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으로(2)

 

 

 

 

뇌종양이 일상이 되었다

조만간, 암도 일상이 되었다

 

일상은 양성이다

 

양성은 일상이다

일상은 경련이다

경련은 양성이다

양성은 악성이 아니다

 

양성은 benign -

상냥하고 유순한 것이다

 

"엄마, 무서워!"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 아해를 무서워하는 엄마와,

세상에는 이렇게 둘밖에 없다

 

"준아, 괜찮아?"

"엄마, 나 아팠어?"

 

내 고향 6월은 오디가 무르익는,

물러 터지는 계절

 

아이야, 우리 둘의 밥상에는

상아빛 포트메리온 접시에

보랏빛 아이리스를 얹어두렴!

 

 

 

 

아침 햇살이 원래 이것보다 훨씬 환하고 밝았다.

학교, 오래오래 다니고 싶다. 모두모두 죽지 말고 살아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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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1)

 

 

 

아이야 -

너와 나는 어쩌자고 엄마와 아들의 운명으로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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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의 참맛이 궁금해

  

 

 

유리병 속 블랙 올리브

올리브 그린 올리브를

먹다가 무척 궁금해졌다

 

가공되기 전의 올리브는

무슨 맛일까?

지중해 옆동네 올리브 말이야 

 

왕년에는 나도

미래의 정윤희였어

미래의 뉴턴이었어 

미래의 도스토옙스키였어 

왕년에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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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장미(2)

 

 

 

아이야 - 

너는 스무살 몸 속에 갇힌 세살 정신이구나,

가엾어라, 쯧쯧!   

 

여보세요, 아주머니!  

사람을 뭘로 보시고 -

저는 세살 몸 속에 갇힌 마흔 다섯 살 정신이랍니다, 거참.  

 

어머, 어쩌다 그런 일이?

 

그건 너무나도 긴 스토리랍니다,

그날 밤, 학교 정문 앞, 오토바이,

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나야 했을까요? 

 

하, 뭐라 드릴 말씀이 -

 

하지만 저는 드릴 말씀이 있네요 -

5월 30일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10년 전엔 일요일었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네요?

 

어머, 우리 이혼했는데요?

 

하, 뭐라 드릴 말씀이 없-  

왜 아파트 울타리는 죄다 흰색,

그 위에는 죄다 촌스러운 빨간 장미일까요? 

 

2020. 05.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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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으로

 

 

 

암이 전염병은 아니라니, 천만다행이란 말씀

뇌종양도 전염병은 아니라니, 제곱 세제곱 천만다행  

 

센 놈은 약하게 퍼지고 약한 놈은 세게 퍼지라니,

하느님, 살뜰하기도 하셔라!

 

늙은 아빠의 쭈글쭈글 뱃가죽 위에 구멍 다섯 개.

배 속의 창자를 그만큼이나 어떻게 뽑아냈대요?

너무 신통방통한데요!

 

나한테 혼 나 볼 테야?

씨발, 죽여버리겠어!

 

나는야 저렴한 인세생활자, 유언장을 써야겠다

아, 선생님, 그럼 공증 변호사가 아니라 정신과에 가보세요

어머, 제가 저렴하다고 무시하시나요?

괜찮아요, 나도 약 먹어요, 보세요, 이 파란 알약 하나면 잠이 잘 와요

어머, 잠이라면 갓난아기처럼 잘자는 걸요!

그럼 더더욱 보험을 들어요, 필수죠, 너무 오래 살면 어쩌시려고 -

 

초당옥수수가 나왔대요 

오늘 저녁은 노란 초당옥수수랍니다

인생의 단맛은 5월에 나온 초당옥수수에 있네요 

초당옥수수 먹으며 꿀 빨아요!

 

 

2020. 05.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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