교도소의 윙윙 거리는 방적기 소리로 가득 채운 인상적인 오프닝부터.. 장면 하나하나에 샘 페킨파 식의 연출이 찐득찐득하게 묻어나고 있다.





영웅본색 2에서 주윤발이 펼치는 낡은 모텔에서의 총격씬은 겟어웨이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텔에서의 총격전 장면의 100% 오마주가 아닌가 생각된다. 오우삼 감독은 샘 페킨파 감독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기존의 그의 영화와는 상반된 모습이 포착된다.
지금까지 제작된 폭력성향적인 샘 페킨파의 영화에서 `여성'은  언제나 약자, 폭력에 지배당하는 입장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만큼은 그러한 성향들이 배제가 되었으며, 누그러졌다고나할까.. 주연급으로 여배우(알리 맥그로우)가 캐스팅이 되었고, 조연급으로 나온 여배우(추적자의 인질이 되어 스톡홀롬 신드롬 증상이 심각했던) 역시 결국에는 죽음이 아닌 도망으로 처리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말 또한 넉살 좋은 멕시코 영감과의 협상 후, 기존의 그의 영화와는 상반되는 개운한 해피엔딩을 보여주기까지 하니...분명 여태까지의 그의 영화에서 느꼈던 비장미와 마초가 덜 혼합된 장면을 보여준다.

감독의 색채가 희석되어졌다는 평가도 있겠지만, 그러한 공백은 스티브 맥퀸 이라는 대배우가 충분히 보완을 해주고 있다고 판단되어 진다. 분명 이 두사람은 전편의 영화(주니어 보더)에서 쓰라린 실패를 맛보았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확실한 죽이 잘 맞는 감독+배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샘 페킨파라는 감독과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주관적인 평가는 극상....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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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9-0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렉 볼드윈은 보기만 해도 느끼해요.느물느물...버터도 아닌 싸구려 마가린 느낌이랄까?

Mephistopheles 2006-09-0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팅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배우입니다..그거도 덩어리가 팍팍 뭉쳐진....
그래도 찾아보면 개운한 이미지로 나온 영화도 몇편 있더라구요..^^
 
괴물 - 아웃케이스 없음
존 카펜터 외 감독, 커트 러셀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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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가지 생각이 공통점으로 떠오른다.

` 왠지...어설퍼..보이네....??'

하긴 감독 스스로가 자기는 프랑스에 가면 작가가 되고, 영국에서는 호러영화감독 미국에 오면 쌈마이 양아치가 된다고 밝혔으니 할말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는 은근한 재미를 선사해준다.
어설퍼 보이긴 하지만 기발한 유머가 숨겨져 있고, 자못 심각해지면서 머리속에 ? 마크가 무수히 뜨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컬트의 제왕이라고 불리우기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한풀이 꺽이긴 했으나 대한민국 극장가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영화와 동명의 제목인 이 영화는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과 같이 괴물이 등장하는 호러영화다. 배경은 남극의 기지. 괴물의 정체는 외계 생명체.. 단 이 외계 생명체는 지구의 생명체에 기생하여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참으로 치사한 생물로 묘사된다.

영화에서 나오는 괴물들은 그로테스크 하면서 결코 이쁘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단서를 붙이자면 복제 중에 발견이 되기 때문에 때로는 개의 형상 혹은 사람의 형상을 가지고 있으나 그 개체가 불완전체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우겨 볼 수도 있다.

사실 영화에서 공포로 다가오는 건 바로 위에서 말한 괴물의 생김새나 그 무지막지한 복제능력에서 비롯되진 않는다. 고립된 공간에 고립된 인원들이 가뜩이나 문명세계와의 단절로 인해 불가항력적인 유배를 당하고 있는 불안정한 정신상태 상황에서 동료로 복제 되었을지도 모를 상황으로 인해 서로를 계속해서 의심하고 경계하는 모습에서 보여준다.

주인공인 커트 러셀은 괴물 혹은 악감정이 있는 동료의 모함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자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동료들 앞에서 공갈자해도 서슴치 않는다.

영화장면 중 한방에 모여 즉석에서 채취한 혈액에다 열을 가하면서 복제 유무를 가리는 장면에서 의심과 불신의 심적 상태는 최고조의 모습을 보인다. 하나하나 확인해 나갈 때 마다 복제가 안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사살된 동료가 밝혀지고, 그리고 전혀 의외의 인물에게 그 괴물이 튀어나오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를 체험하게 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기지를 불바다로 초토화 시키면서 괴물퇴치에는 성공하지만, 살아남은 생존자 두명의 표정은 결코 밝지가 않다.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남극의 살인적인 온도에 노출된 채로 생존해 있을 가능성도 거의 제로의 상황이기도 하고, 그때 그 서로를 의심했던 그 심리적인 감정이 혹시.저놈이..?? 라는 잠재되어 있는 심리적인 공포심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남은 생존자들은 그 살인적인 환경에서 사진에서 보여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게 된다. 괴물 박멸도 좋지만,  이런 상황까지 온다면 내가 살아도 사는게 아니야~~  가 아닌가..?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역시 인간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는 영화. 어설퍼 보일진
몰라도 컬트명작의 반열에 올려도 전혀 거리낌이 없는 존 카펜터의 숨겨진 명작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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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9-0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카펜터 감독은 뭔가 어설픈 듯 하면서도 은근히 공포스럽고 그러면서도 가끔 웃기기도 한 ^^; 오묘한 영화를 보여주는 거 같아요. 이 영화는 못 봤어요. 메피스토님 리뷰에 또한번 솔깃. 꼭 봐야지. 불끈. ;;;

