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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떠도는 집 라크라이트
필립 리브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우주를 떠도는 집 라크라이트는 독특하다. 아니, 그러니까 이야기 자체가 독특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 전체를 통틀어 가만히 생각해보면 독특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라는 뜻이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여전히 나는 헷갈려하고 있다. 도무지 확실하게 느낌을 그어댈수가 없는 것이다. 아주 냉소적으로 식민제국과 백인 우월주의를 비웃자고 쓴 것인지 아니면 그저 환상과 모험과 꿈이 넘쳐나는 아이들의 모험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것인지.
어쩌면 이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닐것이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은 풍자와 패러디로 가득찬 수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읽히게 되는 것이고, 그것과 상관없이 이 책을 읽는다면 아서 멈비의 이야기는 엄청난 모험을 겪는 아이들의 동화이야기가 되겠지.
아, 서평을 써야하는데 자꾸 말이 헛돌고 있다. 이미 쓴 글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자판의 삭제키 끝까지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역시 망설여버리고 있다.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미치광이 모자장수에게만 자꾸 신경이 쓰여 다시 정리하는 것이 끔찍해진 것이다.
지독한 풍자와 엄청난 패러디와 냉소적인 내용이 가득차 있는데도 이 책의 흐름과 결론이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에서 더 나아가 미국의 영웅주의를 가로채 영국이 최고야라는 식의 끝맺음이 내 마음을 괜히 불편하게 하고 있다.
아, 그러고보니 이것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대단한걸'하고 느꼈던 것이 와르르 무너져버린 거였다. 그러니까 정말 얼뜨기로 알면 이렇다니까. 왠지 책을 한번 더 훑어보고 서평을 쓰면 더 잘 쓰게 될 것 같기도 하지만 나의 귀차니즘은 끊임없이 '책을 펴지 말라'고 속삭여대고 있다. 그러니 어쩔수없지. 나의 엉터리같은 서평은 이것으로 끝이다.
해리포터 이래 아이들을 위해 쓰인 가장 독창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책 중 하나,라는 말에는 솔직하게 백퍼센트 동감한다 할 수 없지만 스타워즈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상시켜주기는 한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고?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모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것같은데.........
또다시 '영국만세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으니 이제 진짜로 엉터리같은 글은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