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라는 아이
라라 윌리엄슨 지음, 김안나 옮김 / 나무옆의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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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필요한 아이의 소원이 이뤄지는 그런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에 그저 지금까지 읽어봤던 수많은 이야기들과 비슷한 이야기일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아빠가 필요하다는 아이에게 전령천사 가브리엘은 그 소망을 이뤄 줄 것인가.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며 종교적인 부분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내 느낌만으로도 이 책의 작가는 아일랜드 가톨릭계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야기 속에 엉뚱하면서도 이야기를 끌어가고, 때로는 풍자와 은유로 이야기속에 녹아들어 있는 가톨릭의 이야기는 가톨릭이 아니라면 그저 재미있게 읽고 넘어가기엔 생뚱맞아보이는 것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주된 내용은 아니니 마지막에 페이스와 호프가 나타난다는 것도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그것은 이 소설의 저반에 깔려있는 생각이 말 그대로 '믿음'과 '희망'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호프는 그리 특별하다고 할 것도 없는 평범한 어린 소년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아빠 없이 엄마와 누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소년에게 엄마와 아빠는 분명 다른 존재이고 어떤 면에서 그 어느 누구도 아빠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4년만에, 그것도 TV에 나타난 아빠의 모습은 호프에게 더욱 더 아빠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한다. 그 과정에서의 온갖 소동이 벌어지고, 지극히 어린이다운 무지와 실수가 이야기를 엉뚱하면서도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끌고가는데...

 

어쨌든 이야기의 결말은 내가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 소설의 결말이 더 현실성있고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부모가정이라거나 이혼가정이라면 한번쯤 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읽고 얘기를 나눠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을 읽으며 현대의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제 나에게는 내가 읽기 위한 이런 류의 어린이대상 소설은 그리 큰 흥미를 갖지 못하는구나 라는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내가 읽기에는 좀 그렇지만 아이들이 있는 부모라면 혹은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이라면 한번쯤은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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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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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변함없이 화장실에 앉아 책을 펼쳤다가 펼쳐놓은 책을 넘기지 못하고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남들에게 쓰레기인 것이 내게는 쓰레기가 아닌 이유는, 나에게 '쓸모'란 '용도'가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치라는 것을 실용성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나는 아무 쓸모 없는 나를 가장 먼저 던져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은 것은 내게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워왔거나 버리지 않은 많은 것들도 언제나 각각의 이야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새로 담을 수 있었다. 그것들은 버려진 채, 욕심 없이 비어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니, 그렇게 쉽게 헤어지는 것보다는 조금 더 함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함께 있으면서 그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192)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라는 제목은 왠지 그냥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가을도 아니고 손끝이 시리며 싸늘함을 느끼는 겨울의 길목에서 그녀가 말하려고 하는 쓸쓸함에 공감을 하지 못하면 왠지 더 많이 쓸쓸해지는 것 아냐? 라는 마음을 농담처럼 새겨넣으며 겨우겨우 책을 펼쳤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뜻밖에도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맘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는 것도 귀찮아, 라고 생각하는 내게 오래 묵혀두었던 노트를 꺼내어 적고 싶은 마음을 불러 온 것도 그녀의 이야기때문이다.

책을 읽을수가 없어서 책을 적는다,고 한다.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발음하고 그것을 옮겨 적는다. 그러다보면 가끔씩 그 사람과 같은 것을 보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고 한다. '그 사람의 모든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나 또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잔뜩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나누는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때의 그 사람 시간과 지금의 내 시간이다"(30)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나와 같지 않지만 그래도 왠지 나와 비슷하구나 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단지 '쓸쓸해서'라는 말로는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다. 우린 참 비슷한 사람,이라는 파트에 '우린 참 다른 사람'이라는 꼭지의 글은 또 다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아무도 그 무엇도 그대를 위로할 수 없었다'라는 가사가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는 아이러니에 대한 격한 공감 역시.  

 

그녀의 노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왠지 쓸쓸함과는 거리가 먼 위안과 행복이 넘쳐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에 담겨있는 그녀의 글이 그런 느낌이기 때문이다. 우린 참 다른 사람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공감하게 된다.

 

"푸르고도 붉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하루가 한 색깔이었던 적 없다. 마음이 울다가 웃다가 하는 날에는 당신에게로 가 노래나 부르면 좋겠다.

