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이 쌓이는 것 같은데, 여전히 잠자는 건 들쑥날쑥이다. 낮에는 기운없이 아니, 정신없이 멍,,,하니 다니고 있고, 저녁에는 졸다 깨다 하면서 맑은 정신상태를 갖지 못하고. 깊이 잠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깨어있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지금 내가 뭐 하는 짓인가, 싶다.
걱정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꿈을 꿨다. 꿈속에서도 여전히 더듬거리고 문법적으로 마구 틀린 영어를 쓰는데, 그래도 좀 나은것은 옆에 영어를 잘 하는 누군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리낌없이 하고싶은 말을 내뱉었다는 거. 그리고 꿈에서도 여전히 일단 틀린 말을 내뱉고 조금 지나서 혼자 아까 표현은 이게 맞는건데... 하면서 다시 되새김질 했다. 그러고보면 현실보다 꿈속의 내용이 좀 더 나았다는 얘기가 되나?
내가 말만 꺼내면 웃는 표정이, 꼭 내 말이 틀려서 비웃는 것 같았던 전 강사를 이젠 내 편한대로 대하게 되었다. 어줍잖은 영어 쓰기를 포기하고 그냥 알아듣든 알아듣지 못하든 우리말로 마구 내뱉았는데 - 사실 수업을 받던 기간동안에는 우리말을 전혀 못알아듣는 표정을 지어서 진짜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말이다 다 알아듣고 이해하는거 아닌가! 이런 젠장.
아무튼 궁금한 건 좀 못참는 성격이라, 그동안 말이 안돼서 꾹 참고 있었지만 이젠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니까 그냥 궁금한 걸 물어봤다. 그랬더니 본인이 알아서 내가 묻고 싶은 걸 영어로 말하더니 '모른다'고 한다. 헉! - 하긴 고유명사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통용되는 말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좋았다. 한명은 영어로 한명은 우리말로 하고 싶은 말을 서로 떠들어대니 얼마나 좋은가! ㅋ
결국 그런건 '이웃'에게 물어보라고 웃으며 얘기를 끝냈는데, 수업 끝나고 물어봤지만 모르더라. 더 이상의 설명은 내 처지에서 불가능하기에 얌전히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복도에서 또 우연찮게 전 강사를 만났는데 '뭔지 알았냐'고 묻는다. '모르겠다는대요~!' 라고 말하니 웃으며 가버린다. 흑~
아무튼 이젠 생각을 바꿀꺼다. 전 강사는 나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웃는 것이다...라고.
나도 내가 가끔 엉뚱하고 행동방식이 웃기다는 거 알지만, 댁도 만만치않어. 그럼, 편해지는거지.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갔다가 내가 싫어하는 직원의 모습을 보고 밥 먹기 싫어져 바로 돌아나와버렸다. 배가 덜 고팠구나, 라고 하면 맞다고 할꺼다. 나이는 갈수록 더 먹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애들처럼 싫은건 참지 못하고 있다. 우웩~! 도대체 어쩔거냐고.
내 마음과 내 생각과 내 몸이 모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태하고 게으른 상태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살면 안된다는 의식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또 만만치 않게 그 반대의 본능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내가 생활에 있어 실천력이 부족함으로 인해 나타나는 괴리감인지도 모르겠고.
아, 또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이제 그만,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