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다면 나 역시 우리 아버지같은 환자는 돈을 더 준다고 해도 안봐줄꺼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의사를 고를 수 없듯이, 환자도 고를 수 없는 걸.
경력이 쌓이면 사람 대하는 것 역시 숙달이 될꺼라 생각했는데, 이 의사는 아닌 것 같다.
원래 성격자체가 섬사람 특유의 무뚝뚝함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딱딱함과 꼬장꼬장함과 고지식함과 ...
모르겠다.
경험치가 더 많은 그 의사는 이런 태도면 치료하기 힘들다 하고, 다른 병원 있으니까 딴 병원가지 왜 여기 오냐는 태도를 보이고, 좀 더 어려 보이는 의사는 애기 대하듯이 수혈주사도 '빨간주사' 놓을꺼라고 아침에 얘기했는데 잊어버리면 어쩌냐고 은근슬쩍 눙친다.
내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를 성찰해 볼 마음의 여유는 없고. 단지,
앞으로 일주일에 세번, 투석할때마다 봐야하는 담당의사가 아버지를 환자로 대하기 싫어하는 것에 비례해서 우리한테도 막대한다는 것이 사소한 힘듦이다.
'내가 죽어버려야지'라는 말을 하는 아버지에게 '그런 얘길 왜 하시냐'는 대꾸조차 하지 못할만큼,의 마음도 사소한 힘듦일까?
아파 죽겠다고 병원에 간다고 화내더니, 이제는 병원진료가 돈만 받아 처먹으려는 엉터리 의사들의 쓸데없는 짓이라며 말도 안되는 화를 내는 아버지 같은 환자. 어쩔 수 없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선택할 수 없는 건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의사도 제발 좀 그래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