그러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어렴풋이 번져오는 것 있을까? 그게 뭔지는 몰라도, 우리는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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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 일러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호세 무뇨스 그림 / 미메시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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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까뮈의 책을 일러스트판으로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책 소개를 살펴보고 있으려니 역자가 김화영 선생님. 그리고 일러스트로 최초의 인간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인간 완역본에 삽화처럼 일러스트가 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멀리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잘 못느꼈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작품을 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까뮈가 더 안타깝고, 일러스트가 그저 책 사이에 들어간 삽화 이상의 느낌을 주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들고, 그런 상반된 마음으로 책을 다 읽었다. 자꾸만 최초의 인간이 까뮈의 대작이 되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책소개를 자세히 살펴봤는데 역시 일러스트 작가 무뇨스는 작업을 위해 직접 알제리를 방문하고 흑백 일러스트를 고집했다고 한다. "까뮈의 작품을 흑백으로만 작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림, 그것은 빛의 폭발에 다름 아니다. 내게 신적인 존재와도 같은 까뮈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라니.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때로는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있는 내게 그 느낌을 더 살려주고 흑백이지만 오히려 강렬하게 선끝에서 표현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에 가만히 일러스트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최초의 인간.

"마치 인간들의 역사가, 가장 해묵은 대지 위를 끊임없이 전진해 가고 나서 그렇게도 보잘것없는 흔적들만을 남겨 놓은 그 역사가, 기껏해야 발작적인 폭력과 살인, 갑작스러운 증오의 폭발, 그 고장의 강들처럼 갑자기 불어났다가 갑자기 말라버리는 피의 물결이 전부였다가, 그 역사를 진정으로 만든 사람들의 추억과 더불어 끊임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모두 증발해버리듯이 말이다. ...... 그가 오랜 세월의 어둠을 뚫고 걸어가는 그 망각의 땅에서는 저마다가 다 최초의 인간이었다"(248-249)

최초의 인간은 까뮈의 유작이라고 하지만 그가 구상하고 있던 원고의 미완성초고이다. 그래서 그의 사망 당시 모두가 출판을 반대했다는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그 생각을 바꾸기도 하였고 까뮈의 출판물과 저작물을 관리하는 그의 딸이 다시 요청을 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오히려 더 소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미완성 초고인 최초의 인간이 이렇게 대작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글의 내용에 첨가해서 넣어야 되는 부분, 좀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해서 메모한 부분들을 보면 이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는 아마 지금의 느낌과는 또 많이 다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소설에 대한 상상을 펼쳐보지만 솔직히 까뮈의 생각을 어찌 따라갈수있겠는가.

솔직히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자크가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는 첫부분을 읽으면서 최초의 인간의 내용은 자크의 삶의 여정과 아버지의 자취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생명의 기원을 생각하는 것인가, 싶었다. 최초의 인간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얼마나 보편적인 소설 이야기의 흐름만을 떠올렸는지, 싶다.

알제리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소년 자크가 성장하면서 겪게되는 사회의 모습, 가난과 식민지민에 대한 차별은 당연히 보여지고 있는 모습인데 최초의 인간이 원래 3부작으로 구상되었다고 하니 정말 거대한 작품의 뼈대를 보면서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얼마나 위대할지. 감히 그 이야기들을 상상해보기도 힘들지만, 사실 이 미완성작품이 까뮈의 손에 완성될수는 없기에 평범한 독자로서 그 거대한 최초의 인간을 어렴풋이 떠올려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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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 it Rock 1 - 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 개정판 Paint it Rock 1
남무성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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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무성의 만화로 보는 록의 역사'라고 하니 그냥 한번쯤 가볍게 읽어봐도 될 책일까, 싶었다. 사실 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라디오에서 팝이 흘러나오면 많이 듣던 노래인데, 정도일뿐 제목을 모르는 노래도 많고 노래와 가수의 연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읽고 싶지 않아도 가볍게 읽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왜 사람들이 이렇게 이 책에 열광을 하는지 좀 알 것 같기도 하다. 5년이 지나서야 완결을 지으며 첫째권의 개정판이 나왔는데 첫권의 끝부분에서 인쇄가 잘못된거 아닌가? 라며 몇번을 다시 뒤적거리다가 겨우 인정을 하고 둘째권을 기다리는 마음이 되고보니 왜 5년전에 이 책을 몰랐을까,라는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완결이 된 지금 이 책을 보게 되어 다행이다 싶다.

"딥 퍼플은 '더 후'보다 대략 다섯 배 정도는 더 시끄러운 파괴력을 자랑하는 그룹이었다." "블랙 사바스에는 배고플 때 박쥐를 산 채로 뜯어 먹는다는 보컬리스트 오지 오스본이 있었다" 의 뒷장면이 궁금해 미칠지경인 것이다.

그 바로 뒷장에는 록의 장르와 계보를 잇는 도표 그림이 나와 있고 저 끝에 조그맣게 1부끝이 적혀있다. 그리고 2권의 압박이라고 되어있는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그룹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유투와 너바나. 아, 정말 둘째권도 기대된다.

