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야, 넌 집 대신 담배와 위스키를 선택했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집은 없어도 취향은 있다던 니 말이 아팠어.
집만 있고 취향을 잃어버린 니 친구들은 더 아팠어.
우리들은 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하는 걸까.
그래도 집을 포기하는 네가 진짜 멋지다고 생각했어. 집이 없어도 나의 존엄은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래야 했는 데. 빚이 없었어야 했는 데. 너처럼. 애초에 그랬어야 했을 지도 모르는 데.
_
영화 다 보고 생각해 봤어. 나에겐 뭐가 있을까.
존엄처럼 여기는 포기할 수 없는 -
그것만 있어도 되는 세가지가.
너 처럼 나도 있는 것 같아.
고양이, 책, 그리고 조금은 비싼 양장 노트와 펜.
사랑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삶에서 꼭 세가지만 남겨야 한다면. 그걸로 할래.
그런데 고양이도 집이 있어야 키우고 책들도 집에 둬야하니까 결국 집이 있어야는 겠더라. 그래서. 난 너 처럼 멋질 수가 없는 거구나. 미소야.
_
이 빚으로 만들어낸
조그마한 공간을 빌리는 데
그리고 유지하는 데에도
너무 많은 삶이 들어가.
내 삶이 아까워서 고양이를 쓰다듬을 시간과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을 억지로 우겨넣는 데- 가끔은 그것도 무리인지 몸이 아파. 미소야. 그래서 한번씩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되게 굴어.
미소야. 난 왜 이 모양일까.
_
우리들은 정말로 ‘겨우’ 집 때문에 취향과 존엄과 시간과 젊음과 사랑을 잃어야 하는 걸까.
그러니까.
다들,
멀리서 보면 멀쩡해 보이는 데말야,
사실 가까이 들여다 보면 말야. 정말로는 괜찮지 않은 거지.
영화 속의 네 친구들 처럼. 괜찮을 수가 없는 거지. 우리는.
_
어디선가 만나게 되면 위스키 한잔 사주고 싶어.
담배도 나눠 피우고.
고마워 미소야.
취향을 포기하지 않아줘서.
어디서든 꼭 그렇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난 너를 응원해.
그리고 나도 응원해줘.
우리들의 세가지를 절대로 지켜내자고. 포기하지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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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8-12-04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영화, 참 좋았어요!

공쟝쟝 2018-12-06 17:16   좋아요 1 | URL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죠 ㅜ0ㅠ 넘좋은 영화 흑흑
 
[백래시] 환멸은 출발점이다. 실망과 패배는 다르다.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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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영화 “비밀은 없다”는 인상적이었다. 아주 여러 부분에서 ‘존띵작’이다라고 생각했지만, 특히 영화가 소녀들을 다루는 방식이 좋았다. 나 역시 그 시절을 겪어 왔으므로, 아주 잘안다. 소녀들의 세계는 우리의 많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 처럼 “아름답고, 순수하며, 낭만적이지” 만은 않다. 못됐고, 잔혹하고, 거칠고, 영악하고, 또 복수심에 들끓지. 그게 반항처럼 보이기도 하고. 음.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처럼 페미니즘 적인 대사를 찾기 힘들 것 같다.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다 적지는 못하겠지만.

그러고 보면 나의 소녀시절은 ‘백래시’의 시절이었다. 그것이 가부장제라는 어떤 구체적인 제도는 아니었지만, 가족- 정확히는 ‘아버지와 그의 가족들’에 대한 반항과 저항/ 그리고 거기에 딸려오는 폭력(반격)/ 그러게 왜 ‘맞을 짓’을 하냐는 (그러나 지켜주고 싶었던) ‘엄마(동생들)’의 만류. 혼자 싸우는 느낌. 무력감. 정말 내가 유별나서 그런건가. 자책.

그렇다고 내 안에서 올라오는 독기를 참지는 않았다. 때문에 두어달에 한 번쯤은 매번 파국이었고, 끝끝내 몸에 든 멍을 감추고 탈출하듯 대학으로 피신했으며, 그 후로 나는 오랫동안 - 아버지의 세계로 상징되는 ‘세상’과도 싸우느라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세상과 싸우다 보니 아빠를 향했던 독기가 분산되고, 아빠도 늙었는지 많이 너그러워져서 요즘의 집은 평화 아닌 평화..)

