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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ㅣ 해태
조 메노스키 지음, 박산호 옮김 / 핏북 / 2024년 2월
평점 :
해태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여 안다고 하는 상상의 동물'이라고 한다. 영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해태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라고 하니 서양의 용 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다른 신화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더구나 이 소설은 한국의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작가는 스타트랙 시리즈의 작가 겸 프로듀서인 조 메노스키라고 하니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화와 전설이라는 것은 그 스토리를 잘 안다고 해서 이해하기 쉬운 것이 아닐텐데, 한국의 신화와 민속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하기까지 꽤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니 뭔가 좀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다.
98년 4월 7일, 한 오피스텔에 불이 나고 생존자를 구출하기 위해 불속으로 뛰어든 소방관 허종남 대장은 그곳에서 아기 한명을 구해낸다. 그 아기의 이름은 윈디. 윈디가 있는 곳에서는 불이 꺼져버리곤 하는데, 그것은 윈디가 불을 잡아먹는 해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해태가 윈디를 숙주(?)처럼 이용하며 그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윈디가 해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숙주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 사실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간단한 줄거리를 정리해보려고 했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우리의 해태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메테우스를 '불'이라는 매개로 연결을 시키고 한국에서는 그리스의 어떤 신보다도 도깨비가 더 우위에 있으며, 아프로디테가 제주의 해녀들을 위로해주고...
영상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모르겠지만 윈디의 등장과 윈디를 구해내며 방화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허대장, 핀란드의 민속학자 할코의 개연성이 필수요소처럼 느껴지지는 않아서 주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읽었는지 확신할수가 없다.
이 소설은 실제 읽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그런 묘한 접점들이 너무나 많아서 뭐라 정리를 하지 못하겠다. 처음 소설 속에서 우리의 신화 전승과 유럽 문화의 기본이 되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연결고리를 읽는 순간 어이없어,라는 속내를 가졌었다. 그런데 소설을 계속 읽으며 내가 오히려 우리의 전승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그들의 신화에 우리의 신화를 견주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한다면 이 소설이 아주 대단한 작품이라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생각의 전환을 갖게 하는 멋진 작품인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