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일본인의 상식으로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녹차도 차의 일종이니 홍차처럼 설탕을 넣어도 맛있을지모른다.
"상식 ・・・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참 애매한 거구나."
스스로 상식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 한정된 장소에서만 통용되는 룰에 불과함을 에이코는 종종 느낀다. 마도카가 조금 슬픈 듯한 얼굴로 대꾸했다.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거고요." - P197

커피와 홍차가 원앙 부부라니,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이미지다.
"그러니까 도전해 보지도 않은 채 미리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면 해. 이 세상에는 해보지 않으면 알수 없는 것들투성이니까"
유키는 원앙차가 든 잔을 끌어당기며 웃었다.
"맞아요. 이 차가 커피와 홍차 블렌딩이라는 말을 먼저 들었으면 안 마셨을지도 몰라."
그렇다.
해보지 않으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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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면,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내가 상식이라고 여겨온 것들이 다른 어딘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 P81

카페 루즈에 오면, 자신도 같은 체험을 한다. 물론 유사체험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눈에 보이던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매번 실감한다. - P82

"인연이라는 것이 그런 듯해요."
그럴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멀기만 했던 어떤 것이 갑자기훅, 삶으로 파고들어 친근한 것이 되어버린다. 사람 간 만남도 그런 느낌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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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삶.
목화는 생각했다.
그건 바로 지금의 삶.
목회는 원하는 삶 속에 있었다. 다시, 목화는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죽음.
임천자가 수없이 연습한 것처럼 신목화도 매일 준비하고 싶었다. 멀리서 죽음의 실루엣이 보이고 차차 선명해질때, 당황하지 않고 의젓하게 그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마음깊이 그리워한 친구를 만난 듯 진심 어린 포옹을 해도 좋을것이다. 그럼 육신에 편안한 표정을 남길 수 있겠지. 되살리지 않아도 좋을 죽음 또한 많이 목격했다. 목화는 그들의 마지막을 기억했으며 그와 같은 죽음을 원했다. 그러므로 남김없이 슬퍼할 것이다. 마음껏 그리워할 것이다. 사소한 기쁨을 누릴 것이다. 후회없이 사랑할 것이다. 그것은 목화가 원하는 삶.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나무처럼 삶과 죽음 또한 나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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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코끼리 쿠쿠 웅진 우리그림책 107
재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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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는 등에 누군가를 태우는 일을 하기 위해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사람이 코끼리 등에 타는 것이 쿠쿠의 입장에서는 개미가 올라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하네요. 함께 일하는 리의 볼살핌을 받으며 쿠쿠는 오늘도 개미를 태우고 새들을 태우고 얼룩말도 태워줍니다. 개미를 따라 땅속여행도 하고 싶고, 새들을 따라 하늘을 날아가보고 싶기도 하고 얼룩말을 따라 푸른 들판을 뛰어가보고 싶기도 하지만 쿠쿠는 '언젠가는' 꼭 그러리라 생각하며 일을 합니다. 


오래전에 코끼리 등에 앉았던 적이 있어요. 친구가 다 알아서 한다며 그냥 시간만 내라는 말에 급하게 휴가를 받고 떠난 곳은 태국이었지요. 그곳 관광지에서 그저 따라가기만 했는데 그곳에는 코끼리가 있었고 코끼리 투어를 한다는 이야기에 소심하게 안하면 안되냐는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그때는 코끼리가 무서워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건 혼자 한시간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과 이미 경비 지불이 되었고 환불은 안된다는 이야기에 떠밀리듯이 그냥 코끼리 등에 얹어진 의자에 앉아있었고 어느새 흔들거리며 가다가 가이드가 내미는 손에 카메라도 맡기고 사진도 찍혔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그 사진은 어디로 갔을까요....?


여행이 끝나고 한참 후 내가 탔던 코끼리들이 관광객을 위해 갇혀서 학대를 당하는 코끼리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좀 많이 부끄러웠어요. 동물권이라는 말조차 없던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생명에 대한 기본 존중은 이제야 생겨난 것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까만 코끼리 쿠쿠를 읽고 한번 찾아봤더니 많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코끼리 트레킹 관광은 여러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흑백의 그림과 색채가 가득한 그림이 교차되면서 쿠쿠의 지금과 쿠쿠가 꿈꾸는 미래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쿠쿠의 마지막 모습은 저자가 바라고 있는 쿠쿠의 미래의 모습이네요. 쿠쿠가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를 태우는 일을 하며 날마다 출근해야하는 그런 삶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위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 그려낸 그림책 '까만 코끼리 쿠쿠'의 이야기를 읽어보시겠어요?


"이제 쿠쿠의 등에는 빨간 의자가 없어요. 물론 안전띠도 없지요. 쿠쿠는 깊은 땅속, 높은 하늘, 넓은 들판을 자유롭게 노니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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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드로잉 - 핀든아트의 여행 드로잉 에세이
핀든아트(전보람) 지음 / 블랙잉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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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든아트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지만 '유럽, 여행, 드로잉'이라는 세 단어는 무의식적으로 내 손이 책장을 걷게 만든다. 성급히 건너뛰어 얘기하자면 책을 다 읽고난 후 유튜브의 핀든아트를 구독하기 시작했고. 

이 책은 말 그대로 유럽을 여행하며 본 풍경, 사람들의 모습을 드로잉으로 담아낸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미술학원에서 입시미술을 가르치다가 문득 미대입시를 위한 체계적인 강의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 느끼며 취미미술로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짧은 여행을 계획했던 저자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유럽으로 가'보라는 남편의 이야기에 유럽으로의 한달 여행이 시작된다. 네덜란드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독일, 체코, 헝가리를 거치는 한달 여행은 결코 길지 않은 여행이었을 것 같다. 직접 찍은 사진과 간단한 여행 일정, 만난 사람들과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사진으로 담은 풍경과 똑같은 드로잉이 있으며 간혹 드로잉에 채색을 한 그림도 있다. 채색은 대부분 입맛다셔보게 하는 음식들이어서 더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늘 부러웠는데 루브르 박물관이 그렇게 사람들로 미어터지지 않을 때 - 처음 보는 그림과 조각들에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던 그때의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커다란 그림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가끔 혼자 스케치북에 습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기는 했지만 초등학생 십여명이 모여서 선생님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그림 앞 바닥에 주저앉아 스케치북을 펼쳐놓은 모습은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프랑스 애들은 체험학습도 루브르에서 하는구나,라는 충격(!)때문에 기억을 하고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핀든아트가 여행한 시기는 2018년 2월인데 결혼하기 전 남편이 남자친구인 시절 그가 여행을 했던 프라하의 한 수도원 골목길 사진을 보며 그가 서 있던 자리에 똑같이 가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시간의 흐름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어 마음에 남는다. 거의 변하지 않는 풍경, 그러고보니 파리에서 만난 드로잉 투어 가이드는 변하지 않는 도시가 지겨워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에서 온 핀든아트를 부러워했는데 사람들은 늘 자신이 있는 곳의 일상보다 타인의 일상을 부러워하게 되어있나보다. 하지만 어떤 여행이든 끝은 있는 거이고 결국은 내 삶의 터전으로 돌아오게 된다. 


"파리에서 보았던 오후의 황금빛은 내 집 앞에도 존재했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 잠시만 걸음을 멈추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바라보자. 그리고 차분히 펜을 들고 그 장면을 종이 위에 그려나가보자. 선을 긋고 뗄 때까지의 그 과정은, 자칫 쉽게 흘러가 버릴 수 있는 우리 인생의 한 컷을 종이 위에 생생하게 남길 것이다."(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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