몇 달도 전에 본 이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한참 책을 열심히 읽다가 잠든 날 아마도 ‘비밀은 없다’의 영상을 덧입힌 것 같은 장면들이 꿈속에서 리플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악몽이었다. 비닐 속에 결박 당해 죽어있던 소녀의 얼굴로 나타난 그 이미지는 아마도 노화를 막고 결혼을 하기위해 가슴 확대수술을 하고, 지방을 긁어내던 <백래시>속 증언자, 다이애나에 대한 내 날 것의 감정이었을 것이다.

*

페미니즘이 사회의 많은 것을 바꿔가던 1970년대가가고 찾아온 미국의 1980년대는 백래시=반격의 시대였다. 
동시에 레이거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불황의 시대였다.

미국의 신뢰할만한 “‘양켈로비치 모니터’의 조사 요원들은 20년간 대상자들에게 남성성에 대해 정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20년간 압도적으로 우세한 정의는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 이는 지도자나 운동선수, 바람둥이, 의사 결정자가 되는 것도, 심지어는 단순히 ‘남자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족을 잘 먹여 살리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만약 이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른다면 “1980년대의 경제적 상황에서 반격이 분출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인’ 남성의 실질임금이 급격히 들었고 전통적인 남성부양자는 멸종위기에 처했다.(133)” 그러므로 “이 시대의 경제적 희생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를 훔쳐 달아났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그 절도범이 여성이라고 의심한다.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공식적으로 가장을 남편으로 정의하지 않게 된 해가 1980년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남성들 중 일부가 보기에 분명 자신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낸 것은 여성인 것 같았다.(136)”

현실에서 실직한 남성들의 생계까지 떠안으며 과로와 저임금 노동으로 더욱더 많은 경제적 희생을 감당해낸 것은 여성들이었지만. but 미국 남성들은 부양하던 것들에게 부양 당해서 이중적으로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고 한다. (남자가 소심하기는..ㅉㅉ) 반페미니즘 테제의 창시자들은 경제적 불황으로 생겨나는 분노의 타겟을 페미니즘으로 돌렸고, 저소득층 남성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여성들에게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팔루디는 말한다. 오늘 날(80년대) 진행 중인 반격의 본질이란 “(사회가 여성이라는 대상에 공포를 한 번 투사하고 나면) 여성들을 통제하기 위해, 문화적 상상 속에서 여성을 관리 가능한 크기로 축소시키고 편안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규범에 여성들이 순응하게 압력을 가함으로써 이런 공포를 차단하려는 시도”라고. 80년대의 미디어는 끊임없이 “침묵당하는, 어린애 취급당하는, 꼼짝 달싹 못하는, 혹은 생명의 기운이 없는, 말없는, 조신하고 내성적인 아이-여성을 떠받들었다(140-1)” 동시에 살아있는, 말하는, 적극적인, 싸우는 여성들을 악마화하기도 했다. 이 두꺼운 책은 미국사회가 얼마나 다양하고 구차한 방식들로 그 시도들을 이어갔는 지에 대한 각주 모음이라 할 수 있다.

*

돌아와서. 난 왜 하필 고분고분하지(ㅋㅋ) 않아서 얻어 맞았을까. 딱히 탈선을 하지 않았고, 공부도 그럭저럭 했고, 가끔 내 주장을 하고 눈을 내리 깔지 않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책과 연관되어서 조금 재밌게 생각되는 건, 그 시기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는 거다. 연이은 사업의 실패와 그 무렵 엄마가 앓게된 병 소식은 아버지에게 가장으로서의 심각한 무력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그러고 보니 아버지와 나의 갈등은 내가 그의 노동에 기대지 않으면서 급속도로 해결되기도 했다.)

훗날의 나는 (자본주의를 공부하며) 그의 분노를 이해하게 되지만, 또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그 분노의 타겟이 하필 ‘말하는 딸’인 ‘나’여야 하는 이유를 한번 더 이해하며 (페미니즘-그 폭력에 엄연히도 ‘가부장제’가 끼어있다는 사실) 몸서리 칠 뿐이다.