Mephistopheles 2006-09-04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보다의 그 허술함에 경악을 해도 책임 못집니다..^^
존 카펜터는 포탈에서 검색했을 때 나왔던 `미완의 대가' 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sayonara 2006-09-04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으로 처음 접하고, 원작 영화를 봤는데... 웬걸 딱 제 스타일의 초걸작이더군요.
'엑스 파일'의 중반 시즌에서 이 작품을 패로디한 에피도 있었는데... 역시 재미있더군요. ^_^

Mephistopheles 2006-09-04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봐도 사요나라님과 저의 영화 성향은 많이 비슷한 듯 합니다..^^
 
와일드 번치 SE 골든 라벨 한정판 (2disc)
샘 페킨파 감독, 윌리엄 홀덴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스위스의 시계 장인들의 작업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대량생산되는 시계가 아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를 만드는 그들의 작업 모습을 보면서 답답함과
동시에 감탄과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생겼었다.

머리카락 굵기보다 더 가늘어 보이는 부품과 개미알보다 더 작아 보이는 부품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깍아내고, 돋보기라기 보단 현미경에 가까운 렌즈를 눈에다 붙이고 굳은살 투성이인 험한 손가락을 놀려
정교한 부품을 짜맞춰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저렇게 치밀하고 완벽한 작업이 가능한가 하면서 그들의
지나치리만큼 정교한 그 능력에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칭송받는 영화인 `와일드 번치'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1969년 영화라고 생각되어지지 않을 정도로 화질과 음향은 깨끗하게 다듬어졌고
그 당시 제작자의 압력으로 인해 들어가지 못한 장면까지 완벽하게 끼워 넣어 감독 재편집판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감독 재편집판은 감독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후배들의 청원에 의해 1995년에 만들어 졌음)

도입부의 개미굴에 던져진 전갈이 나오는 장면이나, 초반부 총격전, 열차 강탈 장면과 `죽음의 무용' 혹은
`탄도발레'라고 칭송이 되는 마지막 결투 장면을 리뷰를 통해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 싶다. 어디를
가도 이 영화에 대한 위의 명장면들의 이야기는 많이 접하고 볼 수 있으므로....



200대 4라는 절대적인 숫적 열세 속에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는 파이크, 더치, 고치형제

이름까지 거창한 이 골든레벨의 장점은 145분으로 재편집된 완전판 영화의 본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본편의 영화와 비슷한 시간을 할애한 4명의 샘 페킨파 전문가들이 무음으로 영화를 돌리면서 장면 하나하나
와 에피소드를 설명하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마치 문제집에 딸려 나오는 완벽에 가까운 해설
답안지가 함께 끼워져 있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 고개를 끄떡거리면서 아 그렇구나~ 를 연발하게 만들
정도로 4명의 전문가의 즐거운 수다는 앞에서 언급한 스위스의 시계 장인들처럼 샘 페킨파 감독의 영화에
대한 통찰력과 정교한 치밀함까지 일깨우게 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가 장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마치 정교한 스위스 시계마냥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
가게끔 하나의 영화가 완성되는 과정을 간접체험하게 해주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두번째 디스크의 경우 서부극의 의미로써 샘 페킨파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와일드 번치 영화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그리고 영화의 촬영장소를 재방문하여 감독과 영화를 회고하는 다큐 등..두시간이 넘는 볼륨으
로 차지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괴팍하며, 제작사와의 끊임없는 충돌과 배우를 고문하는 악질 감독이라는 불명예와 결코 순탄
치 않았던 그의 최후, 술과 마약에 찌들었던 일상 등등...온갖 어둠의 이면을 가지고 있던 감독의 변종적인
삶의 방식이 거름이 되어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진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샘 페킨파는 촬영내내 짙은 선그라스를 쓰고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디스크 안의 4명의 전문가는 이런 말을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명작이며, 수십번을 봐왔지만 볼때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게 해준다'

`주연부터 조연, 단역까지 그들은 자신의 역활에 경의를 표하며, 그들의 모든 것을 영화속에서 보여줬다.'

괴팍한 감독의 예술혼과 경의를 표하면서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줬던 배우들. 세심한 디테일까지 신경을 썼던 미술과 의상 스텝, 까다로운 자연조명을 활용해 멋진 영상을 선사한 촬영감독,감독에게 의자까지 던지면서 자신의 음악을 고집했던 음악감독,  등등... 샘 페킨파라는 구심점을 향해 맹렬하게 타올랐을 그들의 정신은 수십년이 지난 후 생김새도 틀리며, 말도 안통하는 동양의 중년 남자에게 존경을 곁들인 애정을 선사하게 해줬다.

