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바라봐 - 카슨과 함께

 

 

 

 

토끼가 떡방아를 찧어요

꽃게가 산책을 다녀요

소녀가 책을 읽어요

 

토끼랑 꽃게랑 소녀를 만나려고

둥근 공나라 달나라에 갔어요

 

달의 바다에는 물이 없어요

달의 하늘에는 공기가 없어요

 

매끈매끈, 울퉁불퉁

달의 표면에서 축구를 했어요

카슨과 함께 뻥! 찬 공이

달의 뒤편으로 갔어요

 

빛의 시간 -

카슨과 함께 충돌 구덩이에 앉아

공이 돌아오길 기다렸어요 

 

마침내 돌아온 공은 

푸르디 푸른 촉촉한 감촉을

살랑살랑, 팔랑거려요 

 

카슨과 함께 신나게 뻥! 차주고

둥근 공나라 지구나라로 돌아왔어요  

카슨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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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느껴봐

 

 

 

 

아빠가 부채질을 해줘요

공기가 느껴져요

엄마가 입김을 불어줘요

공기가 느껴져요

운전하는 꿈을 꾸는데요, 열린 차창으로

공기가 느껴져요

 

지구가 날아오면 빙그르, 돌려볼래요

손가락으로 콕, 찍어볼래요

여섯 번은 물, 세 번은 땅

지구에는 물이 참 많아요

 

철-썩 파도를 폴-짝 넘는데요, 

산소가 내 허파 속으로,

질소가 내 과자봉지 속으로 들어오네요

안녕! 하고 인사할래요

 

 

-

 

 

초3 과학 5단원 <지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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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했답니다

 

 

 

마침내

토마토 씨앗이 흙 위로 싹을 틔웠어요 

1센티, 2센티, 3센티 -

그 사이

아기 고구마가 흙 밑으로 뿌리를 뻗었어요

가늘지만 무자비한 생장력에 

아기 토마토는 배를 곯았어요

 

이번 생은 여기서 亡   -  

방울 토마토의 한살이는

꽃도, 열매도 없이 끝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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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1.

 

아이의 비명을 듣고 잠에서 깼다.

 

고요한 어둠을 덮은 채 

아이는 새근새근 잘 자고 있었다.

한 땀, 두 땀, 세 땀 무한대로 솟는 땀에

아이의 정수리가 흠뻑 젖었다  

 

그 옆에서 아내가 이를 악문 채,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니, 눈을 부릅 뜬 채, 주먹을 불끈 쥔 채 

경련과 발작 중이었다. 아내의 몸은 불타고 있었다, 

산불 맞은 늦가을 낙엽처럼.

 

 

 

2.

 

남편의 꿈이 복기되는 동안

방울 토마토를 심어놓은 텃밭에다

버려진 고구마가 터전을 마련했다. 

너를 키워야 하나 뽑아야 하나

 

오덕아, 원기소 먹자!

땡구야, 카스테라 왔다!  

기영아, 만두 찐빵 먹을래?

 

 

*

 

 

 

 

고구마는 그냥 여기저기 던져놓은 것인데 너무 무성해져서 가위로 순을, 가지를 잘라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전지. 한편, 저놈의 씨몽키는 진짜 엽기. 무슨 가루(?)인가를 뿌렸는데 저렇게 '부화'되어 '살고' 있다. 하. 저것도 생명!!! 마트에서 온 생명이다. 저 비좁은 수조 안에서도 세상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동물과 식물의 한 살이. 태어나서 자라고 자손을(!) 낳기 까지의 과정. 자손 안 낳으면 '한살이'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흑, 이번 생은 여기까지! 하고 죽은 애벌레도 있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나비가 되는 배추흰나비도 있다. 다 큰 애벌레는 최대 30mm. 1학기, 즉 상반기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는 판에 아이는 2학기 교과서를 들고 온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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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스위치 끈 로봇처럼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잠시만 

 

존재했다.   

 

 

________

 

* 스위치... : 장하준 경제학 강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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