*

백래시(반격)는 모든 층위의 ‘여성혐오’를 뜻하지는 않는다. ‘여성의 진보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반격이다. “반격이 가지는 대응이라는 본질, 다른 힘에 대한 반응으로서만 존재하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현상에 대해 적당한 언어를 붙인다는 것은 때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팔루디가 1980년대의 반페미니즘현상을 분석하며 ‘백래시’라고 이름 붙인 것은 - 여성들이 힘있게 싸워왔음을 잊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에필로그 부분을 읽으며 더욱더 그 생각에 확신이 갔다. 싸우는 사람들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올 수 밖에 없는 ‘막막한 피로감, 무력감’이 ‘파괴적 자기분열’이나 ‘자기부정으로서의 투항’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싸움의 의미와 성과를 짚는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다.

*

반격이 반격이므로 - 80년대 반페미니즘에 추가된 전술이 하나 더 있었다. 이른바 “다 안다는 듯한 냉소와 거리두기”: “대중문화에 냉소를 퍼뜨리는 치들은 하품을 참아가며 페미니즘은 “대단히 1970년대적”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우린 ‘포스트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한다. 그건 여성이 평등한 정의에 도달했고 그걸 넘어섰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관심있는 척조차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국 미국 여성의 권리에 가장 파괴적인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것은 이런 심드렁함이다.(143)”
음음. 이분은 밑줄을 슥 그어두자. 그렇다. 그렇다!!!

*

개인적으로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은 12장 ‘심리-그건 모두 당신의 마음속에 있어요’챕터였다. ..넘나 할말이 많은 데, 더 길게 적고 싶지 않아서..줄이려 하는데........ 그래도 한마디 적자면 진심 오늘날의 심리학자나 상담가들에게 페미니즘 꼭,꼭 투약해야한다. 애초에 ‘사회’를 다루지 않는 ‘심리학’이나 심리치료라는게 가능한 건지도 의문.

*

시간이 난다면 100개는 좀 모자라게 붙인 듯한 ㅋㅋ 플래그를 다 뜯어내면서 발암구절들을 정리하고,
먹지 말고 입지 말고 쓰지 말아야할 반페미니즘 브랜드(도미노 피자, 게스 청바지... 또....무슨 향수 음.. 기억이...ㅠㅠ)들도 체크해두고 싶었지만. 아마 시간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 12월에 같이 읽기로 한 벽돌책 페미사이드가 배송 완료되었으므로 영영 못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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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2-04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휴 좋은 책 읽고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비록 몇 장 안읽김 했지만 어젯밤부터 페미사이드 시작했습니다. 자, 갑시다!
 



올해 읽은 책 90권 돌파! 하면서 신났는데 157권 샀네ㅋㅋㅋ 
(이 후로 3권 더사고 어제 2권 더샀으니 162권이얔ㅋㅋㅋ) 
돈 벌어서 알라딘에서 탕진했엌ㅋㅋㅋㅋㅋ 내가 살아서 상위 1%를 뭘 사/면/서 해볼줄이야..
다른 것도 아니고.. 책이니까...이거 되게 좋은 건데 왜 눈물잌ㅋㅋ😭😭😭😭

“알라딘 대표이사 조유식님.. 제돈 이백만원으로 연말에 직원들이랑 좋은거 먹으세요.. 꼭 직원 복지에 써주십시오!!!”

그러게.. 나 옷도 신발도 화장품도 안사고 (원래 안삼)
미용실도 딱 두번 갔는데..#어쩐지돈이없더라 #어쩐지집이좁더라

대부분 중고책이긴 했다고 위안하려 했으나, 중고책 배송료 아쉬워서 안살책도 많이 산거 생각하니 또 속상하고...

송두율 신영복은 1월에 올해안에 가로지르기해보겠다 맘먹고 사놓고 미투 나오면서 1도 안펴보고.. 
당시엔 이름도 잘몰랐던 권김현영을 많이 샀대.. 페미니즘의 한해였고나......