당신들을  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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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09-01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전문가의 내공이 한껏 드러나는 글이네요. 볼 때마다 새로운 걸 찾게 해준다니... 좋은 영화의 조건은 그런 것 같습니다. 여러번 봐도 또 보게 된다는...

Mephistopheles 2006-09-0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전문가라뇨...그냥 이것저것 보는 수준이죠...^^
맞아요..여러번 봐도 또 뵈게 되죠..^^

페일레스 2006-09-0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페킨파 얘기가 많이 나오네용. 메피님의 영화 스펙트럼은 그 범위가 상당히 넓군요 -ㅅ-)b

Mephistopheles 2006-09-04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펙트럼이 넓다 보다는 닥치는대로 본다.....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티브 맥퀸의 블리트 - [할인행사]
피터 예이츠 감독, 스티브 맥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결론부터 내리자면 스티브 맥퀸에 의한 스티브 맥퀸을 위한 영화다.

형사가 주인공인 영화는 어마어마하게 많이 존재한다. 실제 이 직업의 삶이 평범한 직업이
아닌 까닭에 뭔가 극적이고 유별난 소재를 찾아 수집하는 영화 제작자와 작가들에게 수많은
소재꺼리와 이야기꺼리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때로는 둘이 짝을 이뤄 버디무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리셀웨폰 씨리즈, 스타스키와
허치, 마이애미 바이스, 등등) 혹은 고독(크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해리 시리즈)하게 한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내어진다. 대부분의 공통점은 교과서적이고 법적인 방식이 아닌 그들만의 방식
으로 악을 처단하는 모습을 통쾌하고 화끈하게 보여준다고나 할까.?

이렇게 현실에 순응하거나 교과서적인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대범한 방식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형사들이 주인공인 영화의 효시라고 불리는 영화가 스티브 맥퀸 주연의 `블리트'라고
한다.



1968년생인 이  작품는 요즘 영화처럼 폭력이 난무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날때까지 울리는 총성이라고는 가짜 증인 살해에 쓰이는 2발의 총성과 그 유명하다는
차량 추적씬에서 나온 몇발의 총성.. 마지막 공항에서의 추적씬때 나온 10여발이 겨우 될까말까한
총성이 전부다. 거기에서 정작 주인공인 스티브 맥퀀이 방아쇠를 당기는 경우는 단 두발 뿐이다. 
8인치 매그넘을 멋들어지게 휘두르면서 우렁창 총성과 함께 수십발의 총알을 날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해리와 많은 차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화끈한 총격전이나 액션을 전적으로 커버해주면서 영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마도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라고 보고 싶다.

강력반 형사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인(제클린 비셋) 앞에서는 농담도 툭툭 던지면서 다정
다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그녀가 자신이 하는 이 험한 일상을 알게 된 후, 그녀 앞에서 머뭇
머뭇 사정을 이야기하는 애처로운 모습, 치밀하게 얽힌 사건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지적인 모습과 마지막 정치인의 출세가도를 위해 선택된 극악무도한 범죄자에게 윗선의 압력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는 단호함까지....

이미 오래전 유명을 달리한 이 매력적이며 강렬한 배우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오래된 영화라고 보여진다.

뱀꼬리1: 그의 처는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 알리 맥그로우라고 한다. 원래 그녀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으나 첫눈에 반한 스티브 맥퀸은 꽃으로 계속해서 구애를 했다고 한다. 알리 맥그로우는 그에게서 배달되는 꽃을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처박았고, 이 사실을 안 스티브 맥퀸은 아예 꽃을 쓰레기통에 넣어서 배달시켰다고 한다. 결국 그 둘은 맺어졌고 평생을 같이 했다고 한다.



뱀꼬리2: 영화장면 중 샌프란시스코의 고저차가 심각한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 추적씬이 나온다.
아무리 오래된 영화라고 하지만 이 장면만큼은 요즘 영화에 뒤지지 않는 긴장감과 사실성을 보여준다.(자동차 광인 스티브 맥퀸이 타고 다닌 차는 포드 머스탱 68년식의 기종으로써 이 영화 후 `블리트'라는 명칭을 달고 시중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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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08-31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꼬리 1에 그런 사연이...? 음...멋있네!^^

Mephistopheles 2006-08-3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가정을 파괴해 버린거긴 하지만.....^^ 그래도 뭐...^^

비로그인 2006-08-31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을 배달한 배달원하고 사랑이 맺어진게 아니군요..

Mephistopheles 2006-08-3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럴리가...없겠죠 담뽀뽀님....^^

페일레스 2006-08-3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소중 메피스토님의 영화 페이퍼는 잘 보고 있습니다.
근데 착시인가... 스티브 맥퀸이 스티브 맥퀀으로 보이는군요 -_-;;

Mephistopheles 2006-09-0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착시가 아니라...오타였습니다..어떻게 저 글자만 내리 다르게 썼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ㅋㅋ

stella.K 2006-09-01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듣고보니 그러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