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그 책의 이야기처럼 나를 붙잡고 유혹하고 사로잡은 이야기는 없었어" 클라라가 말했다.
"그때까지 내게 독서란 일종의 의무사항이나 무엇을 위해서 내는지도 잘 모른채 선생님이나 개인교사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벌금이었지. 난 독서의 즐거움, 자기 영혼을 향해 열리는 문을 탐험하는 즐거움, 허구와 언어의 신비함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 아름다움과 상상력에 자신을 내맡기는 즐거움을 모르고 있었어. 내겐 이 모든 것이 그 소설과 함께 태어났지. 다니엘, 여자애와 키스해 본 적 있니?"
내 소뇌가 흔들렸고 침이 톱밥처럼 변했다.
"그래, 넌 아직 어리니까. 하지만 바로 그 감동이야. 잊혀지지 않는 최초의 그 불꽃 말이야. 이건 일종의 그림자의 세계야, 다니엘. 사람들은 그 마술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그 책은 독서란 것이 나를 아주아주 치열하게 살도록 해 줄 수 있다는 걸 가르쳐줬어. 잃어버린 시력도 되돌려 줄 수 있다는 걸 말야. 단지 그것 때문에 아무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던 그 책이 내 삶을 바꿔놓았지"-45-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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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탐험가들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2000년 8월
품절


이념이 어떻게 현실화되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현실의 어떤 것을 포함하느냐가 그 이념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작용을 가지느냐가 중요하다. 폴 발레리의 경이로운 말을 빌자면
"세계는
오로지 극단적인 것을 통해서만 가치를 가지며,
오로지 평균적인 것을 통해서만 유지된다"-32쪽

잘못 말하기의 경우에는 원래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말은 안하려고 했던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래 속으로 잊고 싶었던 것을 잊는다. 그리고 잃어버리기를 원했던 것을 잃어버린다. 그러므로 실수는 거의 언제나 고백과 자기 폭로의 뜻을 지닌다.-352쪽

개인이 사적인 죄와 욕망을 꿈속에서 풀어버리듯이, 민족 전체의 공포심과 소원들은 우리가 신화와 종교라고 부르는 조형적인 그림들 안에 풀어놓는다. 희생제물을 바치는 제단에서 상징으로 변화된 내면의 피의 욕망을 정화하고, 심리적인 압력은 고해와 기도를 통해서 해소의 언어로 변화된다. 인류의 영혼은 -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그것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 언제나 창조적 상상력인 문학작품 안에 드러나 있다. 종교, 신화, 예술적품으로 형상화된 인류의 꿈 덕분에 우리는 인류의 창조적 능력을 짐작한다. 그 어떤 심리학도 - 프로이트는 우리 시대에 이런 인식을 각인시켰다. - 한 인간의 깨어있고 책임감 있는 행동만 관찰해서는 그의 진짜 개성에 도달할 수 없다. 심리학은 한 인간의 본질이 신화가 되어 있는 깊이로 내려가야 한다. 바로 그곳, 무의식적인 형상들의 요소 안에서 그의 본질은 내면의 삶의 가장 참된 모습을 만들어낸다.-363-364쪽

정신분석은 심리적, 신체적인 투약행위를 일절 피하였다. 정신분석의 의도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것, 약품이나 신앙같은 것을 주입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오로지 깨달음, 활동적인 자기 인식만이 치유를 가져다준다. 환자가 자기 자신에로 돌아가면, 자신의 개성으로(10여가지 건강의 신념으로가 아니라) 돌아가기만 하면 그는 자기 병의 주인으로서 그것을 통제할 수가 있게 된다. 그래서 여기서는 밖으로부터 환자에게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의 심리적 요소 안에서 치료과정이 이루어진다.-366쪽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기술은 심리치료에서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너무나도 오래 봉인되어 있던 책의 첫 장이었다는 명성과, 개인을 본래의 개성 요소에서 파악하고 치유하려는 최초의 방법론적 시도였다는 명성만은 언제까지나 남게 될 것이다.-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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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구판절판