내년엔 진짜 있는 책 파먹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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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12-02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보다 산 책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독서의 도도한 불균형은 도저히
깰 도리가 없어 보이네요 ㅠㅠ

공쟝쟝 2018-12-02 12:31   좋아요 1 | URL
사고 읽고 쓰는 것이 독서취미자의 루틴이라면 역시 사는 것의 1/3을 읽고, 읽는 것의 1/3을 쓰고 하는 거 같아요.. ㅋㅋ

북프리쿠키 2018-12-02 1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쟝쟝님.내년엔 진짜 있는 책 파먹기 하입시다.
조유식님에게 상위1% 안에 드는 사람들은 연말 회식이라도 함 해달라고
국민청원 넣어야 될 판입니다..ㅋㅋ

공쟝쟝 2018-12-02 12:32   좋아요 1 | URL
조유식님은 듣고 계십니까...???ㅋㅋㅋ 아마 상위 1%가 알라딘의 30% 매출을 담당하고 있지 않을 까요? ㅋㅋㅋ

북깨비 2018-12-02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배송료 아끼려다 안 살 책 많이 샀습니다. ㅠㅠ

공쟝쟝 2018-12-02 12:32   좋아요 1 | URL
그것들을 알라딘에 되팔다보면 내가 뭔짓을 하고 있나 싶을 때가.....

북깨비 2018-12-02 15:19   좋아요 1 | URL
ㅠㅠㅠ 아아 쟝쟝님도 잘 아시는군요. 저는 가끔 읽지도 않고 팔기도 한답니다. ㅠㅠ 배송비 생각하다 끼워 넣어 산 책들은 받아보고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에 몇달 쌓아두고 있다가 결국 다른 책 살 돈 없을때 다시 알라딘에 중고로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이 어리석은 짓을 대체 왜 반복하는지 ㅠㅠㅠ

공쟝쟝 2018-12-03 09:11   좋아요 1 | URL
알지요 알지요... 넘 잘알지요.. 근데 그게 같은 책이어서..두번 사고 팔때도...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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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벅차기 때문에 (그냥 읽었다는 것 자체가..?!) 독후감은 나중에..

덕지덕지 바른 빨갛고 분홍인 플래그 사이에 빛나는 노랑색은
p.577 아래에서 세번째 오타
기가 큰 흑인 -> 키가 큰 흑인


페미니즘 책읽기 11월의 책.
오늘은 12월.. 나 꼴등인가?

주석 빼고 664..하루 동안 150페이지 벼락치기..
당분간 판형작고 가벼운 300페이지 미만 책만 볼 거다.

그러나 잔킹 언니는 말씀 하셨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자 했던 자신의 결심은 절대 후회한 적이 없다”고.
그러므로 나도... 후회는 없으며...
올해 안에는 벽돌책을 두어권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으응??

_
덧, 올해 읽은 가장 두꺼운 책인줄 알았으나, 두번째였음. 방금 확인해본 민중의 세계사 주석빼고 784.. 
음... 이 두꺼운 책들을 읽었다고?? 학생 때도 전공서적으로도 해본적 없는 짓 인데..나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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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01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플래그와 표지가 빠알간 것이 너무 사랑스럽네요.

제목에 연도랑 월, 시, 분은 있는데 일자가 누락된 것 같아요!!

공쟝쟝 2018-12-01 22:55   좋아요 0 | URL
글에 오타 지적해 놓고 나는 제목에 오타 냈다니... 재빠른 수정을.. 스요님 비롯 여러분의 칭찬을 듣기 위해 허겁지겁 올렸습니당 🙋🏻‍♀️🙋🏻‍♀️🙋🏻‍♀️🙋🏻‍♀️ 저요 저요 저도 읽었어용!

syo 2018-12-01 23:06   좋아요 1 | URL
산뜻하게 닉네임도 바꾸셨네요. 저요 저요 아이x4랑도 잘 어울리구요 ㅎㅎ

공쟝쟝 2018-12-01 23:12   좋아요 1 | URL
tmi지만 .. 앞에 붙은 공장은 자주쓰는 닉넴이 넘 짧아서 수년전에 별생각없이 붙인 거였는데.. 얼마전에 보니 김어준씨가 뉴스공장 공장장이 더라구요zzzz 저언혀 팬이라거나 그와의 어떤 공감대가 없기 때문에... 괜히 의식되어... 공장을 떼었습니다. 👥👥👥

다락방 2018-12-02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 고생했어요 쟝쟝님! 기어코 해내셨네요! 축하합니다. 깍 >.<
저, 이제 얇은 책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뒤 페미사이드 갑시다!!