 

아니, 그러고보니 나는 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열광적인 마음이 된 것일까.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렸을 때는 티비보다는 라디오를 더 많이 들었고, 집에는 우리 가요보다는 팝송 테이프가 더 많이 있었기에 유명한 팝 음악은 언젠가 한번쯤 들어 본 기억이 있는데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에피소드들도 들어 본 기억이 있는 내용이 있어서 그리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어 단번에 내용에 빠져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볍게'라고 했지만 결코 가볍게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은 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 느끼지 않을까, 싶을 만큼 핵심을 표현하고 있는 그림과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 글 같지만 실제로는 촌철살인같은 풍자와 정교한 짜임새가 있는 구성이 느껴져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록에 대한 역사를 알기 쉽게 해 주고 있는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 추천사를 먼저 읽었는데 "이제부터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그림쟁이 남무성 씨가 우리에게 록칠을 해 주실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옷을 벗고 전신에 록의 세례를 받도록 할까요. LONG LIVE ROCK & ROLL!!!"이라고 말하는 배철수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전신에 록의 세례를 받았을까,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틀즈부터 시작해서 오지 오스본까지. 아니, 블랙사바스는 둘째권에 나올 예정이지. 그러니까 록 앤 롤이라는 용어부터 시작해서 6,70년대의 시대적 배경과 히피의 등장, 영국의 로큰롤과 비틀즈, 롤링 스톤즈, 애니멀스, 더 후와 같은 당대의 쟁쟁한 그룹들, 프로그레시브 록과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과 헤비메탈, 미국의 하드록...에 이르기까지 록의 역사와 계보를 흥미진진하게 엮고 있다. 사실 우드스탁과 히피에 대해 긍정적일수만은 없는 이유는 마약과 프리섹스, 사회저항과 참여보다는 회피와 무관심에 더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부분 역시 풍자로 정확히 꼬집어 주고 있어서 새삼 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 포크 록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고. 그래, 록에 대해 그리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이럴정도인데 이 책은 역사가 되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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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는 생물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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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이 느낌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지, 하고 있는데 책표지가 눈에 띈다.

"그냥 '사실'일 뿐이지"

그렇지, 여자라는 생물, 그냥 사실일 뿐인 이야기. 그런데 그 사실을 보고 느낀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을 뿐인데 어쩌면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는 이렇게도 한결같이 공감하지 않을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일까.

이번 이야기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인데 물론 중간에 그녀의 이야기에 의하면 나는 남자일까, 라는 생각을 한번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가볍게 킬킬거리면서 맞다, 맞아 하다가 문득 씁쓸하거나 행복해지거나 추억을 떠올리거나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거나. 아니, 그러고보니 이건 그냥 나의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잖아?

 

"흔히 듣는 말 중에 '여자로 태어났으면' 하는 것도 있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에 이어지는 말을 적어보라. 그런 시험이 있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동그라미를 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여자로 태어났으면, 여자로 태어났으면, 여자로 태어났으면..... 생각나지 않는다" (150)

 

생각해보니 한때는 여자라는 것이 분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던 것 같다. 힘에 밀리는 일이 생길 때, 성적인 희롱의 대상이 되어있을 때, 사상이나 의식, 삶의 모습과는 상관없이 이쁘고 늘씬한 것이 여자의 최고라는 말을 농담처럼 내뱉지만 실제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기 시작했을 때...

이제는 젊지도 않고 원래 이쁘지도 않은 내가, 또한 결혼하지도 않았고 아이를 낳아본적도 없는 내가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똑같지는 않은데서 약간의 차이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들이다.

 

언젠가 마당에서 아이를 안은 친구와 이야기중이었는데, 아기가 칭얼대기 시작하자 주위를 잠시 둘러보더니 자리에 앉아 눈에 띄지 않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땐 조금 충격이었다. 어떻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수유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것이 바로 '엄마'의 모습인 것이었다. 또 한번은 식당에서 밥을 다 먹은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려있다가 엄마의 몸 속으로 덥석 손을 집어넣고 가만히 있는데 아이가 엄마의 가슴을 만지며 좋아하는 모습이 보인다. 같은 테이블에 다 여자만 앉아있어서 엄마가 그냥 뒀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그것 역시 엄마이기에 아이를 위해 그냥 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미루어 짐작은 할 수 있지만 내가 그와 같지는 않기 때문에 더 정확히 말을 할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마스다 미리 역시 자기 자신의 현실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그 순간들에 느끼고 깨닫게 되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큰 공감을 받게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뜻밖의 깨달음을 준 이야기 하나. '이해심 있는 화장실'과 '이해심 없는 화장실'. 화장실 휴지걸이 주변에 소지품 올려놓을 공간이 있고 없고에 따라 편리함이 달라지는데, 이해심 없는 화장실을 만나면 분명 이건 남자들이 생각한 화장실 구조일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이용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반대인 경우도 있으려나?'라는 물음을 던진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몰라 답답해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그럴것이다. 아마도 그에 대한 고민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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