주체성 없는 인간은 언제나 종이에 쓰여진 것에만 귀를 기울일 뿐, 운명의 부름에는 절대로 응하지 못하는 법이다.-155쪽

인간의 삶에 아주 드물게만 내려오는 이런 위대한 순간은, 잘못 불려나와 그 운명의 순간을 장악하지 못한 인간에게는 모질게 복수하는 법이다. 조심성, 복종, 노력, 신중함과 같은 모든 시민적인 미덕들은 저 위대한 순간의 불길속에 아무런 힘도 없이 녹아내리고 만다.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언제나 천재를 원하고 그에게는 또 불멸의 모범이라는 명예를 안겨주지만, 유순한 자에게는 그렇지가 못하다.
오히려 경멸하며 밀쳐 버린다. 지상의 다른 신이기도한 위대한 운명의 순간은, 불 같은 팔로 대담한 자들만을 들어올려 영웅들의 하늘로 들여보내 주는 것이다.-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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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5-3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기대중입니다..;;

chika 2005-05-3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억~ 책이 넘 좋아서 리뷰쓰기가 겁나는디... 비숍님 댓글보니 더 겁나붑니다~^^;;;
 
나는 사진이다 - 김홍희의 사진 노트
김홍희 글.사진 / 다빈치 / 2005년 1월
절판


그녀의 이름은 린다. 그녀가 음악학교 다닐때의 일이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가운데 유달리 우렁차고 좋은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을 가진 학생이 있었다. 모두들 그 바이올린이 아주 비쌀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린다 역시 그것이 비싼 바이올린이라서 좋은 소리가 나고, 자신의 바이올린은 보급형이라서 보통 소리가 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호기심 많은 린다는 어느날 그 친구에게 그 바이올린을 한번 켜보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린다가 친구의 바이올린을 켜자 자신의 바이올린보다 형편없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그 이유를 물었지만, 친구는 씨익 웃기만 하더라는 것이다. 그때 린다는 깨달은 바가 있었고, 자신의 바이올린이 최고의 소리를 낼 때까지 죽도록 연습했다는 것이었다.
...... 가끔 사람들로부터 '어떤 카메라가 좋은 카메라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사진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은 물론,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 온 사람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사실은 나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 1등 카메라 라는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70-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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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우리 신화 - 우리 신들의 귀환을 위한 이야기 열두 마당
신동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4년 9월
구판절판


신화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경외감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가꾸어 온 신성한 이야기가 신화다. 신화의 주인공들은, 그리고 그들이 엮어내는 서사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본원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상과 욕망의 상상적 분신인 신화적 주인공들을 통하여 존재의 본질을 투시하는 한편 삶을 두르고 있는 장벽을 넘어서기 위한 분투를 거듭해왔다.-5쪽

원형을 찾는 일 못지않게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 현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일터다. 과거 삶의 소산인 전통 신화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전해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하지만 나는 이와 관련하여 한번도 회의를 느껴본 적이 없다.
우리 만간 신화가 지니는 민족적 정체성과 인류적 보편성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 신화가 제기하는 인간과 삶의 문제는 오늘날 우리의 문제와 질적으로 어긋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이 신화들이 마음의 고향을 잃은 채 흔들리는 현대인으로 하여금 욕망과 갈등의 회오리 속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삶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해주리라고 기대한다.-8쪽

꼭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야만 신의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이루어야 하는데 이루지 못하고 가슴에 품은 능력, 그 또한 위대한 신의 훌륭한 자격이 된다. 가슴속에 간직한 한恨의 힘으로 신성을 얻게 된다는 것, 그것은 우리 민간 신화의 신들이 나타내 보이는 두드러진 특성의 하나가 된다. 그 자신 가슴에 많은 한을 품고 있는 사람들한테 그 신들은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감싸줄 수 있는 수호신이 되는 것이다.-196쪽

신화는 신에 대한 이야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신화는 신성神聖에 관한 이야기이다. 신성이 어디서 어떻게 발현되는가를 전하는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문득 신성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가 신화다.
우리가 거듭 보아왔거니와, 그 신성은 능력보다는 사연에 있다. 사연으로부터 능력이 나온다. 주인공들의 몸짓 하나하나, 숨결 하나하나에서 배어나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몸을 적시는, 그리하여 혹은 겨자씨만큼 혹은 태산만큼 우리를 바꾸어놓는 그 무엇이 신성이다. 저 먼 곳에서 고고하고 위대하게 내려다보면서 명을 내리는 식의 신성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은 신성이 아니라 억압일 뿐이므로, 내가 믿는 것은, 피부로 와 닿고 가슴으로 스며드는 구체적인 삶의 사연뿐이다. 신성은 한도 끝도 없다. 신성을 드러내는 사연들은 참으로 많기도 하다. 어찌보면 세상 모든 사연에서라도 신성을 찾을 수 있을 법하다. 하지만 그 사연들이 모두 신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당겨서 그들로 하여금 가슴에 새기고 또 새겨 거울로 삼고 등불로 삼게끔하는 힘을 가진 그런 사연이 신화가 된다. 그렇게 백 년 천 년 살아 숨쉬어온 사연이 진정한 신화가 된다.-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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