단발머리 2018-12-02 07:51   좋아요 1 | URL
호흡 가다듬는 독서 전문가 다락방님, 굿모닝?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공쟝쟝 2018-12-02 10:38   좋아요 0 | URL
페미사이드 고고!

단발머리 2018-12-02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빠알개서 그런지 분홍색 빨강색 플래그인 강렬하게 이뻐요! 이런 방식으로 예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요.
대단하세요. 읽는다는 것 쉬운일일지 몰라도, 그렇잖아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목에 걸리고 힘들고 그런데...
쟝쟝님, 멋지십니다!!!
같이 해서 너무 좋구요. 12월에도 우리 책 얘기, 플래그인 인 얘기 많이 많이 나눠요!!!

공쟝쟝 2018-12-02 10:40   좋아요 0 | URL
어제 뒤늦게야 선생님들의 백래시 리뷰들을 읽으며 12월에는 게으름 안부리고, 꼬박꼬박 따라가며 함께 읽고 나누는 글써야지 싶었어요~!! 함께 이야기 나눠용~!!

양천재 2018-12-07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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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실검 1위는 조선일보 사장 10살 손녀의 운전기사 폭언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 <미스 플라이트>속 주인공과 겹쳐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실 속 재벌가의 자제는 너무도 당연히 가진 것을 휘두르고, 소설 속 ‘대령의 딸’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 마저 ‘미안해’ 한다.

“(p.160) 누구의 잘못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도 없겠지만, 나는 미안했어요. ... 마지막 날 밤, 나는 아줌마를 안아 줬어요. 아줌마를 안고 아저씨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렸어요. 미안해요. 두 분께. 아줌마는 무슨 소리냐며 나를 꾸짖다 울어 버렸고 아저씨도 울고 있었어요. ”

유나는 운전병이었던 영훈이 안타까워 할만큼 “단 한 번도 뒷자석에 앉은 적이 없”는 아이였다. “너무 조숙”해서 “불쌍하게”까지 여겨졌던 소녀는 자라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몇번이고 목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울음을 삼켜야 했다. 유나야, 죽지마, 죽지마, 유나야 안타까워 했지만 유나는 죽었다. 소설의 처음부터 이미 죽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계속해서 멋져지는 그녀의 성장은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어른이되었다로 결말로 이어지지 않았다.

“(p.123) 아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멀리 있는 사람들은 상처를 줄 수 조차 없죠.”

모든 성장이 ‘무언가를 더 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 않는 결단’ 또한 성장의 한 종류라면, 더는 상처주지거나 받지 않기 위해 삶을 중단하는 행위 역시 유나에겐 성장(혹은 성장의 결론)일지도 모른다.

이 훌륭하지 못한 세상에서 유나와 같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의 자살이란건. ‘사회적 타살’이라는 말도 부족한 일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사’ 이지 않을까. 물론 너무 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그러고 보면 다들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미 병든지 오래라 새삼 ‘병든’이라는 말을 담기도 어색한 그런 사회에서. 병들지 않기 위해 아프지 않기 위해, 병들지 않은 척 하기 위해 아프지 않은 척 하기 위해. 그래 거기까지는 어떻게든 살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아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싸울 에너지도 없고 싸우지 않아도 무력한 이 곳에서.

“(p.30) 저, 대답하지 않았어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앞만 보고 걸어갔어요. 그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자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전부 잊어버렸습니다. 그 부분이 아예 까맣게 지워져있어요. 그 순간 나를 지워버렸고, 그와 내가 함께 있는 공간의 물성을 전부 지워버렸어요. 단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내 의지와 관계없이 걸음을 멈춰야 했을 때 그곳이 내게는 세상의 끝 같았고, 모서리 같이 뾰족하게 느껴졌다는 것만 기억나요. 늘 가지고 다니던 빨간 통 연고를 꺼내서 천천히 볼에 발랐어요. 마치 의식처럼. B항공의 직원이 되고, 비행을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습관처럼 그런 의식을 치르곤 했어요. 마치 신경안정제에 의존하듯 물건들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존엄을 감각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이 곳에서 우리들은 대부분 유나처럼 사는 것 같다. 그 순간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거나, 물건들에 의존하거나 하면서. 그렇게. 다들. 지겹도록 자신을 지우고 또 지우면서.

그조차 가능해지지 않을 때는 누군가를 헐뜯거나, 위해를 가하기도 하고 정근처럼 당연하다고 합리화할 것이다. 합리화는 커녕 아예 들여다 볼 생각도 않는 이들이 더 많겠지만...

*

-릿터 13권, 작가 박민정 인터뷰 중에서-


“(p.93) 영화 <테이큰>처럼 아빠가 딸을 구하는 장르가 있잖아요. ‘피해자 아버지의 서사’라고나 할까요. 그걸 한번 비틀어 다뤄보고 싶었어요. 또하나는 딸이 살아있을 때 신경을 못쓴 아버지를 등장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세월호 이야기를 하게 되는 데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유민 아빠 김영오 씨를 둘러싼 ‘유가족 자격’ 논란이 있었죠. 10년 전 이혼했고 그 뒤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으면서 왜 갑자기 나타나서 유족행세를 하느냐. 세월호 유가족 중 한 아버지가 어느 인터뷰에서 ‘나는 딸에게 무관심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싸우는거다’라고 한 말도 마음에 남았어요.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아빠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저희 아빠는 오랫동안 저와 사이가 안좋았거든요. 그런데 만약에 내가 사고가 난다면? 만약에 내가 살아 있을 때 일기에다 ‘아빠가 너무 싫다.’라고 썼다면? 그렇다고 해도 우리 아빠가 유족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제가 소설 속 정근에게 동의하는건 아니에요. 정근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여전히 이 사람에게 공감하기 어려워요.”


소설을 읽으면서 나도 두가지 생각을 했더랬다. 하나는 아빠 생각. 하나는 세월호 생각.

몇 년 전 ‘딸이 잘못되었다’는 보이스 피싱을 받고 고래고래 악지르며 생존 확인 전화를 했던 아빠와의 통화가 기억났다.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경찰서로 바로 뛰어갈 정도로 흥분상태였다고. 내가 평소에나 잘하라며 막 웃었더니, 아빠 왈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평소에 그런 극진한 사랑을 표현하시는 분이 아니므로 “아빠가.. 날 사랑하긴 하는 구나. 그동안 몰랐네.”라고 좀 무뚝뚝하게 대답했었다. (그 날은 아빠의 진한?! 사랑을 태어나 처음 느껴본 날 이었습니다...) 참 사람이 얄궂은 것이. 소중한 것을 잃은 후에야, 혹은 잃기 직전에서야 그것을 소중했음을 안다. 사람으로 이뤄진 ‘사회’도 다르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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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소설이기도 하다.
내가 한국 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십여년 동안 대체 문학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일단은 여성 소설가들이 대거 등장한 것 같다. 그것도 엄청난. 한강, 황정은, 김애란 그리고 (나의 최애~) 최은영까지.

생각해보니 드문드문 한국 소설을 읽곤 하던 십년 전에는 신경숙, 공지영 정도 말고는 여자 소설가 찾기도 힘들었던 것 같은 데..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너무 기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더더 좋은 것은 그들이 써낸 소설들이 10년전의 소설들 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깊어진 느낌이라는 것. 문장이나 서사도 그렇지만, 뭔가 철학적으로!! 그렇다.

내가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변한 ‘시대’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 십년간.. 우린 이명박그네를 살아 버렸던 것이다. (역시... 고난은 사유를 깊어지게 하는 것인가.)

그리고, 작가님 역시 언급하기 꺼리긴 했지만, 큰 사건도 함께 지나왔다. 바로. 세월호.

어마어마한 큰 슬픔이 지나간 이후 아직 사회외 사람들이 만족할 만큼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적어도 영화나 문학작품 세계는 정말 많이 변한 듯. 요즘의 한국 문학들을 읽다보면 어느 페이지에서든 세월호의 흔적들이 보인다. 딸의 죽음의 이유를 찾는 아버지. 이번 소설 역시 그랬다.

유나의 아버지(정근)가 변할 수 있을까. 이 상실과 슬픔을 겪었다는 것이, 우리의 성찰이, 모두의 뉘우침이 ‘유나’와 같은 소녀가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나게 할 수 있는 그런 세상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소설은 열린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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